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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누구야? 예뻐? (7/84)


7화. 누구야? 예뻐?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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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준은 같이 저녁 먹자는 말을 하려고 태혁의 연구실에 들렀다가 최태혁이 거울 앞에 서서 머리를 매만지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천하의 최태혁이 거울 앞에서 단장하고 있다니!

이건 빼박이었다.

승준은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가며 큰소리로 소문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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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여자 만나러 가지? 누구야? 예뻐?”

태혁은 승준을 노려보며 쌀쌀맞게 신경끄라고 말하고는 옷걸이에 걸어둔 재킷을 집어 들었다.

그가 서둘러 연구실을 떠나려고 하자 승준은 손으로 문을 가로막으며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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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나이 먹는 처지에 너만 좋은 여자 만나지 말고, 나도 좀 소개해 줘.”

오늘따라 더 귀찮게 달라붙는 승준한테 욕을 하기 직전이었다.

지금 그의 코가 석 자인데 무슨 소개를 해달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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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 너 상대할 시간 없으니까.”

태혁은 승준의 팔을 쳐내고는 복도를 걸어갔다.

승준은 혼자 가버리는 태혁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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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난데. 태혁이는 다른 약속 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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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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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혁 성격에 그걸 나한테 순순히 말해줄 리 없잖아.”

분위기를 보니 딱 여자 만나러 가는 거였지만 승준은 윤이나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직도 태혁에게 미련이 남아 있는 걸 알았으니까.

굳이 말해서 상처를 줄 필요는 없을 듯했다.

승준은 윤이나와 전화를 끊고 태혁이 떠나고 아무도 없는 복도 쪽을 바라보았다.

문득 술 마실 때 태혁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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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과 레지던트 1년 차 문나영 알아?’

설마 아니겠지.

그래도 교수라는 놈이 병원 돌아오자마자 막 레지던트 시작한 전공의한테 딴마음을 품지는 않았을 거다.

승준은 괜히 마음이 찝찝해서 동생 승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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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녁 사줄게. 문나영이랑 같이 나와라.”

슬쩍 문나영에게 주의를 시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았다.

그런데 승희는 당직이라서 나올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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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문나영만이라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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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쳤어?]

챙겨주려다가 여동생한테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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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빠가 갑자기 나랑 너한테 저녁 사준대. 내가 당직이라니까 너만 보내라네. 미쳤나 봐.>

승희가 오빠 욕하는 메시지를 받은 나영은 오승준이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와 저녁을 먹는 게 꽤 괜찮은 생각 같았다.

오승준은 그녀와 친한 친구의 오빠였고, 최태혁 교수와는 동기였다.

둘만 식사하면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면 어쩌나 좀 걱정이 되었는데, 오승준이 있다면 절대 그럴 일은 없을 듯했다.

그래서 나영은 먼저 오승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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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혁이랑 저녁 먹는 게 너였어?]

그런데 오승준은 그녀의 식사 초대에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녀와 최태혁 교수가 같이 밥을 먹는 것에 놀란 거 같았다.

나영은 괜히 먼저 연락한 건가 싶었지만 이제 와서 아니라고 거짓말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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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최 교수님한테 실수를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좀 봐달라는 차원에서 사는 거예요. 오 교수님이 오셔서 제 편 좀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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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너는 최태혁이 네 지도교수라서 밥을 산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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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당연하죠. 레지던트가 지도교수한테 밉보이면 어떻게 일을 배우겠어요.”

나영은 마음이 뜨끔해서 구구절절 설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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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내가 책임지고 너와 최 교수 사이를 정리해 줄게.]

정리?

오승준의 입에서 뭔가 너무 거창한 말이 나와서 나영은 슬쩍 불안해졌다.

오승준한테 전화하기 전에 최태혁 교수의 동의를 구했어야 했나?

괜찮겠지.

어차피 밥값은 그녀가 내는 거니까.

***

먼저 약속장소인 정문에 도착한 태혁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오승준 때문에 서두르다 보니 좀 일찍 도착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렇게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았다.

