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42/63)


#41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2023.05.22.


서한 전자 본사 1층 로비에서 도한은 한동식 팀장을 기다렸다.

작년에 수호를 통해 알게 된 사람으로, 서한 전자 TV 사업 본부 개발기획팀 팀장이라고 했다.

그 후로 몇 번 식사 자리를 가졌고 친분이 쌓이자, 동식은 도한에게 같이 일을 해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정식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한 건 아니었지만 마냥 농담 같지도 않았다.

진심이긴 한데 도한의 위치가 너무 높아서 동식은 큰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리 서한 전자가 대기업이라 해도 도한에게는 별로 흥미가 없을 테니까.

5년 전에 대학 동기와 창업하여 공동 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가 뭐가 아쉬워서 일개 직장인이 되겠는가.

동식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미련이 남아 도한을 만날 때마다 우리 회사에 들어오라고 장난처럼 말을 건네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도한이 동식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서한 전자 건물이 예뻐서 결정을 내렸다고 해서 참 황당했지만 어쨌든 동식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첫 출근 할 때 직접 로비에서 사무실까지 에스코트를 해 주겠다고 할 정도로 굉장히 기뻐했다.


“아이고, 지 대표님. 일찍도 오셨네요.”

동식의 과한 인사에 도한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평소엔 편하게 이름을 부르던 그가 대표님이라는 호칭에 말까지 높이며 놀리고 있었다.


“사무실에서도 그렇게 부르실 건 아니시죠.”

“당연히 아니지. 어떻게 부하 직원을 대표님이라고 불러.”

동식은 연신 웃는 얼굴로 도한을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천군만마를 얻는다는 게 이런 기분인가 싶어 동식의 표정이 밝았다.


“그래도 대리는 좀 그렇지 않아? 대표님 소리 듣다가 갑자기 직위가 훅 떨어졌잖아. 과장으로라도 모셔 왔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

동식은 그 부분이 가장 신경 쓰였다.

도한이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사업의 대표직을 내려놓았으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 팀장 자리라도 내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먼저 대리를 자처했다.

나이에 맞게 그 정도가 적당하겠다고.

다른 직원들의 눈도 있으니 동식으로서는 그의 배려가 고마웠다.

어차피 대리 월급이나 과장 월급이나 도한에게는 쥐꼬리도 되지 못할 터였다.

그가 서한 전자에 들어온 진짜 이유가 뭐든 돈은 아닐 테니, 직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저는 신입 사원이고 싶은데요.”

“신입 사원?”

“네. 대학 졸업장이 없어서 공채에 지원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이제 보니 처음부터 우리 회사에 마음이 있었네.”

그런데 왜 그렇게 사람 애를 태웠냐며 동식이 미간을 좁혔다.

도한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에 올라 동식이 7층 버튼을 눌렀다.


“우리 팀은 7층이야. 식당은 지하에 있고, 바람 쐬기엔 옥상이 좋고, 나머지는 뭐 별로 갈 일도 없는 곳이라.”

금세 7층에 도착해 복도를 걸으며 동식이 말을 이었다.


“혼자 알아서 잘하겠지만 혹시라도 모르는 거 있으면 우리 팀 막내한테 물어봐. 친절하게 가르쳐 줄 테니까.”

막내라는 말만 들었을 뿐인데 도한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그가 서한 전자에 발을 들인 이유가 바로 개발기획팀 막내, 이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도한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두 번째 대학을 자퇴하고 수호와 사업을 시작하면서 정신없는 나날이 이어졌다.

사랑을 잊고 지낸 적은 없었지만, 바쁜 하루하루로 인해 그녀가 벌써 졸업하고 취업했을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작년에 동식이 핸드폰으로 보여 준 사진 한 장에서 그녀를 찾았다.

1박 2일의 야유회를 끝내고 숙소 앞에서 팀원들과 모여 찍었다는 사진에 사랑이 있었다.

