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81화 (181/203)

181화 거포의 중요성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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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8대첩.

팬들이 이 경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보통 대첩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에서 명경기가 나왔을 때 사용한다.

예를 들면 역전에 역전, 혹은 실책에 실책 같은 경기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경기는 충분히 대첩이라는 말이 붙을 만했다.

그리고 대첩에선 보통 영웅이 등장하는 법이다.

이번 경기의 영웅은 당연히 김수호.

경기가 끝나자 방송사 PD는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대박이다.’

입소문을 타고 9회 시청률이 다른 경기를 압도했고 김수호의 인터뷰를 보기 위해 야구 프로그램이 나와도 채널을 유지하는 사람도 다수였다.

당연히 인터뷰 장면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뤘다.

욕은 좀 먹겠지만 상관없다.

‘그래서 안 볼 거야?’

원래 하이라이트를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건 PD들이 가장 잘하는 거였다.

결국 시간을 꽉꽉 채운 후에야 김수호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김수호 선수, 오늘 경기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김수호의 날이었습니다. 9회 초, 상대 실책을 유도했고 역전 만루홈런까지 쳤습니다. 홈런 치셨을 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좋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사직에서 이런 홈런을 쳤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은 있었습니다.”

-크, 그렇군요. 만약 이 경기가 사직이었으면 여러 의미로 사직이 난리가 났을 것 같습니다. 다시 경기 얘기로 돌아가서 9회 초, 첫 타석이었죠? 어쩌면 홈런보다 이 장면에서 감동한 팬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생각으로 뛰셨나요?

“음. 승리는 딱히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남아계신 팬들이 마지막에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남은 건 아닐 거라는 생각으로 뛰었습니다. 저희 선수들도 마찬가지였고, 그게 역전을 이뤄낼 수 있었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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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의 후유증은 엄청났다.

이미 기사를 다 작성해놓고 끝나기만을 기다리던 기자들은 대거 기사를 수정해야 했다.

그건 구단 마케팅팀 역시 마찬가지.

경기 결과를 SNS에 올려야 하는 데 계속해서 숫자를 고치다 결국 승패까지 고치고 말았다.

마린스 직원들은 일이 늘어난 거였지만 웃으면서 일했다.

7대0으로 졌을 때 달릴 댓글을 생각하면 일을 더 하는 게 낫다.

반대로 프렌즈 직원들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댓글이 무려 5천 개가 넘게 달렸다.

차마 댓글을 눌러볼 수 없어 눈을 감고 현실을 외면했다.

“이딴 경기 보려고 온 줄 아냐!”

그 외에도 퇴근하는 프렌즈 선수들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들도 많았다.

반면 마린스 팬들은 화목하기 그지없었다.

7대0이라는 스코어에도 끝까지 남아있던 팬들이다.

팬들은 다신 없을 평생의 추억 만들고 완벽한 선물을 받은 셈이었다.

하지만 감정은 휘발된다.

시간이 흐르면 격했던 감정은 어느 정도 식기 마련이다.

마린스 팬들의 희열도, 프렌즈 팬들의 분노도 서서히 식으며 경기를 냉정하게 바라보게 됐다.

[프) 그래도 어제 8회까진 완벽했음.]

어제 같은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경기를 전체적으로 리드한 팀은 프렌즈였고, 이전에 마린스에 무기력하게 졌던 것보다 7연승 기세에 맞는 실력을 보여줬다.

전보다 충분히 해볼 만하다.

[탑) 우리 진짜 강팀인 듯?]

몇 점 차로 지고 있어도 이길 수 있다.

그래도 가장 좋은 건 이런 상황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거다.

역시 프렌즈도 강팀이다.

비슷한 생각을 한 두 팀 팬들의 결론은 놀랍게도 같았다.

[그러니까 두 번째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단순히 한 경기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그 후유증이 길게 이어질지는 다음 경기에 달려있었다.

