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93화 (193/203)

193화 영원히 기억에 남을 시즌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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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스카우트에게 마린스의 이미지는 거의 몇 년간 똑같았다.

딱히 관심을 안 줘도 되는 팀, 리그에서 제일 잘하는 4번 타자와 1선발을 데리고 있으면서 성적은 이상하리만큼 낮은 팀, 누가 봐도 가장 문제인 포지션, 포수와 유격수를 보강 안 하는 멍청한 팀 등이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마린스는 스카우트들이 KBO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팀이었고, 그걸 증명하듯 매진된 사직구장에 여러 스카우트가 들어왔다.

KBO에서 최상위권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그건 강주호, 강기호 형제가 증명했다.

그리고 마린스에는 그 최상위권 선수가 여럿 있었다.

스카우트들이 처음으로 살핀 선수는 허하준.

“운이 좋군. 오늘 허가 등판하다니.”

“0점대 ERA라니, 투수라면 당연히 욕심나는 기록이겠지.”

“아무리 봐도 핀 스프라이드가 잘 어울릴 몸이군. 수염이 없는 것까지 완벽해.”

“헛소리 작작 하지?”

허하준은 미국 내 FA를 전부 살펴봐도 최상위권 매물이었다.

27경기 등판 21승 1패, ERA 1.00, 230k.

아무리 메이저리그에 비해 수준이 낮다고 평가받는 KBO라지만 저 무지막지한 기록은 무시하기 힘들었다.

소화한 이닝도 208이닝으로 평균 7과 2/3이닝을 넘었고 삼진도 경기당 7개를 초과했다.

말 그대로 완벽한 선발 투수였다.

당장 선발이 급한 팀은 물론 그렇지 않은 팀들도 군침을 흘리는 매물이 바로 허하준이었다.

이어서 스카으트들의 리스트에 오른 선수는 브릭 웰링턴.

“작년에 피츠버그에서 40인 계약을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거절한 이유가 있었군.”

“만약 그때 계약을 했다면 경쟁 없이 싸게 데려갈 수 있겠는데 속이 쓰리겠어.”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스카우트의 입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남의 구단의 불행은 곧 자기가 일하는 구단의 행운이다.

27경기 등판 18승 3패, ERA 2.17, 191k.

허하준의 기록에 비해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충분히 경쟁력 있는 선수였다.

“저 친구, 고향을 그리워해서 마린스로 왔다는 소문 들었나?”

“고향이 어딘데.”

“마이애미.”

“쯧.”

그렇게 말한 스카우트의 모자에는 청새치가 한 마리가 그려져 있었다.

“3선발과 4선발은 아쉽지만 미달이야.”

“동의하지.”

그다음에 언급된 이름은 꽤 의외의 이름이었다.

“리. 매력적인 유망주지.”

“아직 5년이나 남았어. 하지만 만약 나카무라처럼 제구되는 100마일을 8회에도 던질 수 있다면 또 한바탕 소란이 나겠군.”

나카무라 준이 언급되자 핀 스프라이드 티셔츠를 입은 스카우트가 씨익 웃었다.

“나카무라처럼 리도 결국 핀 스프라이드를 입겠지.”

“나카무라에 허에 리까지? 선발을 동양인으로 가득 채울 셈이야? 미쳤군.”

“야구만 잘하면 피부색이 상관있나? 쯧쯧. 그러니까 자네가 데려가는 선수마다 성적이 그 모양이지. 혹시 다음에 찜한 선수가 있으면 말해주게. 그 선수는 안 건들 테니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스카우트는 얼굴을 붉힐 뿐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튼 이번 시즌 미국에 진출한 나카무라 준은 양키스가 데려갔고, 올해 2.4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1선발로서 완벽한 활약을 선보였다.

스카우트들은 무려 이호민의 고점을 그런 나카무라와 비교한 것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지만.

“킴과 함께라면 가능할 것 같군.”

“동의하지.”

“나도.”

유망주 투수에게 믿을 수 있는 포수의 존재는 크다.

하물며 동갑의 친구라면 그 시너지는 더 높아진다.

그리고 김수호는 이미 메이저리그 구단에 전부 소문이 난 상태였다.

“저게 이제 2년 차 포수라고? 우리 팀 포수들의 마스크는 전부 가져다 버려야겠군.”

선발 투수만큼, 아니 그보다 더 구하기 힘든 포지션이 바로 포수였다.

수비가 좋고 한 해에 10홈런만 칠 수 있다면 모셔갈 만한 팀이 한 트럭이었다.

김수호는 그 기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타격은 몰라도 수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60%를 상회하는 도루저지율이나 수비율 1.00도 매력적이었지만.

