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그런 놈을 뭐 하러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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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그런 놈을 뭐 하러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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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화. 그런 놈을 뭐 하러 만나
2023.06.26.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사랑을 잊을 수가 없어서, 그저 한 공간에라도 있고자 서한 전자에 들어왔지만 그녀에겐 이미 결혼할 사람이 있었다.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내 눈앞에 그녀가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윤재가 제대로 된 놈이 아니라면 얘기는 달랐다.
어떻게든 그녀를 빼앗고 말 거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녀가 불행해지는 걸 막을 거다.
애인이 있는 여자를 가로채는 파렴치한 놈이 되더라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뻔뻔하고 양심 없는 놈이었는데 여기서 더 잃을 게 뭐가 있겠는가.
도한은 이제부터 자신이 사랑의 옆에 있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사랑은 해열제를 먹고 열이 내린 머리가 다시금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역시 지도한은 자신에게 해로운 인간이었다.
볼 때마다 머리, 아니면 가슴이 아픈 걸 보면.
“정윤재하고 헤어지라는 뜻이야.”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어이가 없다는 듯 사랑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슨 자격으로 남의 연애사에 관여하는지 황당하기만 했다.
“네가 다른 남자랑 키스해도 정윤재는 상관하지 않는다며. 그런 놈을 뭐 하러 만나.”
이번엔 그녀가 조금 더 길게 웃음을 흘렸다.
“여자 친구가 다른 남자랑 밥을 먹든 술을 마시든 상관하지 않는 남자도 만났었는데요, 뭐. 그런 놈이 제 취향인가 보죠.”
“너는 아니라고 했잖아. 다른 남자랑 술 마시지 말라고 했던 거 기억 안 나?”
도한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 다른 남자마저 정윤재였다.
예전에 둘이 술을 마신다고 했을 때부터 강의도 제대로 듣지 못할 정도로 짜증이 났었는데.
그 둘이 결혼까지 한다고 할 줄이야.
“기억 안 나요. 지도한 씨에 관한 기억은 전부 지워 버렸으니까.”
“그럼 회사 그만둘 이유도 없겠네.”
사랑은 말문이 막혔다.
도한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의 말대로 퇴사할 이유가 없었다.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그를 의식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개인적인 일까지 얘기하고 싶진 않아요.”
선을 그은 사랑이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
내일 출근을 하면 도한에게 돌려주려고 가방 안에 넣어 둔 반지였다.
회사에서 주기엔 불편했는데 이렇게 만나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사랑은 진작 돌려줬어야 했다고 후회하면서도, 어쩐지 상자에서 눈길을 거둘 수가 없었다.
“늦게 돌려드려서 죄송해요.”
상자를 열어 본 도한은 그 안에 자신이 생일 선물로 준 반지가 들어 있는 걸 보고 다시 닫았다.
“네가 알아서 처리해. 버리든 팔든.”
“저기요.”
사랑이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가져가라고 하려 했으나 그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 잘 챙기고. 내일 회사에서 봐.”
도한은 서둘러 카페 밖으로 나갔다.
그녀에게서 반지를 돌려받고 싶지 않았다.
비록 나눠 낄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그 반지의 주인은 사랑이었기에 그녀가 갖고 있었으면 했다.
혼자 남은 사랑은 테이블에 덩그러니 놓인 상자를 바라봤다.
스무 살 때, 앞으로 도한만큼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아서 그와 커플링을 맞추고 싶었다.
그 마음은 여전했기에 저 반지 하나쯤은 간직하고 싶었는데, 정말로 이렇게 눈앞에 남아 버렸다.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사랑은 생각에 잠겼다.
그런데 도한이 다시 나타나선 조금 전 그 자리에 앉았다.
“미안해. 먼저 가 버려서.”
뛰어왔는지 그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사랑은 그런 그를 보며 미간을 좁혔다.
“왜 자꾸 돌아와서 미안하다고 해요?”
붕대를 풀기 위해 병원에 갔던 날도 그랬다.
