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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25화 (25/242)

25화.

25화.

삼진 바이오의 연구실.

평상시라면 각자 자신들의 연구에 매진하느라 다른 사람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을 독립적이고 차가운 분위기 속에서 기계음만 울려 퍼졌겠지만, 오늘만큼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연구실 내부가 온통 시끌시끌했다.

“수석님······. 이······이게 말이나 됩니까?”

“이럴 수가······. 도대체 이건 무슨 물질이지?”

“미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 거야?”

직급과 업무에 상관없이 모두가 옹기종기 모여들어 모니터에 나타난 복잡한 데이터들을 살펴보다 현미경에 눈을 들이밀 경악에 찬 얼굴로 호들갑을 떠는 연구원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반응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문석호 상무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자신에게 다가온 책임 연구원이자 개발 팀장에게 물었다.

“어떤가? 조금 쓸만한 물건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연구실에 전달한 그 정체불명의 액체.

고작 10 ml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적은 양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대략적인 검사를 하기는 충분한 양이었기에 성분 분석을 해 본 이들은 지금껏 받아본 적 없는 검사 결과를 받아들고는 다들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지금 당장은 뭐라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여기 자료에 나와 있는 데이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무님께서 저희에게 전달하신 그 물건은 지금껏 이 지구상에서 알려진 적 없는 전혀 새로운 물질로 보입니다.”

“뭐라고······?”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대답을 내놓는 개발 팀장. 그리고 그가 건네는 문서를 빠르게 살펴본 문석호 상무는 빼곡하게 적혀져 있는 하나의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 Unknown

측정 불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천, 수만 가지의 성분들을 분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최신예 분석 장비가 인식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신물질의 발견. 그것만 해도 꽤 주목할 만한 성과였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시하신 대로 실험 쥐에 약간의 상처를 내고 해당 물질을 소량 발라본 결과입니다. 아마 보고도 믿지 못하실 겁니다.”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눈을 빛내며 태블릿을 들이미는 개발 팀장. 그리고 그 태블릿에서 재생된 하나의 영상을 가만히 바라보던 문석호 상무의 표정은 점점 경악으로 물들었다.

“이게 지금 뭔가······?”

피를 흘리며 버둥거리던 하얀색의 쥐. 하지만 그 의문의 물질을 상처 부위에 아주 극소량을 떨어트리자 이내 실시간으로 상처가 흔적도 없이 아무는 과정이 생생하게 영상으로 녹화된 것을 보며 그는 입을 벌리며 개발 팀장을 바라보았다.

“보신 것 그대로입니다. 정확히 어떤 원리와 어떤 작용을 통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건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상무님께서 저희에게 가지고 오셨던 그 물질은 현존하는 그 어떤 의약품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강력한 회복과 재생 효과를 가진 신물질입니다.”

문석호 상무의 표정만을 보고도 무슨 뜻인지를 알아챈 듯, 확신에 찬 얼굴로 공언하는 개발 팀장. 그리고 그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그는 이내 초조한 표정으로 그 출처를 캐물었다.

“상무님. 이거 도대체 어디서 난 물건입니까? 이런 효과를 가진 물질은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 온갖 희귀하고 일반인이라고는 평생 들어보지도 못할 다양한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탐색하는 그. 십수 년이 넘는 잔뼈가 굵은 경력에도 이런 건 어디에서도 본 적 없기에 그는 호기심과 탐욕으로 뒤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아직 말해줄 수 없네. 나도 아직 그 출처를 완전히 파악한 건 아니니까.”

갑자기 회사 사옥에 난입해서 난동을 부린 어느 정신 나간 여자 하나가 건네주고 갔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애써 말을 얼버무리는 문석호 상무. 그러자 개발 팀장은 약간 실망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간절함과 절박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상무님. 이거 그냥 이렇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물질의 출처를 알아내고 반드시 우리가 먼저 그 원천 물질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직 정확하게 그 효용성이 입증된 건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는 게 들어맞는다면 앞으로 신약 개발은 문제조차도 아니게 될 겁니다.”

지금껏 어디에서도 보고된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성분의 물질. 거기에 눈에 확연하게 보일 정도로 강력한 재생 효과까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것을 보면 이게 만약 사람에게도 어떠한 부작용 없이 사용 가능하다는 것만 확인된다면 그 활용성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다.

