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14화 (14/242)

14화

14화.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 귀인 열전

그 초거대 커뮤니티와 함께 합방을 진행하면서 평소보다 훨씬 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수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모인 상황에서 벌어진 이 일련의 해프닝은 그저 사소한 사고로 잊히기에는 너무나도 큰 파급력을 가지고 왔다.

[ 이 마법과 마술도 구분할 줄 모르는 무식하고 미개한 인간 조무사 같은 놈들아. ]

휘황찬란한 별이 가득 박혀 있는 망토와 고깔모자. 거기에 어린애가 가지고 놀 법한 장난감들을 들고 있는 괴상한 복장의 미친놈.

그리고 그는 하늘 같은 구독자들 앞에서 감히 인간 조무사라는 듣도 보도 못한 비하 발언으로 폄훼하는 것을 시작으로 온갖 인간 혐오(?)적인 발언을 거침없이 일삼으며 화룡점정으로 모두의 앞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 우리 인류는 앞으로 20년 후에 멸망합니다. 알겠어요? 진짜 다 뒤진다고요! ]

어디 사이비 교주나 할 법한 인류의 종말을 예견하며 급하게 종료된 방송은 뮤튜브에 정식으로 올라가지도 않았지만, 이미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던 수많은 구독자에 의해서 빠르게 편집되고 변형되어 인터넷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 인기 뮤튜브 채널. 귀인 열전에 등장한 종말 예언론자.

- 충격! 인류는 20년 후에 멸망한다? 과연 그 진실은!

- 이 세상의 유일한 대마법사 멀린. 그는 누구인가?

- 때아닌 종말론. 마법을 진짜라고 믿는 어린아이의 해프닝.

그 누구보다 빠르게 자극적인 이슈를 이용해 클릭 수 뽑아내기 급급한 하이에나 같은 삼류 인터넷 언론에 의해서 내가 만들어낸 이 사건은 기사로 만들어졌고, 또 사이버 렉카들은 이 탐스럽고 맛있어 보이는 먹잇감에 누가 볼세라 빠르게 달려들어 마음껏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며 아주 환장스러운 파티를 열고 있었다.

[ 예. 여러분. 자그마치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귀인 열전 채널에서 인간 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십니까? 아니, 저기 저 게스트로 나온 애새끼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심한 말을 구독자들에게 할 수 있을까요? 인간 조무사? 저건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조무사 분들을 비하하는 혐오 발언입니다. 뮤튜브에서 저런 덜떨어진 놈은 제재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

[ 자기가 이 세상의 유일한 마법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자기가 멀린이라고 주장하는 이 사람은 딱 보기에도 정상이 아닌 것 같은 괴상망측한 복장을 하고 있는데요. 최근 유명 뮤튜버. 한성님과 함께 방송을 진행하던 중에 갑작스럽게 시청자들과 싸움을 시작하면서 했던 발언들이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이에······. ]

[ 야. 형이 장담하는데. 멀린인지 간달픈지 하는 새끼. 그거 오래 못 가는 하꼬 새끼야. 하는 짓이나 컨셉이나 딱 봐도 자극적으로 어떻게든 사람들 시선 끌어서 구독자랑 조회수 빨아보려고 발악하는 거잖아. 마법? 그리고 뭐? 20년 후에 인류가 멸망한다고? 진짜 지랄도 적당히 해야지 그딴 소리를 누가 믿겠냐? ]

기사까지 뜨며 온갖 커뮤니티에 퍼지는 와중에 수십 만에서 자그마치 100만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사이버 렉카까지 이 떡밥을 물어버린 상황. 그리고 그렇게 부글부글 뜨겁게 끓어오르는 반응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나는 너무나도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크크크······. 크하하하하하하하하!!!”

성공적으로 광역 어그로를 시전한 상황.

그리고 그 효과는 내가 기대하던 그 이상으로 강력했기에 나는 몇 번을 확인하고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계속해서 새로 고침을 누르고 있었다.

[ 너도 할 수 있어. 마법사가 되는 법! ]

구독자 수 – 24만.

귀인 열전에 출연한 지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2배나 늘어난 구독자 수.

방송 하나 했다고 달성한 수치라고 하기는 도무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준이었지만, 이제 막 사이버 렉카들이 달려들어 물어뜯기 시작한 상황이라 그런지 그 상승세는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구독자 수의 상승 속도가 탄력을 얻고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는 상황. 도대체 얼마나 구독자를 끌어모을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나는 행복회로를 머릿속에서 전력으로 돌리며 온갖 망상을 다하기 시작했다.

“한 50만은 찍으려나? 아니면 100만? 이러다가 설마 200만 찍고 귀인 열전을 추월해버리는 건 아니겠지? 그건 완전 청출어람인데.”

