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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50화 (50/242)

50화.

50화.

완전히 생방송으로 진행될 예정인 Magic Survival.

하지만 지상파 방송이 동네 아마추어 뮤튜브 방송도 아니고 생방송이라고 정말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그런 건 아니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리허설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짜라고 생각하시고 진행해주세요.”

이미 사전 인터뷰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확인 절차와 함께 무대에서 어떠한 마술을 펼칠 것인지까지 전부 다 철저하게 방송사 직원들과 함께 논의하고 확인까지 받은 상황.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뭔가 실력이 애매하거나 논란이 될 것 같은 인물들이 반강제적으로 사전에 쫓겨나기도 했지만 나는 그 꼼꼼한 검수 과정에서도 남아있을 수 있었다.

“네. 저는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이라고 해요.”

“비단 뮤튜브 뿐만 아니라 방송을 보는 많은 시청자에게 마법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이 대회에 나왔어요. 아, 이 인형은 용용이라고 해요. 제 노예······. 잔소리꾼 같은 녀석이에요.”

“음······. 우승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도무지 눈에 안 뜨일 수가 없는 휘황찬란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복장을 한 최연소 참가자. 거기에 조금 어수룩하고 순수해 보이지만 열정이 가득한 태도를 조금 보여주자 방송국 관계자들이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생각보다 호의적이었다.

“저 녀석. 그래도 괜찮을 거 같지 않아?”

“PD님. 그래도 저 아이는 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뮤튜브에서 예전에······.”

“알아. 무슨 세계멸망이니 인간이 미개하다느니 이상한 헛소리 하고 다닌다며? 그래도 중학생이잖아. 별 괴상한 짓들은 골라서 다 하고 다닐 때니까 시청자들도 귀엽게 봐주지 않을까?”

“그건 그럴 수도 있지만······.”

“야. 그래도 그 두 사람 말고 조금이라도 튀는 참가자는 있어야 할 거 아냐. 열정 넘치는 중학생 소년의 마술. 거기다가 우리가 뭐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저런 복장으로 왔잖아. 꽤 반응 좋을 거 같은데?”

“그건 그렇지만······.”

사전에 걸러졌으면 모를까 이미 최종 단계의 리허설까지 와서 쫓아내기에는 너무 늦은 상황. 그렇다고 나를 대체할 만한 사람을 딱히 찾지도 못했는지 이내 방송 작가 하나가 최종 번호표를 건네주었다.

“자요. 18번째로 참가할 거예요. 아까 보여줬던 그 마술들 그대로 하시면 돼요. 심사위원들이 할 질문 역시 아까랑 같을 테니까 긴장하지 마시고 그냥 편안하게 방금 했던 것처럼 하세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히죽 웃으며 예의 바른 중학생 소년의 모습을 철저하게 연기한 나. 하지만 그 누구도 그 목걸이를 목에 걸며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내 진짜 표정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리허설이 끝나고 명절의 마지막 날의 저녁 시간.

그 연휴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할 BMC의 특집 프로그램 Magic Survival이 막을 올렸다.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명절 연휴의 마지막 시간을 신비롭고 위험하고 또 치명적이기까지 한 마술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는 되셨나요? 지금 바로,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 위대한 마술사들의 쇼가 시작됩니다. Magic Survival! 과연 최고의 마술사는 누가 될까요? ]

[ 모든 마술쇼는 그 어떠한 편집 없이 생방송으로 실시간으로 진행됩니다. 여러분이 각자의 참가자가 선보인 마술을 보며 1점부터 10점까지 점수를 문자로 보내주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 점수가 전부 집계되어 평균 점수로 합산하여 최고의 마술사를 결정하게 될 겁니다. 그럼, 시청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대한민국 국민 MC인 류재식이 진행하는 마술쇼.

그리고 유명 연예인과 아이돌 가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앉아있고 그 뒤로 수백 명 즈음의 방청객들이 앉아있는 이 초대형 세트장은 그야말로 미국의 어느 유명한 방송을 떠올리게 했다.