그녀가 왜 따라오냐고 한 소리 하자, 도한은 진료 시간에 늦겠다며 앞장서서 걷더니 다시 돌아와 미안하다고 했다.
먼저 가라면서.
사랑은 그때도 이상하다 여겼는데, 이번에는 그가 뛰어오기까지 하며 사과를 하니 이유가 궁금했다.
“그날, 내가 네 앞에서 먼저 가 버렸잖아.”
“그날이요?”
“그만하자고 했던 날. 학교 앞 카페에서.”
사랑은 그제야 그날이 언제인지를 알아챘다.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한 그가 그녀를 스쳐 지나갔었던 잔인한 날.
카페에 혼자 남아 눈물샘이 고장 난 것처럼 하염없이 울었던 그 비참했던 장면.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뺨은 그날 맞았어야 했는데. 그래서 네가 먼저 가 버렸으면 좋았을 텐데.”
순간 사랑의 가슴속에서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그때의 서러움이 치솟으면서 두 눈이 뜨거워졌다.
“널 혼자 거기 남겨 두고 온 게 내내 마음에 걸렸어.”
“겨우 그런 거로요?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통화해 놓고 갑자기 나타나서 헤어지자고 한 건요? 다른 여자와 반지를 나눠 끼고 있다고 오해하게 만든 건 마음에 안 걸렸냐고요!”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어. 오해라도 해서 나 같은 놈은 잊어버렸으면 했으니까.”
“도대체 왜요. 내가 왜 그랬어야 했는데요. 우리가 대체 왜 헤어져야만 했는데요.”
끝내 이해할 수 없었던 사랑이 직접 물었다.
다 지나간 일이고 이미 끝난 관계를 다시 이어붙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알고 싶었다.
아니, 알아야만 했다.
어제는 당황해서 도망치고 말았지만 더는 피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야 그를 제대로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헤어지지 않았으면.”
도한은 말을 한 번 삼켰다.
잠시 시간을 두고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너한테 끔찍한 인간으로 남았을 테니까.”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냐고 사랑의 두 눈이 묻고 있었다.
도한도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을지,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쉽지가 않았다.
숨을 길게 내쉰 그는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열두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그리고 다음 해에 아버지가 재혼을 하셨고…….”
사랑은 가만히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도한의 아버지가 혜리의 어머니와 재혼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새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나한테 인사를 하셨는데……. 나는 그 순간 주저앉아 울었어.”
사랑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어린 도한일지라도 그가 우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늘 어떤 여자 이름을 부르셨거든. 바로 그 이름이었어. 아버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여자.”
순간 사랑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제 일이 아닌데도 심장이 벌렁거리는데, 그는 마치 남의 가족사인 것처럼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버지가 너무 미웠어. 돌아가신 어머니가 불쌍했고. 그래서 혜리를 버리고 왔어. 아버지는 기억도 못 하는 어머니의 기일에……. 나는 아버지한테 재수 없는 놈이었지만 혜리는 사랑하는 여자를 닮은 소중한 딸이었거든. 혜리가 사라지면 아버지도 상처받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어머니를 잃었을 때처럼.”
사랑은 충격에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어머니가 불쌍하다고 했지만 그녀는 도한이 더 안쓰러웠다.
고작 열세 살의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현실이었다.
“혜리는 그런 내가 미웠을 거야. 그래서 우리가 헤어지길 바랐어. 내가 누군가한테 진심이었던 건 네가 유일했으니까. 그게 날 가장 아프게 하는 거라는 걸 알았던 거지. 내가 아버지한테서 혜리를 떼어 내려고 했듯이.”
“그럼, 동생을 위해서 나랑 헤어졌다는 거예요?”
“아니.”
죄책감으로 혜리가 원하는 바를 들어줬다는 거 아닌가.
사랑은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헤어지지 않으면 내가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너한테 알리겠다고 했어. 난 그게 두려웠어. 네가 날 끔찍하게 쳐다보는 거.”
