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화 : 함께하는 매일
(72/80)
외전 2화 : 함께하는 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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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2화 : 함께하는 매일
2023.07.08.
은우와는 매일 함께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그와 함께 보내지 않는 날은, 설희가 수업을 갔다가 12시 가까이 돼서 돌아오는 목요일뿐이었다. 그 외에는 당연한 듯이 그의 집에서 혹은 설희의 집에서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잠에 들었다.
이렇게 강한 스킨십도 매일 같이 함께했다. 그러나 어제 단 하루 빼먹었다고 이렇게 자신을 갈구하는 은우의 모습이 신기하고도 가슴을 떨리게 했다.
봐도 봐도 그가 좋았다.
옥은우를 너무나도 사랑했다.
매일 아침, 부드럽게 자신을 깨워주는 입맞춤, 언제나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곧은 성미, 이렇게 자신을 원하는 마음까지.
그렇게나 사랑하는 남자가 이렇게나 자신을 갈급하게 원하는데, 어떻게 거절할 수 있을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희는 손을 뻗어 은우의 등에 손을 올려놓았다. 꿈틀대는 단단한 근육이 손바닥 아래 느껴진다. 그리고 천천히 그를 자신에게로 끌어당겼다.
허락의 의미였다.
설희의 행동에 은우는 싱긋 웃고는 그녀에게 집중했다. 그의 입맞춤이 한여름의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입술, 턱, 목선, 쇄골, 그리고 더 아래로. 따뜻하게 뜨겁게 쏟아 내려서 그만.
“은우 씨.”
그의 이름을 부르고 설희는 자신을 놓고 말았다.
햇살이 밝게 쏟아져 내리는 아침, 두 사람은 그대로 열정에 스며들었다.
***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설희는 지금, 욕실에 홀로 있었다.
“미쳤어, 내가 미쳤어.”
아침부터 별짓을 다 했다. 제정신이 아니야.
그녀는 욕조에 몸을 기댄 채, 온수 때문이 아니라 다른 것 때문에 달아오른 얼굴을 손바닥을 팔랑거려 겨우 식혔다.
욕조에 들어오자마자 뜨거운 물을 틀었다. 솨아- 빠르게 차오르는 물이 몸을 데웠다. 하지만 뜨거운 물이 서늘하게 느껴질 정도로 물에 들어오기 전부터 몸은 뜨거워져 있었다. 몸을 데울 필요도 없었다.
“자기야, 제발.”
아까 설희는 계속 은우에게 매달렸다. 처음에 거절한 게 마치 꿈인 것처럼 그와 입술을 맞추고 함께했다.
이렇게 격렬한 운동을 아침부터 하고 도저히 병원에 가서 일을 잘할 자신이 없었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탁탁 쳤다.
“정신 차려. 얼른 씻고 나가자.”
은우는 고양이 밥을 주러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사이 빠르게 설희는 욕실로 들어왔다. 그가 돌아오기 전에 다 씻고, 아침 식사를 차리고 그리고 출근해야지. 괜찮을 거야.
워낙 빨리 일어난 덕에 시간은 여유 있었다. 이 열기를 식힐 시간이.
그렇게 몸을 씻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똑똑.
“네?”
“들어가도 돼?”
나지막한 은우의 목소리에 설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욕실에 그가 들어온다고? 설희는 몸을 움츠린 채 고개를 미어캣처럼 들어 올렸다. 놀라 답변하지 못하는 사이 문 바로 앞에 서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생생히 울렸다.
“들어갈게.”
“아니…….”
설희의 말이 길게 늘어졌다.
아까 물론 밖에서 함께 있긴 했지만, 그에게 더 숨길 게 없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래도!
지금 여기는 환히 밝은 욕실이었다. 아까처럼 자신의 몸을 가려줄 이불도 없고, 노란색 전열등이 욕실 구석구석을 밝히고 있는 욕실이었다.
“아까 씻었다며.”
욕실에 들어오기 전 분명히, 설희가 깨기 전에 곰곰이 밥을 주고 그가 씻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다시 땀 때문에 더러워졌어.”
그렇게 그는 간명하게 말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왔다. 설희가 가운을 추스려 자신을 가렸지만, 은우는 여전히 장난스럽게 다가왔다. 그는 설희를 바라보고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고는, 뭐라고 말리기도 전에 옷을 벗어 던졌다.
