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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내 거야 (18/84)


18화. 내 거야
2022.12.02.


그의 손끝에서부터 퍼진 미열이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지는 기분이었다.

위기감을 느낀 그녀가 반 발 뒤로 물러나자 최태혁 교수의 손도 자연스럽게 얼굴에서 떨어졌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손에 든 꽃잎을 털어냈다.

빠르게 뛰는 그녀의 심장만이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나영은 이 마음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일부러 퉁명스럽게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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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설마 길에서 주워오셨어요?”

벚꽃을 꽃집에서 팔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꽤 엉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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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식이가 집에 있는 벚꽃 나무에서 따온 거야.”

홍식이는 또 누구란 말인가?

동생이라고 하기에는 이름이 너무 달랐다.

굳이 누군지 묻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녀는 그가 전혀 궁금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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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더군. 이런 소꿉놀이밖에.”

그가 불만스럽게 하는 말에 나영은 눈꼬리가 올라갔다.

유치하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가 낭만을 좀 아는 남자인 줄 알았더니만,

소꿉놀이 취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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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야식이에요!”

나영은 욱한 마음에 편의점 로고가 프린트된 비닐봉지를 그의 가슴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그녀가 온 힘을 다해도 그한테 타격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태혁은 봉지 안에 든 컵라면을 보고 혀를 쯧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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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돈 주고도 못 살 황 여사님 도시락을 주는데, 문 선생은 나한테 주는 게 고작 컵라면인가?”

성의가 너무 부족한 거 아니냐는 눈빛을 대놓고 보내는 그의 시선을 외면하며 나영은 고개를 돌렸다.

텀블러에 뜨거운 물도 같이 챙겨와 준 것만으로 그녀는 충분히 할 만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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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야식 배달을 끝냈으니 그만 옥상을 떠나려고 했는데, 최태혁 교수는 옥상 벤치에 앉으며 그녀를 불러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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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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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안 먹습니다.”

같이 먹자고 할 거 같아서 나영은 단호히 거절하는데, 최태혁 교수는 나무젓가락으로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들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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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 꽃도 다 가져가야지.”

말만 그렇지 바닥 청소하고 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나영은 옥상 바닥에 수북이 떨어져 있는 벚꽃잎을 망연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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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저보고 직접 주워서 가져가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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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가면 그냥 쓰레기잖아.”

이 인간이 이제 보니 그녀한테 선물을 준 게 아니라, 괴롭히려고 일부러 꽃이 아니라 꽃잎을 준비한 건가.

기회 세 번이 아니라 삼천 번을 주어도 어림없을 인간 같으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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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으며 짓궂게 물었다.

나영은 죽어도 먼저 도와달라는 말은 하기 싫어서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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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냥 저 혼자 하겠습니다. 교수님은 야식이나 맛있게 드세요.”

나영은 쭈그려 앉아서 벚꽃 잎을 손으로 줍기 시작했다.

태혁은 컵라면이 익길 기다리며 그런 그녀의 모습을 구경하였다.

그가 처음부터 분위기 잔뜩 잡고 다가서면 분명 거부감만 더 커질 거 같아서 가볍게 시작했다.

환심이 아니라 미움만 산 거 같았지만,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서 꽃잎을 쓸어 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쿡 웃음이 나왔다.

귀여웠다. 만족스러울 정도로.

태혁은 3분이 다 된 컵라면의 뚜껑을 열며 나영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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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나한테 도와달라고 말할 생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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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떻게 감히 하늘 같은 교수님께 이런 허드렛일을 시키겠습니까.”

그녀가 각 잡고 말하자 태혁도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남은 벚꽃잎을 또 꺼내서 하늘 위로 뿌렸다.

촤악.

기껏 다 치워가고 있는데, 그가 또 꽃을 뿌려서 처음과 똑같이 만들자 나영은 허망한 눈으로 떨어지는 꽃잎들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분명 예뻐 보였던 벚꽃잎들이 이젠…….

후르륵.

이 와중에 최태혁 교수가 라면까지 맛있게 먹어댔다.