이미 ‘나름’ 성공한 뮤튜버의 기준인 20만을 돌파해버린 상황. 그렇기에 나는 앞으로 벌어들이게 될 천문학적인 수준의 돈을 떠올리며 연신 실실거리며 용용이를 붙들었다.

“야. 용용아. 우리 대박 났다. 대박 났어.”

[ 뭐가 대박인데? 이딴 광대 짓이나 하라고 마법이 존재하는 줄 알아? ]

내가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드는 듯, 볼멘소리로 투덜거리는 용용이. 그리고 그는 또다시 그 지겨운 레파토리로 쫑알쫑알 잔소리하기 시작했다.

[ 마법은 말이야······. 자고로 신의 축복을 받은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이자 권능 같은 거야. 나 같은 선택받은 지고의 종족인 드래곤이야 이루 말할 것 없이 당연한 일이지만, 하등하고 열등한 인간 중에서는 오직 극소수의 재능을 가진 자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게 마법이야. 그래서 마법사가 된 자들은 아무리 그 경지가 낮더라도 인간들 사이에서는 기본적으로 귀족 대우를 받으며 존중받았다고. ]

마치 라떼는 말이야······. 하면서 옛날이야기를 하며 설교하는 직장 상사처럼 마법의 위대함과 마법사의 품위에 대해서 주저리주저리 떠벌리는 용용이는 정말 한심하고 또 이 상황이 개탄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그런데······. 그런 마법을 배워놓고 한다는 짓이 고작 사람들 앞에서······. 그 카메라인지 뭔지 하는 거 앞에서 그 빌어먹을 복장에 유치찬란한 요술봉이나 들고 재롱이나 부리고 있어? 어휴······. 진짜 내가 인간은 아니긴 하지만, 판달리아의 마법사들이 네가 하는 짓거리 보면 진짜 피눈물을 쏟으며 마법사 다 죽었다고 통곡을 내지르겠다. 내가 왜 이런 빌어먹을 세상에 오겠다고 나서 가지고는 이 고생인지. ]

내가 하는 짓이 정말 마음에 안 드는 것 같은 용용이. 하지만 나는 그런 용용이의 잔소리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정말 킹받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받아쳤다.

“그래서 어쩔 건데? 그렇게 꼬우면 인형으로 넘어오지 말고 본체로 오던가.”

[ ······. ]

그 말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용용이. 뭐가 되었든 아무것도 아닌 중국산 짝퉁 인형에게 깃들어버린 그의 영혼이 지금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이 반쯤은 정신이 나가 있는 것 같은 1서클 마법사가 하는 광기 어린 행보를 지켜보고 있어야만 할 뿐.

“걱정하지 마. 나도 이런 광대 짓은 오래 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조만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할 생각이니까 네가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마법의 정보들.

이 평화로운 지구에서 감히 사용할 엄두도 낼 수 없는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것들부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온갖 비효율적이고 잡다한 마법들이 가득했지만, 그중에서는 분명히 이 세상을 더욱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놀랍고 유용한 마법 역시 수두룩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 모든 것들은 현실성이 떨어졌다.

“당장은 마나가 부족해서 그 어떤 것도 할 수가 없어. 최소한 정체가 드러나도 나랑 누나는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경지에는 올라야 하잖아?”

나 혼자 마법사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야말로 소리소문없이 납치당해 일평생 51구역이라던가 51구역이라거나 51구역 같은 곳에서 마법에 관한 지식이나 뽑히는 끔찍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상황.

그렇기에 나는 최대한 이 미친놈 같은 연기를 통해서 빠르게 돈을 모아놓을 필요가 있었다.

“마나가 희박한 이 세상에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7 서클······. 아니 5 서클에 오르는 것도 수십 년은 더 걸리는 상항이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릴 생각이 없어.”

[ ······. 도대체 뭘 어쩔 생각인 건데? ]

“뭐긴, 인공적으로 마나를 대량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거점을 구축해야지.”

[ 뭐······? ]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가 유지되고 또 번성하며 순활할 때 가장 그 힘이 강해지는 자연 그대로의 원천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정순한 에너지. 마나.

이 마나라는 자원을 최대한 많이 뽑아내기 위해서, 나는 이 지구에······. 대한민국 어딘가에 인공적으로 순수한 대자연의 생태계를 구축할 생각이었다.

[ 그러니까······. 땅을 사서 거기다가 주인만의 생태계를 구현하겠다는 말이야······? ]

“그래. 대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살펴봤는데 꽤 괜찮은 방법들이 있던데?”

[ 뭐······?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수많은 방법. 하지만 마법의 종주라고 뻗대고 다니는 용용이도 전혀 모르는 것 같은 눈치였기에 나는 손을 휘휘 저으며 의기양양한 태도로 말했다.

