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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마법 만세!-5화 (5/242)

5화.

5화 – 수정본.

중학교 2학년. 한국 나이로는 15살의 시기.

호르몬이 충만하여 2차 성징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급격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중요하고도 또 예민한 이 시기는 특히 남학생의 경우에는 사춘기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영향이 지대했다.

“체육이다! 체육!”

“야! 담임이 오늘 조례 안 한다더라!”

“아침 안 먹어서 출출한데 매점 고?”

아직 순수하면서도 멍청한······. 그러면서 단순하고 또 과격한 인간과 동물의 그 사이 어디엔가 속한 어중간한 시기. 그렇기에 아직 1교시도 시작하지 않은 아침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교실은 개판 5분 전의 상태 그 자체였다.

[ 아오! 시끄러워 죽겠네. 주인! 도대체 이런 꼬맹이들만 가득한 곳에는 왜 온 거야? ]

나의 가방에 장식품처럼 매달려 대롱거리고 있는 용용이. 그는 조금만 있어도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시끌시끌한 중학교 교실의 분위기에 도통 적응하지 못하겠는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쫑알거렸다.

“뭐 나라고 어떻게 하겠냐. 이런 어중간한 나이로 되돌아와 버린걸.”

꽃다운 청춘. 15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미성년자에 불과한 15살인 나의 상태.

제아무리 머릿속에는 3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된 영혼이 들어와 있고 또 모두가 경악할 수준의 어마어마한 마법적 지식이 가득 채워져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뭐 대학생······. 하다못해 고등학생 정도의 나이라도 됐다면 당장에라도 학교는 때려치울 텐데, 중학교는 의무 교육이라서 내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뭐······. 그랬다가는 내 누나가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학교를 그만두는 것도, 심지어 은행 계좌 하나 파는 사소한 일만 하더라도 보호자나 법정 후견인의 도움이 필수적인 상황. 그렇기에 제아무리 과거로 되돌아왔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기존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을 보내며 추이를 지켜보는 것은 필요했다.

“뭐······. 상황을 관망하는 것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야.”

우우웅.

내 심장 속에서 진동하는 미증유의 힘. 마나.

지금껏 존재했지만, 인식조차 하지 못했던 그 미지의 에너지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이 자연스럽고 본능적인 수준으로 호흡과 함께 차곡차곡 나의 심장에 온전히 축적되고 있었다.

[ 진짜 아무리 봐도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니까······. 고작 인간의 몸으로, 그것도 이렇게 희박한 마나를 가지고 이틀 만에 벌써 1 서클을 형성했다니······. ]

나의 심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또 맹렬하게 회전하는 마력의 띠. 서클(Circle).

마법사의 상징이자 마법을 발현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엔진이자 마나라는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저장소의 역할을 하는 서클이 만들어진 나는 어엿한 초보 마법사로서의 경지에 올라가 있었다.

“말했잖아. 나는 이미 네 도움이 없더라도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마치 나의 신체 일부라도 되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반응하며 통제에 따르는 마나.

그저 의문만 품어도 그 해답과 방법이 머릿속에 반사적으로 떠올랐기에 나는 몸 안의 축적된 마나만이 아니라 대기 중에 퍼져 있는 마나조차도 나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통제하고 움직일 수 있었다.

[ 진짜······. 도대체 그 말도 안 되는 마나 통제력은 뭔데? ]

교실 안에 퍼져 있는 마나를 모조리 내 주변으로 끌어모으고는 빠르게 그 마나를 흡수해나가고 있는 나를 보며 용용이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게 뭐 어때서? 그냥 마나 포집해서 흡수하는 것뿐인데?”

마치 누워서 떡 먹기보다 쉬운 일.

하지만 그런 나의 말에 그는 할 말을 잃은 듯이 중얼거렸다.

[ 주인은······. 그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인지도 모르지? ]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아니, 마법사로서 대성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의 자질이 필요하다.

대기 중에 퍼져 있는 마나를 감응하고 최대한 많은 양의 마나를 축적할 수 있는 선천적인 신체 조건인 마나 친화력.

불규칙적이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마나를 자신의 의지대로 정밀하게 조정하고 조작할 수 있는 마나 통제력.

그리고······. 그 심오하고 복잡한 대자연의 법칙과 원리는 이해할 수 있는 뛰어난 지능.