맨 앞줄에 앉아 손으로 브이를 하고 모습이 여전히 해맑았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보고 싶을 정도로, 도한은 그날 이후로 다시 그녀를 앓기 시작했다.

머리와 가슴에서 그녀를 지운 게 아니라 단지 5년이라는 세월에 묻혀 있었던 것뿐이라 그리움이 되살아나는 건 사진 한 장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무슨 염치로 그녀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헤어져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한들 비겁한 변명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끔찍한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 도망쳤는데, 그녀를 볼 수 없는 현실이야말로 끔찍했다.

미리 알았다면 이사랑 옆에 남는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사진을 보기 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얼굴을 보지 않았을 땐 가슴에 묻은 그녀의 행복을 빌어 줄 수 있었지만, 한 번 본 이상 그녀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쳤다.

이사랑을 원하는 심장이 곧 터져 버릴 지경이었다.

사랑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공동 대표직을 내려놓는 건 어렵지 않았다.

생각보다 정리할 것이 많아서 더 빨리 그녀에게 갈 수 없는 게 힘들 뿐이었다.


“저는 사수 없습니까? 기업에선 사수한테 일을 배운다던데.”

신입 사원으로 입사해서 이번엔 자신이 그녀의 후배가 되고 싶었지만,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그렇다면 잠깐이나마 후배가 되는 수밖에.


“그건 신입 사원 얘기고. 대리한테 무슨 사수를 붙여 줘.”

“신입 사원이고 싶다니까요.”

“대표였던 사람을 누가 맡겠어? 우리가 지 대표한테 배울 판인데.”

사무실 문 앞에 선 동식이 인상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들어가자고 하려는데 도한의 표정이 꽤 진지했다.


“이 팀 막내 붙여 주십시오.”

“뭐?”

“제가 사수로 모시겠습니다.”

동식이 입을 떡 벌렸다.

그러다 곧 고개를 끄덕였다.

성공한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더니.

대리로 들어온 것도 모자라 팀의 막내에게 일을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이 대단해 보였다.


“그래. 올해 신입 사원 안 들어와서 실망이 클 텐데, 이 기회에 막내 한번 벗어나게 해 주지, 뭐. 어디 한번 잘 모셔 봐.”

동식이 도한의 등을 툭툭 두드렸다.

그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도한은 잠시 그 자리를 지켰다.

제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 준 그녀.

사랑이라는 말을 할 수 있게 해 준 그녀.

그토록 그리웠던 이사랑이 바로 이 문 너머에 있었다.

도한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마침내 그녀의 세상으로 발을 들였다.


 

* * *



“안녕하십니까. 지도한입니다.”

사랑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넋을 놓고 말았다.

조금 전까지 도한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진짜로 그가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된 사람이 지도한이라니.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여긴 김인수 과장, 여긴 오나영 대리.”

동식에게서 인수와 나영을 소개받은 도한이 고개 숙여 인사를 나눴다.

처음 뵙겠다, 환영한다는 말이 오간 뒤에야 동식이 사랑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우리 팀 막내 이사랑 사원.”

사랑을 마주한 도한은 가슴이 뻐근했다.

5년 전에 얼어붙었던 심장이 조금씩 녹아 통증이 일었다.

지금 그녀의 모습은 5년 전의 그날과 닮아 있었다.

그의 생일날 화장을 짙게 하고, 목선이 드러나게 머리를 묶어 사회 초년생 같았던 이사랑.

스물다섯의 그녀를 미리 엿본 듯한 그때와 비슷했다.

순수함에 성숙함이 더해져 더욱 빛이 났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랑은 도한의 태연한 인사에 하마터면 헛숨을 터트릴 뻔했다.

하지만 보는 눈들이 많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는지 하늘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두 번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어이가 없게도 그와 같은 팀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동식의 다음 말에 사랑은 더욱 기가 막혔다.


