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주인공 마법 만세!-8화 (8/242)

8화.

8화. - 수정본.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탄생한 스마트폰.

한 손에 들어가는 그 작은 만능기계를 통해서 전 세계인의 일상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변화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변화를 하나 꼽자면 그것은 바로 뮤튜브의 탄생이었다.

동영상 스트리밍 전문 플랫폼. 뮤튜브.

저마다의 독자적인 콘텐츠를 영상으로 찍어 올리고 그 영상을 시청하는 구독자들을 기반으로 광고를 노출하며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그야말로 창조 경제의 전형적인 모범 사례라고 해도 될 법한 이 산업은 한 개인으로서는 이전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부와 명성을 거머쥘 수 있는 아주 좋은 수단이 되어버렸다.

[ 예. 오늘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릴 제품은요. 바로 일본에서 잡자마자 바로 냉동해서 직접 배송해준 참치인데요. 이걸로 오늘 참치회 먹방 한번 찍겠습니다. 좋아요. 구독. 댓글까지! 부탁드립니다. ]

[ 죄송합니다. 사망늑대입니다. 최근 이상한 광고가 뮤튜브에 계속 뜨는 걸 발견했는데요. 바로 여기 이 외국인이 어느 화장품을 극찬하고 있는 광고입니다. 제가 거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들어서 조사를 시작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 아. 형들. 코스피가 오늘도 또 떡락했네요. 이거 참 슬픈 소식이죠. 도대체 과연 언제쯤이면 탈출할 수 있을지 벌써 머리가 어질어질합니다. 일단 차트부터 보면서 분석 시작할까요? ]

[ 수상한 짐승! 오늘 저희가 해부해 볼 동물은 바로~ 플라나리아입니다! 바로 가보죠! ]

경제. 시사. 요리. 정치. 과학, 예술······.

그 어떤 장르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주제에 전문성 있고 양질의 정보까지 첨가되어있는 영상들이 가득한 뮤튜브. 노력과 운이 조금만 따라줘도 일반 직장인 월급은 우스울 정도로 많은 수익을 벌어들일 수 있었기에 이 시장에 온갖 종류의 뮤튜브들이 난입하며 최근 춘추 전국 시대를 방불케 하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 자. 행님들. 오늘 제가 보여드릴 콘텐츠는 개념 없는 고삐리들 참교육하는 영상입니다! 민증도 없는 새끼들이 감히 제가 일하는 편의점에 담배 뚫으러 오는 거. 방금 저한테 완전 딱 걸렸습니다! 정의구현 바로 가겠습니다. ]

[ 세계가 놀란 대한민국. 최근 한 미국인 배우가 한국에 방문했다가 친절한 한국 사람의 태도에 깜짝 놀라며 미국 방송에서 이야기한 일화가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

[ 맨몸 운동에서 맨몸이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맨몸은 바로 아무것도 입지 않은 몸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로 지금부터 맨몸으로 스쿼트를 하는 법에 대해서 보여드리죠. ]

온갖 자극적이고 경악스러운 기행들을 일삼으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모으며 노골적으로 조회 수를 빨아먹기 위해 어그로를 끄는 수많은 뮤튜버들. 하지만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영상이 업로드되는 이 거대하고 방대한 세상에서는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는 힘들었다.

오직 1%를 제외한 나머지 99%가 소리 없이 사라져가는 험난한 정글과도 같은 세계.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쉽지 않은 뮤튜브의 세상에 발을 들였지만,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아니, 그야말로 자신감에 한껏 취해 있었다.

우우우우웅.

내 손에서 공명하는 마나의 힘.

그리고 이내 본능처럼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스쳐 지나가는 복잡한 수식과 함께 나는 그 시동어를 외쳤다.

“파이어.”

화르르르르르.

나의 손에서 타오르는 새빨간 주홍빛의 화염.

물론 그 크기와 규모가 그저 작은 화롯불에서 피어오르는 수준으로 아주 작았지만, 나는 영롱하게 반짝이는 그 불빛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크크크······. 크헤헤헤헤.”

최초로 이 세상에 구현된 진짜 마법.