5년이 지나서야 이별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되다니. 사랑의 마음이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웠다.
갑작스러운 헤어짐으로 몰아쳤던 슬픔은 그에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오해로 인해 분노로 바뀌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뭘 잘못했던 걸까 하는 자책으로 변했다.
이젠 그마저도 옅어져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는데 또다시 여러 감정이 얽혀 들었다.
뭐라 정의할 수도 없는 느낌들이 가슴을 꽉 채워 갑갑하기만 했다.
“……결국 지도한 씨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도망쳤던 거네요. 그렇다는 건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는 뜻일 테고.”
사랑은 그렇게 정리했다.
저를 향한 그의 마음은 딱 거기까지였던 거라고.
그래서 쉽게 이별을 말할 수 있었던 거라고.
“너한테 진심이 아니었다면 헤어지지도 않았겠지. 네가 날 어떻게 보든 상관하지 않았을 테니까.”
“날 사랑하기라도 했다는 말이에요? 내 이름 한번 불러 준 적 없으면서?”
원망 어린 그녀의 목소리에 도한은 깊은 곳에 숨겨 놓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새어머니 이름이…… 채사랑이었어. 네 이름이 새어머니와 똑같지 않았다면 수없이 불렀을 거야. 너를 볼 때마다 목까지 차오른 네 이름이 입 밖으로 뱉어지지 않아서 괴로웠으니까. 너를 만나기 전까지…… 나한테 사랑이라는 단어는 불행과도 같은 뜻이었어.”
도한은 마치 오래된 상처 자국을 보며 지금은 괜찮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사랑은 그가 안타까웠다.
그때는 살이 찢어지고 피가 났을 텐데.
그대로 방치해서 곪을 대로 곪았을 텐데.
시간이 지나 더 이상 아프지 않다고 해도, 그날의 기억은 선명한 흉터로 남았을 텐데.
새어머니를 처음 만났을 때 도한은 이름을 듣고 주저앉아 울었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어린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미어졌을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이름이 사랑이었다니.
왜 하필 새어머니 이름이 사랑이라서, 그가 사랑이라는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는지.
하필 왜 내 이름은 사랑이라서, 그를 또 한 번 괴롭혔는지.
사랑은 도한에게만 잔인하게 구는 운명이 미웠다.
“미안해. 널 내 불행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서 헤어지자고 했어. 내 옆에 있으면 네가 더는 웃지 않을까 봐 겁이 나서 도망쳤어.”
도한은 사랑이 점차 웃음을 잃어 가고 결국엔 작은 미소도 짓지 않을까 봐 무서웠다.
그녀가 더는 그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나 같은 놈 말고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기도 했고.”
사랑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내게 좋은 사람이란 지도한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야말로 나에게 좋은 사람이니까.
그 누구도 그 이상의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다시는 사랑 같은 거 못 믿게 만들어 놓고.
자기 말고는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고.
어떻게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길 바랐는지.
사랑은 그를 미워한 지난 시간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데 쏟아 버린 청춘이 너무나 아까웠다.
“사과할 필요 없어요.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사랑은 생각했다.
이미 심장의 절반을 떼어 냈기 때문에 그에게 줄 마음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았다.
나머지 반쪽마저 그로 물들어 버린다면 숨조차 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의 상황이 복잡했고,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건 이해했다.
그렇다고 5년 전의 그가 용서되는 건 아니었다.
이렇게 간단한 고해성사로 치유되기엔 그에게서 받은 상처가 너무나 컸다.
심장 반쪽이 날아가 버렸는데 작은 반창고 하나 붙여 준 격이랄까.
사랑은 힘겹게 마음을 추슬렀다.
이젠 앉아 있을 기운도 없었다.
“모든 사실을 알았다고 해도, 난 다시 지도한 씨한테 가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나 좀 그냥 내버려 둬요.”
“나한테 오지 않아도 좋아. 대신 정윤재하고는 헤어져.”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랐다면서요.”
“그래서 헤어지라는 거야.”
