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화.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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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생일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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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생일 선물
2023.06.09.
사랑은 잠시 회식 자리에서 벗어나 밖으로 나왔다.
한파 주의보라더니 밤바람이 매서웠다.
술은 한 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렸다.
“보고 싶은 사람이라니.”
저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에 사랑의 코끝이 시큰거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내가 왜 지도한이 보고 싶은 사람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게 진심도 아니었으면서.
그저 재미 삼아 저 좋다는 순진한 신입생을 잠깐 만나 준 거 아니었나.
그러다 귀찮아져서 버린 주제에 절절하게 구는 건 뭔데.
정말 사람 괴롭히는 것도 가지가지다.
얼굴이 시릴 정도로 추웠던 사랑이 그만 들어가려던 찰나에 지우에게 전화가 왔다.
“어, 지우야.”
- 회식 아직 안 끝났어?
“응. 한창 마시고들 있어.”
- 너 지루하겠다. 술도 못 마시고.
사랑은 붕대가 감긴 오른손을 내려다봤다.
차라리 손이 다쳐서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도한의 맞은편에 앉아 술까지 마셨다면 아마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을 거다.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도 않고 온갖 욕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끝나겠지, 뭐.”
- 마무리되는 것 같으면 연락 줘. 윤재랑 같이 데리러 갈게.
“됐어. 너 지도한한테 윤재가 내 남친이라고 했던 거 잊었어? 근데 둘이 오겠다고?”
- 아, 맞다. 하여간 그 인간이 문제라니까.
지우가 저를 대신해 도한을 비난하자 사랑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역시 친구밖에 없다.
- 그럼 윤재만 보낼까?
“뭐?”
- 보란 듯이 윤재가 딱 나타나서 널 데려오는 거지. 남자 친구 자격으로.
사랑은 헛숨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사이라지만, 이따금 강지우의 머릿속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너는 네 남친을 내 남친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그러고 싶니?”
- 지도한이 자꾸 신경 쓰이게 하니까 그렇지. 네가 또…….
지우는 뭔가를 말하려다 입을 다물고 한숨을 내쉬었다.
- 암튼 끝날 것 같으면 전화해. 혼자 택시 타지 말고. 알았지?
“그래, 알았어.”
사랑이 밤에 혼자 택시 타는 걸 무서워했기에 지우는 약속을 받아 내고서야 전화를 끊었다.
“하아…… 춥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사랑의 손이 시렸다.
제 심장도 이렇게 차가웠으면 좋겠는데.
그럼 도한을 마주해도 아무렇지 않았을 텐데.
왜 쓸데없이 그 사람만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길게 숨을 내쉰 사랑은 다시 그가 있는 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 * *
자리로 돌아와 보니 앞에 있어야 할 도한이 저만치 떨어져 있었다.
동식에게 불려 간 건지, 그 옆에 앉아 여전히 술을 물처럼 마시고 있었다.
동식은 이미 거나하게 취한 듯 한껏 달아오른 얼굴로 도한의 빈 잔에 술을 채우기 바빴다.
저러다 쓰러지는 거 아냐?
사랑이 걱정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는데 옆에서 나영이 조용히 말을 걸어 왔다.
“사랑 씨, 먼저 들어가. 손도 불편한데.”
“아니에요. 곧 끝날 텐데 같이 나갈게요.”
얼마든지 핑계를 대고 집에 갈 수 있었지만 사랑은 도한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들어온 남자 팀원이라서 작정하고 술을 먹이는 거 같았다.
다들 취해서 챙겨 줄 사람도 없을 텐데 무사히 집에 가는 걸 봐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이건 사수로서 당연한 태도라며 사랑은 자기 자신에게 일러두기까지 했다.
“그나저나 지 대리님 괜찮은 건가? 세 병은 마신 것 같은데.”
“세 병이요?”
“응. 주량이 보통이 아닌가 봐. 어떻게 저렇게 멀쩡하지?”