“그런가······.”

“그렇습니다. 만약 이 물질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한다고 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현존하는 의약품 대부분을 완전히 압도하는 효과를 가진 신약들을 개발해낼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전 세계의 의학계를 비롯해 제약 업체들 모두가 난리가 날 겁니다.”

시장 장악을 넘어서 현 바이오산업 전체의 지배 체제를 완전히 박살 내 버릴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는 파괴적인 성능. 이것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개발 팀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문석호 상무는 중얼거렸다.

“그럼 그게 농담이 아니었다는 말인데······.”

“예······? 뭐가 말입니까?”

이게 뭐냐는 물음에 웃으며 장난스럽게 살살이 풀의 즙이라고 답하던 아영을 떠올린 문석호 상무. 그리고 그런 그의 혼잣말을 들은 개발 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자네······. 혹시 살살이 풀이라고 들어봤나?”

“살살이······. 풀 말입니까?”

“그래.”

“······. 그런 이름의 풀은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보는 듯이 한참을 고민하다 이내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가로젓는 개발 팀장. 그런 그의 대답에 문석호 상무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일단 오늘 확인한 해당 물질의 검사 데이터는 잘 정리해서 보고서로 제출하게. 사장님께는 내일 보고드리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오랜만에 활기가 가득한 얼굴로 한달음에 자신의 책상으로 돌아가는 개발 팀장. 그리고 문석호 상무는 곧장 회사를 나와 차에 몸을 실으며 품속에서 작은 메모지 하나를 꺼내 들었다.

“이거 참······. 버리지 않은 게 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며 억지로 손에 쥐여준 연락처.

하도 정신이 이상한 것 같아서 평상시라면 뒤로 돌아서면 곧장 버려버렸겠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그 연락처가 적힌 메모지를 잠깐 만지작거리던 문석호 상무는 이내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안녕하세요. 어제 이야기했던 문석호 상무입니다. 기억하시죠?”

우연한 만남과 호기심 속에서 맺어진 인연.

자신이 이렇게 먼저 전화를 걸어서 정중하게 만남을 요청하는 것도 영업 사원으로 일할 때 이후로는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며 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혹시 시간 되시면 직접 만나 뵙고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십니까?”

*

“풀잎이 자란다~ 샤랄라라라라라~ 샤랄라라 라라라~”

컴퓨터와 입고 아무렇게나 던져둔 옷가지로 널브러진 여느 중학생의 방과 다르게 크고 작은 화분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나의 방.

침대를 빼고는 발 디딜 틈도 없이 책상까지 빼곡하게 채워져 있고 베란다와 거실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는 화분들에 나는 하나하나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며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는 살살이 풀들을 보고는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 주인, 다 좋은데 그 이상한 노래는 좀 그만 부르면 안 돼? ]

내 자작곡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신경질 가득한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물어오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답했다.

“안 돼. 우리 식물들에 정성이 담긴 나의 노래가 얼마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줄 알아?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이런 아름답고 감미로운 노래를 들려줘야 한다고.”

[ ······. 그게 감미롭다고? 고문이 아니라? 그게 아름답다고 할 거면 오크가 돼지 멱 따는 소리 지르는 건 그냥 세상에서 가장 감미로운 자장가겠다. ]

마치 태교를 하듯이 심혈을 기울여 하나하나 꼼꼼히 보살피는 나의 노력을 인정사정없이 깎아내리는 용용이. 하지만 그런 그에게 발끈해 응징하기에는 나의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도 생각보다 미끼를 엄청 빠르게 물긴 했네. 일을 맡긴 지 고작 삼 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물밑에서 협상까지 시도할 정도로 급급한 모양새라니.”

그것도 어느 정도 중소 규모가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나름 최상위권에 자리한 삼진 그룹의 계열사인 삼진 바이오에서 반응을 보이는 상황. 상무급이 직접 나서서 비밀리에 만남을 요청해 왔다는 것을 보면 내가 전달한 이 살살이 풀의 가치가 얼마나 막대한지를 이미 파악했다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 삼진인지 뭔지 하는 거기가 그렇게 좋은 곳이야? ]

“음······. 뭐 활동 영역을 전 세계로 본다면 그렇게 막 최고는 아니지만 일단 내가 있는 이 한국만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그래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이기는 하지?”