‘이거 완전······. 아메리카 탤런트 아닌가?’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참가자와 잠깐의 대담을 나누고 이내 선보인 마술에 대한 칭찬과 동시에 혹독하고 매운 악담까지 해대며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하는 심사위원들.

어떻게든 방송을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으로 끌고 가려는 이들의 노력 속에서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었고 이내 이 무대의 핵심 참가자 중 하나였던 김수찬이 그 고조되고 있던 분위기를 한숨에 폭발시켰다.

퍼엉.

“꺅!”

“뭐야?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어?”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무대에 있었던 수찬. 하지만 작은 폭발음과 함께 피어오른 연기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그를 보며 놀란 반응의 심사위원들이 온갖 호들갑을 떨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를 찾았다.

[ 저를 찾고 계십니까? ]

어디에선가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

그리고 누군가가 그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저······저기! 공중에!”

“어머머! 어머머! 대박!”

“우와! 저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야?”

마치 허공에 계단이라도 있는 것처럼 천천히 여유 있는 자태로 방청객들이 있는 세트장 뒤에서부터 무대로 다시 걸어 내려오는 수찬. 그리고 모두가 완전히 혼이 빠진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방청객과 심사위원들 앞에서 허리를 숙이며 인사하자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김수찬! 김수찬!”

“저건 마술이 아니라 진짜 마법 아니야?”

아무것도 없는 공중을 천천히 걸어 내려오는 그의 마술. 그것을 보며 대중들은 마법이라고 부르며 온통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었지만 그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용용이는 가관이라는 듯이 투덜거렸다.

[ 저딴 같잖은 눈속임에 장난질을 가지고 마법이라고 열광한다고? 하여간 이 세계는 정말이지······. ]

어둡게 조성된 배경과 특수 제작된 장치들을 활용해서 보이지 않는 이동식 계단을 이용한 마술. 그 트릭을 안다면 놀라울 것이 하나도 없는 조잡한 장난질에 불과했지만, 그러한 것을 전혀 모르는 일반인이 봤을 때는 충분히 신기할 법도 했다.

“뭐, 그래도 다른 마술들보다는 괜찮은 편이었지. 점수도 제일 높게 받았네.”

[ 9.4점 ]

그 어떤 참가자도 평점 8점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9점을 넘긴 최초의 마술사인 김수찬. 그가 가진 강력한 팬덤도 이러한 성적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겠지만, 대중적으로 놀라울 법한 마술을 보여준 것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은 분명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짜 마법을 상대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 자! 그럼 지금까지 김수찬 마술사의 아주 환상적인 마법 같은 공연이었습니다. 그럼 다음 순서로는, 이번 Magic Survival의 참가자 중 가장 최연소 마술사네요! 멀린입니다! ]

저 무대에서 나를 부르고 있는 국민 MC 류재식. 그런 그의 목소리와 함께 얼른 나가라며 손짓하는 진행요원의 재촉에 나는 히죽 웃으며 용용이에게 말했다.

“이제 내 차례네. 어디 한번 화려하게 날뛰어보자고 용용아.”

[ 인형인 몸으로 내가 할 게 뭐 있겠어······. 어차피 주인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거면서. 맘대로 해라. ]

나의 광기 어린 눈빛을 보며 이미 체념한 듯이 중얼거리는 용용이. 그런 그를 허리춤에 매달고 무대 위에 선 나는 이전과 다르게 잔뜩 채워진 방청석과 이미 리허설 때 마주했던 심사위원들을 보며 환하게 웃으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멘트를 내놓았다.

“안녕하냐. 인간들아. 나는 위대한 대마법사 멀린이다.”

[ ······? ]

“······?”

일순간 뇌 정지가 온 듯 완전히 침묵에 빠진 세트장.

심사위원도, 방청객도, MC 류재식도, 방송사 직원들도······.

하물며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을 사람들도 모두가 ‘내가 방금 들은 게 맞나?’ 싶은 생각에 얼어붙어 있는······. 마치 시간이 정지해있는 것만 같은 상황.