그는 체질적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 아주 싫어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지도교수와 레지던트의 관계로 밥을 사겠다고 한 거라 클럽에서 만났을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겠지만, 그래도 태혁은 그녀와의 만남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조심해야 했다. 불쑥 사심이 튀어나오지 않게.

그는 당분간 그녀한테 하늘 같은 교수님 노릇을 제대로 해야만 했다.

절도 있고 품위 있게.

툭.

누군가 그의 어깨를 손으로 가볍게 두드리자 태혁은 당연히 문나영인 줄 알고 웃으며 돌아보았다가 오승준이 서 있는 걸 발견하고 바로 표정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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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냐! 왜 여기까지 쫓아 와!”

바로 화를 내는 그를 보고 오승준도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방금 돌아보는 최태혁의 표정은 그야말로 데이트 나온 남자 얼굴이었다.

그가 직접 본 게 아니라면 최태혁이 이럴 거라고는 절대 믿지 못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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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야말로 문나영이라고? 제정신이야? 걔 레지던트 1년 차라고. 병원 일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쁜 애한테 무슨 짓을 하는 거야?”

태혁은 훈계질하는 오승준의 상체를 밀어내며 쫓아버리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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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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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긴 뭘 꺼져! 나 문나영이 부른 거거든!”

오승준의 말에 태혁은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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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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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나영은 너랑 둘이 밥 먹기 부담되어서 나도 부른 거라고. 상황 파악이 안 됩니까? 최 교수님.”

그제야 최태혁이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못 하자 승준은 쯧쯧 혀를 차다가 두 손을 모으며 정중하게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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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부디 욕망에 지지 마시고 고귀한 마음으로 가르쳐서 마돈나를 훌륭한 의사로 만드십시오.”

마돈나는 얼어 죽을.

태혁은 그 별명이 제일 마음에 안 들었다.

저 멀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문나영이 보였다.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걸 보고도 놀라지 않는 걸 보니 오승준의 말이 맞는 거였다.

태혁은 실망할 필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기분은 아까보다 무거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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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두 분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녀의 깍듯한 태도를 보고 승준은 태혁이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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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문 선생은 교수님에 대한 존경심이 높은가 보네.”

흑심은 너만 품은 거라고 승준이 돌려서 면박을 주자 태혁은 눈빛이 더 나빠졌다.

그는 제일 먼저 몸을 돌려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서 승준과 나영은 그의 뒤를 따라서 걷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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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희도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와 오승준의 공통분모는 승희뿐이었기에 자연스럽게 승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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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은 아직 멀었어. 남들보다 배로 열심히 해야 하는데 로맨스 소설 읽느라 더 게으름을 피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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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요즘에는 열심히 해요.”

나영은 힐긋 앞서 걷고 있는 최태혁 교수의 높고 넓은 등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한마디도 안 하는 게 좀 마음에 걸렸다.

설마 그녀가 허락도 없이 오승준 교수를 불러서 기분이 상했나?

하지만 오승준 교수 앞에서 사과하는 건 그를 불편하게 만드는 거라 지금 사과할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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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님이랑 오 교수님은 친한 사이세요?”

그를 대화에 끌어들이려고 일부러 두 사람의 관계에 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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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우리 동기 중 최태혁의 이 X랄 맞은 성격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뿐이지.”

최태혁 교수가 바로 돌아보며 오승준을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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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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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 와서 어린 레지던트 앞에서 멋진 교수님 하고 싶어? 이미 넌 레지던트들 사이에서 독사 교수로 찍혔거든.”

태혁이 그녀를 쳐다보자 나영은 예의상 웃으며 좋게 해석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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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치며 가르쳐 주셔야 똑같은 실수를 안 하죠. 전 최 교수님의 따끔한 훈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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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레지던트 시절에 교수한테도 대놓고 욕하던 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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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녀는 매우 놀라서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태혁은 오승준이 더 이상 그의 상스러운 과거를 까발리지 못하게 손짓하며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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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내 옆으로 와.”

