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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16화 (16/242)

16화

16화. - 수정본

1 서클 마법. 슬립(Sleep).

본래 상대를 갑작스럽게 잠에 빠져들게 하는 정신계 마법의 일종이었지만, 철수가 직접 개량한 이 마법은 아영에게 기존의 목적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하하하! 오빠도 참!”

“에이. 진짜래도? 내가 저번에 말이야······.”

“아빠! 아빠! 나 핫초코 사주세요!”

“우리 은석이 핫초코 먹고 싶어요?”

“으아아아아아앙!”

“호호호호! 우리 남편이 글쎄 말이야.”

서로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커플들. 서로와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 거기에 남편과 자식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나누는 주부 모임까지. 여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풍경이었지만, 그러한 풍경 속에서 눈을 뜬 아영은 경악했다.

“뭐야. 여긴 어디야······?”

방금까지 자신의 앞에 앉아 있던 그 반쯤 정신 나간 중학생은 어디 가고 아까와는 전혀 다른 생소한 장소에서 눈을 뜬 아영. 그리고 그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신의 소지품들을 찾으며 당황한 얼굴로 지나가던 점원을 불렀다.

“저······저기요!”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스쳐 지나가는 점원. 안 그래도 당혹스러운 상황에서 눈길조차 주지 않는 점원의 응대에 약간 짜증이 난 아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점원에게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이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기요! 제 말 안 들리세······. 어······?”

점원에게 손을 뻗었지만 마치 유령처럼 그의 등을 통과해버리는 자신의 손. 두 눈으로 보고도 지금의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 듯, 그녀는 수 초의 시간이 지나도록 멍하니 자신의 손을 바라보다 이내 날카로운 비명과 같은 소리를 내지르며 말했다.

“뭐······. 뭐야! 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거야!”

미친 사람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아영은 자신을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듯,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들과 그 어떤 것도 만질 수 없는 자신의 상태에 이내 상황을 조금은 깨닫기 시작했다.

“꿈······? 이게 꿈이라고?”

마지막에 들려왔던 그 자그마한 속삭임.

생생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그 속삭임을 떠올리며 아영은 이것이 꿈이라는 사실을 자각했지만, 그녀의 당혹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불가능해. 어떻게 이렇게 생생한 꿈을······.”

꿈은 과거의 기억과 단편적인 망상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무의식의 투영이다.

그렇기에 아영을 비롯해 대부분은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도, 또 꿈을 선명하게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저 단순한 상념의 조각이나 일면만을 흐릿하게 떠올릴 뿐.

하지만 지금 아영이 꾸고 있는 이 꿈은 현실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생생하고 또 또렷한 의식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게다가······.

[ 긴급 속보입니다. 나토와 러시아, 그리고 중국 정부가 진행한 삼자 협상이 결국 최종적으로 결렬되었습니다. 이번 협상을 통해서 최근 파국으로 치닫고 있던 패권 경쟁과 극심한 자원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수많은 이들이 관련 소식을 듣고 많은 실망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서 현재 국제 정세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

[ 미국 정부가 오늘 현지 시각 00시를 기해 유럽 연합을 침공한 러시아 정부에 최후통첩(Ultimatum)을 선포했습니다. 24시간 내로 모든 전투 행위를 중단하고 병력을 철수하지 않으면 가용 가능한 모든 군사적 수단을 동원하여 이를 저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 중국 정부는 러시아 정부와의 연대를 강조하며 양국이 맺은 중-러 상호 방위 조약의 굳건함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력의 견제와 압박을 벗어나고 중국의 국익과 안보를 지키기 위한 필수 불가결의 결정이며, 이를 시험하거나 도전하는 그 어떤 행위도 하지 말라고 미국 정부를 향해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

[ 다음 뉴스입니다. 한국 정부는 최근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는 패권국들의 분쟁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외교적 협상과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외교부 내에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현재 국제 정세에서 이러한 중립적인 외교적 전략은 양쪽 모두를 자극할 수 있다며 깊은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

카페를 벗어나 길거리를 배회하던 아영의 눈앞에 보이는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뉴스.

어느 고층 빌딩에 설치된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오늘의 시간을 확인한 아영은 멍한 얼굴로 입을 벌렸다.

“20······. 40년······?”

2040년 5월 12일.

정확히 20년 후의 미래.

어떻게 자신이 경험하지도, 상상해본 적도 없는 이 미래의 순간에 서 있는지, 어째서 이 꿈이 이렇게나 선명한지 그 어떤 이해도, 추측도 할 수 없었지만, 아영은 한 가지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 이 세상은 20년 후에 수많은 문제를 직면한 인간들의 이기심과 아집 속에서 자멸하게 되고 또 수천만······. 아니, 수십억의 사람들이 끔찍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죠. 바로 우리 문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과학 기술에 의해서 말이죠. ]

아까 전까지 자신이 정신 나간 헛소리라고 치부했던 그 꼬맹이의 이야기가 어쩌면 그냥 아무렇게나 하는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도 안 돼······. 그런 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아영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고작 20년 후에 자신이 살아가는 이 세상이······.

수천, 수만 년 동안 쌓아 올린 이 찬란한 인류의 문명이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에 아영은 마치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혼잣말로 연신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강렬한 염원과 다르게 이 꿈은 분명한 악몽(Nightmare)이었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이이잉

귀를 찢을 것처럼 날카롭게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갑작스럽게 시작된 이 불길한 소리에 평범하게 길거리를 지나가고 있던 수많은 이들이 길거리에 당황한 얼굴로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고 도로를 주행하던 수많은 차량이 멈춰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의 얼굴이 공포에 물들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현재 우리나라를 향한 핵 공격이 감지되었습니다. 공습 경고를 발령합니다. 훈련 상황이 아닌 실제 상황입니다. 이 경보를 듣고 있는 모든 시민 여러분들은 지금 즉시 가장 가까운 지하 대피소나 지하철역으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현재 우리나라를 향한 핵 공격이 감지······. ]

핵 공격을 알리는 공습 경고와 그칠 줄 모르는 요란한 사이렌 소리.