“그런 게 있으니까 잘 지켜보고 있으라고. 일단 네가 살던 곳과는 다르게 이 세계는 모든 땅은 다 저마다 주인이 있어서 그냥 아무거나 막 건드렸다가는 은팔찌 차야 한다고. 그러니까 일단 돈부터 벌어서 먼저 내 땅부터 만들어야······.”

내가 왜 돈을 버는 데 급급한지에 대한 이유를 한참 동안 설명하던 나는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입을 다물었다.

[ 이아영 편집자 ]

“뭐지······?”

나에게 처음 메일로 연락해왔던 귀인 열전의 편집자. 이아영.

방송을 끝내고 거의 찢어 죽일 것 같은 표정으로 달려들던 한성에게서 도망치듯 빠져나오며 작별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기에 다시는 만날 일 없으리라 생각했던 그녀가 먼저 전화를 걸어오자 나는 의구심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여보세요?”

하지만 나는 밀려오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전화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수화기 너머로 그 특유의 높은 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하세요. 멀린님. 저 아시죠? ]

“예. 뭐······. 알죠······?”

사고를 쳐도 아주 초대형 사고를 쳐놨기에 조금은 대화하기 껄끄러운 상대. 그렇기에 나는 조금은 떨떠름한 목소리로 그녀의 물음에 답했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빠꾸 없는 고백에 할 말을 잃었다.

[ 저 그때 그 일 때문에 잘렸어요. ]

“······.”

나를 섭외한 것에 대한 대가로 책임을 지고 잘 다니고 있던 직장에서 잘렸다는 아영. 그녀가 잘리게 만든 주요 원인이기에 나는 무슨 말을 해 줘야 하나 고민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에 잠겨 입을 다물고 있을 그때, 아영의 나지막한 물음이 들려왔다.

[ 우리······. 잠깐 만나서 이야기나 좀 할까요? ]

*

어느 한적한 카페.

그곳에 평범한 옷차림으로 앉아있는 나는 용용이만큼은 챙긴 채 긴장한 얼굴로 카페에 앉아서 아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 주인. 그런데 도대체 왜 만나자고 한 거야? ]

그리고 그런 내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어오는 용용이. 하지만 나는 조금은 난처하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나 때문에 직장에서 잘렸다는데 어떻게 하냐? 내가 일부러 자극적으로 어그로 끌려고 트롤짓한 것도 사실이고. 미안하긴 미안하잖아.”

안 그래도 험난한 취업 시장. 먹고 살기 힘든 같은 청년의 처지에서 다른 사람의 밥그릇을 뒤엎어버린 이상 양심이 찔리지 않으면 그건 사람 새끼가 아니기에 나는 도의적으로라도 그녀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나도 편집자 한 명은 두면 편하긴 할 것 같거든.”

처음에는 아영이 그저 사과를 요구하며 나한테 직장에서 잘린 것에 대해 따지려고 전화한 줄 알았지만, 그녀가 나에게 바란 것은 사과가 아니었다.

[ 이왕 이렇게 실업자가 된 거······.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데 혹시 멀린님은 직원 같은 거 따로 필요 없으세요? 안 그래도 채널이 갑자기 팍 커진 상태라서 혼자 관리하시기에는 버거우실 것 같은데? ]

내 채널의 편집자로 일하고 싶다며 채용해 달라는 아영. 그리고 나는 솔직히 그 제안에 끌렸기에 그녀와의 만남을 수락했다.

[ 그 인간이 복수하겠다고 갑자기 배때기에다가 칼이라도 쑤시면 어쩌려고? ]

법보다 주먹과 칼이 가까운 판달리아.

강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그 험난하고 마초스러운 세계에서 살아가던 용용이는 여간 이 만남이 미심쩍은 듯한 눈치였다.

“야. 걱정하지 마. 이래 보여도 나도 예전에는 건장한 대한민국의 성인 남성이라고. 너는 모르겠지만, 내가 군대에 있을 때도 나름 특급 전사도 달았던 유능한 인재······.”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옆에서 갑자기 느껴지는 인기척에 말을 멈추고는 무심코 고개를 돌려보았다.

“흐음······.”

무언가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영.

내가 두 손으로 용용이를 붙잡고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나누고 있는 그 모습을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너무나도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역시······. 미친 척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미친 거였네요.”

“······.”

“마음에 들어요.”

“······?”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고 고민하는 와중에 이 상황이 정말 마음에 든다는 아영. 도대체 멀쩡한 중학생이 인형 하나를 붙잡고 진지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는 모습이 너무 좋다고 말하는 그녀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고민하는 그때.

용용이의 진심을 담은 탄식이 내 귓가에 들려왔다.

[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곳이길래 죄다 미친 새끼들밖에 없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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