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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7화 (7/242)

7화.

7화. - 수정본.

사대 중학교 2학년 3반 이민식.

어디 특출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모자란 것도 딱히 없던 그는 1학년 때까지만 해도 어디에서나 볼 법한 그저 그런 수준의 평범한 중학생이었다.

“야! 민식아. 오늘 학교 끝나고 축구 콜?”

“민식이 너 이번에 나온 신작 게임 봤어?”

그리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친구들 사이에 부대끼며 평범하고 즐거운 학창 시절을 보내던 그.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주친 한 사람으로 인해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뀌어버렸다.

[ 크크크······. 이 개보다도 못한 새끼가 어디서 반항이냐? ]

[ 너 같은 놈 하나는 그냥 죽여버려도 그게 끝인 거 몰라? ]

[ 착각하지 마. 저항하면 저항할수록 고통스러워지는 건 너니까. ]

[ 우리는 너희 집 주소도 알거든? 신고하면 그때는 너 하나로 끝나지 않을 테니 자신 있으면 어디 한 번 신고해 봐. ]

누가 봐도 악랄하다 싶을 정도로 매일 같이 집요하게 괴롭히기 시작한 원석의 패거리. 처음에는 나름대로 저항하고 또 반항해보기도 했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그는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해갔다.

동정 어린 시선을 보내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을 향해 용기를 내지 않는 동급생들에게.

알면서도 애써 모른 척 이 모든 상황을 방관하는 선생들에게.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전혀 알지 못하며 돈을 계속 요구하는 자신을 질책하는 부모에게.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실망하고 절망하며 지쳐가던 민식.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하며 자신의 이 지옥 같은 삶을 그만 포기하고 싶어지던 그때. 그는 단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적을 마주하고는 입을 벌렸다.

[ 어디 감히 내 소중한 꽃순이를 건드려? 뒤지려고. ]

콰아아아아앙.

단순하기 짝이 없는 주먹질 한 방.

하지만,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자신을 집요하게 괴롭히던 그 악마가 한순간에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박살이 난 얼굴로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 이어서 어마어마한 소동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호송되는 원석과 잔뜩 화가 난 학생주임을 비롯해 교감 교장 선생님들의 호들갑과 아우성. 당장에라도 이 사태를 일으킨 철수를 능지처참이라도 시키려는 듯이 악을 잔뜩 품고 달려들었지만, 그는 너무나도 당당하게 이 사태에 맞섰다.

[ 어? 지금 때리시게요? 이거 엄연히 아동학대······. 아니지 이제 청소년 학대인가? 아무튼, 야! 지금 학주가 내 멱살 잡은 거. 이거 찍고 있지?” ]

[ 어······? 으응! 찌······찍을게! ]

[ 이······새끼들이······! 지금 뭣들 하자는 거야? 어? ]

[ 뭐하긴요. 이 신성한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려는 범죄 행위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한 영상을 찍고 있죠. 제가 잘못한 게 있다는 건 인정하는데요. 그냥 말로 하시죠? 괜히 화풀이하겠다고 주먹 휘두르시다 같이 가지 마시고. ]

잔뜩 새빨개진 얼굴로 주먹을 휘두르려는 학생주임의 행동에 당당하게 맞서며 카메라로 이 모든 상황을 촬영하라고 지시하는 철수. 그런 그의 지시에 자신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민식이 촬영을 시작하자 놀랍게도 그 폭력적인 학생주임은 마치 순한 양처럼 돌변했다.

[ 이······이······. 너! 그리고 너! 따라와! ]

철수와 얽혀서 함께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된 민식. 하지만 원석의 피해자로서 지금껏 당했던 온갖 악랄했던 그의 만행에 대한 증언을 비롯해 이를 뒷받침할 온갖 명백한 증거를 들이밀자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 크흐흠······. 민식이 네가 참 많이 힘들었겠구나. 지금까지 왜 말하지 않았니. ]

[ 그래. 속상한 거 다 알겠는데, 일단 원석이가 너무 많이 다친 상태라······. 너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자. 알겠지? ]

[ 원한다면 나중에 학교폭력으로 정식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 주마. 하지만 지금은 일단 너나 원석이나 둘 다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한 것 같구나. ]

자신에 대한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원석을 응징할 생각은 없어 보이는 선생님들. 하지만 그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열과 성을 다해 한 사람을 응징하고 있었다.

콰아앙.

“에휴. 이 망할 놈의 세상. 어떻게 그 개차반 같은 새끼 응징 하나 했다고 나한테 징계를 먹이지? 오히려 똥통 같은 학교 하나 깨끗하게 정화해 줬다고 고맙다고 표창장 하나 던져줘도 모자랄 판 아닌가?”