“와.”
아까 그에게 몸을 보이기 싫다고 중얼거린 것도 다 잊고 설희는 은우가 옷을 벗는 장면을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응시했다.
그의 몸은 보여주기 위한 몸이 아닌, 오롯이 일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육이었다. 수의사는 의외로 체력이 필요하다. 특히 수술을 많이 하는 은우는 하루에 10시간을 서 있는 일도 있었다. 그래서 그는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런 남자의 몸이 환한 빛 아래 드러난다. 일부러 근육을 키우지 않았지만, 슬림하면서 근육이 잘 붙은 몸은 남성적인 매력을 뽐냈다.
그의 몸을 본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근육이 적당히 붙은 팔이 자신을 옥죌 때 어떤 느낌인지 너무 잘 알아서, 길고 아름다운 손가락이 자신을 만질 때는 어떤 감각을 선사하는지 모르고 싶은데도 이미 알아버려서…….
“왜 그렇게 봐?”
상반신을 탈의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자 은우가 물었다.
“그냥, 어.”
그의 몸을 탐욕적으로 바라보았다고는 할 수 없어 말을 더듬었다.
“얼른 씻고 나가.”
욕조 외에 샤워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곳을 가리키며 시선을 떨어뜨리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말을 한다. 이 정도면 그에게 들키지 않겠지. 은우가 웃었다.
“씻으려고 벗은 거 아닌데.”
“그럼?”
그는 서슴없이 욕조로 들어왔다. 처음에 집을 보러 왔을 때 부동산 사장님이 “이 오피스텔은 오피스텔 치고 유난히 욕조가 크고, 안에서 거품도 나와요. 여기 건물 세운 주인이 이런 걸 좋아해서. 혼자 들어가기도 넉넉하고 좋고 둘이서도…… 남편이랑 들어오면 좋지. 으흠.” 하면서 얼굴을 붉히던 게 생각난다.
“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
라고 사장님께 말씀드렸는데.
그렇게, 절대 다른 사람과 들어올 리 없다고 생각한 욕조에 남자와 둘이 들어와 있다.
다른 욕조보다는 사이즈가 컸지만, 둘이 앉으니 꽉 찼다. 아까 허벅지를 찰랑이던 물도 어느새 가슴 밑까지 올라왔다. 도망가려고 해도, 갈 수가 없다. 단단한 남자의 몸이 바싹 달라붙으며 속삭였다.
“너 힘들다며. 그래서 씻겨주려고 들어왔어.”
그가 손을 뻗어 입욕제를 풀었다. 물줄기에 거품이 보글보글 끓어오른다. 그래서 몸이 가려진 것은 다행이었지만, 그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어제 과로로 단단하게 굳은 어깨를 그가 눌러주고 마사지해줬다.
“어제 씻겨주고 싶었는데.”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살결이 간지럽다.
“또 책을 읽다가 잠들어버려서 그냥 재웠지. 어디 아픈 거 아냐? 어떻게 매일 그렇게 갑자기 잠들 수 있어.”
“그건, 선생님이.”
한숨처럼 설희는 은우를 불렀다. 평소에는 그를 자기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무심코 그를 그렇게 불렀다.
“선생님이 너무 체력이 좋은 거예요.”
맨날 자신보다 체력이 필요한 업무를 하고 그러고도 밤에는 공부를 한다. 설희의 일정이 다 끝나면 또 그녀에게 집착을 하고.
“내가 보통인 거고.”
“그런가?”
“응. 지금도 너무 힘들어서 몸이 축 처지는데…….”
뜨거운 물 깊숙한 곳에 몸을 담갔다. 불만을 말하는 설희의 입에서 뽀글뽀글 거품이 올라왔다.
“미안해.”
그렇게 말하며 은우가 여전히 지친 설희의 몸을 마사지했다. 뻐근한 근육을 그가 지압하자 설희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으음.”
“그런 소리 내면 너무 사랑스럽잖아.”
은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흐트러진 설희를 보고 속삭였다.
아. 그런 의도는 아니었는데.
남자의 눈이 또 반짝 빛났다.
“네가 나쁜 거야, 설희야.”