드래곤 일족을 제외한 다른 생명체 대부분은 보통 이 세 가지의 자질 중 무언가가 결핍되기 마련인데, 용용이가 바라보는 이 인간만큼은 뭔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일반적인 그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 내가 지금껏 봐왔던 인간들은 1 서클······. 아니, 최소한 3 서클에 오르기 전까지는 심장에 축적된 마나조차도 제대로 된 통제를 하지 못해. 그래서 이제 막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견습 마법사들은 다른 숙련된 마법사들의 보조 없이 함부로 마나를 움직이다가 폭주해서 죽는 것도 부지기수고. ]

[ 그런데······. 몸 안에 축적된 마나도 아니고······. 대기 중에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마나를 그런 식으로 일괄적으로 통제하고 지배한다고······? 그게 어지간한 인간의 정신력으로 가능한 일인 줄 알아? ]

마나량이나 서클 수준으로는 이제 막 1 서클에 진입한 초보 마법사인 주제에 마나를 가지고 노는 모양새는 마법과 거의 평생을 살아온 드래곤 로드인 자신과 거의 동등한 수준인 철수.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용용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그 순간, 뒤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야! 이 개새끼야!”

쿠당탕.

책상과 의자가 엎어지며 내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일순간 한곳으로 모이는 수많은 시선.

하지만, 이들은 그 소란을 피우는 이가 누구인지 눈치채고는 하나같이 재빨리 눈을 돌렸다.

“야. 민식아. 너 많이 컸다? 이제는 주인님 말도 무시하고 개기는 거야?”

바닥에 쓰러져 끙끙거리며 일어서는 한 아이를 두고 킬킬거리고 있는 딱 봐도 질이 안 좋아 보이는 한 무리의 아이들. 아침부터 이미 험악한 기세로 한바탕 하는 이들을 빤히 바라보던 나는 그 패거리의 리더로 보이는 남학생을 빤히 바라보다 이내 희미해진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 저 녀석은······.”

[ 뭐야, 아는 녀석이야? ]

양원석.

내가 다니고 있는 이 사대 중학교의 패왕이었던 그는 모든 것을 다 가진 그야말로 소위 엄친아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잘생긴 외모. 뛰어난 머리. 돈 많은 집안. 거기에 4선 국회의원을 하는 유력 정치인인 아버지까지 두고 있는 그는 빵빵한 권력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었지만 딱 하나만큼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인성 하나만큼은 아예 가지고 있지 못한 개념 없는 양아치 새끼였었지······.”

반에서 만만한 먹잇감 하나를 선정해 그 누구보다 집요하고 또 악독하게 괴롭히며 지옥을 선사하는 그.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재미를 위해서 한 사람의 마구 짓밟고 다녔지만, 그 누구도 그를 말리거나 막아서지는 못했다.

선생님조차도 알면서도 막을 수 없는······. 그야말로 이 학교에서 그 누구도 감히 건들 수 없는 언터쳐블(Untouchable)과도 같은 존재인 그. 그렇기에 과거의 나 역시 그때 겁에 질린 다른 아이들처럼 그의 만행을 아무것도 못 본 척 흘려 넘겼었다.

[ 흠······. 버러지 같은 인간이구나? 신경 쓸 필요 없겠네. ]

내 설명에 담담하게 중얼거리는 용용이. 하지만 그리고는 아무런 감흥도 없다는 듯이 관심을 끊어버리는 그를 보며 나는 물었다.

“뭐야? 그 반응은? 그게 다야?”

[ 뭐가? ]

“아니······. 뭐 불의를 참자 밀라거나 가서 얼른 약자를 도와주라거나 그런 말 안 해?”

의외라는 듯한 나의 반응에 용용이는 너무나도 차갑고 냉혹할 정도로 딱 잘라 말했다.

[ 주인이 왜 그래야 하는데? 고작 인간 따위 하나 때문에? ]

“······.”

[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주인이나 내가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목적은 이 세계의 멸망을 막고 마법의 개념을 전파하는 거야. ]

신의 축복을 받은 최강의 종족이자 가장 고귀한 영혼의 소유자인 드래곤.

그중에서도 로드의 경지에 오른 그에게 있어 인간은 그저 지나가는 개미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그런 존재에 불과했다. 일반적인 인간의 도덕적 가치와 기준 따위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 그의 관점으로는 지금 이 상황에 굳이 개입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 고작 인간 애새끼들 몇 명이 싸우는 거에 개입해서 주인이 볼 이익이 전혀 없잖아. 여기 말로 그 뭐냐······. 호구 새끼. 그래. 호구 새끼가 되고 싶은 거 아니면 굳이 나설 필요가 있겠어? 그냥 신경 쓰지 않는 게 낫지. ]

지극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

용용이의 말대로 괜히 미쳤다고 저 양아치 새끼를 건드렸다가 벌어질 일들을 생각해보면 여간 골치가 아픈 건 아니었다.