고작 1 서클에 불과한 같잖은 수준의 기초적인 마법이었지만, 이건 분명하게 이 지구를 지탱하는 아주 기본적인 법칙을 완전히 무시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연료로 쓰일 그 어떤 물질도, 불을 피워올릴 그 어떤 점화원도 없이, 그저 나의 의지만으로 내 손에서 일렁이며 타오르는 불꽃. 마치 프로메테우스가 처음 인류에게 불을 선사했을 때와 같은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하염없이 내가 시전한 마법을 바라보고 있을 그때. 용용이의 한심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주인은 그게 그렇게 좋아? ]

“그럼. 좋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마법.

그 마법이 실존하는 것을 넘어 나의 의지에 따라서 이 세상에서 구현되고 있다.

내가 바로 이 세상의 유일한 마법사라는 사실이, 그리고 이 마법을 통해서 이 세상을 구원해야 한다는 그 거대한 과업이 나에게 막중한 책임감을 넘어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자신감을 선사하고 있었다.

[ 그래서······. 주인이 말했던 그 뮤튜브인지 뭔지 하는 게 이거야? ]

“맞아. 여기 이 사이트에다가 영상을 업로드를 하게 되면 이제 이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볼 수 있게 되는 거지.”

새롭게 만들어진 나의 채널.

[ 너도 할 수 있어! 마법사가 되는 법. ]

아직 영상 하나 올라가지 않은 구독자 0의 깨끗한 채널. 특별하게 뭐 문제랄 것도 없는 상태였지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필이면 왜 이런 애매한 나이로 돌아와서 뮤튜브 계정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드냐 진짜.”

현재 만 14살이 아직 안 되는 나의 상태로는 뮤튜브의 정책상 내 이름으로 계정조차도 제대로 만들 수 없었기에 부득이하게 다른 사람의 명의를 쓸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누나 이름으로 쓴다고 딱히 문제가 될 건 없겠지만······ 그래도 수익 창출되기 시작하면 나중에 머리 아프긴 하겠네.”

갑자기 통장에 꽂히기 시작할 어마어마한 액수에 이게 뭐냐고 온갖 호들갑을 떨 영희를 생각하며 중얼거리던 그때. 현관문의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려오자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뮤튜브 채널을 닫았다.

“쩝······.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양반은 아니구먼······.”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알기에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방문을 열고 들이닥친 영희는 험악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김철수! 너 진짜 미쳤어? 정학 먹었다고?”

“어. 30일. 아주 꽉꽉 채워서 주더라고.”

마치 남의 일 이야기하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무덤덤하게 말하는 내 반응을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영희. 그리고 이내 답답하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며 중얼거렸다.

“아니······. 후······. 너 정말 갑자기 왜 그래?”

“뭐가?”

“조금 엉뚱하기는 해도 철수 너는 누구 때리거나 그런 아이는 아니었잖아.”

정확히 말하자면 누구를 때리거나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부족했던 유순하고 유약하기 짝이 없었던 어린 시절의 나. 그때의 그 모습만을 바라보던 영희는 나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엇나가는 건데? 너까지 이러면 나 정말 힘들어.”

너무 어린 나이에 가장의 노릇을 떠맡아야 했던 영희. 혼자만의 힘으로 나를 양육하며 거기에 자신의 공부까지 착실하게 해내는 누나의 노력과 헌신은 분명 고맙고 또 존중받아야만 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그녀가 원하는 동생의 모습만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말했잖아. 그 자식은 맞을 만한 놈이었다고. 내가 나서지 않았으면 아마 괴롭힘을 받던 아이는 크게 다쳤을걸? 어쩌면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고.”

비록 그 방식은 잘못되었다고 하지만 그 의도와 결과는 분명히 정의로운 나의 행동. 그렇기에 나는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얼굴로 영희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나서서 너까지 징계를 먹으면······.”

“그러면? 그냥 비겁하게 같은 반 친구가 괴롭힘을 당해도 모른 척 가만히 있으란 말이야?”

“······.”