“오늘부터 사랑 씨가 지 대리 사수다.”

놀라서 입이 벌어진 그녀를 대신해 나영이 나섰다.


“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신입 사원도 아닌데 굳이 사수를 붙일 필요는 없잖아요.”

“지 대리가 우리 팀 막내를 자처했거든. 어쨌든 사랑 씨가 먼저 입사했으니까 선배로 모시겠다네.”

나영은 할 말이 없었다.

본인이 그러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사업을 이끈 대표였다기에 잘난 척이라도 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나영은 도한의 겸손함에 안심했다.


“오늘 바쁜 일도 없으니까 지 대리한테 회사 좀 안내해 줘. 그래야 빨리 적응하지.”

“……네.”

팀장의 말을 거부할 수도 없어 사랑은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도한과 함께 사무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도 그녀는 정면만, 그는 그녀만 바라봤다.

곧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오른 사랑이 1층 버튼을 눌렀다.

안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닫힌 문에만 시선을 두었다.


“1층엔 카페와 편의점이 있어요. 식당은 지하, 피트니스 센터는 15층. 그리고 얼마 전에 명상실이 생겼는데 16층에 있으니까 관심 있으면 한번 가 보세요. 사원증만 있으면 제가 얘기한 세 곳 다 이용 가능합니다. 그럼 먼저 1층부터 차례로…….”

돌아다니며 설명하겠다는 말을 하려는데 도한이 1층 버튼을 눌러 엘리베이터를 세우더니 가장 높은 숫자인 19층 버튼에 불이 들어오게 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그제야 사랑은 처음으로 도한을 똑바로 마주했다.


“옥상부터 가 보죠. 팀장님이 바람 쐬기에 좋다고 하시던데.”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이 매서웠다.

왜 또 내 앞에 나타나서 평온한 나의 일상을 뒤흔드느냐고 사랑은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두 주먹을 힘껏 쥐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지 않으면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엘리베이터가 19층에 멈춰 문이 열리자 사랑이 먼저 밖으로 나왔다.

빠른 걸음으로 옥상 문을 열어젖히자 2월의 시린 바람을 타고 하얀 눈발이 흩날렸다.

겨울에 이곳까지 올라와 바람을 쐬는 사람은 없었다.

무슨 얘기를 해도 듣는 이는 도한뿐이었다.

사랑은 옥상 한가운데에 멈춰 서서 그에게 몸을 돌렸다.


“같이 일하게 돼서 그쪽도 놀랐겠지만, 피차 아는 척은 하지 말죠.”

잠깐이나마 같은 대학을 다녔다는 게 퍼지게 되면 팀원들이 아는 사이냐고 물을 수 있었다.

그래서 미리 일러둬야만 했다.

그런데 그는 가만히 듣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사랑이 따지듯 묻자 도한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럴게.”

그가 예전처럼 편하게 말을 놓은 순간 사랑은 심장이 얼어붙었다.

그를 처음 만났던 날도 지금처럼 눈이 내렸다.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던 그날의 선배가, 지금은 정장을 차려입고 자신을 사수로 모시겠다며 눈앞에 서 있었다.

시간이 한참이나 지났는데 첫눈에 반했던 그때의 기분이 어떻게 이 순간 똑같이 느껴질 수가 있는 건지.

사랑은 타임머신을 타고 스무 살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왜 하필 그때일까.

조금 더 시간이 흐른 이별의 시점이면 좋았을걸.

비참하게 버림받았던 그날로 돌아갔다면 다시 한번 그의 뺨을 내려칠 텐데.


 


“뻔뻔한 건 여전하네요. 바람 쐬고 싶으면 실컷 있다가 내려와요. 나는 얼어 죽기 싫으니까.”

사랑은 더 이상 도한을 마주하기가 힘들었다.

그가 한 번만 더 반말했다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지나치게 순수했던 신입생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그의 여자 친구였던 때로 되돌아간 것만 같아서.