오승준은 일부러 더 나영의 옆에 붙으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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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은데. 난 문나영 선생 옆이 더 좋아.”

그게 태혁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기에 그는 바로 오승준을 잡기 위해 움직였다.

오승준도 가만히 있지 않고 문나영의 뒤로 피했다.

두 교수님이 그녀를 중간에 두고 갑자기 술래잡기하기 시작했다.

나영은 권위적이어야 하는 교수님들이 아이처럼 구는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하면서도 웃겨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었다.

Rrrrrrrrrr Rrrrrrrrrr-

그때 누군가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건 오승준의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승준은 순식간에 여유로운 표정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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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바로 ER로 갈게.”

응급실이라는 말에 태혁도 오승준을 쫓는 걸 멈추었다.

승준은 전화를 끊으며 두 사람에게 빠르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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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 수술 생겼어. 나 간다.”

두 사람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오승준은 쌩하니 떠나버렸다.

그 요란을 떨어놓고서는 결국 두 사람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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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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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준이 떠난 곳을 바라보던 태혁과 나영은 고개를 돌렸다가 눈이 마주치자 묘한 기류가 흘렀다.

1년이 아니라, 1초면 충분했다.

교수와 레지던트 사이가 변하는 시간은.

최태혁 교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오승준 교수와 편하게 대화할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저도 모르게 의식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오승준 교수를 부른 건 그녀의 실수였나 보다.

오승준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이렇게 의식하게 될 일은 없었을 거다.

나영은 시선을 먼저 돌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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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저희 둘만 밥 먹으러 가야겠네요.”

그도 동의하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나영은 최태혁 교수와 함께 병원 근처 보리굴비 정식 잘하는 식당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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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비싼 거 사 드리면 교수님이 부담스러우실까 봐 일부러 싸고 맛있으면서 건강식인 곳으로 골랐어요.”

보리굴비 식당은 태혁도 미국 가기 전에 몇 번 와서 먹었던 곳이었다.

병원 근처에서 오래된 맛집이었다.

메뉴는 보리굴비 정식밖에 없었기에 고민하며 주문할 필요도 없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두 사람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최태혁 교수는 그걸 별로 신경 안 쓰는 거 같았고, 그녀는 이 어색함이 너무 거슬렸다.

그와의 사이에 어색함은 자꾸 그녀를 억지로 그날로 끌고 가버리니까.

그래서 나영은 침묵에 쫓겨 아무거나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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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은 어떠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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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만 있어서 여기랑 똑같아.”

환자의 인종만 다를 뿐이라는 소리로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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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나중에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 근무해 보고 싶어요.”

태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바로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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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없어.”

허. 자기는 거기서 일하다 와서 인정받은 거면서 왜 그녀보고는 가지 말라고 하는 건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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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전 가보고 싶은데요.”

레지던트도 모자라 태평양까지 건너가겠다니.

이젠 모든 것이 막힘없이 이루어졌던 첫 만남이 그냥 꿈같다.

이렇게 안 풀리는데 어떻게 그날은 그게 가능했던 건가.

태혁은 죄 없는 보리굴비만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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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셔보세요. 진짜 맛있어요.”

그가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나영은 반듯하게 미소 지었다.

그날처럼 온 마음을 다해 웃는 모습은 아니라도 여전히 예뻤다.

태혁은 수저를 잡았다.

최태혁 교수가 먹기 시작하자 나영도 마음 놓고 식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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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우리한테는 응급콜이 안 오네요. 오늘은 먹을 운이 있나 봐요.”

그녀는 좋은 뜻으로 한 말인데 태혁이 먹는 걸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빤히 보자 나영은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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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설마 제가 이런 말 해서 응급콜 올까요?”

그래서 쳐다본 게 아니라 ‘우리’라고 해서.

그 한마디로 순식간에 가까워진 기분이다.

그가 나영에게 무언가 말하려고 입을 뗀 순간 그를 아는 척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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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 여기서 보네.”

윤이나였다.

응급콜이 안 온 대신 최태혁 교수와 사연 있는 여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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