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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화. 우리가 헤어진 이유 (51/63)


#50화. 우리가 헤어진 이유
2023.06.23.


5년 전이었다면 절대로 하지 못했을 말이었다.

이사랑에게만큼은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으니까.

어느 날 갑자기 유학을 떠나게 됐다고 이별을 고한 남자 친구가 좋은 놈이었을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끔찍한 존재는 아닐 수 있었기에 도망쳤었다.

그땐 그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녀에게도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여겼다.

이름 한 번 불러 주지 않았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해 주지 못했던 저보다는 누굴 만나도 행복하겠지.

그러다 보면 그 지독한 놈을 왜 만났을까 후회하며 쉽게 잊겠지.

도한은 사랑이 그럴 거라 믿었다.

정작 자신은 잊을 마음도 없었으면서.

헤어진 다음 날, 커플링을 맞추고 혼자서 5년 동안이나 그 반지를 끼고 다닐 거였으면 애초에 이별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그녀를 그리워할 거면 어떻게든 옆에 붙어 있었어야만 했다.

그녀가 저를 지독한 놈으로 보든 끔찍하게 여기든, 그녀를 향한 진심을 전하는 게 자신이 해야 할 일이었다.

도한은 그 사실을 깨닫고 사랑을 찾으러 왔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사랑에겐 이미 결혼할 사람이 있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다고 생각하자 온몸의 피가 말라 가는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자신이 준 상처는 잊고 정윤재와 행복하길 바라는 수밖에.

그런데 그마저도 어려웠다.

저를 보는 사랑의 두 눈엔 여전히 원망이 들어 있었다.

도한은 그 울분을 풀어 주고 싶었다.

자신이 얼마나 지독한 놈인지, 모든 걸 밝혀서 조금의 미련도 남기지 않게 해 주고 싶었다.

나 같은 건 깨끗하게 잊고 정윤재의 옆에서 행복하기만 하라고.

이제는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거라곤 이것뿐이었다.


“내가 버렸어. 동생을.”

어렵게 뱉어 낸 진실에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사랑이 작게 입을 벌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얼굴이 잔뜩 얼어 버렸다.


“우리가 헤어진 이유, 그래서야. 너는 몰랐으면 했으니까.”

“왜, 왜요……?”

그녀가 겨우 입을 떼서 묻는 질문에 도한은 대답하길 망설였다.

왜 몰랐으면 했느냐고 묻는 것도 같고, 혜리를 버린 이유를 궁금해하는 것도 같았다.

둘 중 어느 것이든 답을 하기엔 쉽지가 않았다.

그가 침묵하자 사랑이 주춤 뒤로 물러섰다.


“제가 지금 취해서. 나중에. 나중에 얘기를…….”

사랑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눈동자 속에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방금 들은 말이 무슨 뜻인지 지금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보였다.


“내일 기억 못 할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도한은 자신의 눈을 피하는 사랑을 보며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걸 알았다.

혜리를 버린 게 자신이라는 걸 안 순간, 그녀는 이미 그를 불편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제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의미였다.

도한이 한 발 다가서자 사랑이 뒤로 물러났다.


“머, 먼저 가 볼게요.”

“데려다줄게.”

“아니요. 혼자 갈게요.”

“취했잖아.”

“집에는 갈 수 있어요.”

“시간도 늦었고.”

그러니 같이 가자고 하려는데 사랑이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 세웠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무언가에 쫓기듯이 뒷좌석에 올랐다.

도한은 멀어지는 택시를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사랑을 알고 지낸 이후로 처음으로 마주한 눈빛이었다.

그건 아마도 두려움이었던 것 같다.

눈앞에 있는 범죄자가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은 눈빛.

결국 그녀에게 끔찍한 존재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도한의 가슴이 텅 비어 버렸다.


 

* * *

아침에 일어난 사랑은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매일 강제로 운동을 나가다 보니 6시 전에 눈이 떠지긴 했지만 도저히 이 상태로는 동네를 뛰어다닐 수가 없었다.