거칠게 뒷문을 열어젖히며 등장한 철수. 그런 그를 보며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애써 시선을 돌렸지만, 오직 한 사람만큼은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처······철수야. 어떻게 된 거야?”

원석을 때린 것에 대한 징계를 확정받고 온 나에게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다가와 물어오는 민식. 그런 그에게 나는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30일 정학. 앞으로 한 달 동안 학교 나오지 말라더라?”

“그······그런······! 내가 분명 탄원서까지 썼는데 어떻게 그런······.”

학교에서도 전학을 제외한 가능한 최대한도의 징계를 때려버린 상황. 원석의 부상이 심각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지만, 분명 정상 참작할 여지가 분명했음에도 가차 없는 학교의 손속에 민식은 마치 자기 일처럼 분노하며 말했다.

“이건 말도 안 돼······.”

“그렇지? 우리 소중한 꽃순이 지키느라 그랬다는데 들은 척도 안 하더라. 이게 나라야? 어? 민식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교실 뒤편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작은 화분 하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노란 색의 이름 모를 꽃이 자라나고 있는 것을 히죽 바라보며 웃고 있는 철수는 조금도 화가 나지 않은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오히려 좋아하고 있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웃고 있는 거야······?”

“내가 왜 웃고 있냐고?”

정확히 정곡을 찔러오는 민식의 물음. 그런 그의 물음에 나는 팔로 어깨동무를 하며 민식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건 바로 이 상황을 내가 정확히 바라고 있었거든.”

“뭐······?”

“그렇잖아? 어차피 의미도 없을 학창시절에 앞으로 남은 20년 중의 2년을 멍청하게 평범한 학생인척하며 소진하라고? 내가 아무리 상황을 지켜보고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간 낭비할 필요는 없지.”

20년 후에 펼쳐질 종말의 미래.

그것을 막아서기 위해서라면 하루라도 빨리 움직이기 시작해야 하는데, 미성년자인 현재 상황으로는······. 그것도 학교에 다니면서 애들 장난도 아니고 유치하게 평범한 척 연기하며 대업을 이루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너무나도 명확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20년······? 시간 낭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충격받은 표정을 지으며 혼란스럽다는 얼굴로 중얼거리는 민식. 하지만 나는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가방을 어깨에 메었다.

“쓸데없는 일에 걱정하지 말고 너나 학교 잘 다녀. 어차피 그 원석인지 뭔지 하는 새끼는 쪽팔려서라도 전학 가게 될 테니까 너무 쫄지 말고.”

“으응······.”

“혹시라도 또 괴롭히는 새끼 나오면 연락해라? 알지?”

“······.”

내가 떠나간다는 사실에 무언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는 민식. 하지만 연락하라는 말에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이내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드르륵.

“뭐야? 야! 김철수! 너 왜 아직도 안 나가고 여기에 있어? 빨리 안 꺼져?”

“예. 갑니다. 가요~.”

때마침 수학 수업이 되어 교실에 들어온 학생주임의 난입에 나는 민식에게 눈을 찡긋거리며 교실을 나섰다.

그리고······.

드르륵.

“또 왜!”

다시 교실에 들어오는 나를 바라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소리치는 학생주임. 하지만 나는 당당하게 교실 뒤편에 놓여 있는 화분 하나를 집어 들고는 말했다.

“우리 꽃순이 놓고 가서요.”

“······? 그 화분이 네 거였어?”

“아닌데요?”

“그럼 왜 가져가는데?”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교실 뒤편을 장식하는 화분을 집어가는 나를 보며 황당한 표정을 짓는 학생주임. 소년원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원석의 문제는 어떻게든 조용하게 무마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며 꽃순이 하나 챙겨가는 나는 마치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며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는 그의 불합리함에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꼬우면 고소하시던가요.”

*

“후. 속이 다 시원하네.”

이제 겨우 아침 10시.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오전에 모두가 공부하고 있는 학교를 나서는 이 기분은 수업을 째고 도망쳐본 이들만이 느껴볼 수 있는 그런 기묘한 배덕감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짜릿한 기분을 한껏 즐기며 걸음을 옮기고 있는 나에게 시큰둥한 용용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도대체 뭘 어쩌자고 그런 짓을 벌인 거야? ]

괜한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자신의 조언을 깡그리 무시하고 보란 듯이 마나를 활용하며 주먹을 갈긴 내 행동을 한심하다는 듯이 질책하는 그였지만 나는 떳떳하게 말했다.

“뭐긴? 앞으로의 계획을 최대한 빠르게 실행하기 위해서 벌인 짓이지.”

[ 앞으로의 계획······? ]

“너도 알겠지만, 지금 이 지구의 마나 밀도로는 아무리 빠르게 마나를 축적한다 하더라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지? 이 정도로 형편없는 밀도라면 10년은 꼬박 모아야 5 서클을 형성할 수 있을까 말까 한 수준이니까.”