사랑과 나영의 시선이 도한에게 향했다.
그렇게 술을 마셨는데도 멀쩡한 도한이 신기했는지, 팀원들이 더 마셔 보라며 그의 잔을 채워 주고 있었다.
“멀쩡할 리가요. 제가 보기엔 취한 것 같은데.”
술에 취해 보고 싶다고 집 앞에 찾아왔었던 그를 기억한다.
얼핏 보기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취기가 올랐을 때 그는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보통 때와 달리 조금 더 편안한 얼굴로 웃음을 짓는데, 그 모습이 해맑은 십 대 소년 같았다.
그 미묘한 차이를 사랑은 알고 있었다.
그를 혼자 좋아했을 때부터 몰래 훔쳐보는 게 일이었으니 그런 변화쯤은 쉽게 알아챘다.
“그래? 그럼 오늘은 사랑 씨 밀착 보호 못 하겠네.”
“자기 몸도 못 지키는 사람이 누굴 보호하겠어요. 무슨 술을 저렇게…….”
또다시 술잔을 기울이는 도한을 보며 사랑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라도 나서서 말려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도가 지나쳤다.
그녀가 사람들에게서 도한을 빼낼 궁리를 하고 있는데, 때마침 동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회식은 여기까지 합시다. 내일 출근도 해야 하는데 일찍일찍 들어가야지.”
밤 10시를 일찍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끝나서 다행이었다.
동식이 밖으로 나가자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따랐다.
“우리도 나가자. 택시 잡아 줄게.”
회식이 끝나면 나영은 항상 막내인 사랑의 귀가를 책임졌다.
나영이 막내일 때도 사수가 그랬다며 팀의 전통처럼 내려오는 일이라고 했다.
“저는 지 대리님 보내고 갈게요. 제가 사수잖아요.”
“괜찮겠어?”
“네, 괜찮아요.”
지금까진 신입 사원의 사수를 동성으로 지정해서 무리가 없었지만 도한과 사랑은 특수한 경우라 문제가 있었다.
특히나 술에 관해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었기에, 누구도 사랑에게 도한을 책임지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은연중에 짐작하고 있던 나영은 둘만 남겨 놓기로 했다.
어제 사랑이 다쳤을 때 도한이 날카롭게 반응했던 거로 보아선, 술김에 몹쓸 짓을 할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랑이 도한을 챙기겠다고 하니, 그녀 역시 그를 믿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 그럼.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네, 내일 회사에서 뵐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떠나는 나영에게 인사한 사랑이 도한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그 자리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누가 데려갔나.”
다른 팀원들이 우르르 나가는 바람에 미처 그를 보지 못했다.
나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던 사랑은 머쓱해지고 말았다.
무사히 잘 들어갔을까 걱정도 되었다.
사수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자책까지 밀려왔다.
결국 사랑은 무거운 마음으로 식당을 나섰다.
사랑은 지우에게 회식이 막 끝났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바로 지우에게서 곧 도착하니까 기다리라는 답이 돌아왔다.
추워서 그냥 택시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아까 통화를 마치고 벌써 윤재와 출발을 했단다.
하는 수 없이 식당 안에 들어가 있으려고 몸을 돌린 그녀는 흠칫 놀랐다.
집에 간 줄 알았던 도한이 대기하는 손님을 위해 마련된 벤치에 앉아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도 없었다.
취한 사람을 혼자 내버려 두고 가다니.
사랑은 못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천천히 도한에게 다가갔다.
담배를 입에 물고 막 불을 붙이려던 그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녀를 보고 조금 놀란 눈을 하더니 곧 담배를 든 손을 내렸다.
“안 가고 여기서 뭐 해요.”
놀란 건 사랑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담배를 피우는 줄 몰랐다.
처음 보는 모습이라 낯설었고,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술 취해서 추운 줄도 모르나 본데 그만 들어가요.”
그녀의 목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던 도한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5년 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숙소 앞에서 그가 사랑에게 했던 말이었다.