“지우야, 오늘은 나 빼고 가라.”

다시 침대에 누운 사랑이 고개만 돌려 옷을 갈아입는 지우에게 겨우 말을 뱉었다.

어제 술을 많이 마신 탓에 목이 타고 입이 말랐다.


“그래, 좀 더 자. 근데 너 출근은 할 수 있겠어?”

“아니. 오늘 쉬어야 할 것 같아.”

“회식한 다음 날에 결근한 적 한 번도 없던 애가 웬일이래. 대체 어제 얼마나 마신 거야? 그러고 집에는 어떻게 왔냐?”

사랑이 설핏 웃기만 하자 지우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한이 나타나고서 손을 다치질 않나 만취해서 들어오질 않나.

친구의 일상이 자꾸만 흔들리는 것 같아 속이 상했다.


“쉬고 있어. 운동하고 오면서 해장국이라도 사 올 테니까.”

“응, 고마워.”

사랑은 지우가 방을 나가고 나서도 한참을 누워 있다가 침대에서 내려왔다.

화장대 앞에 앉아 서랍을 열어 깊숙이 숨겨 놓은 반지를 꺼냈다.

도한에게서 받은 생일 선물이었다.


‘내가 버렸어. 동생을.’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사실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 순간 사랑의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켜 버렸다.

취기까지 더해져 그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망치고 말았다.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무작정 집으로 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술에서 깬 것처럼 정신이 또렷했다.

혜리를 버리고 왔다던 사촌 오빠가 도한이라니.

그가 왜 그런 나쁜 짓을 했을까.

수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사랑은 그가 준 반지를 처음으로 손가락에 껴 보았다.

5년 전에 이별하지 않았다면 스물한 살 생일에 그와 나눠 가졌을 커플링.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한은 이 반지를 혼자 끼고 있었다고 했다.


“도대체 왜…….”

반지를 매만지던 사랑이 낮게 읊조렸다.

도한이 동생을 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헤어졌다는 말.

그가 했던 말 중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다.

* * *

도한은 출근을 하자마자 옆자리부터 확인했다.

어제 사랑을 혼자 보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집에는 잘 들어갔나.

속은 괜찮은지.

걱정이 담긴 시선으로 그녀의 책상만 바라보는데 맞은편에 있던 나영이 말을 걸었다.


“사랑 씨 오늘 월차 쓰겠다고 연락 왔어요.”

사랑이 출근하지 않는다는 말에 도한의 두 눈이 조금 커졌다.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당장 그녀에게 가 보고 싶었다.


“어디 아프기라도 한 겁니까?”

“몸살이 좀 났나 봐요. 사랑 씨가 원래 봄이면 꼭 한 번씩 앓는다고 하더라고요. 스무 살 때 독감에 걸린 후부터 매년 그런다나. 작년 봄에도 아파서 결근했었는데, 올해도 그냥 안 지나가네요.”

독감에 걸려 얼굴이 반쪽이 됐던 사랑의 모습이 떠올라 도한의 미간이 좁아졌다.

5년 전의 그때도 지금도, 저 때문에 아파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혹시 어제 사랑 씨가 다른 말 안 했어요?”

“무슨…….”

“아무래도 느낌이 안 좋아서요. 정말 회사를 그만둘 생각인 건가 싶은 게.”

술만 마시면 우리 회사가 너무 좋다며 뼈를 묻겠다고 주정할 정도로 애사심이 높은 사랑이 어제는 곧 사직서를 낼 것처럼 굴었다.

도한 때문에 퇴사를 고려하는 건 아닌지.

나영은 일 잘하고 싹싹한 후배를 잃고 싶지 않았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더니, 도한이 사랑을 쫓아내는 것만 같아서 그가 조금 미웠다.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도한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니까.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자신이 싫은 거라면 해결책은 하나였다.

더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된다.