도한은 자신을 내버려 두고 먼저 가 버리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멀어지는 사랑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했다.

그런데 그녀가 우뚝 발을 세우더니 다시 그에게 되돌아왔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도한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사랑이 걸음을 멈췄다.


“같이 가요.”

도한은 저도 모르게 손이 움찔했다.

당장이라도 사랑을 안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이렇게 가까이 마주 봤던 순간을 얼마나 추억했는지 모른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던 그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른다.


“나 혼자 내려가면 다들 오해할 거 아니에요. 내가 군기나 잡는 지독한 사수인 줄.”

말에 가시가 있었다.

지독한 건 내가 아니라 너 아니냐는 듯.

도한은 그마저도 반가워 설핏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사랑은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제 앞에서 웃는 얼굴을 보일 수가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다시 그를 혼자 남겨 두고 걸어갔다.

그래 봤자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를 기다릴 게 뻔했기에, 이 상황이 사랑은 지독히도 싫었다.

* * *

점심시간이 되자 팀원 몇몇이 도한과 지하 식당으로 내려갔다.

새로운 사람과 친해질 겸, 돌아가며 그와 점심을 함께하기로 한 것이다.

사랑과 나영은 내일 도한과 식사를 함께하기로 하고, 오늘은 둘이서 식당을 찾았다.

두 사람은 각자 음식을 받고 맡아 둔 자리에서 만나기로 했다.

밤새 술을 마신 사랑은 육개장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런데 뒤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톡 두드렸다.

돌아보니 지우였다.


“해장엔 역시 육개장이지.”

부서가 다른 지우와는 이런 식으로 식당에서 마주치곤 했다.

같은 집에 살아도 회사에서 우연히 만나면 반가운데 오늘은 더욱 그랬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아침 일찍 동네를 함께 뛴 동지였으니까.


“너희 팀에 새로 오신 분이 그렇게 잘생겼다며?”

“소문 한번 빠르다.”

“오늘 여직원들 다 그분 얘기밖에 안 하던데?”

“다들 할 일 없나 보네. 이러니까 경쟁 업체 제품이 치고 올라오지.”

사랑이 인상을 찌푸리자 지우는 우리 팀장님 같은 소리나 하고 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됐고. 어디 있어? 같이 안 왔어?”

지우가 고개를 쭉 내밀고 주변을 살폈다.

소문이 날 정도로 잘생겼으면 눈에 확 띌 테니까.

그러다 저 멀리 테이블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보고는 흠칫 놀랐다.


“야, 이사랑.”

“왜.”

곧 제 차례라 앞으로 조금 당겨 선 사랑이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나 아무래도 안과 가 봐야 할까 봐.”

“갑자기 무슨 안과?”

“내 눈에 지도한이 보여.”

지우는 두 눈을 여러 번 깜빡이더니 손으로 꾹꾹 누르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도한이 보여 미칠 노릇이었다.


“작년에 건강 검진 했을 때 안압이 높다고 하더니. 나 진짜 눈에 문제 있는 거 아냐?”

사랑은 심각해진 지우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차라리 지우의 눈에 문제가 있는 거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제 눈에도 지도한이 보이는 게 문제니까.


“네 눈 멀쩡해.”

“뭐?”

쟁반에 육개장 그릇을 담은 사랑이 나영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지도한이 바로 우리 팀에 새로 오신 그분이야.”

사랑이 폭탄을 투척하고 가 버리자 지우의 두 눈이 쏟아질 듯 커졌다.

자신의 차례라는 것도 잊은 채 정신을 놓고 말았다.

저 인간이 우리 회사에 들어왔다고?


“어떻게? 아니, 왜?”

어째서 또 사랑의 앞에 나타난 건지.

그래서 이사랑은 지금 괜찮은 건지.

지우는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앉은 도한과 사랑을 번갈아 쳐다보느라 육개장은 까맣게 잊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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