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82화 (182/203)

182화 거포의 중요성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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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을 할 시기가 왔다.

프렌즈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강신이 트레이드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리고 그 승부수는 제대로 먹힌 듯 보였다.

49승 34패로 마무리한 전반기에서 무려 7승을 더했다.

마린스와의 격차도 8경기로 좁혔다.

여기까진 좋았다.

그리고 만난 마린스.

위닝시리즈, 아니 좀 더 나아가 스윕까지 할 수 있다면 정말 우승을 꿈꿔볼 만한 격차까지 좁힐 수 있었다.

그리고 첫 경기에서 7대0으로 이기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9회 초, 충격의 대역전패 이후 그다음 날 경기까지 패배했다.

다시 10경기 차.

7연승을 거두며 꿈꿨던 우승은 저 멀리 사라졌다.

프렌즈 이찬용 감독은 마린스와의 두 번째 경기가 끝나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생각에 지금 이 시기가 이번 시즌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자네들 생각은 어때.”

이찬용 감독이 코치들에게 물었다.

마린스와의 격차는 10경기, 내일 경기에서 이긴다고 해도 9경기다.

“과연 이 차이를 좁힐 수 있을까.”

내일 경기가 끝나면 프렌즈에 남은 경기는 51경기.

마린스가 남은 시즌을 반토막 승률을 가져간다고 해도 프렌즈는 그보다 10승을 더해야 했다.

그러니까 최소 35승 이상.

그것도 마린스가 승률 50%에서 한 경기 이길 때마다 프렌즈가 이겨야 할 경기가 한 경기씩 늘어난다.

현재 마린스의 성적은 64승 24패 승률 72.7%.

마린스가 남은 기간에 지금 성적을 유지한다고 가정했을 때 프렌즈가 거둬야 하는 승수는 거기에 10승을 더해야 했다.

“대략 50승. 할 수 있나?”

“...”

프렌즈가 51경기에서 자그마치 50승을 거둬야 역전이 가능하다.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 말을 들은 코치들이 침을 삼켰다.

내일 경기에서 이긴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승률이다.

만약 첫 경기에서 이겼더라면, 그것도 아니라 어제 경기를 잡아서 최소 위닝시리즈를 확보할 만한 기반을 다졌더라면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어졌다.

이미 루징은 확정, 심지어 마린스는 이틀 동안 오상엽을 제외한 필승조를 가동하지도 않았다.

반면 프렌즈는 필승조까지 전부 내서 패배했다.

이 차이는 너무 컸다.

코치진들의 어두운 표정을 확인한 이찬용 감독이 결정을 내렸다.

“1등은 포기한다.”

“감독님!”

큰 출혈을 감수하고 결정한 강신이 트레이드.

당연히 박호준 단장의 독단으로 한 결정이 아니었다.

현장의 의견, 그중에서 장타를 칠 수 있는 거포가 필요하다는 이찬용 감독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였다.

즉, 만약 이번 시즌에 우승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에 이찬용 감독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뭔 반응이 그래. 자네들도 다 예상했잖아.”

프렌즈는 이번 3연전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그게 실패했으니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우승, 우승만 하면 돼.”

이젠 위를 보기보다 아래를 볼 차례였다.

“나이츠, 챌린저스, 스타즈, 에이스, 피닉스. 마지막으로 돌핀스.”

이미 가을야구를 거의 확정한 마린스와 프렌즈를, 그리고 순위 경쟁에서 탈락한 울프즈와 호올스를 제외하고 남은 세 자리를 두고 겨루는 팀들.

“이 팀들의 체력을 최대한 뺀다.”

이미 후반기 7연승을 거두면서 2등 자리를 공고히 한 프렌즈였다.

목표는 전력손실 없이 플레이오프를 이기고 한국시리즈로 가는 것.

“그럼 내일 선발 교체할까요?”

이미 선발 공고를 했지만, 편법으로 바꾸려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아니, 어차피 우승하려면 우즈가 허하준을 이겨야 돼. 타자들도 점수를 뽑아야 하고. 내일은 총력전이다.”

“김수호는 어떡할까요?”

