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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그럴까요 (15/63)


#15화. 그럴까요
2023.02.20.


<연애와 결혼> 수업이 끝나고 사랑은 도한과 강의실을 나섰다.

계단을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그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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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과제는 당구장 데이트 어때요?”

흔한 데이트 장소가 아니라 리포트 쓰기에도 좋았다.

게다가 도한이 즐겨 가는 곳이니 반길 거라고 여겼다.

비록 고백은 거절당했지만 여전히 그를 좋아하기에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윤재에게 부탁해서 당구를 가르쳐 달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도한의 표정이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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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데이트를 당구장에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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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랑은 당황했다.

과제를 하러 가기 전에 몇 번 더 연습해서 잘 보일 생각이었는데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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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에 여자 친구 데려가면 다들 별로 안 좋아해. 재미없다고 나가자고 하지.”

사랑은 순간 얼굴도 모르는 그의 과거 여자 친구들이 부러웠다.

제게는 열리지 않는 이 남자의 마음을 그들은 한 번이라도 가져 봤을 테니까.

할 줄도 모르는 당구까지 배워 가며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저와는 반대로, 그들은 이 남자의 손에 이끌려 당구장에 갔을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왜 이렇게 포기가 안 될까.

좋아하지 말아야지, 수도 없이 다짐하면서 왜 이 남자만 보면 어느새 또 빨려 들어가는 걸까.

너는 안 되겠다는 말까지 들은 마당에 무슨 기대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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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당구 좋아하는 여자들도 있잖아요. 저도 해 보니까 재밌던데.”

사랑은 배우기로 시작한 게 아까워서라도 가고 싶었다.

그가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들은 싫어했겠지만 나는 아니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는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쓸데없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때 도한이 눈썹을 찌푸리더니 걸음을 멈췄다.

함께 걷던 사랑도 그를 따라 발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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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 재미있었던 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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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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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구장에서 너 봤어. 누가 보면 데이트하는 줄 알겠던데.”

도한은 그날 자꾸만 두 사람을 훔쳐보느라 당구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사랑의 손까지 잡으며 열정적으로 가르쳐 주는 윤재가 눈에 거슬렸다.

손을 얌전히 잡혀 주는 그녀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랑이 윤재를 안고 기뻐하는 모습을 봤을 땐 들고 있던 큐대를 집어던질 뻔했다.

제 여자 친구도 아닌데 말도 안 되게 질투로 가슴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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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가 아니라 윤재한테 당구 배운 건데요.”

아닌 거 뻔히 알면서 왜 그렇게 말하는지 사랑은 속이 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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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이도 그러더라. 둘이 사귀는 거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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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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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아닐지 몰라도 상대는 맞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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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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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친구는 널 좋아하고 있을 거라고.”

사랑은 순간 울컥했다.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 그는 제게 다른 사람을 좋아하라고 했다. 정윤재 같은.

둘이 잘 어울린다고.

그러더니 지금은 윤재가 저를 좋아하고 있을 거란다.

내가 그토록 싫은 걸까.

어떻게든 윤재한테 떠넘기고 싶을 만큼 내가 부담스러운 걸까.

태훈이 소개팅을 시켜 주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다.

누구라도 좋으니 다른 사람이랑 빨리 사귀길 바라는 건가.

그래야 더는 불편하지 않을 테니.

사랑은 눈물이 나려는 걸 애써 삼키고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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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하고는 그냥 친구예요. 윤재도 그렇게 생각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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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르는 건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건지.”

도한은 답답하다는 듯이 숨을 길게 내뱉었다.

아무리 연애를 안 해 봤다고 해도, 상대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데 모를 수가 있을까.

눈치 없는 태훈도 한눈에 알아봤는데.

당구장에서 사랑을 바라보는 윤재의 눈빛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소중하게 아끼고 있다는 것을.

그녀를 담은 윤재의 맑고 투명한 눈을 보면서 도한은 그 순수함에 심장이 베이는 것만 같았다.