“컨택, 수비, 파워. 뭐 하나 빠지는 게 없군.”

OPS가 1.3이 넘고 144경기에서 60홈런을 치는 포수가 팀의 중심타선에 들어갈 수 있다.

그 자체로 팀의 타선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거였다.

“5년이 빠르게 흘렀으면 좋겠군.”

지금 성적이 저 정도인데 그때는 얼마나 더 뛰어날지 스카우트 이전에 순수한 야구팬으로서 궁금할 따름이었다.

그때도 구단들이 지금처럼, 아니 그보다 더 긴 줄을 서게 될 거다.

손에는 백지수표를 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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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를 임하는 양 팀 선수들의 각오는 사뭇 달랐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1위와 9위.

마린스는 정규시즌이 끝나도 최소 4경기에서 7경기가 남아있었고 울프즈는 없다.

거기에 마린스는 승리 하나가 곧 팀의 역사가 되는 만큼 동기부여도 충분했다.

반대로 울프즈, 특히 투수들은 폭탄을 피하고자 발버둥 쳤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허하준 대 김호녕.

시즌 21승 투수와 평균자책점이 21인 투수의 만남.

울프즈의 베테랑 투수들이 김수호의 기록 때문에 등판을 피해서 성사된 대결이었다.

울프즈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9위라는 순위에도 불구하고 이제 정말 몇 경기 안 남은 경기를 보기 위해 부산까지 내려온 울프즈 팬들에겐 최악의 경기였다.

그래도 1회 말, 1사 1루에서 김수호를 뜬공으로 처리하고 강주호마저 땅볼로 잡아낸 건 오늘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였다.

마린스 타자들이 한 바퀴를 돌자 김호녕의 공에 익숙해졌는지 슬슬 정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가 3회 말, 1사 만루였다.

[사직구장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1사 만루, 김수호가 타석에 섰습니다!]

그 부담스러운 상황에 울프즈 조희석 감독과 포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누구나 기피 하는 상황이 프로 첫 1군 선발 경기에서 나왔다.

무슨 말을 해도 최악인 상황에 조희석 감독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마운드에 모인 셋 중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투수 김호녕이었다.

“감독님. 홈런 맞아도 괜찮습니다. 정면승부 하겠습니다.”

“호녕아.”

“제가 야구 선수로서 제 이름 석 자 남기기 어렵다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라도 한번 남기고 싶습니다. 혹시 모르는 거 아닙니까? 제가 삼진 잡아서 이름을 남길지?”

조희석 감독이 말없이 어깨를 두드렸다.

그렇게 포수와 감독이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김호녕이 숨을 크게 한 번 내쉬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주변에 있는 2만 명의 사람들이 전부 한 가지를 바라고 있다.

마치 죄인 김호녕의 목에 단두대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성난 군중들과 같았다.

조금이라도 집중을 안 하면 정신이 멀어질 것만 같은 기분에 김호녕이 타임을 요청하고 뒤로 돌아 외쳤다.

“으아아아아악!”

한껏 소리지르니 한결 나았다.

주변 시선 따위 더 이상 신경 쓰이지 않았다.

죄인을 보는 시선이나 미친놈을 보는 시선이나 그게 그거다.

이제 단두대에 목을 넣을 시간이 됐다.

어차피 죽는 거라면 목을 칠 망나니의 모습을 정확히 바라봤고 포수의 사인대로 공을 던졌다.

-따아아악!

[쳤습니다! 우중간 높이 뜬 타구! 우익수, 잡는 걸 포기합니다! 김수호! 넘어갑니다! 김수호가 자신이 아시아 최고 거포라는 걸 당당히 선포합니다!]

타격음과 동시에 귀를 멀게 할 정도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그 소리를 들은 조희석 감독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무 것도 얻는 게 없을 줄 알았던 마린스전.

울프즈는 김호녕이라는 당당한 투수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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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9 : 0 광주 울프즈]

[아시아 신기록! 김수호, 60호 홈런 이후 5경기 만에 61호 홈런 작렬!]

[허하준 시즌 22승! 6이닝 무실점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0.97로 시즌 마무리!]

[MVP 집안싸움 확정! 20승 + 0점대 평균자책의 허하준이냐, 61홈런 + OPS 1.4의 김수호냐!]

[4와 2/3이닝 10피안타 7실점 김호녕. 하지만 볼넷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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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근가?”

종이를 들고 뚫어져라 보는 이주학이 보였다.

오늘은 또 어떤 신박한 소리를 할지 기대했다.

그리고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네 홈런 10%가 내 통산 홈런보다 많은데? 이거 진짜 신이 밸런스 패치 이상하게 한 거 아니냐?”