후.

산 넘어 산이라더니 허하준 다음에 언급된 김수호의 이름은 너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잠시 고민하던 이찬용 감독이 결정을 내렸다.

“내일 투수든 타자든 전부 정면승부 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피하기만 해서 이길 수 없다.

정규 시즌 우승은 포기했지만, 한국시리즈를 위해서라도 내일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물론.

“스트라이크 아웃!”

1회부터 시원하게 울리는 삼진 콜에 이찬용 감독 이마의 주름이 늘어났다.

#

눅눅하고 무더운 날씨.

햇볕에 한 발자국만 내딛어도 곧장 실내로 도망가고 싶은 날이었지만, 잠실 구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3루에 앉은 마린스 팬들은 곧 저녁이 가까워짐에도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손을 부채 삼아 조금이나마 열기를 식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소용없는 짓이었다.

“와아아! 나이스!”

“하준이 오늘 공 미쳤는데? 1회 3삼진?”

“언젠 안 미쳤냐? 크, 꽁승 좋고요.”

“다 내 덕분이라니까? 이번 시즌 직관 14연승 모르냐?”

“허하준 경기만 골라가니까 그러지.”

마린스 팬들이 애써 식힌 열기는 허하준의 삼진 쇼에 다시 뜨거워졌다.

그리고 여기 남몰래 주먹을 불끈 쥐고 멍하니 마운드를 바라보고 있는 한 팬이 있었다.

‘드디어···.’

이름 박민수, 부산의 한 무역 회사 대리.

모태 마린스 팬이며 무려 김수호를 저점에 들어가 김수호가 그의 이름을 알 정도로 성공한 팬이었다.

거기에 김수호의 최소경기 20홈런 공을 구단에 줌으로써 한국시리즈 시구의 영광을 안았던, 마린스 팬이라면 모를 수 없는 네임드 팬이었다.

그가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는 이유는 간단했다.

‘6개월 만에 드디어 첫 직관···.’

그것도 부산이 아닌 잠실에서 첫 직관을 하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일이 너무 많았다.

잦은 해외 출장, 끊임없는 업무.

겨우 시간 내 두 번 야구장을 방문했지만 그날따라 부는 비바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방해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회사의 큰 프로젝트가 끝났고, 오늘 해외에서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잠실로 달려왔다.

물론 오늘 잠실의 3루는 이미 매진된 지 오래였다.

그래서 온 곳이 3루 외야석, 그것도 중앙에 한참 가까운 곳이었지만 야구를 두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격할 뿐이었다.

“이규영이 마린스에서 뛰다니.”

나올 때마다 분노를 유발했던 타자가 이제 마린스의 1번 타자이자 중견수다.

허하준이 세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처리한 덕에 이규영의 뒷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그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어제에 이은 두 선발 투수의 명품 투수전.

말 그대로 1점에 승부가 갈릴 수 있는 투수전에 5회가 끝났을 때 고작 한 시간밖에 흐르지 않았다.

보통 한 시간에 3이닝 정도 진행된다고 봤을 때 굉장히 빠른 경기 흐름이었다.

이런 경기 흐름에 화장실만 갔다 와도 어느 팀이든 2아웃이 올라가 있을 정도였다.

클리닝 타임에 맞춰 슬쩍 펜스 앞까지 나간 박민수가 마린스 선수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그러다 원하던 선수를 발견했다.

그건 옆에 있던 다른 팬들도 마찬가지였었는지 큰 소리로 그 이름을 불렀다.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그 소리에 김수호가 몸을 풀다 말고 외야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크, 역시 팬서비스 미쳤다.”

사소할지 모르지만 이런 팬서비스 하나하나가 쌓이고 쌓여 지금 김수호라는 선수가 있는 거다.

감탄하던 박민수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김수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던 중, 김수호가 박민수가 있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있는 곳 앞까지 걸어왔다.

‘설마?’

“오랜만이네요!”

김수호가 가까이 다가올 때까지만 해도 설마 싶었지만, 정확히 눈이 마주치고 김수호가 먼저 인사를 하자 지금까지 일을 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전부 사라졌다.