그들과 자신은 애초에 다른 부류처럼 느껴졌다.

한 걸음도 다가갈 수 없게 만드는 두 사람의 밝은 기운이 기분 나빴다.

어차피 자신과는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좋아한다는 말로 가슴을 무참히도 들쑤셔 놓은 사랑이 미웠다.

그래서 자꾸만 비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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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소개팅하면서 시간 낭비하지 마. 결국에 만날 사람은 따로 있는데.”

도한은 제 입을 틀어막고 싶을 만큼 잔인한 말들을 쏟아 냈다.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확답을 받고 싶어서일까.

아무리 그래도 날 좋아한다는 말이라도 듣고 싶은 건가.

못난 놈, 비겁한 자식.

도한은 자신이 생각해도 재수가 없어 스스로에게 욕을 퍼부었다.

당구장에 같이 가기 싫으면 그만이지, 꼭 그딴 식으로 말을 해야겠냐고 사랑이 화를 낼 거라 예상했다.

솔직한 성격이니까 씩씩거리며 돌아서서 욕을 퍼붓겠지.

그러고 나면 내가 싫어질까.

나 같은 걸 왜 좋아했을까, 후회하려나.

그렇게 조금씩 마음을 접고 내게서 멀어질까.

도한은 조용히 시선을 바닥에 떨어뜨린 사랑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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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까요.”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기엔 설핏 미소를 그렸지만 두 눈엔 물기가 조금 어렸다.

도한은 순간 심장이 땅바닥으로 뚝 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두 번 다신 경험하고 싶지 않을 만큼 섬뜩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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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하고, 만나 볼까요.”

사랑이 조금 더 미소를 지었다.

잠깐 스쳤던 물기 때문인지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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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생각해 볼게요. 윤재가 정말 절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도한의 심장은 제자리로 돌아올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대답도 하지 못하고 멀뚱히 서 있기만 하는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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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는 더 알아보고 결정해요. 아직 시간 있으니까. 그럼 저 먼저 가 볼게요.”

공대에서 수업이 있는 사랑은 그를 남겨 두고 떠났다.

화를 내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원망하지도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예쁘게 웃으면서.

도한은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땅에 떨어진 심장이 거친 콘크리트 위를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그녀의 상처와 눈물이 그를 아프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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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학생회관에서 지우와 점심을 먹은 사랑은 집으로 뛰어갔다.

다음 수업에 제출할 과제를 챙기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안 것이다.

집이 멀어서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이었다.

2학년 땐 학교 근처로 원룸을 옮겨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그녀는 땀이 나도록 뛰었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과제를 챙기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뛰었다.

겨우 시간 맞춰 강의실에 들어왔는데 이럴 수가.

아무도 없었다.

그제야 지난 시간에 교수님이 오늘 휴강을 한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랑은 다리에 힘이 풀려 의자에 털썩 앉았다.

요 며칠 정신을 딴 데 두고 사는 것처럼 자꾸만 뭘 잊어버렸다.

아마도 도한에게 윤재와 만나 보는 걸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 후부터였던 것 같다.

진심은 아니었다.

아무에게라도 자신을 떠넘기려는 그가 원망스러워 홧김에 한 말이었다.

그때 돌아서면서 지도한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기로 했다.

나 싫다는 사람에게 더는 미련을 두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랬는데 왜 그는 여전히 남아 있고 다른 것들이 지워지는 건지 모르겠다.

사랑은 빈 강의실을 보며 허탈함에 헛숨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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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뭐 하지.”

오늘의 마지막 수업이었다면 집으로 돌아가겠지만 하나가 더 남아 있었다.

우선 뭐라도 좀 마셔야 할 것 같아서 힘겹게 일어섰다.

쉬지도 못하고 뛰어왔더니 목이 말랐다.

복도 끝으로 걸어가 모퉁이를 돌자 자판기가 나왔다.

사랑은 시원한 음료수를 뽑아 벤치에 앉았다.