나영은 얄미워 죽겠다는 눈으로 라면 먹는 최태혁 교수를 노려보았다.

진짜 나한테 반한 게 맞긴 한 거야?

아무래도 아닌 거 같다.

탁.

면이 익는데도 3분은 걸리는데, 최태혁 교수는 2분 만에 라면을 다 먹고 일어났다.

뭐야? 설마 자기 다 먹었다고 혼자 내려가겠다고?

진짜 못됐다고 생각하는데, 걸어온 최태혁 교수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구부리고 앉았다.

그가 꽃잎을 줍는 걸 보고 나영은 또 한 번 멍해졌다.

그녀가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도와줄 줄은 정말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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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버릴 거야?”

그가 꽃잎을 주우며 던진 질문에 나영은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조금 전까지는 무조건 버릴 작정이었는데.

최태혁 교수가 내리깐 눈을 들어 올려 그녀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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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버리고 간 귀걸이 아직도 가지고 있어.”

그건 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였다.

호텔 방에서 흘린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그가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문득 그의 연구실 책상에서 봤던 벨벳 상자가 떠올랐다.

설마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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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돌려주세요.”

라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는데, 최태혁 교수는 그 손을 외면하며 툭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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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이젠 내 거야.”

그는 정말 제멋대로였다.

그리고 그게 그녀를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있었다.

나영은 최태혁 교수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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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사이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 한 명 때문에 아침부터 병원은 시끌벅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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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배우 은별이 우리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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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응급실 당직이 부러워지기는 처음이네. 실물도 진짜 인형처럼 예쁘겠지?”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도 배우 은별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은별은 청춘 드라마로 뜬 하이틴 스타였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인데, 배우로 성공해 영앤리치가 되었으니 모두의 부러움을 살만했다.

병원장이 주도하는 주간 회의는 병원 운영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에 참석하는 게 귀찮았지만, 교수급 이상은 의무 참여라서 급한 응급수술이 생기지 않는 이상 빠질 수 없었다.

태혁은 거기서 은별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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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언론에 쓸데없는 말 안 나오게 각별하게 아랫사람들 단속 잘하세요. 요즘 SNS다 뭐다 해서 별거 아닌 일도 부풀려지기 쉬우니까. 그리고 은별 담당은 누굽니까?”

윤이나가 손을 들었다.

병원장은 차분하고 똑똑한 윤이나가 담당인 걸 알고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보다 남자 의사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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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은 병원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 윤 교수가 신경 좀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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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알겠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승준이 태혁의 팔을 툭 치며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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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은별이야. 예쁘지?”

태혁은 힐긋 화면을 보고는 한소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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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첫사랑에 성공했으면 그만한 딸이 있겠다.”

태혁의 눈에 얼굴 젖살이 빠지지 않은 은별은 고등학생 정도로 보였다.

아픈 첫사랑 이야기에 승준도 울컥해서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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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이랑 문나영이랑 나이 차이 별로 안 나거든.”

퍽!

태혁이 승준의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소리가 꽤 컸기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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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혁 교수, 할 말 있나?”

병원장이 탐탁잖은 시선으로 쳐다보며 묻자 태혁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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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비스업은 아니니, 환자 기분까지 맞춰줄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박 과장이 그 입 닥치라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한 병원장이 그만 회의를 끝내겠다고 하고는 성난 걸음으로 회의실을 떠나버렸다.

박 과장이 서둘러 일어나 병원장의 뒤를 쫓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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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좋겠어.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살아서.”

그보다 한참 선배인 교수가 그리 말하는 걸 듣고 태혁은 좀 억울했다.

요즘은 말조심하며 살고 있었기에.

윤이나가 그의 앞에 멈추어 서며 웃었다. 사람 불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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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편들어 줘서 고마워.”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나.

태혁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을 떠나 버렸다.

뒤에 남은 승준이 윤이나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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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지 마. 쟤 성격 X랄 맞은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래도 윤이나는 태혁이 나간 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황 여사님 도시락을 점심에 승희와 나누어 먹었다니 칭찬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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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진짜 음식 솜씨 죽여준다. 도대체 누가 만든 거야?”