“아, 네! 일이 바빠서 오랜만에 왔습니다!”

“아, 그러셨구나. 오늘 재밌게 보고 가세요!”

대화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자신을 알아봤다는 사실, 그거로 모자라 먼저 말을 걸어줬다는 사실이면 충분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박민수를 쳐다봤다.

그러다 하나둘 박민수가 누군지 깨달았다.

“아, 그 한국시리즈 시구하셨죠?”

“네 맞습니다.”

“오, 김수호가 먼저 알아보네요? 진짜 부럽다. 혹시 사진 같이 찍으실래요?”

그렇게 다른 사람들과도 뜬금없는 포토타임을 가진 박민수가 들뜬 마음으로 자리에 돌아왔다.

회사에 가서 자랑할 일이 생겼다.

아니, 회사를 넘어 평생 자랑할만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6회 초.

선두타자는 이규영이였다.

특유의 컨택으로 공을 꽤 뽑아내긴 했지만 결국 범타로 물러났다.

오늘 빠진 박은성 대신 2번으로 돌아온 최치호 역시 마찬가지.

순식간에 올라간 두 개의 아웃카운트.

하지만 아직 이닝이 끝난 건 아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있던 박민수가 큰 소리로 외쳤다.

“김수호 홈런!”

야구장에서 외야는 딱히 큰소리로 응원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응원단이 내야에 있고 특히 잠실에 마린스 팬이 많이 온다고 하지만 어찌 됐건 원정팀이다.

마린스 팬들이 가득했지만 아무래도 앉아서 경기를 보는 팬들이 많았다.

그 탓에 박민수가 큰 소리로 응원하는 순간 이목이 쏠렸다.

순식간에 쏟아진 이목에 박민수의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을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어준 김수호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 덕분일까, 외야에서도 점점 김수호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따아악!

그 응원이 절정에 달한 건 타구음이 응원 소리를 뚫고 박민수의 귀에 도달했을 때였다.

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큰 타구다.

외야에 모인 사람들이 홈런을 직감하고 공을 잡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그건 환호하는 박민수 역시 마찬가지.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순간,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 공의 주인공은.

“으헉! 미친! 와 내가 잡았다! 와!”

공을 잡고 두 손을 번쩍 든 박민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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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경기가 끝나고 몇몇 프렌즈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향하는 모습을 봤다.

오늘 아침엔 그때 봤던 타자들이 특타를 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특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오늘 프렌즈 타자들은 상당히 끈질겼다.

이제야 프렌즈를 상대하는 느낌이 든다.

근 이틀간 프렌즈 타자들은 스윙이 이전보다 커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7연승 기간 동안 타격이 살아나기도 했고 장타도 워낙 많이 나왔던 터라 스윙이 커질 거라는 건 이미 우리도 예상했던 바였다.

물론 김호기가 완전히 무너진 건 예상외였지만, 이호민 등판 땐 그 점을 제대로 공략했었다.

하이패스트볼을 결정구로 쓰면서 헛스윙을 유도했다.

첫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둔 것도 큰 영향이 있었다.

아무래도 타자 심리상 무조건 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되레 스윙이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 잘못하면 그대로 슬럼프에 빠지는 거고.

‘아쉽네.’

만약 프렌즈 타자들이 어제랑 비슷한 모습으로 타석에 들어왔다면 타격감을 완전히 망칠 수 있었다.

프렌즈는 강팀이었고 후반기 7연승처럼 언제든지 기세를 끌어올릴 수 있는 팀이다.

어제오늘 무득점에 멈춰있지만 지금처럼 타격하는 걸 보면 며칠 뒤에 언제 그랬다는 듯 다시 제 모습을 찾을 거다.

그러니까.

“오늘 더 빡세게 가볼까요?”

조금이라도 그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허하준이 내 말에 구미가 당기는지 곧장 되물었다.

“일단 저 선배.”

내 손끝엔 1루 수비를 하는 강신이가 있었다.

강신이는 누가 뭐라 해도 현재 프렌즈 상승세의 중심이다.

가장 꺾어야 할 상대가 있다면 1순위라는 뜻이다.

