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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46화 (46/242)

46화

46화.

스마트폰을 비롯해 온갖 다양한 전자 제품에 관한 글들이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 뽕뿌.

그 누구보다 가성비 좋고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하는 합리적인 소비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인 이곳은 생각 이상으로 전문적이고 심도 있는 글들이 올라오고 또 소위 성지라고 불리는 휴대폰 판매점들의 정보가 공유되는 이곳에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찌라시 같은 글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 삼진 전자 신제품. 타임리스 인증한다. ]

- 삼진 전자에서 받아본 제품인데 이거 디자인이 엄청 괜찮게 잘 뽑힌 거 같은데 그게 문제가 아님. 배터리 충전 단자가 없음. 그래서 처음에는 뭐가 잘못된 건가 싶었는데 이 새끼들 도대체 스마트폰에 뭔 짓을 했는지는 몰라도 충전 자체가 필요 없는 제품이래. 이게 말이 되나 싶었는데 진짜임. 충전을 안 하고 지금 5일째 사용 중인데 이거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냐? 이과생 있으면 제발 누가 설명 좀. 여기 설명서랑 관련 사진 첨부한다.

삼진 전자의 로고가 붙어 있는 박스와 함께 타임리스라는 문구가 박혀 있는 스마트폰의 사진이 함께 첨부된 게시글. 하지만 그 글의 사용 후기를 읽어본 사람들은 하나 같이 악플을 달아댔다.

- 님. 저기 죄송한데요.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혹시 미치셨어요?

- 뭔 헛소리임? 충전이 필요 없는 기기가 어딨음?

- ㄷㄷㄷ······. 이분은 열역학 법칙도 모르시나. 현대 물리학의 근간을 그냥 뒤틀어버리시네

- ㅋㅋㅋㅋㅋ 신종 어그로 개웃기네. 신제품 먼저 받아본 흑우라서 자랑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좀 그럴듯한 소리를 해야지. 그걸 누가 믿음?

- 오 근데 저게 그 삼진 전자 신제품임? 얼핏 보기에는 예쁘긴 하다.

- 그러게? 근데 왜 저렇게 얇아? 저게 가능한가?

아무도 믿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그저 어그로를 끄는 분탕 유저로 몰리며 글이 삭제되는 상황. 하지만 이와 비슷한 글들이 간간이 인터넷에 올라오기 시작하자 점점 이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누군가가 그 떡밥을 물고야 말았다.

[ 네!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무엇이든 직접 실험하는 사나이. 실험왕입니다! 오늘 제가 해 볼 실험은요. 바로바로 요즘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 삼진 전자의 신제품에 타임리스에 대한 실험입니다! ]

어디서 구한 것인지 모르지만, 구독자 20만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어느 한 뮤튜버가 타임리스를 가지고 진행한 실험. 그리고 그 영상에 나온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 네! 현재 원진을 풀옵으로 돌린 지 자그마치 19시간이 경과 했습니다. 앰플폰 20으로 돌렸을 때 최대 3시간 23분을 버텼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인데요.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몰라도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정말 충전이 필요 없는 제품인 걸까요? ]

스마트폰에 탑재된 그 어떤 배터리를 사용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기록을 경신한 삼진의 신제품. 그것도 배터리가 꺼져서 그런 것이 아니라 뮤튜버 스스로가 제풀에 지쳐서 실험을 중단한 것이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멀쩡하게 작동하고 있는 타임리스를 보며 댓글에서는 그야말로 온갖 갑론을박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 당연히 조작이지. 저걸 지금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 실험왕이 직접 인증했잖아. 그럼 지금 실험왕이 거짓말하는 거란 거임? 무슨 이유로 금방 들통날 사기를 치는데?

- 영상 편집하면 저런 건 나도 만들지. ㅋㅋ 딱 봐도 삼진 뒷 광고네

- 하······. 진짜······. 야. 너희들 다 문과지?

과학적으로 절대 말이 안 된다는 주장과 실험왕이 무슨 이유로 이런 사기를 치겠냐는 주장이 부딪히는 것을 시작으로 부모님 안부 인사부터 고소미까지 들먹이며 그야말로 곱창이 나 버린 댓글창.