이주학의 작년 홈런은 2개, 이번 시즌 4개로 총 6개다.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유니폼 판매량도 그 정도 될 텐데.”

“닥쳐라.”

역시 이주학은 두 번 놀려야 제맛이다.

아무튼 어제의 완승으로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모레면 정말 시즌이 끝난다는 게 아쉬울 만큼.

그리고 시즌이 끝난다는 건 곧 누군가와의 이별을 의미했다.

미래는 누구도 자신할 수 없고 내년에 팀을 떠나는 선수는 여럿 있을 것이다.

허하준과 웰링턴은 아마 미국으로 갈 거다.

허하준은 물론, 이미 오래전부터 웰링턴에게 관심을 보인 다수의 메이저리그 구단이 있다고 들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를 얻는 이용기나 최치호, 채지훈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주호가 은퇴한다.

다들 내색은 안 하고 있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팬들에게도 강주호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선수겠지만, 우리에게도 강주호는 잊을 수 없는 리더이자 중심이었다.

특히 강주호와 사이가 특별했던 채지훈은 최근 급격하게 말을 잃었다.

강주호가 있을 때 채지훈의 마지막 목소리를 들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

아마 그게 채지훈이 이별을 준비하는 방식일 것이다.

나도 준비하는 게 있다.

미리 말하자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자는 것 정도.

근데 이 생각을 나보다 이주학이 먼저 한 모양이다.

“세이프!”

오늘 선발로 나선 웰링턴은 안타와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았지만 벌써 두 명의 주자가 1루를 밟았다.

전부 이주학의 실책 때문이었다.

한동안 실책 하나 없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더니 오늘 갑자기 저랬다.

가장 큰 피해자 웰링턴은 괜찮다 하고 넘어갔지만, 개판인 송구를 받아야 했던 강주호는 아니었다.

“너 모레도 이렇게 던질 거냐?”

화를 내지도, 그렇다고 뭐라 한 거라기엔 거리가 있는 말이었지만 저 말을 들은 이주학이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뇨! 절대 아니죠!”

“긴장 풀지 말고. 주학아, 너는 다 잘하는데 가끔 긴장 푸는 게 문제야. 잘 할 수 있잖아. 그치?”

“넵! 맞습니다!”

기합이 바짝 든 이주학을 보고 모두 웃고 있을 때 아무 말 없던 채지훈이 한마디 툭 던졌다.

“마, 똑바로 안 든지나?.”

팀의 왕고 둘의 질책에 이주학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내 채지훈의 화살은 강주호를 가리켰다.

“행님은 늙어서 그런 거 잘 못 받는다.”

“뭐 인마!?”

오랜만에 둘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자 가슴 한쪽이 편해졌다.

이제 진짜 마린스 같은 분위기였다.

그 이후 이주학이 오늘 경기 첫 번째 타석에 들어왔다.

-따아악!

“오, 갔냐?”

선수들이 타구음을 듣자마자 타구를 확인하러 더그아웃에 매달렸다.

그리고 간신히 담장을 넘기는 걸 보고 환호했다.

“나이스! 주학아! 반성했구나?”

“크, 쟤도 은근 한 방이 있다니까?”

“거포 유격수 이주학! 제가 돌아왔습니다! 하하하하!”

이주학은 더그아웃에 돌아오자마자 큰소리를 쳤다.

그리고 내 앞에 서서 날 내려다봤다.

“비켜. 경기 안 보여.”

“내가 이겼다.”

“뭘 이겨?”

“10%는 넘겼다고.”

저 당당한 표정을 보니까 뭔가 얄밉다.

안 되겠다.

“오늘 4연타석 홈런 쳐야지.”

“어?”

“그리고 모레에 6연타석 홈런 쳐서 이번 시즌 71개 채워야겠다.”

당연히 농담으로 받을 줄 알았던 이주학이 당황해한다.

이주학의 당황한 표정은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였다.

“야. 진짜 믿어?”

“아, 장난이지?”

“당연하지. 합치면 10연타석 홈런인데 그걸 어떻게 쳐.”

“아니,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서···.”

의심의 눈초리는 내가 타석에 들어가기 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2사 주자 없는 상황.

초구에 첫 타석에 속았던 공과 비슷한 코스로 들어왔다.

그것보다 더 몸쪽으로, 그리고 높게.

-따아아악!

공이 높게 떴다.

“우와아아아아!”

팬들은 홈런을 직감한 듯 소리를 질렀고 나도 손을 뻗으며 더그아웃을 가리켰다.

그 와중에 마주친 이주학의 표정은 상당히 심각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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