“저 선배 상대할 때 변화구만 쓰죠.”

쓸 변화구는 정해놨다.

“커브랑 체인지업, 슬라이더만 쓰려고요.”

배드볼 히터, 즉 방망이로 공을 맞추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라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공을 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런 유형의 타자를 상대할 땐 삼진 욕심을 내면 안 된다.

범타를 만들어내야 한다.

범타에 가장 효과적인 건 이번 경기에서 보여준 적 없는 변화구를 쓰는 거다.

“그래서 그 세 개 고른 거야?”

“그것도 있고 다른 타자들 상대할 때도 쓰려고요.”

프렌즈 타자들은 어제부터 주 구속이 150km가 넘는 투수들만 상대했다.

이호민, 오상엽, 그리고 허하준까지.

즉,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눈이 이미 빠른 공에 맞춰져 있다는 뜻이다.

“아웃!”

때마침 오늘 8번으로 나온 이준이 아웃당하면서 7회 초가 끝났다.

“네 말대로 해볼까?”

허하준은 마치 선물 개봉을 앞둔 아이처럼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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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하준 또 올라온다.”

그 말에 내색은 안 했지만, 더그아웃 내의 말소리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럴 만도 했다.

6번의 공격 기회가 있었는데 고작 두 명이 출루에 성공했다.

그것도 전부 단발성에 그쳤다.

결국 제대로 공략해본 적이 없다.

성적도 미쳤다.

평균자책점이 0점대다.

쌍팔년도 야구도 아니고 한 선수가 저런 성적을 기록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 싶다.

거기에 그런 놈이 하나 더 있었다.

“김수호 저 새끼, 또 하패 요구하는 거 아냐?”

투수 성적 중 1위를 도배하는 게 허하준이라면 타자는 김수호였다.

그냥 둘이 다 해 먹고 있다.

차라리 허하준은 올해가 끝나고 미국이라도 가지, 김수호 쟤는 이제 21살이다.

아직 볼 날이 한참 남았다.

그런 와중 아직 줄무늬 유니폼이 어색한 강신이가 대기타석에서 차분하게 몸을 풀고 있었다.

‘1점이다.’

아직 점수는 1대0밖에 안 됐다.

김수호가 그랬던 것처럼 스윙 한 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그런 점수.

하지만 허하준에게 1점을 내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선두타자로 나선 오대현이 땅볼로 아웃당했다.

“공 어때?”

“좆같습니다. 후.”

딱히 대기타석에 있는 타자에게 할 말은 아니었지만 강신이는 이해했다.

저 말 말고 허하준의 공을 설명할 마땅한 단어가 없었다.

“수호야.”

“예?”

강신이는 딱히 타석에서 포수에게 말을 거는 타입은 아니었다.

특히 집중력을 끌어올려도 칠까 말까한 허하준이 마운드에 있는 경우는 더더욱.

애초에 김수호와 딱히 친분도 없다.

“팬서비스 좋더라?”

“아, 감사합니다.”

오늘 김수호에게 말을 건 건 별것 아닌 이유였다.

아주 멀리, 정말 멀었지만, 1루 수비를 하고 있던 강신이는 봤다.

그의 홈런볼을 받고 정말 기뻐하던 한 팬의 모습을.

정말 오랜만이었다.

강신이가 몸담고 있던 호올스는 명문이다.

이번에 꽤 괜찮은 유망주들이 갔으니 몇 년 안에 다시 재기할 터.

이제 강신이의 기억 속에 얼마 남지 않은 호올스 팬이 그렇게 기뻐하던 모습을 볼 일은 없을 거다.

정확히는 강신이가 보여줄 일은 없을 거다.

타의였지만 호올스와 강신이의 인연은 끊겼다.

호올스는 현재 리빌딩 중이다.

내년이면 30대 중반이 되는 강신이가 돌아갈 자리는 없다.

그래서 김수호가 부러웠다.

적어도 저 홈런공을 잡은 팬은 10년간 김수호를 보며 웃을 테니까.

그게 부러워서 그냥 말 한 번 걸어봤다.