거기에 뮤튜브 알고리즘의 선택까지 받으며 새로운 시청자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하자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이내 언론 기사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 삼진 전자의 신제품. 타임리스. 때아닌 논란?

- 사전 교환 신청으로 받아본 신제품. 타임리스. 충전이 필요 없는 스마트폰?

- 배터리 없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

- 터무니없는 바이럴 마케팅으로 논란에 휩싸인 삼진 전자.

고작 3,800개 정도가 전 세계 시장에 풀려 있는 신제품. 하지만 그 터무니없는 적은 숫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제품보다도 사람들의 이목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내부 관계자로부터 무언가 정보를 얻은 것 같은 의미심장한 기사들이 속속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 삼진 전자의 신제품은 이호준 회장이 직접 주도한 기밀 프로젝트. 과연 그 정체는?

- 고위 임원진도 모르는 신제품에 관한 정보. 삼진 전자 내부에서도 최고 극비 사안.

- 삼진 전자의 직원들도 모르는 삼진 전자의 신제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관계사인 삼진 전자의 임직원들조차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 그렇기에 공식 입장 같은 것 역시 전혀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었기에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접한 앰플의 대표이사인 피터 쿡은 회의 도중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임원들을 향해 실소를 터트렸다.

“크크큭. 정말 삼진 전자는 밑바닥까지 추락하는군.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저런 말도 안 되는 헛소문을 퍼트리는 거지?”

배터리가 없는······. 그리고 충전조차 필요 없이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말이 안 되는 상황이기에 피터 쿡은 세간에 떠도는 소문을 전혀 믿지 않았고 그것은 비단 그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런 논란을 통해서 다음에 출시할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려는 목적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의도적으로 신제품을 매우 적은 수량만을 풀리도록 유도했겠죠. 3,800대가 그리 적은 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니 말입니다.”

정확히 누가 해당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지조차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상황. 그렇기에 앰플은 최대한 삼진 전자의 신제품을 확보하려는 여러 시도를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아쉽군. 지금 당장 우리 쪽에 들어왔으면 지금 이 터무니없는 헛소문을 당장에라도 완전히 짓밟아 줄 수 있을 텐데.”

경쟁사의 신제품이 터무니없이 과장된 상품이라는 것을 앰플이 직접 밝혀내는 아주 환상적인 그림을 상상하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는 피터 쿡. 그리고 그런 그의 중얼거림에 어느 한 임원이 아부성 섞인 말을 건넸다.

“아마 조금만 기다리시면 금방 확보할 수 있을 겁니다. 북미에서 해당 제품을 받아본 인원이 200명 정도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호오······. 그래?”

“예. 인터넷에 관련 인증사진까지 올렸으니 아마 확실할 겁니다. 해당 유저에게 이미 판매할 의사가 있는지 메일을 보낸 상태니 조만간 연락이 올 겁니다.”

“기대하지. 적당한 가격에 매입하고 물건 확보하면 나한테 다시 보고할 수 있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지. 앰플폰 20의 판매량이 급증했다고?”

“아. 네. 아마도 삼진 전자의 리콜로 인해서 환불을 받은 소비자들이 앰플폰로 대거 유입된 것에 따른 영향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 분기와 비교해서 32%의 매출 상승이 있었으며 아마 다음 분기까지는 지속해서 상승할 것으로 예측······.”

벌컥.

회의 중에 다급하게 들어오는 한 사람.

그리고 그가 당황한 얼굴로 피터 쿡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속삭이자 이내 피터 쿡의 얼굴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TV 켜 봐.”

“네?”

“뭐 하고 있어? 지금 당장 CNN방송 켜 보라고!”

“아······. 네!”

갑작스럽게 회의를 하다 말고 뉴스 방송을 틀라는 지시에 당황해하면서 영문도 모른 채 회의실 구석에 놓여있던 TV를 켠 임원. 그리고 그 화면에서 나오는 방송을 듣는 이들의 표정은 이내 하나같이 당혹감으로 물들었다.

“이게 무슨······?”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이자 괴짜로 소문난 사람.

그러면서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자이자 천재적인 과학자이자 공학자로 알려져 있으며 동시에 생각을 하지 않고 온갖 글을 인터넷에 가감 없이 올려대며 매번 논란에 오르내리는 가장 영향력 많은 재간둥이이자 사고뭉치.