은우가 중얼거리면서 웃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의 머리카락에서 뜨거운 물이 뚝뚝, 설희의 얼굴 위로 떨어진다.
“나를 자꾸만 그렇게 유혹하니까.”
“……읍.”
“네가 나쁜 거야.”
그의 입술이 다시 한번 설희의 입술을 삼켰다. 그렇게 또 설희는 그에게 젖어 들어갔다.
***
욕조에서 너무나 오랜 시간 있어서, 그리고 그 안에서 격렬한 운동을 한 탓에 설희의 몸은 정말 숟가락 하나 들기 힘들 정도였다. 은우가 혼절하듯 뒤로 넘어간 그녀의 옷을 입히고, 침대에 앉혔다.
“이번에는 정말 미안해.”
은우의 사과에 설희는 눈을 치켜떴다.
“반성하고 있어요?”
“응.”
“오늘 병원에서 어쩌라고요.”
“미안.”
은우가 두 번이나 사과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런 그의 사과에 결국, 설희는 마음이 풀리고는 식탁 앞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은우가 만들어놓은 된장찌개와 쌀밥, 그리고 몇 가지 밑반찬이 올라가 있었다. 은우는 요리를 좋아했다. 재료 손질에서부터 육수 내는 것까지 손수 했다.
“얼른 먹어.”
그의 말에 수저를 들어 한입 입에 집어넣었다. 깊고 시원한 국물이 맛있었다. 먹는 걸 좋아하는 설희의 눈가에 발그레한 미소가 떠올랐다.
“맛있어?”
“응.”
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그는 이런 음식까지 잘할까? 그는 파스타소스나 타코 같은 서양 음식부터 집에서 먹는 이런 음식까지 잘하니 신기할 노릇이었다.
“이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어머니가 이런 음식을 잘하셔?”
문득 궁금했다. 그를 키우신 어머님은 어떤 분일까. 음식 솜씨도 어머님에게서 물려받은 걸까?
그는 워낙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재벌가에서 자란 것도 이현이 알려줬을 때야 눈치챘을 정도니까. 부모님이나 형에 대한 이야기도 존재만 슬쩍 밝혔을 뿐 전혀 입에 언급하지 않았다.
조잘조잘, 입만 열면 가족이나 곰곰이 이야기를 하는 설희와는 달랐다. 은우가 한쪽 눈썹을 끌어올렸다.
“어머니?”
“응. 이런 건 그냥 요리책 보고 쉽게 따라 하기 힘들 것 같아서. 어머니가 음식을 잘하시나 하고.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던 음식이야?”
설희의 질문에 은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머니는 이런 음식은 전혀 못 하셔.”
“전혀?”
“응. 만드시는 모습을 본 적도 없는걸. 그냥 대충 느낌으로 만든 거야. 맛있어?”
“응…….”
맛은 있었다.
하지만 정말 신기했다. 대충 느낌으로 이런 음식을 어떻게 만들까. 신기할 노릇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의 말이 걸려 물어봤다.
“근데 어머니가 이런 음식을 전혀 못 하셔?”
“응.”
된장찌개라 하면, 보통 가정에서 가장 많이 해 먹는 음식이었다. 설희의 어머니도 요리를 다른 집 어머니들에 비해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된장찌개 정도는 맛있게 끓일 수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요리 전혀 안 하셔.”
“하긴, 가사 일을 해주시는 분이 있겠지.”
그냥 일반적인 집이라면 딱히 신기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의 집은 일반적인 집이 아니었다.
드라마에서 본 재벌집 마님은 우아하게 커피잔을 들고 호호, 웃는 그런 이미지인데. 아니면 거꾸로 교양 없이 “네까짓 게 감히 내 아들을 넘봐?”하고 독설을 퍼붓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호호, 웃는 그런 어머니도, 교양 없이 막말을 내뱉는 스타일의 어머니도 은우를 보고는 상상되지 않았다.
“어머님, 어떤 분인지 궁금하다.”
그가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생각에 잠겼다.
“음, 조금 독특하신 분이시긴 해.”
은우의 말에 설희의 미간이 좁아졌다. 은우는 누가 봐도 대단한 자신의 집조차 크게 특이하지 않다고 했었는데, 그런 그가 독특하다고 말할 정도면. 예사 분은 아닌 게 틀림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