불과 이틀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1 서클을 형성하긴 했지만, 서클이 하나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마나량. 기본적으로 나의 마법적 경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대기 중의 마나 밀도를 최대한도로 늘려줄 필요가 있었다.

“환경도 지키고, 서클도 높이고, 돈도 벌고, 명성도 얻고. 아주 일타쌍피 트리플에 쿼드라까지 혼자 다 해 먹어야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용용이. 그리고 그는 한심하다는 듯이 투덜거렸다.

[ 어떤 생각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정확히 뭘 어떻게 하려는 건데? 지금 당장 그 정도 수준으로는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잖아. ]

기본적으로 1서클 마법사는 마법사로 취급받지 못한다.

아무리 재능이 없다 하더라도, 마나를 몸에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성취할 수 있는 경지. 아니, 체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마법적 시술을 통해서 억지로라도 달성할 수 있을 정도로 개나 소나 오를 수 있는 경지가 바로 1 서클이었다.

보통 마법에 재능이 있다면 9살 정도의 어린아이들도 오를 수 있는 수준이기에 기본적으로 1 서클 마법들은 애들 장난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하잘것없는 잡기술 수준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 최소한 3서클은 되어야 그나마 좀 마법사라고 부를 수 있는 정도의 마법들을 쓸 수 있지 지금 상태로는 작은 불꽃을 피운다거나 돌풍을 불러일으킨다거나 하는 광대 짓 정도밖에 못 해. 일단 지금 당장은 최대한 마나를 모아서······. ]

“완벽해.”

[ 뭐······? ]

“딱 내가 원하는 정도가 그 정도거든. 광대 짓을 할 수 있는 수준.”

[ 그게 도대체 무슨 헛소리야 주인······? ]

아직 내 계획을 이해하지 못한 용용이. 하지만 지금의 내 수준으로도 이능이 완전히 메말라 버린 이 현대 사회에서는 잡기술을 넘어선 아주 유용한 기술이었다.

“네가 아직 잘 몰라서 그러는 건데 말이지, 이 세상에서 광대는 아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인기 직종이야. 뮤튜버라고 요즘 진짜 인기 최고다?”

[ 뮤튜······버? 그건 또 무슨 해괴망측한 건데? ]

전 세계를 지배하고 장악한 초대형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뮤튜브.

어마어마한 수의 사용자들과 천문학적인 금액이 오가는 이 거대한 콘텐츠의 바다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 수많은 이들. 그리고 그러한 무리 속에 뛰어든 나는 야심 차게 새로운 채널을 만들어냈다.

[ 너도 할 수 있어! 마법사가 되는 법. ]

“손에서 불을 피워 올리는 마법사가 직접 마법을 가르쳐준다. 이건 그 누구도 절대 못 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구독자 수 100만은 우습게 찍게 되는 초강력 채널을 말이다.

[ 그러니까······. 지금 그 상태로 주인이 마법사라는 걸 세상에 까발리겠다고? ]

“미쳤냐? 그랬다가는 어디서 쥐도 새도 모르게 해부당할걸? 게다가 아마 믿는 사람도 없을 거야. 죄다 미친놈 취급하거나 조작이라면서 무시하겠지.”

내가 마법사라고 정체를 밝히며 아무리 진지하게 이야기해도 대다수는 그저 미친놈인가 하며 코웃음을 치게 될 소리. 그렇기에 내가 뮤튜브를 통해서 마법을 드러내겠다고 한 이유도 바로 그런 대중의 냉소적인 불신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 아무도 안 믿을 건데 왜 그럼 굳이 사람들 앞에서 마법을 보여주겠다는 건데? ]

“원래 논란이 되면 엄청나게 욕을 얻어먹게 되지만 결국 그게 다 조회 수가 되고 구독자 유입이 되는 거라서 돈이 돼. 돈이. 진짜니, 사기니 온갖 어그로가 끌리기야 하겠지만 뭐 내가 거짓말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 마법을 가르쳐준 건데 문제 될 게 있겠어?”

양심적으로도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는 콘텐츠. 오히려 나중에 그게 전부 진짜라는 것을 알게 되면 발생할 폭발적인 반응을 내심 기대하며 나는 히죽 웃었다.

“오히려 그때 그 헛소리라고 생각하던 게 진짜 마법인 줄 알고 죄다 거품 물고 달려들 거 생각하면 더 재밌지 않아?”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따라 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콘텐츠.

마법.

이 지구상의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못한 이차원의 개념이 그렇게 이 과학 기반 인류 문명의 세상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어느 정신병자의 개소리로 치부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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