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77화 (177/203)

177화 뭐라 불러야 할까요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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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생각해보신 거 맞으시죠?

“예. 맞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후우.”

통화를 끊은 프렌즈 단장, 박호준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 트레이드.

벌써 6년째 프렌즈 단장인 박호준이었지만 재임 동안 이 정도의 대형 트레이드는 없었다.

애초에 10개 구단밖에 없는 KBO에서 트레이드는 양날의 검이다.

언제고 칼날이 자신을 향할지 모른다.

거기에 팬들도 트레이드에 굉장히 보수적이었다.

모기업도 팬들의 반응에 예민했고.

특히 잠실 라이벌이라 불리는 프렌즈와 호올스간의 트레이드는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박호준은 결단을 내렸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를 얻는 강신이를 데려오는 대신 팀 내 미래를 책임질 두 명의 유망주와 내년 3차 신인 지명권까지 내줬다.

물론 강신이 말고도 쏠쏠한 좌타 대타 룰을 수행할 수 있는 타자도 데려왔지만 나이가 문제였다.

둘이 합쳐 68살.

프렌즈가 내준 세 명의 선수보다 나이가 많았다.

물론 강신이가 나이로만 판단할 수 있는 그런 선수는 아니었다.

잠실에서 3할 20홈런은 거뜬하게 칠 수 있는 타자.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 프렌즈가 내준 선수가 강신이 급으로 성장할 가능성은 0%에 가까웠다.

하지만 프렌즈가 강신이를 쓸 수 있는 시간은 고작 4개월.

유망주가 강신이의 반만큼이라도 성장한다면 프렌즈가 실패한 트레이드라고 남을 수도 있다.

만약 우승에 실패한다면 말이다.

박호준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감독님.”

-결정하셨습니까?

“호올스 단장이랑 얘기 다 끝났습니다. 감독님도 아시겠지만 전 올인을 한 겁니다.”

-...예.

“이번 시즌은 반드시 우승해야 합니다.”

-예. 알고 있습니다.

“감독님만 믿겠습니다.”

과감한 결단을 통해 우승을 이뤄낸 단장이 되느냐, 아니면 우승에 눈이 멀어 팀의 미래를 갖다 판 단장이 되느냐.

이건 전적으로 이번 시즌 결과에 달렸다.

전자가 된다면 상관없다.

하지만 후자가 된다면?

최악의 결과를 상상한 박호준이 고개를 저었다.

“믿자. 후. 믿어야지.”

정확히 말하자면 이제 믿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통화가 끝난 뒤 한 시간 후.

대형 트레이드 소식이 전국으로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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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와 호올스의 트레이드가 터진 직후 각 구단은 회의를 소집했다.

주제는 당연히 프렌즈의 행보 때문이었다.

마린스 구단 역시 오민찬 단장을 중심으로 회의가 시작됐다.

“다들 오셨으니까 시작하겠습니다. 왜 이 자리에 오셨는지 다들 아실 거라고 봅니다.”

오민찬이 화면을 넘기자 강신이의 얼굴과 성적이 나왔다.

“강신이. 호올스의 4번 타자이자 잠실에서도 거뜬하게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입니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FA죠. 이런 타자를 프렌즈가 데려왔다는 건 딱 하나뿐입니다.”

“우승....”

누군가 중얼거리자 오민찬이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우승. 현재 프렌즈는 개막 이후 2등 자리를 단 한 번도 뺏겨본 적이 없습니다. 정규시즌 우승은 무리겠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겠다는 의지죠. 근데 문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겁니다.”

마린스를 단기전에서 이길 수 있다?

지난 포스트시즌에서 유일하게 마린스를 상대로 1승을 거둔 팀이 프렌즈긴 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4경기 전체를 보면 마린스가 말 그대로 압도했다.

거기에 다른 팀도 아니고 호올스와의 트레이드다.

두 팀은 잠실 구장을 같이 쓰며 리그를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

유망주 2명과 상위 지명권을 넘기면서까지 이번 시즌 우승을 노리는 이유가 불분명했다.

당장 다음 시즌에 허하준과 강주호가 마린스를 떠난다.

그렇다면 그냥 강신이를 FA로 영입해서 다음 시즌을 노리는 게 낫지 않을까?

“혹시 이 이유에 대해 예상되시는 분이 계십니까?”

주변을 둘러봤지만 딱히 명확한 해답을 내는 사람은 없었다.

그때 강기호가 손을 들었다.

“네. 강코치님.”

“제 생각이지만 아마 마린스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음. 그렇죠? 우리가 1등 팀이니까요.”