그녀도 점점 황 여사님의 요리 솜씨에 길들여지고 있는 거 같아서 불안했다.

황 여사님 도시락을 먹다가 다른 걸 먹으면 맛이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의기양양한 최태혁 교수의 얼굴이 그려져서 나영은 괜히 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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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 우리 과로 입원했잖아. 그런데 특급 VIP 대접한다고 나도 얼굴을 못 봤다. 담당의랑 주치의만 병실에 들어갈 수 있어. 너무하지 않냐?”

승희는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못 봤다고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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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별은 스무 살밖에 안 됐는데, 왜 위장관 외과로 입원한 거야?”

내과가 아닌 외과로 입원했다는 건 수술을 받는다는 뜻이었다.

어린 나이에 수술받을 정도로 위가 망가지는 건 흔치 않은 경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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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식생활이 엉망이었나 보더라고. 위궤양이 심해서 위절제술 받아야 한대.”

평소 무절제한 생활패턴이 병을 키웠겠지만,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위가 안 좋았을 가망성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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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기 몸 망치면서 스타 되어도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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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행복하겠지. 차준우랑 키스신도 찍는데!”

승희가 좋아하는 남자배우의 이름을 거론하며 강하게 주장했다.

은별은 무조건 행복한 인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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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윤 교수님. 점심 맛있게 드세요.”

승희가 윤이나 교수를 발견하고 인사하자 나영은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바로 사라졌다.

회의 끝나고 식당으로 밥 먹으러 온 윤이나와 오승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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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도시락 먹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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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나영이가 싸 온 건데 엄청 맛있어요.”

도시락의 정체를 대충 짐작한 오승준은 동생 승희에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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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터는 절대 먹지 마. 누구한테 걸리면 너 죽어.”

승희는 무슨 헛소리냐는 눈으로 승준을 흘겨보았다.

윤이나는 오승준을 쳐다보다가 나영한테 시선을 돌리며 그린 듯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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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사람이 음식 솜씨도 좋은가 보네.”

전혀 칭찬으로 안 들렸기에 나영은 무심하게 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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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거 아니에요.”

윤이나는 식판 위에 놓여 있던 음료수를 나영의 앞에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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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선생 간담췌 외과지? 이거 최태혁 교수한테 좀 전해줘.”

나영의 눈매가 절로 찌푸려졌다.

이건 뭔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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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회의에서 나 도와준 거 고마워서 주는 거라고 하면 최 교수도 알 거야.”

두 여자가 서로 쳐다보는 시선 속에서 따뜻한 봄인데도 뼈를 파고드는 한기가 느껴져서 오승준은 몸을 사렸다.

최태혁, 넌 큰일 났다.

***

연구실에서 컵라면으로 대충 점심을 때우며 논문을 보고 있던 태혁은 노크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보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나영을 보고 그는 표정이 밝아졌다.

책상 앞으로 걸어온 나영은 책상 위에 깨끗하게 씻은 도시락과 음료수를 같이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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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도시락에 대한 보답인가?”

태혁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며 바로 음료수 뚜껑을 열고 한 모금 마시는데, 나영이 딱딱한 어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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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 교수님이 주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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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웁!”

태혁은 그대로 먹던 음료수를 뿜어냈다.

너무 놀라서 음료수가 기도로 들어가 목이 미친 듯이 따가웠다.

태혁은 거칠게 기침하며 나영을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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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왜 가져 와! 쿨럭! 쿨럭!”

마치 음료수 한 모금에 독살이라도 당할 뻔한 사람처럼 역정을 내는 그를 말 없이 바라보던 나영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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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사귄 적이 없으면 왜 병원에는 사귄 사이라고 소문났었던 거예요?”

나영은 팔짱을 끼며 턱을 들어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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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해 보세요.”

태혁은 긴장해서 기침도 멈추었다.

설명하라는 말이 이렇게 무섭게 들린 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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