“아니 뭐······. 그건 맞는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딱히 수긍하기에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 하지만 그의 말마따나 딱히 개입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에 그저 가만히 고개를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미······미안해. 원석아······. 오늘 가지고 오려고 했는데 엄마가······. 다음 주까지만 기다리라고 해서······. 꼭 다음 주 월요일까지는 가지고 올게.”

울먹거리며 한 번만 봐 주라며 애원하는 민식이.

내 기억에는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기에 정확히 그가 어떤 아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형편이 좋은 집은 아니었던 것처럼 보였다.

다 해진 추레한 교복에 낡은 스마트폰. 그리고 고작 만 원이 없어서 이렇게 아침부터 비참한 모습을 같은 반 아이들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나의 시선에는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원석이 들어왔다.

“뭐? 다음 주······?”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원석. 그리고 그는 자신의 패거리인 아이들을 이리저리 돌아보며 자기가 들은 게 맞냐는 듯이 되묻고 있었다.

“야, 방금 이 새끼가 하는 소리 들었냐? 고작 만 원 하나 받자고 우리보고 다음 주까지 기다리라고 하는 게? 크크크······. 이 개새끼가!”

퍼억.

“끄으으으······.”

웃음을 터트리다 갑자기 날아온 발길질에 배를 잡고 웅크려 신음하는 민식.

하지만,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원석은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내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내가 분명히 경고했지? 이번에도 돈 안 가지고 오면 어디 하나 부러질 각오 하라고······.”

고작 중학교 2학년이라고 하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도 싸늘하고 살기 어린 표정을 짓는 그. 그리고 이내 교실 뒤편에 장식처럼 놓여 있는 꽤 커다란 화분을 집어 들더니 이내 자신들의 패거리를 향해 눈짓했다.

“야. 저 새끼 못 움직이게 꽉 잡아.”

“어······?”

“빨리 안 잡아?”

“어······어! 야! 잡아!”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몰라 당황한 듯 얼어붙은 원석의 패거리. 하지만 그의 불호령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린 이들은 우르르 민식을 꽉 붙잡았다.

“가만히 있어라. 잘못 움직이면 발가락이 아니라 무릎이 박살 날 테니까.”

중학생 남자애조차도 겨우 드는 육중한 무게의 화분을 민식의 발에 정통으로 떨어트리려는 원석. 그걸 두 눈으로 가만히 보고 있는 민식은 잔뜩 겁에 질려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질러댔지만, 그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

“······.”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반 아이들. 하지만 반 전체에 깔린 원석에 대한 공포감에 그 누구도 감히 그를 막아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장에라도 민식의 발을 짓뭉갤 것처럼 화분을 들고 다가가는 원석과 발작하듯 버둥거리는 민식. 하지만 그 순간, 요란하게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나의 돌발 행동에 모두가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멈추었다.

“야. 뒤지고 싶지 않으면 그거 내려놔라.”

작지만 분명하게 들리는 나의 경고에 쏠리는 모두의 시선.

그리고 이내 황당함과 어이없음. 그리고 분노가 뒤섞인 원석의 물음이 들려왔다.

“넌 뭔데 갑자기 끼어들고 지랄이야?”

지금껏 단 한 번도 나선 적 없는 조용하고 평범한 아이에 불과했던 나.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미약하지만 분명하게 내 심장에 축적되어있는 1 서클의 마나를 방출하며 그 누구도 반응하지 못할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마나가 깃든 주먹을 정확하게 원석의 면상에 내다 꽂았다.

콰아아아아앙.

주먹으로 쳤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괴상한 파열음을 내며 저 뒤편에 사물함에 처박히는 원석.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채 한참이 지나도 다시 일어나지 않는 그를 모두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그때.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분노한 얼굴로 원석을 향해, 그리고 모두의 앞에서 당당하게 말했다.

“어디 감히 내 소중한 꽃순이를 건드려? 뒤지려고.”

이 삭막하고 메마른 교실 속에서 유일하게 마나를 생성해내고 있는 그 미약한 생명체.

다른 건 다 참아도 감히 나만의 그 작고 소중한 식물을 박살 내려는 인간은 국회의원 자식이라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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