두 구단 역시 이번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의지는 경기에서 드러났다.

“볼!”

[볼넷입니다! 김수호 선수가 첫 타석에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도 볼넷을 얻어냅니다!]

두 타석 모두 스트레이트 볼넷.

딱히 투수의 제구가 안 좋은 건 아니었다.

오늘 프렌즈의 선발투수인 민경찬은 김수호를 제외하면 볼넷을 내주지 않았다.

아직 심증에 불과했지만, 강주호가 타석에 서서 박희준을 떠봤다.

“쟤는 홈플레이트가 좌타석에 있는 줄 아냐?”

“후. 그러게요. 똑바로 좀 던지라니까. 제가 이닝 끝나면 단단히 말해두겠습니다.”

너스레를 떨면서 대답을 회피한 박희준의 대답에 강주호가 웃었다.

“네가? 퍽도 그러겠다. 쯧, 늙은이에 대한 존중이 없어요. 너넨 안 늙을 것 같냐?”

딱히 불쾌하진 않았다.

그동안 이런 작전을 한 두 팀이 했던 게 아니었다.

프렌즈도 작년 플레이오프 때 김수호 대신 강주호를 선택했다.

하지만 모두 결말은 같았다.

그냥 김수호랑 승부하자.

그리고 이건 올해 40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준수한 활약을 하는 강주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악!

매서운 타구가 2루수 옆을 뚫고 외야로 빠져나갔다.

2루에 있던 이규영이 홈으로, 그리고 김수호는 2루에 멈췄다.

“괜찮아, 괜찮아. 이제 1점이야!”

비록 점수를 내줬지만, 박희준은 개의치 않았다.

강주호가 잘 치는 건 맞았다.

지금도 제구가 잘 된 공을 기술적으로 안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그게 다다.

이번 시즌 높은 타율과 타점을 보여주고 있는 강주호지만 장타율은 현저하게 떨어졌다.

김수호를 상대해서 홈런을 맞느니 차라리 내보내고 강주호를 선택한다.

이게 프렌즈가 선택한 작전이었다.

물론 지금은 실점하긴 했지만.

-딱!

“아웃!”

“아웃!”

데뷔 때부터 강주호의 약점이었던 느린 발은 여전했다.

오준혁도 빠른 주자는 아니라 병살타로 이닝 종료.

선취점을 허용했지만, 아직 남은 이닝은 충분했다.

‘문제는 쟨데.’

오늘 마린스의 선발투수인 이호민.

작년까지 이호민은 그냥 공만 빠른 투수였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그 정도라면 충분히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겨우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완전히 다른 투수가 돼 있었다.

거기에 어제 프렌즈 타자들이 사이드암 투수를 연속으로 만나면서 김호기를 손쉽게 공략했다면 이호민은 완전 정반대의 투수였다.

정통파 강속구 우완투수.

어제 나왔던 투수들과 구속 자체가 달랐다.

3회까지 무득점으로 타선이 꽁꽁 묶였다.

‘이번에 꼭 점수 뽑아야 한다.’

타자들이 이호민과 두 번째로 만나는 4회 말.

마린스가 4회에 점수를 뽑은 것처럼 프렌즈에도 놓쳐선 안 될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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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민의 공이 순식간에 포수 미트로 파고들었다.

159km.

오늘 이호민의 최고 구속이 전광판에 찍혔다.

KBO에서 쉽게 보기 힘든 구속에도 이젠 사람들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제 이호민이 이 정도 빠른 공을 던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전 경기에 7이닝 1실점 호투했을 때도 최고 구속이 160km까지 나왔다.

다만 그 공을 상대하는 서도하에겐 딱히 좋은 일은 아니었다.

특히 어느 순간부터 장착한 체인지업의 존재는 상당히 껄끄러웠다.

카운트가 몰리면 위험한 공이다.

서도하가 이 생각 하나로 다시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쳐 냈다.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에게 흘렀다.

