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76화 (176/203)

176화 뭐라 불러야 할까요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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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라고 하면 의견이 갈릴 것이다.

클래식 스탯을 중요하게 여기는 올드팬이라면 타율이 가장 높은 타자라고 생각할 수 있고, 세이버메트릭스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wRC+나 WAR 등이 높은 선수를 가장 잘 치는 타자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생각이 현저하게 다른 두 분류의 팬들이 좋아할 만한 스텟 하나가 있다.

바로 홈런.

홈런이 나온 그 순간만큼은 타율이니 wRC+니 모두 잊고 환호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리고 가끔 이런 논쟁도 벌어진다.

과연 누가 리그 제일의 거포인가.

누가 홈런을 제일 잘 칠 수 있을까.

야구 기록은 홈런만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기에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이 만나면 결론을 내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야구팬들의 그런 의문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기회가 1년에 한 번씩 찾아온다.

바로 홈런 더비.

매년 적지 않은 관심을 받는 이벤트였지만, 특히 올해는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바로 김수호와 황인재라는 한국 야구를 책임질 두 선수가 나왔다.

특히 팬덤이 강한 마린스와 피닉스였다.

두 팀의 팬들은 이미 홈런 더비가 있기 전부터 두 선수를 비교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갓수호 >>>>>> 황인재 ㅇㅈ?]

-이젠 이런 글 쓰는 것도 지겹긴 해. 김수호는 꼴등팀 우승시켰는데 황인재는? 머함? 이제 보니까 고등학교 우승도 김수호 빨인듯?

ㄴ 팀이 피닉스잖아 ^^ 허하준도 없고 강주호도 없었으면 김수호도 우승 절대 못 했음.

ㄴ 김수호 뒤에 강주호 없지? 그럼 김수호 걍 거르면 끝인데? 내년에 둘 없을 때부터 비교해야 하는 거 아니냐?

ㄴ 응~ 개인 성적도 개발렸죠? 황인재가 기록 세운 거 다 김수호가 갱신함 ㅅㄱ. 거기에 올 시즌도 김수호 -> 대다수 1위 황인재 -> 2위 ㅋ.

ㄴ 아오. 야알못아 ㅡㅡ 김수호는 뒤에 강주호 있으니까 상대하는 거라고. 뭔 말인지 모름?

ㄴ 응~ 어쩌라고~

ㄴ 황인재랑 김수호 상황 바뀌었으면 성적도 바뀌지 ㅉㅉ.

이런 논쟁은 하루 멀다 하고 일어났다.

거기에 개인 성적으로나 팀 성적으로나 김수호가 앞서는 상황.

피닉스 팬들은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가 한 화두를 제시했다.

[핔) 그래서 황인재, 김수호 중에 누가 더 홈런 잘 침?]

순전히 궁금증에 던진 질문이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커뮤니티는 미친 듯이 불타올랐다.

ㄴ ㅋㅋㅋㅋ 뭘 묻냐? 이번 시즌 홈런 1위 누구? 김수호.

ㄴ 응~ 황인재 저번 시즌 홈런왕이야~

ㄴ 김수호 지난 시즌 반 뛰고 홈런 30개 이상 깐 거 보면 모름? 걍 풀 시즌 뛰었으면 황인재 그냥 넘지.

ㄴ ㅋㅋㅋ 포수가? 후반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퍼질 듯?

ㄴ 퍼져도 황인재는 걍 이기지.

ㄴ 아오, 진짜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왜 이렇게 싸움 ㅡㅡ. 걍 쫌 있으면 홈런 더비 하던데 거기서 결판나는 대로 ㄱㄱ.

ㄴ ㅇㅋ. 피닉스 놈들 딱 대라 ㅋㅋㅋㅋㅋ

이런 상황 속에서 두 선수가 나란히 결승에 진출한 거였다.

[홈런 더비 결승전, 김수호 대 황인재, 황인재 대 김수호의 홈런 더비가 시작합니다. 오연석 위원님. 간략하게 예선과 달라진 점 설명 부탁드립니다.]

[예선은 총 7개의 아웃카운트로 진행했습니다. 결승은 그보다 3개가 늘어난 10개의 아웃카운트로 진행됩니다.]

[감사합니다. 자, 첫 번째 타자로 황인재 선수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이번에도 오기택 선수와 호흡을 맞추는군요.]

[황인재 선수의 예선전 기록이 12개였거든요. 이번에도 그 기록을 넘을 수 있을까요?]

-따아악!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인재의 방망이가 돌아갔다.

[쳤습니다! 그대로 중앙 담장을 넘깁니다! 황인재의 첫 번째 홈런!]

그 이후 황인재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5개의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을 무렵 이미 예선전의 기록을 넘겼다.

[그대로 쭉! 넘어갑니다! 황인재, 벌써 13개째 홈런입니다!]

[홈런 더비 결승전 최다 홈런이 14개 거든요? 거의 다 왔습니다!]

-따아악!

[좋아요! 넘어갔어요! 황인재, 역대 홈런 더비 결승전 최다 홈런 타이에 등극합니다!]

