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8화. 뜨겁고도 촉촉한. (28/80)


28화. 뜨겁고도 촉촉한.
2023.02.04.


선을 넘어?

무슨 선?

설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으나 무언의 질문에 은우는 답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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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죠.”

은우는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평소, 하얗디하얀 그의 귓등이 취기로 조금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 모습에 설희는 이유 없이 마른침을 삼켰다.

***

계산대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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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드셨어요? 42,8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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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습니다.”

가게 주인의 말에 설희가 주섬주섬 가방에서 지갑을 꺼내자, 은우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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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게요. 제가 마시자고 했잖아요.”

그가 상사고, 연장자이기는 했지만 언제나 당연한 듯 은우가 냈으니 오늘 정도는 설희가 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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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오늘은.”

그러나 은우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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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랑 술 마셔줬으니 그렇게 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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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옥 선생은 식욕이 없는지 술밖에 안 마셨다. 소주만 들이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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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안주 다 먹었는데요.”

안주발 세운 것이 찔려 설희가 더듬더듬 말하자 은우가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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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예쁘게 먹는지, 보는 제 맘이 다 즐거웠어요. 그래서 내가 사고 싶어.”

순간, 옥 선생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해 눈만 깜박였다. 예상치도 못한 그의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뭐, 뭐가 예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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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뭐라고.”

설희가 되묻기 전, 가게 주인이 둘 사이에 쓱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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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카드 받았습니다.”

토끼 눈을 뜨고 깜박거리거나 말거나, 당황한 그녀를 뒤로하고, 은우는 계산을 마치고 먼저 가게를 나섰다.

설희가 가게 문을 열고 나가자, 은우가 벽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었다. 얼굴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떠 있다.

예쁘다.

쭉 뻗은 콧날 아래 부드러운 호선을 그린 입술.

설희의 먹는 모습이 은우는 예쁘다고 그랬지만, 그의 웃는 모습이야말로 정말 예뻤다.

평소 그를 어려워하는 자신조차 그 미소라면 종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술을 마셔서 그런지도 모른다. 볼 때마다 심장이 덜컹거린다.

뭔가 평소의 단단한 그가 아닌, 약하고 부드러워져서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느낌.

은우가 여전히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띤 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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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셔서 차 운전이 어려운데. 어떻게 갈까요?”

차를 타지 않는 평소에는 병원에서 집까지 버스를 타고 다녔지만, 오늘은 얼굴이 너무나 뜨거워져 찬바람을 맞고 싶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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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걸어갈게요.”

설희의 말에 은우가 고개를 까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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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데려다줄게요. 같이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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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뇨.”

서둘러 손을 저었다.

은우가 어디 사는지는 모르지만, 뻔뻔하게 오늘도 데려다달라고 하기엔 꽤 먼 거리였다. 거기다가 계속 그와 함께 걷다가는 달아오른 뺨이 식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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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어요. 저 멀쩡하구요.”

술을 마셨는데도 몽롱하기보다는 힘이 넘쳤다.

그러자 그는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미간에 살짝 주름을 짓고. 설희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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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다주고 싶은데, 안 돼요?”

안 되냐니.

차라리 평소처럼‘어허, 술 마셨는데 혼자 가다가 사고라도 당하면 어떻게 합니까?’하고 말했으면 ‘제가 알아서 갈게요!’라고 할 텐데.

저런 눈빛으로 안 되냐고 하면, 반칙이잖아. 긴 속눈썹을 드리우고 그는 설희에게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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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안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결국 설희는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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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면 생각보다 멀어요. 차 타고 가는 것과는 다를걸요. 후회 마세요.”

그리고는 붉어진 얼굴을 들킬까 서둘러 몸을 돌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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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박타박.

걸어오는 내내 아무래도 설희는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 매일 오가는 거리를 그저 은우와 함께 걸을 뿐인데, 바람결에 그의 향이 코끝에 스칠 때마다, 가끔 손끝이 닿을 때마다 눈앞이 어지러웠다.