공의 위치를 확인한 서도하가 고개를 숙이고 전력으로 달렸다.

좌타자에 주력이 상당한 서도하라면 충분히 살만한 타구.

“아웃!”

하지만 어제 9회 초와 같은 일은 없었다.

이주학이 과감하게 맨손 캐치를 하면서 1아웃.

“땡큐.”

“이 형만 믿고 던져라.”

그 말 덕분일까, 이호민은 이어서 타석에 들어온 오대현을 빠른 공으로 압도하며 삼진으로 잡아냈다.

4번 타자 페드로 산체스의 방망이 역시 붕붕 돌아갔다.

두 번의 포심에 헛스윙으로 순식간에 0-2 카운트에 몰렸고 좀 더 신중하게 쳐야겠다는 다짐도 잠시.

이번에도 어김없이 포심에 방망이가 끌려 나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What?”

분명 방망이에 스친 느낌이 들었는데 심판은 삼진을 선언했다.

“파울팁. 오케이?”

그 말에 페드로 산체스가 김수호를 보자 미트에 고스란히 들어가 있는 공이 보였다.

험한 얼굴로 매섭게 노려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든든한데?”

세 명의 친구가 각각 아웃카운트를 하나씩 책임지며 이닝을 삭제했다.

기세를 탄 이호민은 5회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상황이 찾아왔다.

6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이규영이 기습 번트로 출루에 성공했다.

어제 공에 맞으면서 피멍이 들었음에도 출장한 박은성이 안정적인 번트를 대면서 1사 2루.

다시 김수호가 들어섰고 프렌즈 역시 결단을 내렸다.

“우우우우우우!”

“마! 장난하나!”

“수호가 육상선수냐! 야구선수다!”

이번엔 고민 따위 없었다.

김수호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고의사구로 1루에 들어갔다.

오늘만 세 번째 고의사구.

그리고 투수가 바뀌었다.

프렌즈가 자랑하는 HLK 라인 중 첫 번째 투수, 한기혁이 마운드로 향했다.

결코 편한 상황은 아니다.

2루 주자 이규영은 짧은 안타에 홈으로 뛸 수 있고 강주호 역시 그 정도 타구는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직전 타석에서도 자신을 증명했던 강주호가 초구부터 거침없이 방망이를 던졌다.

-따악!

“아웃!”

“아웃!”

“으아아아! 나이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모두가 얼어붙은 가운데 한기혁이 환호하면서 1루를 가리켰다.

1루수 강신이가 키를 한참 넘는 타구를 그대로 낚아챘다.

워낙 빠른 타구에 김수호 역시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아웃.

분위기가 거의 한계까지 끓어올랐지만 터지진 않았다.

먼저 터트리는 팀이 이긴다.

양 팀 모두 이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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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를 보는 팬들은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1대0이라는 점수와 상관없이 두 팀의 모든 선수가 집중한 게 느껴진다.

그 집중력이 가장 잘 드러난 게 바로 수비였다.

마린스는 수비가 좋은 팀은 아니다.

김수호, 이주학, 최치호와 이규영의 센터라인은 어느 팀 부럽지 않게 탄탄하지만 코너라인은 어설프다.

오준혁과 강주호는 수비 범위가 너무 좁았고 그 부담을 이주학과 최치호에게 맡겼다.

외야 역시 이번 시즌부터 좌익수로 자리를 옮긴 박은성은 가끔 얼 타는 수비를 보여줬고 잭 미켈은 강견인 어깨를 자랑했지만 정작 수비가 좋은 건 아니었다.

반대로 프렌즈는 대놓고 수비가 강점인 팀이다.

이규영에게 밀려 국가대표에서 좌익수로 뛰는 서도하지만 크게 밀리는 편은 아니다.

어제 실책을 기록한 유격수 박주혁도 수비만 놓고 봤을 때 딱히 다른 유격수에 밀리는 편은 아니었다.