그것만 약속하면 그녀가 퇴사할 이유는 없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이젠 그저 직장 동료로서 그녀를 대해야만 했다.

* * *

회사에서의 결심과 달리, 도한은 퇴근하자마자 사랑의 집 앞까지 와 버렸다.

아픈 건 좀 나았을까.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 건가.

강지우도 출근했을 텐데, 혼자서라도 병원에 갔다 왔는지 궁금했다.

그러다 정윤재와 옆집에 살고 있다던 말이 떠올라 괜한 걱정을 했다 싶었다.

남자 친구가 오죽 잘 돌봐 줬을까.

사랑의 옆에 그 체대생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녀의 운명의 상대가 자신이 아닌 정윤재라는 사실이 씁쓸했지만 그녀에겐 오히려 잘된 일이었다.

저보다는 그 체대생과 함께 있는 게 더 행복할 테니까.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만 확인한 그는 비참한 기분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멀리서 익숙한 두 사람이 보였다.

강지우와 정윤재라는 걸 한눈에 알아본 그는 서둘러 골목으로 몸을 피했다.

집 앞까지 찾아온 걸 들켜서가 아니라, 그들이 마치 연인처럼 다정히 손을 잡고 있어서.


“이제 손 놓고 가자. 사랑이랑 마주치면 어떡해.”

“아직 병원이라며.”

“그래도, 병원 여기서 가깝잖아. 아픈 애한테 우리 다정한 거 보이기 그렇단 말이야. 지난번에도 집에서 키스하다 들킬 뻔했잖아.”

“알았어.”

손을 놓고 지나가는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도한은 헛숨을 터트렸다.

어떻게 강지우가 정윤재와.

어떻게 정윤재가 강지우와.

그 둘이 어떻게 사랑의 눈을 속여 가며 사귈 수가 있을까.

그들의 사이를 상상도 하지 못한 그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순진한 이사랑은 그것도 모르고 저 둘과 어울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가족과도 같은 친구라고 했었다.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 친구라 했다.

그런 사랑에게 저 두 사람은 지금껏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걸까.

도한은 지우와 윤재가 실망스러운 것보다 이 사실을 알고 괴로워할 사랑이 안쓰러워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 둘이 집이 아닌 식당으로 들어가는 걸 보고 또다시 기가 찼다.

아파서 병원에 갔다는 사랑을 두고 둘이서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간단 말인가.

이사랑에게 나쁜 놈은 저 하나로 충분한데.

왜 저 두 사람까지 더해진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도한은 유리창 너머로 나란히 앉아 음식을 주문하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식당 안으로 발을 옮겼다.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제 앞에서 사랑의 남자 친구 이름이 정윤재라고 당당히 말했던 강지우를 용서할 수 없었다.

천천히 걷던 그는 끝내 화를 참지 못하고 윤재에게 달려들었다.


 


“아악!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다짜고짜 나타난 도한이 윤재의 멱살을 잡아 올리자 놀란 지우가 소리쳤다.

윤재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일어나 그의 손을 내쳤다.


“뭡니까.”

예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사랑이 좋아하는 사람이라 윤재는 끝까지 도한에게 예의를 갖췄다.

왜 사랑은 이런 놈을 아직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그건 내가 물어야지. 둘이 뭐야.”

“뭐가요. 뭐가 뭐예요.”

지우가 일어서서 고개를 치켜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윤재를 사랑의 남자 친구라고 거짓말했다는 걸 잊어버렸다.

도한의 입장에선 그런 지우가 뻔뻔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너 원래 이런 애였어?”

“네?”

“앞에선 절친인 척 굴고 뒤에선 친구의 애인이랑 놀아나는 형편없는 애였냐고.”

지우는 그제야 이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자신의 거짓말이 이런 식으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렇다고 이 자리에서 사실을 밝히자니, 도한이 다시 사랑을 뒤흔들 것 같아서 그러기도 싫었다.