“아니요. 그거 말고, 우리가 작년에 우승한 게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오민찬의 눈이 커졌다.

“아, 맞네요. 우리가 우승하고 이제 가장 오랫동안 우승 못 한 팀이 프렌즈가 됐죠. 거기에 94년도에 우승했으니 내년이면 40년이군요.”

이 정도 이유라면 납득할만하다.

이제 이유가 나왔으니 프렌즈의 전력을 살펴봐야 했다.

“지금 프렌즈의 타선을 보면 김혁, 서도하, 오대현, 페드로 산체스, 그리고 5번 자리에 강신이가 들어갈 것 같습니다.”

강신이 한 명이 들어갔을 뿐인데 무게감이 확 달라졌다.

“급하게 만들긴 했는데 작년 플레이오프에 강신이가 있다는 가정하에 돌려본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오민찬이 화면을 넘기자 접전 끝에 마린스 3 : 2 프렌즈라는 글씨가 떠올랐다.

“물론 우리도 이규영과 오상엽, 두 명의 선수를 영입한 만큼 이번 시즌은 얘기가 다를 것 같습니다. 그래도 프렌즈는 강팀입니다. 좀 더 확실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다행인 건 아직 한국시리즈까지 시간은 많았다.

여러 얘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다.

“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들 쉬는 날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렇게 끝나는 분위기에 오민찬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희 전력의 중심은 누가 뭐라 해도 김수호 선수입니다. 김수호가 없으면 한국시리즈에서 이길 거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부상은 안 됩니다. 아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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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이 끝나고 일요일은 온종일 푹 쉬었다.

정말 일요일은 원 없이 잔 것 같다.

올스타전 휴식기가 있긴 했지만, 낮에는 이주학, 이호민과 같이 훈련을 쉬지 않았다.

물론 대부분 회복 훈련 위주로, 밥도 많이 먹었고 잠도 하루에 10시간 가까이 계속 자서 큰 무리는 없었다.

올스타전을 치르면서 컨디션도 최상이었고 이제 월요일에 마무리 훈련을 하면서 깔끔하게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집에 가라.”

“예?”

출근하자마자 들은 소리는 강기호의 단호한 목소리였다.

“너 어제 빼고 일주일 동안 다 나왔더라?”

“그건 그렇죠.”

“다른 놈들은 못 쉬어서 안달인데 넌 뭐냐? 오늘 훈련 없으니까 들어가.”

“예? 저 진짜 괜찮은데요.”

“시끄러. 오늘은 절대 못 들어오니까 순순히 말할 때 돌아가라?”

음. 뭐, 운동할 곳이 여기만 있는....

“그리고 현우한테 내가 말해놨으니까 거기 갈 생각도 하지 말고.”

“네? 코치님이 현우 형을 어떻게 아세요?”

“강주호가 내 형인데 내가 모르겠냐? 아무튼 위에서 오늘 너 훈련 절대 못 하게 하라고 내려왔으니까 차라리 친구라도 만나.”

저 친구 없는데요.

이주학도, 이호민도 이 시간이면 다 안에 있을 시간이다.

어쩔 수 없었다.

강기호도 누가 강주호 동생 아니랄까 봐 한번 정한 일을 바꾸는 걸 본 적 없었다.

저 정도로 단호박이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게 맞았다.

그래, 뭐 하루 더 쉬지.

그렇게 돌아가려는 찰나, 뒤에서 강기호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참. 수호야.”

“넵.”

혹시 들여보내는 줄 알고 뒤를 돌아봤다.

그러자 강기호가 약간 머쓱해 하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올스타전, 고마웠다.”

“아닙니다. 제가 더 감사하죠. 내일 뵙겠습니다.”

그렇게 강기호와 헤어지고 다시 차에 올라탔다.

흠, 할 게 없다.

내가 이렇게 인맥이 없나 싶다.

사실 부산 시내만 걸어가도 알아보는 사람이 널렸지만, 굳이 그런 피곤을 느끼고 싶진 않았다.

근데 또 집에 들어가긴 아쉽다.

사실 생각나는 사람이 있긴 한데....

조금 머뭇거리긴 했지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하율아. 뭐해?”

-나 지금 알바 중.

“아 그래? 끝나고 전화할까?”

-아냐. 거의 다 끝났어. 왜?

“그냥 오늘 뭐 하나 해서.”

-알바 끝나고 집 가려고.

어쩐지 강기호보다 더 단호박 같은 목소리에 약간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그대로 끝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태워다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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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하율과 같이 알바를 하는 친구, 오민경이 웃는 얼굴로 허하율에게 말을 걸었다.