이건, 이건.

술이 너무 과해서 그런 거다. 작작 마시자. 다음부턴.

집 앞에 도착하자, 은우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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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고마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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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다주신 건 선생님인데요?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건 저죠. 술도 사주시고요.”

그가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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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그냥 집에 가면 우울했을 텐데, 설희 씨가 술 한잔하자고 해줘서 덕분에 참 좋았습니다.”

전봇대 노란 불 아래 그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까만 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잘 읽히지 않았다. 그가 다시 싱긋 웃고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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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유설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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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니에요. 뭘요…….”

이상하게 긴장이 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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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집주인에게 잘 보여야죠. 하하.”

긴장된 분위기를 풀려 활짝 웃으며 농담을 했다. 그러나 진지한 그의 눈빛은 설희의 농담에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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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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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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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무 엄하게 했던 거 알아요.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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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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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갑자기 나온 그의 말에 숨을 들이마셨다.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그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느릿느릿 말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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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씨가 미워서 잔소리하는 거 아니니까.”

그가 못된 사람이 아니라는 건 꽤 오래 같이 일한 지금 다 알고 있었다. 말을 날카롭게 하긴 했지만, 필요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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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하면 생명이 다치는 일이라, 내가 일할 땐 좀 날카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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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괜찮아요.”

그의 시선이 설희의 눈에서부터 오뚝한 코, 통통한 입술로 흘러 내려온다.

더는 그의 눈빛을 오롯이 받을 수가 없어 눈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유 없는 팽팽한 긴장감에, 가슴이 울렁거렸다.

그때.

관절이 툭 튀어나온 남자다운 그의 손가락이 설희의 턱에 닿았다. 놀라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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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달라고 안 할 테니까.”

그의 얼굴이 바싹 다가왔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은우의 존재에 마른침을 삼켰다.

긴장되어 두 손을 꼭 주먹 쥐었다.

뭐, 뭐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운 탓에 폐부 가득히 은우의 향기가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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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미워하지만 마.”

은우의 손가락이 설희의 턱을 지나 간지럽히듯 움직여 볼을 감싸 안았다. 뜨거운 손이 차갑게 식은 볼을 감싼다.

저릿, 한 감각이 온몸을 스친다. 그의 얼굴이 얼마나 가까운지, 초점이 맞지 않아 뿌옇게 보였다. 뒤로 물러나야 하는데, 설희는 1cm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뿌옇게 흐려진 그의 얼굴이 너무 눈부셔서.

그리고 마침내 그의 입술이 설희의 입술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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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숨을 들이켤 새도 없이 부드럽고 거침없이 빨려 들어갔다.

은우 얼굴이 자신에게로 다가올 때 혹시, 혹시…… 혹시 키스하는 건가. 그렇게 의심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정말 키스할 줄이야. 문득, 그가 자신에게 연애하자고 했던 날이 뇌리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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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설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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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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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우리, 연애하죠.”

 
그때도 이 정도로 떨리지는 않았는데.

심지어, 오늘 술 마시자고 한 것도 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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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마치 다른 생각 하지 말라는 듯 그의 움직임이 거칠게 변했다.

곧 잡념은 그의 촉촉한 입술이 그녀를 탐하면서 다 사라졌다. 코끝이 스치고, 뜨거운 숨결이 온몸을 감싼다.

은우는 설희의 목 뒤에 손을 올려놓았다. 천천히, 목선을 쓸어내린다. 괜찮다는 듯. 설희의 눈이 자연스럽게 감기자 그가 더욱 적극적으로 설희를 괴롭혔다.

숨이 찼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목덜미를 훔친 남자의 손가락은 곧 천천히 설희의 뺨으로 옮겨가 쓸어내렸다.

가볍게 톡톡.

어르듯이 부드럽게.