‘술 취해서 추운 줄도 모르나 본데 그만 들어가. 촌스럽게 감기나 걸리지 말고.’
오늘만큼이나 추웠던 그날이 선명하게 떠오른 듯, 그의 눈빛이 아련하게 젖어 들었다.
“대리 기다려. 그러는 넌 왜 여태 안 갔는데.”
사랑은 회사 밖이라고 자연스럽게 반말을 하는 그가 어이가 없었지만, 술 취한 사람을 상대로 잔소리를 해 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 그만뒀다.
“남자 친구 기다려요. 데리러 온다고 해서.”
거짓말도 자꾸 하면 느는 건가.
사랑은 제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남자 친구라는 말이 나오는 게 신기했다.
지우가 도한에게 윤재를 제 남자 친구라고 했을 때만 해도 죄를 짓는 것처럼 심장이 떨리더니, 이젠 죄책감도 없었다.
제법 여유롭게 받아쳤다고 그녀가 내심 자랑스러워하고 있는데 도한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강지우 오기로 했어?”
“지우가 왜 제 남친이에요? 제 남친 이름 지우가 알려 줬잖아요. 우리 학교 나왔고…….”
윤재를 기억할 리가 없을 것 같아서 자세히 설명하려는데 도한이 말을 잘랐다.
“정윤재 네 남자 친구 아니잖아.”
순간 사랑은 크게 당황했지만 아닌 척하며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도한이 사실을 알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왜 아니라고 생각해요? 윤재하고 저 꽤 오래 만났어요.”
“아, 그래?”
도한이 벤치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한 발 앞으로 나와 사랑과의 거리를 좁혔다.
사랑은 가까워진 그를 보며 저도 모르게 뒤로 주춤 물러섰다.
소주를 세 병이나 마시고도 도한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누가 이 남자를 취했다고 생각할까.
사랑은 자신이 취한 것처럼 얼굴에 열기가 올랐다.
“정윤재 군대 가면 편지 써 주겠다고 하더니. 그때부터 사귀었나.”
별걸 다 기억하고 있었다.
사랑은 헛숨이 터져 나오려는 걸 겨우 참았다.
“아니요, 제대하고 사귀었는데요. 윤재가 군대에 있을 땐 연애 안 한다고 해서요. 여자 친구 혼자 학교에 남으면 외로울 거라고.”
“강지우는 네가 정윤재랑 4년을 사귀었다고 하던데.”
“……네?”
“1학년 마치고 군대에 갔다 왔어도 안 맞는다고.”
와, 어쩜 술을 마시고도 그런 계산이 되는 거지?
사랑은 넋을 놓고 있다가 재빨리 대답했다.
“지우가 잘 모르고 한 소리예요. 4년이나 3년이나 거기서 거기니까.”
“커플링도 없잖아.”
도한이 그녀의 왼손을 내려다보자 사랑은 등 뒤로 손을 감췄다.
그가 제 손을 잡은 것도 아닌데 시선만으로 손이 뜨거워졌다.
그와 손을 맞잡았을 때처럼 온기가 느껴지는 듯해 가슴이 뛰었다.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해서요.”
“그럴 리가.”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저리도 확신하는 걸까.
사랑은 황당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문득 그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주먹 쥔 손을 내밀었다.
“뭐예요?”
그에게서 마땅한 대답이 없자 눈치를 보던 사랑은 그의 주먹 아래로 손바닥을 가져갔다.
그가 손을 펼치자 믿을 수 없게도 반지가 툭 떨어졌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 한 사랑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생일에 받고 싶다고 했잖아.”
사랑은 멍하니 두 눈을 깜빡이다 다시 손바닥 위에 놓인 반지 쪽으로 고개를 내렸다.
‘받고 싶은 선물 있으면 얘기해 봐. 그것도 기억하고 있을 테니까.’
‘커플링이요.’
5년 전, 도한의 생일 때 나누었던 대화가 귓가에 생생히 전해졌다.