물론 김수호는 강신이가 무슨 꿍꿍이인지 급하게 생각 중이었지만 강신이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후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퍼억!

“스트라이크!”

야구 선수들의 대화는 공으로 하는 거다.

초구를 지켜본 강신이가 인상을 찌푸렸다.

125km.

‘커브?’

느려도 너무 느렸다.

하지만 오히려 너무 느린 덕분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았다.

강신이의 본능이 저 공을 치면 높이 뜬 공이 될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카운트는 불리해졌지만 한 가지는 알았다.

‘구종을 고르는 건 의미 없겠네.’

아무리 배드볼히터라고 하지만 타석에 서기 전 어느 정도 구종을 생각해둔다.

하지만 커브를 던졌다는 건 지금까지 던진 볼배합을 바꾸겠다는 뜻.

허하준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은 총 6개.

구종의 대부분이 포심, 투심, 스플리터에 치중돼있지만,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도 수준급으로 던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 슬라이더나 체인지업이 날아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럴 땐 방법이 하나밖에 없다.

‘내 감을 믿는다.’

두 번째 공이 허하준의 손을 떠났다.

‘슬라이더!’

바깥쪽으로 휘는 궤적을 눈치챘지만 이미 방망이를 멈추기엔 늦었다.

“스트라이크!”

헛스윙으로 0-2.

잠시 타석에 빠져나온 강신이가 방망이를 돌리면서 잠시 타이밍을 가늠했다.

‘칠만하다.’

다음 공은 아마 빠른 공이 들어올 거다.

그리고 강신이의 예상은 적중했다.

“파울!”

바깥쪽으로 빠지는 포심을 방망이로 쳐냈다.

여전히 불리한 건 맞지만 더 끌고 나갈 여력이 있었다.

그리고 강신이는 한 가지 구종을 머릿속에 담고 공을 기다렸다.

오늘 단 하나도 던지지 않았던 공.

체인지업.

빠른 공을 보여줬으니 예상을 못 했다면 전혀 반응하지 못할 공이다.

하지만 만약 강신이 정도의 타자가 그 공을 노리고 있다면?

허하준의 손에서 공이 떠난다.

속도를 가늠한 강신이의 방망이가 망설임 없이 나갔다.

포심처럼 오던 공이 떨어진다.

여기까진 맞았다.

하지만 강신이의 예상보다 공은 훨씬 아래로 떨어졌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플리터.

결국 스플리터였다.

방망이를 세게 쥔 강신이가 잠시 미련이 남은 듯 김수호를 바라보다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그리고 강신이의 다음 타석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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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1 : 0 서울 프렌즈]

[허하준 완봉, 김수호 결승 홈런! 오랜만에 나온 마린스의 필승공식!]

[7연승의 기세도 마린스에겐 안됐다, 프렌즈 충격의 스윕패.]

[11경기까지 벌어진 1, 2위 간의 승차. 이대로 마린스가 1위 굳히나.]

[충격의 타선, 프렌즈 20이닝 연속 무득점 수모.]

[혼돈에 빠진 중위권 경쟁! 프렌즈, 3위 나이츠와 4경기 차!]

[강신이, ‘기대하셨던 팬들에게 죄송하다.’]

#

“수호야.”

경기가 끝나고 허하준이 짐을 들고 다가왔다.

“네?”

“마지막에 사인, 왜 바꿨어?”

오늘 사인을 바꾼 건 한 번밖에 없었다.

7회 말, 강신이 타석.

“그냥 느낌이 싸하더라고요.”

“그래?”

갑자기 말을 건 것도 그렇고 체인지업을 던지면 큰일 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뭐, 그보다 선배 공이 좋아서 그렇죠.”

웃어 넘기긴 했지만 강신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했다.

스윙 타이밍이나 궤적을 보면 체인지업을 노린 게 맞는 거 같은데.

"수호야! 선배님! 감독님이 곧 출발한다고 빨리 오시랍니다!"

"어. 갈께. 가자."

고민은 이주학이 우리를 찾는 소리에 사라졌다.

언젠가 강신이한테 물어볼 날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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