미쳤어. 옥 선생이랑 키스를 하다니.

그가 ‘연애하자’고 하기 전만 해도 그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잘생기고 깐깐한 수의사 선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그가 키스를 해서 당황스럽고 놀라긴 했지만, 결코 불쾌하지 않았다.

아니, 불쾌하기는커녕.

그와 그녀의 키 차이가 커서, 은우가 수그려도 완벽하게 두 사람이 밀착할 수 없었다.

더, 더, 더.

설희는 무의식중에 발꿈치를 들었다. 그에게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 더 두 사람의 사이가 좁아지기 위해서.

그의 또 다른 손이 설희의 머리카락 속을 헤집자, 설희는 두 손을 들어 그의 팔에 매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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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불쌍하게,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굴더니, 이젠 강아지가 아니라 짐승처럼 그녀를 집어삼켰다.

숨을 언제 쉬어야 할지 몰라 눈앞이 몽롱했지만, 그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이런 키스를 마지막으로 한 게 언제지?

기억도 나질 않았다. 몸이 달아오르며 저절로 그와 설희의 사이가 가까워지던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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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아.”

결국 호흡이 가빠 설희와 그의 입술 사이가 떨어졌다. 그제야 가쁜 숨을 뱉어낼 수 있었다.

자신의 귀에도 낯선 격한 호흡 소리.

그것에 놀라 설희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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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목이 꽉 막혔다.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뭐 하는 거지? 옥 선생이랑 내가 키스를 했어.

그의 팔에 매달렸던 두 손으로 그를 밀어냈다. 젖은 그의 입술이 반짝거려, 다시 한번 목이 탔다.

침을 꼴깍 삼키고, 저도 모르게 그에게 몸이 기우려 했다. 다시 한번 접촉하기 직전, 설희가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유설희! 정신 차려.

한 줌 남아 있는 그녀의 이성이 다시 그에게 다가가려는 그녀를 붙들었다. 안 돼, 옥 선생이잖아. 잊었어? 일하는 곳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칠 사람, 그리고 집주인이라고!

그리고……. 너 옥 선생 어려워했잖아. 그냥 우린 계약에 의한 잠깐의 관계라고.

아무리 이성이 말해도 눈치 없는 심장은 미친 듯이 뛰고 있다. 1분에 200번은 넘게 뛰어서 당장이라도 심실세동이 일어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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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깊은숨을 내쉬었다.

어깨가 들썩이고 아예 그가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숙였다. 볼에 닿아 있던 손가락이 서서히 내려와 그녀의 목을 간지럽혔다. 살짝 삐져나온 잔머리를 은우가 아련하게 만져본다.

짜릿한 느낌이 목에서부터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녀를 아래위로 쓰다듬던 손가락은 곧 쇄골에 도착했다. 어깨를 사랑스럽다는 듯 꼭 쥐었다. 그럴 때마다 발끝이 곱았다.

안 돼, 이러다가는 옥 선생에게 다시 매달리겠어. 우리는 술을 마셨어. 제정신이 아닌 상태지. 사귀지도 않은 상태와 키스를 하면 안 되는 거야. 좋아하지도 않는데!

만약에 정말로 은우가 자신에게 관심이 있어서 지난번에 고백했던 거라면, 더더욱 이렇게 대충 술김에 하면 안 되는 거다.

고개를 흔들며 한 발짝 멀어졌다.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은우의 잘생긴 얼굴을 보면, 그의 달아오른 붉은 입술을 보면 또 어떤 실수를 저지를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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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 가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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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희 씨.”

흥분 때문인지, 쾌락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탁해진 목소리의 옥 선생이 그녀를 불렀지만, 설희는 끝내 고개를 들지 않고 꾸벅, 인사를 하고 뒤를 돌아 뛰어갔다.

차가운 밤바람이 뜨거워진 몸을 식혀주길 기대하며 그렇게 뛰어갔다.

멀리, 아주 또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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