“윤재가 좋은 사람이 아니면 대체 누가 좋은 사람인데요.”
그의 기준에서 좋은 사람이란 대체 누굴까.
누굴 만나도 당신보다는 좋은 사람 아니겠냐고 사랑이 눈으로 물었다.
그 질문에 도한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내가 널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
순간 사랑은 얼어붙었다.
조금 전까지 카페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굳어 버린 건지 시간이 멈춰 버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사귈 때도 들어 보지 못한 사랑한다는 말을, 헤어지고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듣고 말았다.
* * *
사랑이 집으로 돌아오자 지우가 포장해 온 갈비탕을 식탁에 차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설마 여태까지 지도한이랑 같이 있었어?”
사랑은 지우의 맞은편에 앉아 수저를 들었다.
아픈 몸을 이끌어 병원에 다녀오고 도한까지 만나고 온 탓에 기운이 다 빠져 버렸다. 곧바로 침대에 눕고 싶었지만 밥을 먹어야 약도 먹을 수 있었다.
봄이면 한 번씩 지독한 몸살에 걸리는 것도 지긋지긋했다.
어제 마신 술 때문인지 아니면 도한을 다시 만나서인지, 올해는 더욱 심하게 앓는 것 같다.
“그 인간이 뭐래? 정윤재랑 당장 헤어지래?”
그걸 어떻게 알았나 싶어 사랑이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너 나 도청하냐?”
“지도한한테 들켰거든. 나랑 윤재 사이.”
“뭐?”
국물 한 숟갈 뜨려던 사랑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도한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어서 이상했는데 그런 이유였다니.
거짓말이 영원할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너무 허무하게 들켜 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느낀 사랑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근데 왜 나한테 윤재랑 헤어지라고 했지? 너희 둘이 연인인 거 알았다며, 그 사람이.”
“우리가 너 몰래 만나는 줄 알더라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너랑 윤재가 사귀는데, 윤재가 나랑 바람피우는 줄 오해했더라고.”
잠시 할 말을 잃은 사랑이 곧 한숨을 내쉬었다.
“누굴 탓하겠어. 애초에 거짓말을 한 건 우린데. 그렇게 오해하는 게 당연하겠지.”
“그렇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지독한한테 그런 말까지 들어야겠냐?”
잔뜩 흥분한 지우가 성을 냈지만, 사랑은 그제야 도한이 한 말을 이해했다.
그래서 윤재와 헤어지라고 했구나.
친구와 바람난 남자 친구라서.
어떻게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가.
“그냥 사실대로 말하지. 아무 말도 안 한 거야?”
“우리를 무슨 벌레 보듯 하는데 확 열이 받잖아. 그럴 주제도 안 되면서. 그래서 윤재가 적반하장으로 나갔지.”
“그럼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데. 너랑 윤재가 바람피우고 있는 걸 알고 있는 설정이야? 아니면 등신같이 한 건물에 살면서도 모르는 설정이야.”
어쩌다가 이렇게 복잡해졌을까.
단순하게 사는 게 목표였는데 어른이 된 후부터 삶이 참 버라이어티해졌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 만나서 사랑받고 사는 게 꿈이었는데.
그거 하나가 이렇게 어렵다니.
“알고 있는 것도 웃기고, 모르고 있다는 건 자존심 상하는데.”
“그래서 어쩌자고.”
사랑은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밥을 떠먹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라는 걸 알아 버려서인지 눈앞의 갈비탕이 더 중요하다고 느껴졌다.
그사이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지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모르고 있는 거로 하자.”
“왜?”
“그래야 그 인간이 괴로울 거 아냐. 너한테 사실을 밝히자니 네가 상처받을 테고, 그렇다고 모른 척하자니 네가 불쌍할 테고. 과연 지도한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자고.”
사랑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가 괴로우면 내가 행복할까.
받은 만큼 돌려주고 후련하게 복수하고 나면 그를 잊을 수 있을까.
사랑은 자신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