사랑은 그가 제 생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게다가 커플링을 선물 받고 싶다고 말한 것까지 잊지 않았다니.
하지만 곧 그녀는 감격이 아닌 비참한 감정을 느꼈다.
다른 여자와 나눠 낀 반지를 보고 그의 뺨까지 때렸는데 어떻게 지금 제게 이걸 줄 수가 있는지 기가 찼다.
어쩌다 한 팀에서 일하게 됐고, 마침 생일이기도 하니 받고 싶다던 선물 정도 선심 쓰듯 주겠다는 건가.
이제 반지도 받았으니 그때 일은 잊어버리라는 건지.
사랑은 도한이 저를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아 반지가 올려진 손을 꽉 오므렸다.
이대로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을 때 그가 말했다.
“너랑 헤어지고 맞췄어. 너하고 내 이름 새겨서.”
순간, 주먹을 쥔 사랑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오랫동안 끼고 다녔는데……. 어제 출근 전에 뺐더니 허전하네.”
도한이 빈 손가락을 매만졌다.
5년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반지가 사라진 곳엔 연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사랑을 잃어버린 제 가슴도 아마 이렇지 않을까 싶어 그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걸렸다.
“네가 또 오해할까 봐 무서워서 못 끼겠더라.”
도한은 뺨은 얼마든지 맞을 수 있었지만 다른 여자가 있다는 오해는 받기 싫었다.
자신에게 여자는 오직 이사랑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때 호텔에서 내가 끼고 있었던 반지. 다른 여자가 아니라 네 이름을 새긴 커플링이었다고.”
사랑은 5년 전에 봤던 도한의 반지가 지금 자신이 쥐고 있는 것과 한 세트라는 말에 눈빛이 흔들렸다.
“그럼 왜, 왜 그때…….”
우리는 헤어져야만 했었던 걸까.
사랑은 순식간에 두 눈이 뜨거워지고 목이 메었다.
두 번 다신 도한 때문에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도, 엘리베이터에 함께 있을 때도, 옥상에서 마주했을 때도 참고 참았던 눈물인데 지금은 금방이라도 떨어져 내릴 것처럼 가득 들어차고 말았다.
“생일 케이크 촛불에 소원 빌면 이루어진다는 거 진짜네.”
도한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오자 사랑은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데, 궁금한 게 너무나 많은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들어찬 질문들이 잔뜩 엉켜 버려 어떤 것부터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날 촛불 끄면서 네 생일에도 너랑 같이 있을 수 있게 해 달라고 했거든.”
끝내 사랑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도한이 손을 올려 그녀의 물기 어린 눈가를 쓸었다.
술기운이라도 빌려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어 오늘 회식이 무척 감사했다.
“이렇게 늦게 이루어질 줄 알았으면 내년 생일이라고 할걸. 아니, 매년이라고 할걸.”
그럼 우리는 헤어지지 않았을까.
내가 너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었을까.
애정이 담긴 도한의 손길에 사랑의 어깨가 떨렸다.
5년 전, 그가 커플링을 부담스러워할까 봐 사랑은 다른 선물을 달라고 말했었다.
그날 그와 나누었던 키스.
사랑은 매일같이 도한과 입을 맞췄으면서도 생일이 되면 또 받고 싶었다.
그보다 더 기쁜 선물은 없을 테니까.
그것마저 기억하는 걸까.
도한이 조금씩 고개를 자신 쪽으로 내리고 있었다.
피해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사랑은 의지와 상관없이 두 눈이 서서히 감겼다.
도한의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졌다. 사랑은 지금이라도 그를 밀쳐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 저 멀리서 강한 빛과 함께 주차장 자갈길을 구르는 타이어 소리가 들렸다.
사랑에게 다가가던 도한이 행동을 멈추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차를 세우고 운전석에서 내린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 남자를 한눈에 알아본 도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정윤재. 모두가 사랑과 잘 어울린다고 했던, 자신마저도 그렇게 생각한 바로 그 체대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