예전만큼 압도적이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일단 재계를 넘어서서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삼진 그룹. 이들과 손을 잡게 된다면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여러모로 귀찮은 일들을 쉽게 해결해낼 수 있기에 나는 그들과의 협상에 꽤 긍정적이었다.

물론······.

“그래도 혹시라도 자기들 권력을 믿고 호구 잡아서 뜯어먹으려고 했다간 그냥 바로 박살 내버려야지.”

적으로 만나 싸우게 되더라도 굳이 무서워하거나 걱정해야 할 만큼 위협적인 존재들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용용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 갑자기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한 나는 전화기를 집어 들고는 곧장 물었다.

“어떻게 됐어요? 저희 조건을 받아들이겠대요?”

아직 내가 전면에 나서기에는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이 많기에 아영을 대리인으로 협상 테이블에 내보낸 상황. 물론 그녀가 협상에 대해 알고 있는 게 거의 없었기에 그저 일방적으로 요구 조건만을 이야기하고 하나라도 거부하면 협상을 완전히 파기하고 오라고 했기에 굳이 많은 것을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 어휴······. 진짜 정말이지······. 멀린님! 제가 지금 거기서 얼마나 고생하다 온 줄 알아요? 조금이라도 조건을 조율하려고 하는데 죽어도 양보를 안 해주니까 거기서 담당자가 얼마나 당황스러워 하는지 아세요? 제가 다 미안해서 아주 그냥······. ]

협상 과정에서 온갖 심리 전술을 다 당하고 온 듯한 아영. 그 고초를 한참이나 늘어놓으려는 듯 쫑알쫑알 이야기해대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그녀의 전후사정은 하나도 관심이 없었기에 그저 시큰둥하게 용건만을 물었다.

“결론만 말해요. 결론만. 그래서 협상 체결이에요? 아니면 부결이에요?”

결론만 말하라는 내 물음에 잠깐 침묵하던 아영. 그리고 이내 숨을 크게 내쉬며 답했다.

[ ······. 부결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쪽에서 받아들였어요. ]

“그래요?”

[ 네. 원하시는 대로 조건은 다 맞춰줄 테니까 그 살살이 풀을 독점적으로 자신들에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

내가 삼진 바이오에 제시한 조건.

그것은 바로 살살이 풀을 재배하고 나아가 오직 나만이 접근할 수 있는 작은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방대한 크기의 부지를 제공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수천 평이나 수만 평 정도가 아니라, 자그마치 수십······. 수백만 평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부지를 말이다.

그것도 서울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수도권 지역에서 마련해 달라는 무지막지한 요구. 어떻게 삼진 그룹의 가진 권력을 활용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최소 수조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되어야만 하는 어마어마하게 무리한 요구. 사실 삼진 바이오가 아닌 다른 제약 회사에서 이런 제안을 받았다면 아마 능력이 없어 거절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이들은 이 터무니없어 보이는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렇군요. 뭐 고생했어요. 일단 관련 계약 다 마무리하고 자금이랑 인력 지원받으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죠.”

[ 예? 제······제가요? 자······잠깐만요. 그럼 그 말은 지금 삼진 바이오와의 거래를 제 이름으로 하라는 말씀이세요? ]

“그럼요? 중학생인 제가 뭐 수십 조는 더 들어갈 법한 계약의 사업 주체로 이름을 올려서 일을 진행하겠어요? 그랬다가 무슨 난리가 나는 꼴을 보려고?”

[ ······. ]

자신의 이름으로 계약서에 서명하라는 내 말에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영. 하지만 나는 신뢰감 가득한 목소리로 조금도 걱정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설마 아영 씨가 이 지구의 멸망을 막아서기 위한 저와 용용이의 대업을 고작 돈욕심에 그르치시지는 않을 거잖아요? 그 돈 먹고 튀어봤자 어차피 다 뒤질 운명인데 말이죠.”

마치 해볼 수 있으면 한번 해 보라는 듯한 나의 여유 가득한 말에 아영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작게 중얼거렸다.

[ 정말이지······. 이 미친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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