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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화. 부모님 이름을 걸고 하는 말 (45/84)


45화. 부모님 이름을 걸고 하는 말
2023.03.06.


나영은 불안한 눈으로 그의 손을 쳐다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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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미 영화 시작했어요.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빨리 들어가야 해요.”

하지만 최태혁 교수는 그 자리에서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까 그가 팝콘 먹는 걸 구경하던 아이들이 이젠 그녀를 구경하고 있었다.

식은땀이 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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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애들은 뭐예요?”

나영은 아이들 눈치를 보며 최태혁 교수에게 물었다.

혹시 아르바이트까지 불렀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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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애들이야.”

최태혁 교수는 팝콘을 통째로 아이들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꿀에 모여드는 벌떼처럼 팝콘 통에 몰려들었다.

나영은 그 모습에 위화감을 느꼈다.

어떻게 병원에서 어른들을 벌벌 떨게 하는 독사가 영화관에서 아이들과는 이리 잘 지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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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좋아하면 손잡고 다니지 않아?”

그가 아이들에게 묻자 덩치가 제일 큰 아이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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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전 뽀뽀도 했어요.”

태혁이 그것 보라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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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도 하는데, 정말 넌 못 하겠어?”

사실 그가 먼저 그녀의 손을 잡았다면 나영은 불편한 티를 내긴 했겠지만 차마 뿌리치지는 못했을 거다.

그런데 그녀가 먼저 잡으라고 하니 쉽게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고작 손일 뿐인데.

두 사람은 이미 키스까지 했으니 손잡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영은 숨을 참고 천천히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녀의 움직임을 태혁도 조용히 지켜만 보았다.

꼭 그때 같았다.

호랑이 탈을 쓴 그가 곰 인형을 내밀고 그녀가 받아주길 기다리자 나영은 한참 만에야 작은 손을 뻗어 곰 인형을 잡았었다.

그를 향해 뻗어오는 그녀의 손을 보는데 그때의 그 작고 하얀 손이 생각나서 마음이 울컥했다.

긴 시간을 건너 결국 너였다.

태혁도 어느새 그녀의 손을 잡으려고 손을 앞으로 내미는데.

탁.

갑자기 중간에 튀어나온 통통한 손이 나영의 손을 덥석 잡았다.

나영도 놀라고, 태혁도 눈이 커졌다.

팝콘 먹던 아이 중 한 명이 나영의 손을 대신 잡고는 좋다고 실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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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가 팝콘도 줬는데! 은혜를 원수로 갚아!”

태혁이 아이한테 진심으로 화를 버럭 내자 나영은 그러지 말라고 말렸다.

정말 영화 한 번 같이 보기 힘들었다.

***

결국 두 사람은 영화가 시작하고 20분이나 지나서야 상영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자리를 찾아서 겨우 앉은 나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태혁은 옆자리에서 긴 다리가 불편하다는 듯이 이쪽으로 꼬았다가 반대쪽으로 꼬고 있었다.

나영은 그에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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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끝날 때까지 가만히 계세요.”

태혁은 그대로 얼음이 되어서 그녀의 눈치를 보았다.

나영은 손을 그의 턱 아래 대고 스크린 쪽으로 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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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영화 보세요.”

시작한 지 시간이 좀 지나서 영화는 무슨 내용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지루할 때 먹으려고 팝콘을 산 건데, 그것도 아이들 주고 와서 이젠 없었다.

태혁은 나영 쪽으로 머리를 기울이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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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하필 영화를 고른 거야?”

그가 영화 보면 잔다고 분명 미리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까지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

그만큼 영화 보는 게 그녀한테는 중요한 일이라는 뜻인 거 같았다.

영화 전문가는 누가 뭐래도 차현이었으니까 그한테는 딱히 달가운 상황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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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 보고 말해 드릴게요.”

조용히 하라는 뜻이나 마찬가지였기에 태혁은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영화를 보면서 졸지 않는 게 그에게 주어진 미션이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기에 태혁은 눈에 힘을 잔뜩 주었다.

오늘은 잠만 안 자도 성공적이었다.

태혁은 영화 장면에 나오는 모든 것을 자세히 보았다.

심지어 배경에 나오는 길거리 간판까지 열심히 읽었다.

그런 노력이 통했는지 그는 영화가 반을 넘길 때까지도 멀쩡하게 깨어 있었다.

그는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가 충격적인 걸 목격하고 말았다.

나영이 자고 있었다.

본인이 영화 보자고 했으면서!

영화관에서 잔다는 그를 미개인 보듯 쳐다봤으면서!

태혁은 기가 찬 눈으로 쳐다보다가 흔들리던 나영의 머리가 옆자리 사람한테로 기울어지자 서둘러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받쳤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머리를 그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그녀가 깨지 않은 걸 확인한 후 태혁은 다시 스크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영화는 그사이 또 모르는 이야기가 진행 중이었다.

태혁은 작은 목소리로 자는 나영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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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너도 영화 안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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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그녀한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고, 태혁도 얼마 뒤 스르륵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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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은 영화 끝난 뒤 영화관 청소하러 들어온 직원의 손에 깨워져서 영화관을 나왔다.

나영은 정말 민망했다.

그녀까지 잘 줄은 나영도 미처 예상 못 했으니까.

항상 잠이 모자란 레지던트 1년 차는 머리 기댈 곳만 있으면 잔다는 걸 간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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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생각보다 별로 재미없었어요.”

나영은 변명하듯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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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 말이 다 맞아.”

최태혁 교수가 어울리지 않게 착하게 말하니 나영은 더 창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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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도 같이 잤잖아요.”

그녀는 혼자 당하기 억울해서 그를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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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 눈치 보느라 못 자다가 네가 자는 거 보고 마음 편해져서 바로 잤지.”

