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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79화 (179/203)

179화 거포의 중요성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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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가 강팀이 된 이유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계산이 서는 팀이 된 것이 컸다.

선발들은 최소 5이닝을 던져주고 필승조는 1점을 막아낼 실력이 있다.

필승조가 자주 나온다고 해도 두 명의 에이스 투수, 허하준과 웰링턴이 불펜의 피로를 최소화해준다.

특히 박우주는 롱릴리프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차후 선발진 합류에 대한 기대를 받고 있었다.

타선 역시 누구 한 명이 부진하면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채워줬고, 특히 이번 시즌에 이규영, 김수호, 강주호는 딱히 부진이랄 게 없는 시즌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언제나 최상의 상황이 나올 수는 없는 법이다.

[쳤습니다! 김혁,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에 성공합니다!]

[잘 맞은 타구,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김혁 2루에서 멈춥니다. 무사 주자 1, 2루를 만드는 서도하의 안타!]

[아, 볼입니다! 오대현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1회부터 무사 주자 만루의 찬스를 얻는 서울 프렌즈입니다!]

김호기는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다.

장점은 사이드암이라는 거고 단점도 사이드암이라는 거였다.

운이 안 좋다고 해야 할까.

어제 프렌즈 타자들이 만났던 울프즈의 선발이 바로 같은 사이드암인 우민준이었다.

거기에 프렌즈는 기본적으로 좌타 일색인 타선.

프렌즈 타자들이 우완 사이드암 투수를 공략하기에 너무 완벽한 환경이었다.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무사만루.

물론 무사만루라고 무조건 실점하는 건 아니었다.

삼진을 잡거나 홈에서 포스 아웃, 내야 뜬공으로 1아웃을 올린 후에 병살을 잡으면 된다.

아니면 홈 병살 다음에 아웃도 괜찮고.

다르게 말하면 저 경우를 제외하고 전부 실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김호기의 1회는 저 경우의 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빠졌습니다! 볼넷! 연속 볼넷으로 서울 프렌즈가 선취점을 가져갑니다!]

[강신이가 초구를 돌렸습니다! 높이 뜬 타구, 계속 뻗습니다! 중견수 달립니다! 중견수! 잡아냅니다! 이규영의 슈퍼 캐치! 그 사이 2루 주자와 3루 주자가 모두 태그업, 한 점 더 달아나는 서울 프렌즈입니다!]

최근 고점의 타격감을 증명하듯 강신이가 날카로운 타구를 날렸지만, 이규영이 호수비로 낚아챘다.

[6번 타자 최주열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하지만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교환했지만, 1사 1, 3루의 위기.

그리고 이번에 트레이드로 강신이와 함께 프렌즈에 온 최주열이 타석에 들어섰다.

-따아악!

[큰 타구, 이규영이 공을 쫓습니다. 계속 뻗는 타구, 그대로 담장! 넘어갑니다!]

아무리 이규영이라도 담장을 넘기는 타구를 잡을 순 없었다.

점수는 5대0.

마린스로서 최악의 출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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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부터 5점 차로 벌어진 건 꽤 오랜만에 하는 경험이었다.

“미안하다. 네 사인대로 해야 했는데.”

“아뇨. 공은 좋았어요. 그걸 친 타자가 미친 거였죠.”

홈런이 된 공은 몸쪽 존에서 두 개 정도 빠지는 투심이었다.

이건 친 사람이 잘 친 거였다.

저 코스는 잘해야 땅볼, 보통은 파울이 되는 게 정상이었다.

다행히 김호기의 멘탈은 썩 괜찮아 보였다.

야구는 선발투수가 1회에 5실점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아직 공격 기회도 3번이나 남았고 특히 이런 경기는 선발투수가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게 중요했다.

“일단 2회부터 볼 배합 바꿀게요. 타자들이 전부 투심만 노리는 거 같아서 변화구로 카운트 잡고 투심을 빼는 걸로.”

“알겠어. 그게 좋아 보인다.”

“넵. 조금 쉬고 계세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김호기가 쉴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상대 선발 투수인 조현수가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바꾼 볼 배합이 꽤 효과적이었는지 김호기도 2회부터 안정을 찾았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긴 했지만,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왔다.

“볼!”

5회 말, 아직 5점 차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프렌즈의 상위 타순이 돌아왔다.

원 아웃 주자 없는 상황, 김혁이 바깥쪽 투심을 골라내면서 1루로 걸어 나가자 결국 더그아웃에서 투수코치님이 나오셨다.

“호기야. 고생했다.”

“코치님. 저 이번 이닝까지만 안됩니까?”

“들어가서 좀 쉬어라.”

