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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51화 (51/242)

51화 - 여기까지 무료

51화.

수백, 수천······. 아니, 무한에 가까운 시간선(時間線)으로 나뉜 우주 어딘가.

특정할 수 없는 한 시간대에 그저 그런 평민 가문 출신의 가난한 마법사인 잭이 존재했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재능에 부족한 언변. 거기에 뒷바라지를 해 줄 든든한 배경이나 후원이 없었기에 그는 여느 학파에도 속하지 못한 채, 여느 3서클의 저급 마법사들과 같이 떠돌이 용병 생활을 하지 않고서는 안 될 정도로 궁핍한 상황 속에서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피비린내가 자욱한 전투나 용병 생활을 버텨내기에는 너무나도 나약한 정신을 가졌던 잭. 그렇기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용병을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게 전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아주 우연한 기회에 상상조차 하지 못한 천직을 얻게 되었다.

광대.

그 누구보다 천대받고 무시 받는 직업,

하지만 축제가 펼쳐지는 곳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군중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선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된 그는 다시 없을 유일무이한 광대 마법사로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 마법사의 수치 같은 놈. ]

[ 광대? 저급하고 천한 것들이나 하는 일 아닌가? ]

같은 동료인 마법사들에게 온갖 멸시와 모욕을 받으며 갖은 질타를 받았음에도 잭은 포기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법사로서 오로지 사람들의 흥을 돋워줄 수 있는 자신만의 방법만을 모색하며 일평생을 노력했다.

그리고······. 잭은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시간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그만을 비전 마법을 창시하고야 말았다.

[ 아아아······. 너무나도 아름답구나······. ]

불과 얼음의 노래(A Song of Fire and Ice).

평생을 3 서클의 경지에서 머물다 끝났지만, 그 어떤 마법사도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한 너무나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마법을 창조해낸 잭. 그의 죽음과 함께 누구에게도 전승되지 못한 채 완전히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이 비운의 마법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지구에서 다시금 빛을 발하고 있었다.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나니······.

전지(全知)의 권능 앞에서 이 마법은 완벽하게 다시 불과 얼음의 노래를 수많은 이들 앞에서 들려주고 있었다.

화르르르륵.

은은한 조명만이 비추는 무대 위에서 맹렬하게 타오르는 홍염이.

휘이이이잉.

푸른색의 몽환적인 빛을 뿌리며 그 서늘한 냉기를 뿜어내며 얼음 결정이.

관객석과 무대를 가리지 않고 사방을 날아다니며 어둠으로 가득 찬 천장을 수놓았다.

“세상에······.”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마술이······.”

52장의 카드들이 모두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롭게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 카드들은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사람들의 사이를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화르르륵

“꺄악!”

“뭐야! 진짜 뜨겁잖아?”

“저게 진짜라고?”

“어떻게 카드가 저렇게 멀쩡할 수 있는 건데?”

코끝에서 느껴지는 화끈한 열기. 가짜로 만든 홀로그램이나 CG로는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열기와 냉기에 연신 비명과도 같은 웅성거림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관객석. 그렇게 그들은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이 아름답고 몽환적이고······. 심지어 충격적이기까지 한 진짜 마법을 목도하며 입을 벌렸다.

“이런 미친······. 저 새끼 진짜 뭐야······.”

심지어 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무대에서 내려오면 박살을 내겠다고 속으로 다짐하며 이를 갈던 기철조차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상황.

그렇게 짧지만 기나긴 5분의 시간이 끝난 후.

불과 얼음의 노래를 부르던 52장의 카드들은 나의 정밀하고 군더더기 없는 완벽한 마력의 통제에 따라서 한 장도 빠짐없이 다시금 내 손 위로 돌아왔다.

“······.”

“······.”

나의 공연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침묵이 가시지 않는 무대.

그렇게 한참을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만 있던 상황 속에서 시작된 누군가의 박수 소리를 시작으로 폭발적인 함성이 방청객으로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

“씨발 개쩔어! 진짜 방금 뭐였냐!”

“저건 진짜 마술 맞아? 정말 마법 아냐?”

“와! 아니 도대체 저거 트릭이 뭐냐? 진짜 미쳤잖아?”

나의 어린 외모와 정신 나간 복장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던 탓이었을까?