엘런 더스크.

그가 CNN 방송에 나와서 잔뜩 흥분한 채로 마이크에 대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 이게 바로 삼진 전자에서 저에게 보내준 신제품. 타임리스라는 녀석입니다! 처음에 배터리가 없다는 말을 듣고 너무 황당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번 여러 가지 실험을 해 봤습니다. 그냥 화면을 켜둔 채로 언제까지 가나 실험을 해 보기도 하고, 극한까지 성능을 가동하면서 얼마나 버티는지도 해 봤죠. ]

“설마······. 북미에서 저 제품을 받아봤다는 사람이······.”

“엘런 더스크······?”

북미에서 고작 200명 정도가 수령했다고 알려진 삼진 전자의 신제품 타임리스.

그것을 받아본 사람 중 하나가 엘런 더스크라는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충격적인 건 그가 하는 발언들이었다.

[ 그런데······. 정말 충전을 조금도 하지 않았는데 계속 기기가 작동을 하더군요. 이건 너무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솔직히 고백하자면 너무 궁금해서 분해까지 해 봤습니다. 자요. 여기 분해해서 찍은 내부 사진입니다. ]

아직 출시조차 하지 않은 타사의 제품의 내부 사진을 보란 듯이 공개하는 엘런 더스크. 그리고 그곳에는 반드시 있어야 할 부품이 있어야 할 자리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 배터리가 아예 없어요! 소형으로 어디 숨겨놔 둔 게 아니라 그냥 아예 없다고요! 이게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이긴 한데 제가 지금 확인한 바로는 이 기기의 회로 자체에서 전력이 발생하고 있어요. 마치 스스로가 자가발전을 하는 듯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기기 자체가 에너지를 생산(生産)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

“저게 무슨······.”

[ 알아요. 알아.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겠죠. 저도 명색이 과학자이고 공학자인데 그걸 모르겠나요? ]

무어라 반박하려는 듯한 기자의 반응에 피식 웃으며 진정하라는 듯이 손을 흔드는 엘런 더스크. 그리고 그는 마치 카메라를 보며 피터 쿡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나지막하게 물어오고 있었다.

[ 그런데······. 그렇다고 한다면 제 눈앞에 있는 이 녀석만큼은 도무지 설명이 안 되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는 도무지 어떠한 원리로, 어떻게 스스로 무한동력(無限動力)을 생성해내고 작동하는지 파악할 수 없겠더라고요.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스마트폰 부품뿐이거든요.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그 어떤 동력원도 찾아낼 수 없었어요. ]

동력원도 없이 스스로 에너지를 창조해내는 기기.

현대 과학의 근간을 뒤흔들어버리는 이 설명 불가능한 현상을 앞에 둔 채로 그는 이 방송을 지켜볼 전 세계인 앞에서 삼진 전자가 만들어낸 이 기적을 공인해버렸다.

[ 제 이름과 명예를 걸고 이 자리에서 공언합니다. 그 어떤 조작이나 거짓도 없이, 제가 손에 들고 있는 이 삼진 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은 배터리가 없이 스스로 전력을 생산해내고 작동하는 말도 안 되는 괴물입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닌 건지 모르겠지만, 이거 환불 안 받고 삼진 전자의 신제품으로 교환 신청한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던 것 같군요. ]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농담을 하듯이 중얼거리는 엘런 더스크.

그리고 그의 인터뷰는 장난기 가득한 농담 같은 이야기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 아, 혹시 이 방송을 보시면 삼진 전자에서 저에게 연락 한번 주셨으면 좋겠네요. 혹시 이 기술, 전기차에도 적용 가능하다면 매우 긍정적인 대화를 한번 나눠보고 싶거든요. 하하하. ]

“······.”

“······.”

엘런 더스크의 인터뷰는 끝났지만, 회의실 안에는 그 누구도 감히 입을 열 수 없는 싸늘한 기운만이 맴돌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완전히 일그러진 표정의 피터 쿡. 그리고 그는 도대체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싶어 어안이 벙벙해 있는 임원들을 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24시간 주지.”

“······?”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방금 그 빌어먹을 머저리 새끼가 자랑하듯이 떠들고 다닌 제품. 내 앞에 가지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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