그 짧지만, 영원한 것 같은 5초의 어색한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류재식은 온 힘을 다해서 떠나가 있는 정신을 붙들어 매고는 침착한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 하하하하. 이거 참 독특한 친구로군요. 복장도 일부러 준비해 왔나 봐요? ]

어떻게든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넘어가 보려는 류재식. 하지만 대본대로 하라는 듯한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그와 심사위원들과 방송사 직원들의 시선들이 느껴지고 있었지만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빠꾸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발언을 해 댔다.

[ 마술쇼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마법을 모르는 인간들에게 마법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주려고 한 거죠. 거기에 이왕이면 제 채널의 구독자 수도 좀 늘려보고요. 뭐 별거 있겠어요? ]

[ 이 마술쇼에서 우승할 수 있을 거 같냐고요? 뭐······. 뒤에서 이상한 수작질만 부리지 않는다면 제가 우승하지 않는 게 가능이나 할까요? ]

[ 여기 용용이가 그러는데 미개하고 하등한 인간들의 수준 낮은 눈속임과 장난질을 보고 있자니 눈을 뽑아버리고 싶다고 하네요. 제가 지어낸 말이냐고요? 아뇨? 진짜 이 녀석이 한 말인데요? 그런데 이놈 원래 싸가지가 없어요. 그냥 신경 쓰지 마세요. ]

질문하면 할수록 정신이 혼미해지는 답변을 늘어놓는 나를 앞에 두고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류재식조차도 도무지 이 상황을 감당할 수 없는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있을 지경이었다.

“저 새끼 뭐야! 미친 거야?”

“제가 말했잖아요. PD님. 저거 진짜 또라이라니까요?”

저 멀리에서 다급하게 달려오며 이 초유의 방송사고를 눈앞에 두고 길길이 날뛰는 기철. 하지만 이미 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는 이 무대에 서 있는 나를 끄집어낼 수는 없었기에 그는 연신 수신호를 보내며 이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질문 중지! 그냥 마술만 하라 그러고 당장 무대에서 내려보내!’

연신 두 손으로 X자를 그리며 무대 뒤로 손짓하는 그 모습만 봐도 대충 무슨 뜻인지 이해한 류재식. 그렇기에 그는 반색하며 이내 약간 과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 네! 그럼 어디 한번 중학생 마법사. 멀린의 마술쇼를 한번 봐 볼까요? 카드 마술을 준비했다고 하는데 정말 마법 같을지 기대되는군요! ]

갑자기 준비한 마술을 시작하라는 그.

그리고 이내 내가 사전에 요청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나는 잠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다 이내 나를 비추고 있는 카메라를 향해 눈을 돌렸다.

이들을 속이기 위해서 대충 준비해서 보여주었던 카드 마술.

하지만 고작 이딴 시답지 않은 카드 따위로는 마법의 위대함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물론 그렇다고 대놓고 파이어볼을 만들어서 무대 위에다가 던져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카드 뭉치를 잡은 손을 보란 듯이 치켜세우고는 심장에 있는 마나를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웅.

3개의 서클이 회전하기 시작하며 나의 몸을 순환하기 시작한 마력. 그리고 이내 나의 강렬한 의지와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완성되는 수식에 따라 이 세상에 불가능한 기적을 구현해내기 시작했다.

화르르르르륵.

“저······저건?”

“뭐야 이거······.”

총 52장의 트럼프 카드.

그 카드들이 하나하나 모두 나를 중심으로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붉은색의 화염을 내뿜고.

무대 조명을 사방에 흩뿌리는 새하얀 얼음 결정을 빛내며 말이다.

“이게 도대체······.”

“저게 뭐야······.”

“세상에······.”

방금 내가 했던 초대형 방송사고조차도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경악한 얼굴을 한 채로 완전히 얼어붙어 있는 심사위원과 류재식. 그리고 방청객들.

도무지 그 트릭을······. 아니, 지금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것이 현실이 맞나 믿을 수조차 없을 이 순간에 완전히 빠져든 이들을 향해 나는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내가 선보일 마법을 소개했다.

“그럼······. 지금부터 불과 얼음의 노래를 시작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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