김호기의 말을 돌려 거절한 투수코치님이 결국 공을 받아냈다.

김호기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건 박지호.

하지만 결국 김혁이 홈으로 들어오면서 김호기의 자책점은 6점으로 늘어났다.

이제 6대0.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점수지만, 오늘 상대 선발투수인 조현수의 공이 너무 좋았다.

5회까지 단 세 명의 출루.

6회 공격도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나를 포함한 타자들이 전부 죽 쑤는 동안 박지호가 추가로 실점하면서 7대0.

이젠 현실적으로 따라잡기 힘든 점수가 됐다.

그리고 9회 초, 우리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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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가 7연승을 넘어 8연승까지 이제 아웃카운트 세 개밖에 안 남았다.

점수는 자그마치 7점 차.

상대는 점수를 내지 못했고 프렌즈는 무려 7득점이나 만들어냈다.

특히 그 상대가 마린스라는 게 굉장히 고무적이었다.

오늘 선발투수였던 조현수가 마린스를 상대로 7이닝 완벽투를 던졌다.

이후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이제 막 1군에 올라온 루키 신규진.

아무리 오늘 분위기가 안 좋은 마린스 타선이지만 8회를 안타 하나로 막은 신규진이 9회에도 이어서 올라왔다.

그리고 마린스의 선두타자인 김수호가 타석에 섰다.

신규진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 박희준이 해준 얘기를 떠올렸다.

‘홈런 맞더라도 쫄지마. 이럴 때 쟤랑 정면승부 해보는 거야.’

맞는 말이었다.

주자도 없고 7점 차, 홈런을 맞아도 6점 차였고 김수호라고 무조건 홈런을 친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엔 홈런 하나보다 주자가 쌓이는 게 더 부담이었다.

박희준의 요구를 떠올린 신규진이 초구부터 과감하게 공을 던졌다.

-따악!

빗맞은 타구가 유격수를 향해 굴러갔다.

‘이지~’

유격수가 여유롭게 공을 잡았다.

공에 힘이 죽어 달리기가 빠른 주자라면 어려운 타구였지만 어차피 이런 상황에서 전력 질주를 하는 타자는 거의 없었다.

느긋한 마음으로 공을 잡은 유격수가 일루를 바라봤을 때 보인 건 그 거의 없는 타자였다.

“미친?”

김수호가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아직 잡을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탓일까, 송구가 약간 빗나갔다.

“세이프!”

타이밍은 아웃, 하지만 1루수의 다리가 베이스에서 떨어졌다.

“쏘리. 진짜 미안하다.”

“괜찮습니다.”

유격수가 급하게 조규진한테 사과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그 사이 박희준이 마운드에 올라갔다.

“괜찮지?”

“예. 괜찮습니다.”

“그래. 공 진짜 좋았어. 아오, 저 뺀질이 새끼. 깔끔하게 좀 끝내지.”

유격수가 박희준의 시선을 느끼고 눈을 피했다.

“아무튼 괜찮아. 너 잘못 아니니까 계속 자신 있게 던지자.”

“넵.”

박희준이 조규진의 어깨를 두드리고 1루를 보면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쯧. 살살 좀 뛰지.’

속으로 한 말과 다르게 역시 김수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포수가 힘든 건 포수가 제일 잘 안다.

8회까지 공을 받고 7점 차 9회 선두타자로 나와서 느린 땅볼에 전력질주.

말은 쉽지만, 막상 행동으로 옮기기 정말 어렵다.

결국 1루에 출루했으니 굳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을 거다.

7점이라는 점수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점수가 아니다.

그 점수를 내는 게 쉬웠으면 9회 마운드에는 조규진이 아니라 김형주가 올라왔을 거다.

‘자자. 규진이 표정은 괜찮고. 오케이 빨리 끝내자.’

온몸이 땀으로 축축하다.

박희준도 얼른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박희준의 생각이었다.

-따악!

간결한 소리가 나고 타구는 다시 유격수 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워낙 빠른 타구에 몸을 날린 유격수의 미트를 뚫고 나갔다.

무사 주자 1, 2루.

조규진한테 괜찮다고 손짓을 한 박희준이 일루를 힐끔 바라봤다.

‘대주자 안 써?’

강주호는 리그에서 제일 느린 주자다.

물론 포스 아웃 상황에 대주자를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굳이 이 더위에 40살 먹은 강주호를 뛰게 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 하나 있긴 했다.

‘다음 타석?’

만약 타선이 일순해서 강주호가 다시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

‘에이. 시발 그건 너무 갔다.’

고개를 저은 박희준이 다시 집중했다.

무사 1, 2루긴 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여지는 있었다.