쭉 들이켜며 갈증을 해소하는데 조금 전 지나온 복도 쪽에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와 남자였다.

그들은 더 다가오지 않고 그곳에 서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사랑은 순간 음료수를 마시던 손을 멈칫했다.

도한의 목소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여자가 부르는 그의 이름이 들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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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한아, 나랑 사귀자.”

사랑은 여자의 고백에 놀라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음료수 캔을 꼭 쥐었다.

혹시라도 소리가 들릴까 봐 꼼짝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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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지금 여자 친구 없잖아.”

여자는 꽤 적극적이었다.

사랑은 도한의 대답을 들을 자신이 없었다. 조용히 일어나 반대쪽 계단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신도 없으면서 듣고는 싶었다.

사랑은 초조하게 그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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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누구 만날 생각 없어.”

도한의 단호함에 사랑은 안도하면서도 가슴에 바람이 불었다.

여자와 동시에 거절당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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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언제 만날 생각인데? 그때 다시 사귀자고 할게.”

여자는 전혀 상처받지 않은 것 같았다.

웃으며 말하는 듯했다.

사랑은 여자의 반응을 들으며 도한이 제게 했던 말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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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남자 친구, 첫 연애, 첫 키스. 상대가 처음이면 부담스러워.’

머릿속이 온통 도한으로 가득해 휴강인 것도 잊어버린 신입생인 자신은 그의 여자 친구가 될 자격이 없었다.

이 여자처럼 대수롭지 않게 넘겨야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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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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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누가 지독한 아니랄까 봐 말도 참 재수 없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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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다면서 사귀자는 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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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남자가 매력 있으니까.”

도한이 피식 웃는 게 느껴지자 사랑은 가슴이 얼어붙었다.

이 와중에 그를 웃게 만드는 여자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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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상처도 안 받냐. 기분 안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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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이 정도로. 왜, 너한테 차인 애가 상처받았대? 기분 나쁘다고 욕이라도 했어?”

도한은 사랑을 떠올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며칠 전 제 앞에서 눈물을 참고 애써 웃던 모습이 눈앞을 떠나지 않아 내내 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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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런 거 딱 질색이야. 얼굴에 대놓고 차였다는 거 드러내면서 사람 불편하게 하는 여자들 너무 싫어. 자존심도 없나.”

여자의 말에 사랑은 얼굴이 화끈거렸다.

꼭 자기 얘기를 하는 것만 같았다.

지금껏 도한에게 그런 모습만 보여 줘서 너무나 창피했다.

그 후로 두 사람은 몇 마디를 더 나누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목소리와 섞여서 들리진 않았다.

그리고 조용하기에 복도를 떠난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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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뭐 해.”

바로 앞에서 들리는 도한의 목소리에 사랑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여자는 없고 혼자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자와 함께 있었으면 자신이 더 초라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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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강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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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고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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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는데 잊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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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여기 있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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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이제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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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사랑은 대답하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 낼 만큼 머릿속이 여유롭지 않았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 도한과 눈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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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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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갈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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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요, 저도.”

사랑이 그를 지나쳐 모퉁이를 돌았다.

도한은 그녀가 조금 전의 대화를 다 들은 것 같아 난감했다.

붙잡아서 물어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명할 수도 없고.

아무것도 못 하는 처지가 짜증스러워 인상을 찌푸리는데 어느덧 사랑이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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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놀란 눈으로 화가 난 듯 보이는 그녀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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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그 언니한테 말 좀 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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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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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없어서 얼굴에 차였다고 드러내는 거 아니라고요.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날 찬 그 남자가 너무 좋아서 그 남자를 볼 때마다 미련이 남아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거라고요.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면 감정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법이라는 거, 꼭 좀 전해 주세요.”

사랑은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을 후련하게 내뱉고 돌아섰다.

반면에 도한은 제게 남기는 말 같아 가슴이 떨렸다.

여전히 나를 좋아한다는 또 한 번의 고백이나 다름없었다.

심장이 먼저 알아듣고 미친 듯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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