그나마 이번에 영입한 강신이가 수비 실력이 좋진 않았다.

하지만 날카로운 타구를 잡아내면서 더블아웃을 만들어냈다.

그렇게 양 팀은 이번 경기에서 실책 하나 없이 팽팽한 경기를 이어갔다.

그 덕분에 신난 건 투수들이었다.

-퍼어엉!

“스트라이크!”

순간적으로 방망이를 내린 박주혁이 움찔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바로 눈앞에서 160km짜리 포심이 지나가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실책이었다.

한 번 뇌리에 남은 공은 계속 그를 괴롭혔고 마린스 배터리는 집요하게 그 점을 파고들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 결과는 삼진.

선두타자로 나와서 공 한 번 건드려보지 못했다.

어제 대 역전의 시발점이 됐던 그였다.

오늘 반드시 만회하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섰지만, 결과는 형편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만 이호민의 공을 못 치는 게 아니었다.

8번부터 시작한 프렌즈의 6회 말 공격.

1번 타자 김혁이 2루 쪽으로 날카로운 타구를 보냈지만, 최치호의 글러브에 걸리고 말았다.

“아웃!”

결국 삼자범퇴.

4회부터 세 이닝 연속 삼자범퇴였다.

한기혁도 7회에 다시 올라오면서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며 맞불을 놨다.

프렌즈에게 문제는 마린스에서 이호민을 내릴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7회 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이호민이 안타 하나로 중심 타선을 틀어막으며 두 경기 연속 7이닝 투구를 완성했다.

이미 한기혁을 빠르게 올리는 승부수를 던진 이상 프렌즈는 끝까지 가야 했다.

프렌즈의 8회를 책임지는 이신영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4+1년 55억.

불펜 투수치고 고액에 FA 계약에 성공한 이신영은 이번 시즌에도 그 값어치를 톡톡히 해냈다.

최치호, 이주학, 이규영을 삼자범퇴 처리하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이어진 8회 말.

이호민이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저 새끼 오늘 완봉할 기센데?”

프렌즈의 더그아웃에서 누군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투구 수 때문에 9회에는 못 올라오겠지만 여전히 공이 좋았다.

이호민처럼 변화구가 아닌 빠른 공을 위주로 승부하는 투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공에 힘이 빠지면 안타를 맞기 십상이다.

특히 이런 더운 날씨에는 더더욱.

하지만 올스타 휴식기에 훈련과 휴식에 매진한 덕분에 이호민은 아직 쌩쌩했다.

8회 말도 무실점.

이제 프렌즈는 선택해야 했다.

이신영을 다시 내느냐, 아니면 김형주를 올리느냐.

이미 울프즈와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까지 가는 바람에 오늘 김형주가 등판하면 3연투였다.

결국 프렌즈 벤치가 이신영을 다시 마운드에 올렸다.

“볼!”

하지만 불안한 울림이 시작됐다.

선두타자로 나온 박은성이 볼넷으로 1루에 걸어 나갔다.

이제 이 모든 악몽의 시발점이 된 김수호 타석.

무사 1루에서 고의사구는 아무리 김수호라지만 불가능했다.

결국 벤치에서 승부하라는 사인이 나왔다.

-따아악!

하지만 시원한 타구음이 들리자 프렌즈 감독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고의사구를 해야 했나?’

다행히 어제처럼 홈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2루타였다.

이제 무사 2, 3루.

-따악!

그리고 강주호가 자신을 상대했던 것을 복수하듯 안타를 만들어냈다.

김수호까지 들어오면서 3대0.

이후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3점은 너무 큰 점수 차였다.

그리고 9회 말, 어제 승리를 지켜낸 오상엽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9회는 길지 않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삼자범퇴.

모든 걸 다 쓰고 난 뒤의 패배, 말 그대로 완패였다.

그리고 다음 날.

“스트라이크 아웃!”

마린스의 최종 보스, 허하준이 프렌즈를 끝내기 위해 마운드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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