7점 차긴 하지만 조규진이 쫄지 않고 제 공을 뿌릴 수 있는가.

이걸 확인해볼 기회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따악!

“아웃!”

‘그렇지! 물건인데?’

무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오준혁, 잭 미켈을 상대로 삼진과 뜬공을 만들어냈다.

조규진의 배짱에 감탄한 박희준이 이내 미소를 지었다.

‘역시 그건 말도 안 되지.’

아무리 마린스라도 9회에 7점을 따라잡는다는 건 역시 불가능했다.

“자, 투 아웃! 마지막 하나, 집중하자!”

루상에 주자가 둘 있지만 2아웃이다.

끝난 것과 다름 없었다.

하지만 마린스는 다른 생각인지 오늘 감이 좋지 않았던 채지훈의 타석에 대타를 사용했다.

타석엔 김민석이 섰고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볼!”

“아오.”

주자 만루.

이 상황이 되자 벤치도 움직였다.

“규진아. 잘 던지고 있다. 깔끔하게 잡고 끝내자.”

“알겠습니다.”

투수코치가 직접 마운드에 올라와서 조규진을 다독이고 내려가면서 박희준에게 물었다.

“공 어때.”

“좋습니다. 맡겨도 됩니다.”

자신의 요청에 충실히 따라준 투수를 옹호하는 건 포수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오케이. 그래도 내일 경기 생각해서 더 기세 끌어올리게 하지 마.”

“넵.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마린스 타자들은 끈질겼다.

-따악!

최치호의 깔끔한 안타에 김수호가 홈으로 들어왔다.

‘시발.’

절로 욕이 나왔다.

다행히 2루 주자가 강주호라 멈추긴 했지만 이제 1점만 더 내주면 김형주까지 등판할 수도 있다.

타석엔 9번 타자 이주학.

좌타자에 달리기도 빠른 까다로운 타자다.

하지만 저 뒤에 있을 이규영, 박은성보단 아니다.

‘여기서 무조건 끝내야 된다.’

3-2 풀카운트.

-퍼억!

“나이스! 그거지!”

공을 받은 박희준이 확신을 갖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심판의 콜은 달랐다.

“볼!”

“이게요? 아니, 이게 어떻게 볼이에요!”

박희준이 흥분해서 심판에게 따졌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그리고 결국 조규진이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죄송합니다.”

“넌 잘했어. 다 저 뺀질이 때문이지. 고생했다.”

아까 그 실책만 아니었다면 지금쯤 씻고 퇴근하는 길이었을 거다.

여러모로 최악의 실책이 됐다.

조규진은 비자책이지만 주자를 잔뜩 쌓아놓고 내려갔고, 결국 마무리 김형주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2사 만루에 5점 차.

홈런을 맞고 또 홈런을 맞으면 동점이 되기 때문에 세이브 찬스였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형주 공짜 세이븐데.’

박희준이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너졌다.

너무 급하게 올라온 탓일까, 시간을 조금 끌긴 했지만, 김형주의 제구가 불안했다.

“볼!”

“볼!”

“볼!”

이규영에게 3볼로 시작, 그리고 그 결말도 좋지 못했다.

“볼!”

스트레이트 볼넷.

다시 한 명의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시발. 진짜 좆됐는데?’

이제 4점 차에 만루다.

홈런 하나면 동점.

물론 박은성이 홈런 타자는 아니지만, 바로 뒤에 있는 타자가 문제였다.

오늘 4타수 무안타인 김수호.

아무리 무안타라고 해도 김수호는 김수호다.

만루에서 김수호? 그 뒤에 강주호?

‘죽어도 여기서 끝내야 한다.’

하지만 박은성은 끈질겼다.

무려 8개의 공을 골라내면서 2-2까지 끌고 갔다.

그래도 이제 김형주의 제구가 어느 정도 잡히기 시작했다.

‘이거 절대 못 친다.’

158km의 포심.

김형주가 제일 자신있어하고, 그를 이 자리까지 만들어준 공.

박희준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김형주가 공을 뿌렸다.

-퍼어억!

박희준의 생각대로 박은성은 치지 못했다.

몸 향해 날아오는 공을 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끄아.... 존나 아프네.”

박은성이 얕은 신음을 흘렸다.

그나마 엉덩이에 맞아서 이 정도지, 다른 곳에 맞았다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

평소였다면 박희준이 박은성에게 미안하다고, 이해해달라고 했을 거다.

하지만 지금 박희준은 그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거 맞냐?’

2사 주자 만루, 3점 차.

이닝을 시작했던 타자, 그리고 이 상황에서 절대 피하고 싶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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