그리고 곧바로 그 기록은 깨졌다.

[15개! 황인재, 홈런 더비의 역사를 새로 씁니다!]

[하, 이러면 김수호 선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거든요. 황인재 선수, 정말 대단하네요.]

이후에도 멈춤 없이 휘두른 방망이는 20개의 문턱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파울라인! 아, 넘어갑니다. 아쉽게 황인재 선수의 기록은 19개에서 멈추고 맙니다.]

[그래도 정말 대단한 기록입니다!]

황인재의 도전은 끝났다.

자연히 카메라는 다음 타자인 김수호를 향했다.

19개의 홈런.

홈런 더비의 선, 후공을 따질 때 후공이 유리하지 않냐는 말이 많았다.

야구에 끝내기가 있는 것처럼, 몇 개 이상 치면 이긴다는 것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홈런을 치는 건 아무래도 다르지 않냐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압도적인 숫자의 무게에 눌리는 법이다.

김수호가 이기려면 20개의 홈런을 쳐야 한다.

말 그대로 1개의 아웃카운트 당 2개의 홈런을 쳐야 하는 꼴이었다.

시작도 전에 그 부담감에 짓눌릴 수도 있는 상황.

하지만 김수호의 표정은 퍽 여유로웠다.

그리고 김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이규영 던집니다!]

-따아악!

짤막한 캐스터의 외침 뒤로 깨끗한 타구음이 뒤따랐다.

[넘어갑니다! 김수호 역시 첫 번째 스윙으로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홈런 더비는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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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진동이 손을 울린다.

확실히 이규영한테 부탁한 보람이 있었다.

딱 치기 좋은 코스, 속도, 궤적으로 존에 들어온다.

-따아악!

그럼 그걸 그대로 퍼 올리면 끝.

딱히 개수는 세고 있지 않았다.

사실 20개라는 숫자가 꽤 크기도 했고, 이규영과 강주호가 들어가기 전부터 굳이 세지 말라는 조언도 줬다.

어차피 전광판에 나와 있어서 보려면 볼 수 있었다.

-따아악!

전광판을 보는 대신 대략 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른 숫자는 있었다.

이번이 열세 개, 아니 열네 개째인가?

다음 공을 그대로 걷어 올리고 처음으로 전광판을 바라봤다.

보고 조금 놀랐다.

열여섯 개? 포 아웃?

세 개만 더 치면 동점, 4개 치면 우승이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6개.

아웃카운트 하나당 홈런 하나씩 때리면 22개로 우승이다.

그래도 이쯤 오니까 욕심이 났다.

22개? 그거보단 좀 더 많이 칠 수 있지 않을까.

-따아악!

열일곱.

-따아악!

열여덟.

-따악!

이건 아웃.

-따아악!

열아홉.

-따아아악!

그리고 스무 번째 느끼는 기분 좋은 진동은 어느 때보다 짜릿했다.

“와아아아아!”

관중들도 직감했는지 함성 소리가 크게 들렸다.

공은 멈추지 않았고, 그대로 구장 밖에 떨어졌다.

이걸로 스물.

우승을 확정 지었지만 이규영의 손과 내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타구가 담장을 때리고 떨어지고 나서야 내 기록을 정확하게 바라봤다.

스물다섯.

예선전까지 도합 마흔 개의 홈런.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럽다.

“미친놈아. 내가 혹사라고 했지?”

가장 먼저 달려온 이규영이 투덜거렸지만, 미소를 짓고 있는 입가가 보였다.

“상금 반띵이다. 알지?”

“네네. 알겠습니다.”

이후 선수들이 다가와서 어떻게 쳤냐느니, 비법 좀 알려달라느니 말이 많아서 딱 한 마디만 내뱉었다.

“규영이 형이 공 진짜 잘 던져주네요. 선배님들도 다음에 부탁해 보세요.”

“오, 그래? 규영아. 내년에 일정 빼놔라.”

“야, 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이규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상금 반띵이면 이 정도는 말해도 되지 않나?

이규영이 선수들한테 잡힌 사이 시상식이 짧게 진행됐다.

이후 인터뷰에서 여러 질문을 받았다.

“오늘 강주호 선수도 그렇고 강기호 선수도 따라 하셨는데 이런 이벤트를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저도 어렸을 때부터 마린스 팬이었고, 마린스 팬들이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그 시절을 알고 있어서 준비하게 됐습니다. 팬들이 만족하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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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찬이 화장실을 핑계로 자리에서 나왔다.

그리고 복도에 아무도 없는 걸 환호하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이쓰! 이거지!”

완벽하다.

이 상황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완벽하다는 말밖에 없었다.

아, 한 가지 아쉬운 건 있었다.

“치킨집 사장님 얼굴을 바로 옆에서 봤어야 했는데.”

작년 올스타전 때 피닉스 단장에게 당했던 수모를 바로 옆에서 갚아주지 못한 게 한이었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바로 옆에 있지 않아도 갚아줄 방법은 새고 샜다.

“흐흐흐. 뭐로 하지?”

기사? 전화? 아니면 문자로 짧게?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언급을 안하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아무튼 구단주의 반응도 역대급이었다.