카메라로 찍힌 영상도 아니고 직접 자신의 두 눈으로 마법을 보았기에 방청객들은 이전 마술사들의 공연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나의 공연에 화답했다.

[ 이야! 정말 대단한 마술이었습니다!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날 정도였네요! ]

아까까지와는 다르게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이 빛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칭찬을 늘어놓는 류재식. 그리고 그는 그저 형식적인 진행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에게 관심이 생긴 듯, 마이크를 들이밀며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 마술이 아니라 마법이에요. 제가 예전부터 자주 하는 말이긴 한데 기껏 마법을 보여줬더니 무슨 손장난이나 도구들 가지고 눈속임 치는 마술이라고 매도하면 좀 섭섭합니다? ]

[ 마법은 어떻게 배우게 됐냐고요? 따로 배우지는 않았어요.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던데요? ]

[ 마법사가 되는 법이요? 음······. 뭐 마나를 느낄 수만 있다면 알아서 공부해도 되겠지만 가장 좋은 건 제 뮤튜브 채널을 구독하고 영상을 열심히 하나하나 탐구하는 게 아닐까요? ]

[ 제 복장이요? 왜요? 뭐 문제 있어요? 저는 마음에 드는데요? ]

[ 우리 용용이는 이래 보여도 판달리아에서 넘어온 드래곤 로드에요. 팬아트 그려주면 아주 좋아해요. 저번에도 누가 그려줬는데 아주 거품 물고 좋아서 난리 치더라고요. ]

얼핏 들었을 때는 정상인이 아닌 것 같은 답변들. 그냥 미친놈으로 취급받기 아주 딱 좋은 상황이었지만, 그 누구도 감히 반박할 수 없는 최고의 마술······. 아니, 마법을 보고 난 이후였기에 그렇게 큰 반발은 없었다.

“멀린! 멀린!”

“다른 공연 볼 필요 없으니까 아까 그 마법 한 번만 더 보여줘요!”

“앵콜! 앵콜! 앵콜!”

오히려 나의 이름을 부르며 다시 한번 더 보여달라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방청객들. 그런 이들의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다음 진행을 해야 하는 류재식은 잠깐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오랜 방송 경험을 통해 그는 능숙하게 이들의 요청을 묻어 넘겼다.

[ 하하하! 부디 멀린님이 우승자가 되는 행운을 누리고 여기 이 관객들의 열렬한 요청을 이루어줄 수 있으면 좋겠군요! 자 그럼 이제 멀린님의 점수가 어느 정도 집계된 것 같은데요. 한번 확인해 볼까요? ]

긴박한 음악 소리와 함께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전광판의 숫자들.

그리고 이내 전광판에 심사위원들과 방청객들, 그리고 TV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던 사람들이 문자로 보내준 점수들이 집계된 총점이 커다란 전광판에 공개되었다.

[ 9.3점 ]

10점 만점에 9.3점.

9점을 넘긴 사람이 김수찬밖에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는 것은 알 수 있었지만, 바로 직전에 김수찬이 받았던 점수가 9.4점보다 낮은 점수라는 것은 이미 우승은 물 건너간 거나 다름없었다.

“뭐야? 아까 그 마술이 김수찬보다 못한다고?”

“말이 되나? 김수찬이 한 것도 대단하긴 해도 방금 그 멀린이랑은 비교도 안 되는데?”

“이건 에바참치꽁치인데······?”

연이어 두 마술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봤기에 이러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술렁이기 시작한 방청객들. 하지만 나는 심사위원들이 앉아있는 의자에 나와 있는 점수들을 보며 대충 상황을 눈치챌 수 있었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5점. 4점. 6점······. 심지어 1점까지.

방청객과 시청자들의 점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낮은 점수.

심사위원 6명의 점수가 1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대중들에게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몰표를 받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의 박한 점수가 김수찬에게 패배하게 되는 주요한 원인인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건 전부······.

‘어른들의 사정 같은 거겠지.’

이 마술쇼의 간판이자 메인 광고 모델이었던 강한성과 김수찬.

이 둘을 의도적으로 밀어주려고 하는 듯한 제작진들의 움직임과 행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짐작하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랄만한 결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어른들의 사정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대중들에게는 달랐다.

“이거 사기 아니냐?”