나의 물음에 영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아무 말 없이 조금도 후회의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나의 확고한 신념이 가득한 눈만을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에휴······. 그래. 너 잘났다. 잘났어. 아주 정의의 사도 납셨네.”

화가 잔뜩 난 상태로 나를 한바탕 혼내려고 방에 들어섰지만 결국 내가 한 일이 옳다는 사실에 동의하는 영희는 조금은 풀어진 얼굴로 비아냥거리듯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중얼거림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그럼. 동생 잘난 거 이제 알았어?”

“이게 또 까불어. 진짜 죽는다.”

내 깐죽거림에 주먹으로 머리를 한 대 쥐어박는 영희는 이내 진심을 담아 진지하게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잘했다. 정말로.”

내 선택을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그녀.

비록 성깔은 더럽지만, 마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올바른 성정의 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이내 헛기침을 하며 다시 날카로운 눈빛을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한 달 동안 정학인데 설마 그 시간 동안 공부는 안 하고 만날 농땡이만 피울 생각은 아니겠지?”

“걱정하지 마. 공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철저하게 해 둘 테니까.”

중학교 2학년 수준의 공부라고 해 봐야 30대 중반의 아저씨까지의 삶을 살아왔던 나에게는 껌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간단한 내용이기에 나는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흔들었지만, 영희는 황당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너 진짜 도대체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이야? 저번 중간고사는 무슨 반에서 뒤에서 5등 해놓고?”

“······.”

다시 돌이켜보면 공부에 딱히 관심을 두지 않았었던 학창시절. 언제나 개판을 치던 성적을 받아왔기에 나의 그 호언장담을 듣는 누나의 눈에는 일말의 믿음도 찾아볼 수 없이 철저하게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백문이 불여일견. 나도 다 컸으니 이제 내 앞가림은 알아서 해야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누나 공부나 열심히 해. 대학원 석사도 엄청 빡세다며.”

“빡세기는 빡세지······. 지금 읽어봐야 하는 논문들만 해도······. 으으으······.”

자신의 공부 이야기가 나오자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몸서리치는 영희. 그리고 그녀는 마치 보란 듯이 자신의 가방에서 두꺼운 종이 뭉치를 한가득 꺼내 들며 말했다.

“우리 지도 교수가 과제라고 오늘 준 거 보이냐? 자그마치 500페이지짜리 이 논문? 전부 다 영어로 되어 있는 원문이야. 이걸 무슨 한 달 동안 다 읽고 리뷰를 작성하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마치 한탄하듯이 투덜거리는 그녀. 하지만 문득 그 종이뭉치를 집어 페이지를 펼쳐본 나는 이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어······?”

[ 존재론 차원과 인식론 차원을 중심으로 한 물리학의 해석 ]

이름만 봐도 도대체 무슨 해괴한 소리인지 모를 괴상한 논문.

하지만, 그 논문 한가운데 적혀져 있는 복잡미묘한 수식을 보자 나의 머릿속에는 온갖 정보의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 보이는 형(形)과 존재하는 형(形). ]

[ 환원되고, 되돌리며, 돌아온다. ]

[ 마나의 위상적 특이점. 차원론의 해석 ]

“이게 도대체······.”

양극단에 서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궤를 달리하는 학문.

마법과 과학.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학문은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이 드넓고 방대한 대우주에 숨어 있는 진리와 법칙을 이해하고 관조하며······. 통찰한다는 공통점이 말이다.

비록 그 방식과 과정은 완전히 달랐지만, 나는 그 논문의 수식을 통해서 가장 기본적이고 절대적인 하나의 순리를 깨닫게 되었다.

만류귀종[萬流歸宗]

고도로 발전한 과학은 마법과 다를 것이 없으며.

고도로 발달한 마법은 초-미래의 과학과 다를 바가 없다.

“너 갑자기 왜 그렇게 골똘히 보고 있어? 보면 뭐 이해는 되냐?”

너무 유심히 논문을 읽어보고 있는 나를 보며 의아한 얼굴로 물어보는 영희. 그런 그녀의 물음에 나는 나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이 대우주의 진리를 떠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순진한 중학생의 얼굴로 답했다.

“아니? 하나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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