마린스 선수만으로 이루어진 올스타전 시작도 좋았고 김수호의 이벤트 역시 쏠쏠했다.

대미는 연타석 홈런과 홈런 더비 우승.

특히 25번째 홈런을 쳤을 때 구단주가 박수까지 치며 아이처럼 좋아한 건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이었다.

물론 오민찬만 모를 뿐, 이미 방송에 전부 중계가 됐지만.

아무튼 구단주 생각도 오민찬과 비슷해 보였다.

우선 절친한 친구이자 항상 놀리고 싶은 라이벌, 피닉스 구단주에게 자랑하기.

그리고 오늘 완벽한 활약을 보여준 김수호에게 어떻게 보답할까 하는 고민 말이다.

“CF? 연봉?”

당장 떠오르는 건 역시 돈이었다.

하지만 김수호는 CF를 더 찍자는 말에 ‘다음에요.’라는 말을 할 정도로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아무튼 그건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큼큼.”

화장실에서 잠깐 점검을 마친 오민찬이 기쁜 마음으로 구단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기뻐?’

구단주를 만나러 가는 데 기쁜 마음으로 갈 수 있다.

이 말이 주는 울림은 상당했다.

‘수호야. 평생 가자!’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준 김수호에게 감사하며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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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타전을 뜨겁게 달군 홈런 더비가 끝났다.

하지만 아직 올스타전은 끝나지 않았다.

홈런 더비 시상식이 끝나고 바로 경기가 재개되진 않았다.

아직 한 행사가 더 남아있었고, 주인공인 강주호가 자리에 섰다.

“지금부터 한국 야구의 전설, 강주호 선수의 은퇴 투어가 있겠습니다!”

행사는 길지 않았다.

KBO 차원에서 마련한 상품을 건네주고 사진을 찍으면 끝.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달랐다.

올스타전이 사직 구장에서 열린 만큼 마린스 팬들이 비중이 높다.

거기에 마린스 팬이라면 거의 다 올스타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런 팬들 앞에서 정말 강주호가 은퇴한다고, 이제 시작이라고 알리는 것과 같았다.

강주호가 머쓱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돌아왔다.

“다들 표정이 왜 그러냐? 나 아직 은퇴 아니다?”

은퇴 투어가 시작인 만큼 감정이 올라온 선수들이 강주호를 바라보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김수호 옆에 앉아 괜히 말을 걸었다.

“네 트로피가 더 좋아 보인다? 바꿀래?”

“싫은데요.”

“내가 아까 방망이까지 줬는데 이러기냐?”

“내년에 홈런 더비 다시 나오셔서 타가세요. 그럼.”

그 말에 강주호가 살짝 멈칫했지만, 그냥 웃으면서 넘겼다.

그렇게 올스타전이 재개됐다.

현재 드림 올스타가 나눔 올스타를 2대1로 앞서는 상황.

이미 5회가 지난 시점이기 때문에 겹치는 포지션의 주전으로 출전했던 선수들 대부분은 교체가 됐다.

다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포지션이 있었는데 바로 포수였다.

김수호 다음 포수는 양준이었다.

양준 역시 이번 시즌이 끝나면 은퇴하는 선수인 만큼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김수호 역시 지금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만큼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다.

고민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됐다.

“수호 1루 가능하지 않습니까? 1루로 넣죠. 어차피 1루수는 더 없지 않나요? 신이는 지타로 들어가면 되고.”

코치로 온 에이스 감독의 말대로 채지훈과 양준이 교체되고 포지션은 양준이 포수, 김수호가 1루로 바뀌었다.

관중들은 색다른 이벤트라고 생각할 뿐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김수호의 세 번째 타석이 6회에 바로 찾아왔다.

“볼!”

6회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주학이 볼넷을 골라내며 첫 번째 출루에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1번 타자 김수호 타석.

이정훈 감독의 생각은 간단했다.

이번 타석, 홈런을 못 치면 교체다.

-따아악!

하지만 오늘 김수호는 본인의 28번째 홈런을 때려냈다.

올스타전 최초의 3연타석 홈런.

경기의 승패를 판단하는 건 아직 무리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오늘 올스타전의 주인공은 누가 뭐라 해도 김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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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올스타 5 : 2 나눔 올스타, 김수호 미스터 올스타 선정!]

[올스타전도 김수호였다. 3연타석 홈런, 홈런 더비 25홈런 우승, 강주호와 강기호를 따라 하는 등 볼거리 선보여.]

[마린스 팬들을 웃고 울게 만든 김수호의 대활약 모음!]

[은퇴 투어 시작 강주호! 시대를 주름잡았던 해병이 드디어 떠난다.]

[반환점 돈 프로야구, 마린스의 독주 계속 이어질까.]

올스타전의 주인공이 김수호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올스타전 이후 김수호의 기사가 쏟아져 내렸다.

그러던 중, 대형 폭탄 하나가 프로 야구에 떨어졌다.

[독점) 충격 트레이드, 서울 호올스 간판타자 강신이, FA 반년 남기고 서울 프렌즈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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