“뭐야? 누군데?”

“친구.”

“우리 하율이한테 내가 모르는 친구가 있었나? 뭔데~”

“그만해.”

김수호도 긴장하게 만드는 목소리였지만, 10년 지기 친구 오민경에겐 통하지 않았다.

지금껏 본 적 없는 반응, 굳이 자리를 피해서 받은 전화.

결정적으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저 손.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결론을 내고 있었다.

“남자?”

“아니거든!”

카페 사람들이 전부 쳐다볼 정도로 큰 목소리를 낸 허하율이 얼굴을 붉히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거 아니야.”

“왜? 이 언니한테 말해봐.”

머뭇거리던 허하율이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음. 이렇게만 들으면 잘 모르겠는데.”

허하율의 얘기는 간단했다.

연락하는 남자(중요)가 있는데 한 달 전에 잠깐 밥을 먹고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바쁜 건 안다.

하지만 그래도 연락은 할 수 있지 않냐는 게 허하율의 말이었다.

그 말에 오민경이 쿨하게 말했다.

“네가 먼저 연락하면 되잖아.”

물론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 연락을 안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허하율이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해서 연락을 일부러 안 한다?

오민경이 10년 동안 봐온 허하율은 그런 사람이 못됐다.

“그래도 되는데···. 좀 방해될까 봐.”

“방해? 왜? 무슨 일 하는데?”

“그냥 쉬는 날이 없어서.”

직장인? 연상?

오묘한 표정을 지은 오민경이 이것저것 물어봤다.

“누가 소개해줬는데?”

“어? 아니, 소개는 아니고, 내가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허하율이? 먼저?

딱 보면 알겠지만, 허하율은 고등학생 때부터 유명했다.

이미 학교를 넘어 다른 학교까지 소문이 퍼질 정도였고, 고백은 오민경이 본 것만 해도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귄 횟수는 0.

허하율 본인 말로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다고 했지만, 오민경 생각은 달랐다.

‘웬만한 남자가 눈에 들어오겠냐고.’

무려 허하준의 동생이다.

항상 오빠 놈이라고 하면서 화내지만, 허하율의 눈높이는 허하준에게 맞춰져 있었다.

그런 허하율이 먼저 좋아한다고?

이런 경우 둘 중 하나다.

진짜 허하준 급이거나 아니면 나쁜 마음을 먹고 허하율한테 접근한 사람이거나.

“오늘 데리러 온다고?”

“어? 어.”

심지어 평일 점심에 데리러 온다라.

고개를 끄덕이는 오민경을 허하율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퇴근 시간이 됐다.

“하율아! 나 먼저 갈게!”

대답도 듣지 않고 오민경이 먼저 문을 열고 나왔다.

평소였다면 피부가 탈까 봐 빠르게 집으로 갔겠지만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대신 몰래 구석에 숨었다.

허하율이 뒤늦게 나와서 매장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곧 세단 한 대가 카페 앞에 멈췄다.

세단.

세단.

세단.

차에 대해 잘 모르는 오민경이었지만 제 나이 때 남자들이 저런 차를 타지 않는다는 건 안다.

허하율이 문을 여는 순간, 오민경이 나타나 차 안을 봤다.

“당신!”

그리고 그 안에는.

“네?”

놀란 기색의 김수호가 있었다.

“김수호!”

“어? 민경아. 먼저 간다며.”

“아니, 그게....”

그제야 퍼즐이 맞춰졌다.

방해하면 안 되고, 쉬는 날이 없고, 허하율이 좋아하는 사람이고, 월요일 점심에 데리러 올 수 있는 사람.

그중에서 허하준과 비교해도 안 꿀릴만한 사람.

“근데 왜 세단....”

“아, 이거 CF 때문에요.”

아, 맞네.

김수호가 모기업의 CF를 찍은 건 유명했다.

당장 오민경도 광고를 보면서 감탄했던 게 떠올렸다.

숨 막힐 듯 어색한 분위기에 결국 오민경은 선택했다.

“죄송합니다! 재밌게 노세요!”

그렇게 오민경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어색했던 분위기는 약간 풀어졌다.

“일단 탈래?”

“응.”

차에 탄 허하율의 핸드폰에 진동이 울렸다.

-민갱 : 미아내 ㅠㅠ퓨퓨ㅠㅠㅠ 진짜 미아뉴ㅠㅠㅠㅠ

그리고 곧 연달아서 카톡이 왔다.

-민갱 : 오늘 그냥 질러!

핸드폰을 쥔 허하율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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