차라리 그냥 나쁜 년이 되기로 하고 대꾸하려는데 윤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쪽이 그런 말 할 자격은 됩니까?”

“……뭐?”

“우리가 무슨 사이든 그쪽이 상관할 일 아니라고요.”

강지우만 뻔뻔한 게 아니었다.

바람피우는 현장을 다 들키고서도 정윤재는 무척이나 떳떳해 보였다.

저 두꺼운 낯짝을 한 대 치고 싶은 걸 겨우 참느라 꽉 쥔 도한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때, 손에 약봉지를 든 사랑이 세 사람 옆으로 다가왔다.


“여기서 뭐 해요?”

사랑은 조금 전 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지우의 전화를 받았다.

퇴근하고 지하철역에서 윤재를 만나 가는 길인데 저녁 같이 먹고 들어가자고.

몸살로 안 아픈 곳이 없었지만 사랑은 뜨끈한 국물을 먹고 싶어서 갈비탕 식당으로 왔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왜 도한이 이곳에 있는 건지, 세 사람 모두 멀쩡한 의자를 놔두고 뭐 때문에 서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셋 중에서 누구도 그녀의 의문을 풀어 주는 사람은 없었다.

이 와중에 지우가 재빨리 윤재의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기는 걸 보며 도한은 몰래 헛숨을 터트렸다.


“여긴 어떻게 왔어요.”

“오 대리님이 전해 주라는 게 있어서. 지나가다 두 사람이 여기 있기에 들어왔어. 너도 같이 있는 줄 알고.”

사랑은 도한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전할 게 있었으면 나영이 제게 먼저 전화를 했을 테니까.


“나와요. 나도 줄 거 있으니까.”

넷이 사이좋게 앉아 밥을 먹고 싶진 않았다.

지우와 윤재라도 편하게 식사를 했으면 했다.


“내 갈비탕은 포장해 줘. 집에서 먹을게.”

“그래, 알았어.”

지우도 더는 도한과 같이 있고 싶지 않아 서둘러 둘을 보냈다.

친구의 남자 친구와 바람피운 나쁜 년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밖으로 나온 사랑은 도한을 데리고 카페로 들어갔다.

길에서 대화를 나누기엔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자리에 앉아 직원에게 주문을 한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직원이 커피 두 잔을 가져온 후에야 사랑이 물었다.


“정말 왜 온 거예요?”

“네가 아프다고 해서.”

갈라진 목을 달래려 물을 마시던 사랑이 컵을 내려놓으며 멈칫했다.


“직장 동료가 좋긴 좋네요. 병문안도 와 주고.”

“직장 동료로 온 거 아니야.”

도한은 이제 거칠 게 없었다.

지금까지 그러지 못했던 건 윤재와 결혼할 거라는 사랑을 배려해서였다.

하지만 정윤재의 실체를 알아 버렸으니 더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저보다 더 나은 놈이 아니라면 그녀를 보낼 수 없었다.

사랑이 황당한 표정을 짓자 그가 다시 말했다.


“사과부터 할게. 5년 전에 내가 너한테 한 짓에 대해서.”

“필요 없어요. 이미 지나간 일이고 이젠 상관도 없으니까.”

“왜. 회사 그만둘 거라서?”

사랑은 대답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수많은 고민을 했지만 남자 하나 때문에 회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들어간 직장이니만큼 오랫동안 다닐 생각이었다.

대신 회사를 그만둘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인생에서 이제 그만 그를 지우기로 다짐했다.

그래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다.

이대로는 하루하루 버티기도 힘들었다.


“그냥 있어. 옮겨 봤자 내가 따라갈 거니까.”

사랑은 하루아침에 바뀌어 버린 도한을 멀뚱히 쳐다봤다.

어제까지만 해도 저를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웠는데, 그런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갑자기 왜 이래요?”

아파서 정신이 없는 건 난데 왜 이 남자가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건지.

사랑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 누르자 그가 말했다.


“내가 너, 정윤재한테서 뺏어 오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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