말했다가 본전도 못 뽑은 나영은 서둘러 앞으로 걸어 나갔지만, 다리가 긴 태혁이 금방 그녀를 따라잡아서 그녀의 앞에서 뒤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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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 봤으니까 말해 봐. 오늘 왜 영화 본 거야?”

영화를 본 게 아니라 잠자다 나온 것이기에 나영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앞으로 영화 보자는 소리는 절대 못 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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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내 친구 차현 의식해서?”

라고 묻는 그의 눈빛이 예리해졌다.

나영으로서는 너무 황당한 질문이었다.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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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랑 차현 감독님 제일 친한 사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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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20년이나 알고 지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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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저번부터 차현 감독님 말할 때 적개심을 드러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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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잘하고 이해심 많고 천재 소리는 듣는 차현이랑 비교하면 내가 딸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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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녀가 그냥 수긍하고 끝내자 태혁은 걸음을 멈추며 마음 상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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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해야지. 그렇게 바로 수긍하면 내가 상처받잖아.”

그의 반응을 보고 그녀는 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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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남과 비교하는 거 정말 안 어울려요. 전 교수님이 자기 잘난 맛에 사시는 분인 줄 알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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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정말 날 모르는구나.”

그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깊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자 나영은 그제야 그의 반응이 신경 쓰여서 최태혁 교수한테 가까이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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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가볍게 한 말이에요. 당연히 저한테는 교수님이 더 대단하죠. 제 인생에 영화는 그냥 어쩌다 보는 거고, 의사는 천직으로 선택한 일인데 그게 어떻게 같을 수 있겠어요.”

태혁이 바로 손을 내리며 금방 기세등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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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내가 더 대단하지?”

그가 그녀를 속인 걸 알고 나영은 주먹으로 그의 몸을 때리며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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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진짜 제 말에 상처받은 줄 알았잖아요! 유치하게 왜 이런 장난을 치세요!”

태혁은 그를 때리는 그녀의 두 손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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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렇게 손을 잡긴 잡네.”

나영은 순식간에 화난 마음이 부끄러움과 설렘으로 바뀌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무래도 이건 귀신의 농간인 것만 같았다.

안 그럼 그녀의 마음이 이리 줏대 없이 이랬다저랬다 할 리가 없었다.

태혁은 그녀의 두 손을 감싸 쥐고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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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이 상관없으면 오늘 왜 영화 보자고 한 거야?”

그게 제일 평범하니까.

나영은 자신이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한 연애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게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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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 좀 놔주세요.”

그러나 그녀는 애교도 없고, 분위기도 맞출 줄 몰랐다.

그래서 그가 그녀의 얼굴에 질리면 그녀한테도 금방 질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럼 그녀가 아무리 그를 많이 좋아하게 되어도 두 사람 사이는 끝나는 거다.

태혁은 바로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다.

자유로워진 그녀의 손은 편하지 않고 오히려 허전했다.

나영은 최태혁 교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도 그녀의 눈동자에 시선을 맞춘 채 무언가를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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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재미없어서 기분이 별로야?”

그녀는 자신이 없었다.

최태혁 교수가 계속 그녀를 좋아하게 만들 자신이.

그가 지금 그녀한테 빠진 건 그저 하룻밤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충동이면 어쩌나 불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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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저랑 데이트하는 거 재미있어요?”

그녀의 질문에 태혁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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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개그우먼이야? 갑자기 왜 재미를 찾아?”

나영은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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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재미있는 성격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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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긴 하지.”

태혁이 인정하자 나영은 너무하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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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네 성격이 어떤지는 나한테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나영은 그 말을 그대로 신뢰할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이 사귈 때 성격은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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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냥 제가 예뻐서 좋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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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네가 예쁘긴 하지.”

이번에도 그가 바로 수긍하자 나영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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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 외모 빼고는 좋은 게 없는 거죠?”

나영은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이런 질문은 그녀한테 전혀 도움이 안 되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그녀는 이미 그가 좋아졌으니까.

그가 그렇다고 대답해도 나영은 이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러니 차라리 영원히 마음속에 묻어두는 게 더 현명했다.

적어도 그녀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었으니까.

그녀가 괜히 물어보았다고 후회할 때쯤 최태혁 교수가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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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네가 이 손을 잡아주면…….”

또 손 타령이다.

그녀는 어렵게 자신 없는 마음을 드러낸 건데, 그는 그녀의 손에만 집착해서 전혀 진지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래서 서운하고 실망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손이 예쁜 여자를 찾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쏘아붙이려고 할 때 태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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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영원히 널 배신하지 않을 거야.”

나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다시 그의 얼굴을 보았다.

조금 전 장난 칠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은 깊은 눈빛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영원이란 말이 너무 아득했다.

그 말만 뺐어도 그녀는 바보 같이 믿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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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을 어떻게 믿어요?”

이런 순간에도 의심하는 그녀한테 최태혁 교수가 정말 정이 뚝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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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모님 이름을 걸고 하는 말이야.”

그의 입에서 나온 부모님이란 단어는 수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태어났을 때 이미 두 분 다 돌아가신 걸 알기에.

그래서 그한테 부모님이란 존재는 무의미한 건지, 더 절대적인 건지 나영은 감히 짐작이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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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부모님 이름으로 맹세한 적이 있어요?”

태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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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한테 의대 간다고 말할 때.”

더 이상 사고 안 치고 사람 살리는 의사로만 살 거라고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는 그 말을 지키며 살고 있었다.

나영의 눈동자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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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교수님이 의사된 거랑 저 만난 게 똑같이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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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의 빠른 부정에 나영은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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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훨씬 더 중요하지.”

그 말에 나영은 완전히 무장해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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