“조작이다! 조작! 저걸 보고 어떻게 1점을 줌?”

“공연하는 동안 어디 눈 감고 있었음? 혹시 눈 없음?”

“도대체 자기들이 뭐라고 점수를 저렇게 멋대로 주냐!”

관객석으로부터 과격할 정도로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들의 불만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류재식은 이내 당황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내 이 상황을 무마하려는지 그는 심사위원들에게 점수 산정의 그 이유를 물었다.

[ 하하하하. 예상치 못하게 멀린님의 마술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지는 못했군요. 과연 왜 심사위원들이 이렇게 낮은 점수를 줬는지 한번 그 이유를 들어볼까요? ]

공연에 대한 짤막한 칭찬이나 한마디만 하며 가볍게 넘어가던 심사위원들.

하지만 어떻게든 자신들이 준 이 낮은 점수들에 대한 이유를 대려고 안간힘을 쓰려는 듯, 그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엇비슷한 핑계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멀린이 보여준 마술은 분명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복장이라거나 이 무대를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는 감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 음······. 저는 개인적으로 다른 건 다 참아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손에 들고 있는 저 유치한 요술봉만큼은 좀······. 아닌 것 같아요. ]

[ 크흐흠. 아무리 어린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이 무대 위에서만큼은 다른 참가자들처럼 마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임했으면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장난식의 이야기들을 하지 말고요. ]

복장. 언행, 말투를 비롯해 내가 보여준 불과 얼음의 노래가 아닌 그 이외의 모든 것들을 꼬투리를 잡으며 감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하는 심사위원들. 그리고 그들의 그러한 이유는 나름대로 정당했다. 분명 심사 기준에는 비단 마술만이 아니라 그 이외의 부차적인 모든 것들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한다고 명시되어 있었으니까.

하지만······.

[ 허허허. 학생. 마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마술은 잘 봤습니다만 진짜 나중에 프로가 되고 싶다면 일단 자신이 마법사라는 그 망상 같은 꿈에서부터 깨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정신 차려요. ]

여러 예능과 방송 토크에 출연하며 독설과 가시 돋친 말을 가리지 않고 하며 나이 어린 이들에게 자연스럽게 하대하는 둥 꼰대로 악명 높은 심사위원인 양구찬. 나에게 자그마치 1점을 준 그는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코웃음을 치며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야 말았다.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용이와 내가 만들어갈 이 세상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부정하는 발언.

바로 직전에 마나가 만들어내는 기적을, 어느 한 마법사가 평생에 걸쳐 완성해낸 환상적인 비전 마법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도 그 모든 것을 깡그리 부정하는 그의 말에 나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싸늘하게 말했다.

[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 ]

[ 뭐? ]

[ 그렇다면 좋아요. 여기서 하나의 마법을 더 보여드리죠. ]

우우우웅.

그 순간, 나의 심장만이 아니라 대기에 퍼져 있던 마나들조차도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나를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오직 용용이만이 나의 돌발 행동에 기겁하며 무어라 소리쳤다.

[ 이런 미친. 야! 주인 도대체 뭔 짓을 벌이려는 거야? ]

주변 일대의 모든 마나를 끌어모아서 무언가를 벌이려는 나의 행동에 기겁하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고 여유 가득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를 걸으며 짤막하게 6개의 숫자를 카메라에 대고 읊어주었다.

[ 2. 9. 21. 32. 44. 45. ]

[ ······? ]

나한테 뭘 하느냐는 눈빛으로 빤히 바라보고 있는 구찬. 그런 그에게 나는 히죽 웃으며 별 것 아니라는 듯이 그 6개의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알려주었다.

[ 이번 주 로또 1등 당첨번호에요. 당첨되고 싶은 사람은 마음껏 사두세요. ]

[ 그······그게 무슨······? ]

“저게 뭔 소리야?”

“1등 당첨번호······?”

“뭐야. 저게. 자기가 무슨 미래 예지라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저건······. 마술이 아니지 않나?”

내 폭탄 발언에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황당하다는 눈빛을 보내는 심사위원들과 술렁거리기 시작한 관객들.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그 순간.

나는 양구찬을 광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며 대놓고 어마어마한 방송사고를 내버리고야 말았다.

[ 이것도 마법이 아니라 마술이냐? 병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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