비명을 지르며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수많은 행인과 차에서 탈출해 어디론가 황급히 걸음을 옮기는 운전자들. 한순간에 평화롭던 길거리가 아비규환이 된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아영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분명하게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쿠우우우우우우웅.

저 멀리 하늘 저편에서 구름을 뚫고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붉은 빛의 투사체.

어디에서, 어떻게 날아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을 본 아영과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지금이 바로 자신들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마치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그 찰나의 순간이 지나고. 터져나간 핵폭발.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완전히 태워버리는 새하얀 섬광과 함께 밀려오는 강력한 충격파에 초고열의 폭풍은 수백······. 아니, 수천의 군중들이 완전히 증발시켰다.

그 높은 빌딩과 건축물도, 도로를 가득 메우던 차량도, 단단하게 땅에 뿌리를 박아 내린 커다란 가로수도. 그 어떤 것도 인류가 만들어낸 사상 최강······. 최악의 무기의 위력을 버텨내지 못했다.

“아아······.”

그 죽음의 폭풍이 사라지고 난 후 잿빛 먼지와 잔해들로 어둑해진 하늘.

단 한 순간에 번화했던 대한민국의 수도이자 심장부인 서울이 죽음만이 가득한 폐허가 되어버린 이 참혹한 현실을 바라보며······. 그녀는 이 모든 것을 부정하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아······안 돼! 안 된다고!”

“······?”

“······.”

카페 안을 떠나가라 커다란 비명을 내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영. 그리고 그녀는 완전히 조용해진 카페 안에서 수십 명도 넘는 사람들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이내 그 모든 것이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기 손님······. 괜찮으세요?”

자신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카페 직원. 그런 그의 물음에 아영은 이제야 현실을 자각하고는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 제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이상한 악몽을 꿔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자신이 한 추태가 부끄러운지 사람들에게 연신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는 아영을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던 점원은 이내 뭔가 우스운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엄청 끔찍한 악몽을 꾸셨나 보네요.”

“그렇죠······. 엄청 끔찍했죠······.”

점원은 이미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지만, 멍한 얼굴로 혼자 중얼거리던 아영. 그리고 그녀는 이내 멀린이라는 그 중학생 꼬마가 했던 말들을 다시 한번 곱씹어보기 시작했다.

[ 제가 하는 모든 것들은 그냥 단순한 컨셉질이 아니에요. ]

[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이 지구의 멸망을 막아서기 위해서 하는 것들이죠. ]

[ 백문이 불여일견. 그러면 직접 보고 오세요. ]

이 지구가 멸망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또 그것을 막기 위해서 그 정신 나간 기행을 벌인다는 정신 나간 중학생 소년.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헛소리가 너무나도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다가오자 아영은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 부디, 좋은 꿈 꾸시길. ]

흠칫.

순간 자신의 귀에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아영. 그리고 그녀는 문득 이마에 식은땀이 잔뜩 맺혔다는 것을 깨닫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티슈를 집어 들었다.

“이건······?”

손에 잡힌 티슈에 꼬깃꼬깃 적혀 있는 하나의 메시지.

그 메시지를 읽은 아영은 방금까지 들던 그 미약했던 의구심마저 사라지고 이제는 비로소 확신할 수 있었다.

[ 직접 보니까 어때요? 이제는 내 말을 믿으시려나? ]

자신이 봤던 그 정신 나간 꼬맹이가 하던 이야기가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마치 자신이 꾼 꿈이 어떤 것인지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이 적혀 있는 메시지. 마치 ‘내 말이 맞지?’라며 의기양양 하는 듯한 그 메시지에 아영은 묻고 싶은 것도, 따지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그러한 자신의 반응을 예상했는지, 이미 자리를 떠 버린 그는 분명하게 자신에게 다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 혹시라도 어디 가서 보신 거 떠벌리고 다니지는 마세요. 저처럼 미친놈 취급받으니까요. ]

[ 지금은 이상한 짓 하지 마시고 그냥 얌전히 제 뮤튜브 채널만 잘 관리해 주세요. 나중에 추가적인 계획이 생기면 그때 다시 따로 연락드리죠. ]

이상한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시키는 것만 해 달라는 경고가 팍팍 담겨 있는 메시지. 그것을 읽으며 아영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굳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 지구의 멸망을 지키기 위한 행보라······.”

너무 말이 안 되는 허무맹랑한 어린아이의 유치한 상상 같은 이야기.

하지만 그런 그 목표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영은 자기도 모르게 묘한 미소를 지었다.

[ 저랑 용용이와 함께 이 인류 모두에게 마법의 위대함을 가르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신다면 그 비참한 결말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앞으로 그 행보에 아영 씨도 열심히 참여해 주실 수 있다면 좋겠어요. ]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그 유치찬란한 용가리 인형을 손에 들고 지구의 멸망을 막아내겠다는 멀린. 고작 중학생 정도 수준으로 보이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던 아영은 문득 이 엄청난 진실을 카메라에 대고 이야기하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중얼거렸다.

“진짜······. 미쳤네.”

이딴 건 미국 대통령이 말해도 아무도 안 믿을 개소리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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