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75화 (175/203)

175화 뭐라 불러야 할까요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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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 뭔가 바뀌었는데?]

-올스타전이라고 장비 새로 샀냐?

ㄴ 와 시발....

ㄴ ? 뭔데 욕임?

ㄴ 저거 모르냐?

ㄴ 고작 장비 바뀐 거로 왜 그럼?

ㄴ 저게 고작이 아니니까 그러지. 하 좀 집중해서 봐야겠다.

ㄴ ? 아니 뭔데?

ㄴ 저기요? 님? 아니 뭐냐니까?

ㄴ 말은 해주고 가 ㅡㅡ

김수호의 모습이 변했다는 걸 알아챈 팬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야구를 볼 때 선수의 장비 하나 하나를 유심히 살피는 팬들은 거의 없다.

거기에 오늘 경기는 마린스 경기도 아니고 올스타전.

김수호의 장비가 바뀐 걸 알아채는 다른 팀 팬들은 없었다.

심지어 강기호도 은퇴한 지 5년이나 된 선수라 마린스 팬들도 김수호의 장비가 바뀌었다는 것 정도만 알아챈 팬들이 다수였고 정확히 누구를 따라 한 지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오민찬도 김수호가 미리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보자마자 알아차리긴 어려웠을 거다.

그래서 김수호가 많은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추가로 힌트를 줬다.

강기호가 현역 시절에 경기가 시작하기 전 항상 했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했다.

[아, 저건 마린스 강기호 코치가 현역 시절에 했던 행동을 따라 하는 거군요. 지금 보니까 장비도 비슷하네요.]

캐스터 역시 PD의 쪽지에 급하게 멘트를 치면서 김수호의 모습을 전달했다.

그렇게 차츰 사람들이 김수호의 모습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알아차릴 즈음 마운드에 있던 허하준이 멍하니 김수호를 바라봤다.

‘저 모습을 다시 볼 줄은 몰랐는데.’

당연한 말이지만 허하준은 김수호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알아봤다.

강기호가 공식 경기에서 마지막으로 공을 받았던 투수가 바로 허하준이었다.

그런 자신한테까지 비밀로 할 줄은 몰랐지만,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이제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그때 그 경기를 끝낼 수 있겠다는 느낌.

‘이건 또 어떻게 알았대.’

같이 호흡을 맞춰봤던 투수만 알 수 있는 강기호 특유의 사인 동작이 이어지고, 허하준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사이 더그아웃에서도 알아보는 선수가 등장했다.

당연히 그 주인공은 강주호였다.

“하, 진짜 골 때리네.”

김수호의 모습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저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크. 수호 진짜 낭만 있네.”

양준 역시 그 모습을 알아보곤 중얼거렸다.

“왜요? 저게 뭔데요?”

물론 못 알아보는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이내 양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선수가 대다수였다.

강주호가 멍하니 김수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진짜 기호 젊을 때 같네.’

특히 뒷모습은 프로텍터의 뒷부분이 절묘하게 가운데 이름을 가려서 더욱더 강기호 같이 보였다.

허하준과 강기호의 배터리라.

강주호와 한국에 돌아와 첫 번째 가을 야구에서 말 그대로 광탈했지만, 그 둘이 있으면 언제고 우승이 가능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다음 해, 강기호의 부상과 함께 완전히 박살 나버렸다.

그 이후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지금쯤이면 강기호도 저 모습을 봤을 터.

‘뭐라고 하려나.’

친형인 자신조차도 강기호의 반응을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강주호의 예상처럼 강기호 역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어, 아빠다.”

“응? 아빤 여기 있는데?”

이제 초등학교를 졸업할 나이의 딸이 중얼거린 말에 강기호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하지만 이내 딸이 보고 있던 티비를 보자, 표정이 굳었다.

“티비에 뭐 있어? 왜 차리다 말고 티비 앞에서 그래?”

하지만 그의 아내 역시 강기호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젊었을 때 자신이 반했던 그 모습 그대로인 남편이 티비에 나오고 있다.

마운드엔 성숙해진 허하준이 있었고.

“여보.”

다시 정신 차린 아내가 강기호를 불렀을 때, 강기호는 저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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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1회의 볼 배합은 간단했다.

포심과 슬라이더, 그리고 스플리터.

이 세 가지만 요구했다.

이유야 간단했다.

21살의 허하준은 저 세 구종밖에 던지지 못했으니까.

“언제 준비한 거야?”

“강주호 선배가 이벤트 안 하냐고 해서 했는데 어때요? 괜찮아요?”

어제 오민찬이 데려다주고 한 번 입어봤는데 아직 길들이지 못해서 그런지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래도 허하준의 저 표정을 보면 최소 실패는 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좋네. 옛날 생각도 나고.”

무언가 추억에 잠긴 표정.

더 대화는 하지 않고 그대로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허하준 외에도 다른 마린스 선수들이 들어가면서 한 마디씩 뱉었다.

“센스 쥑이네. 진짜 기호 햄인줄 알았다.”

“김수호! 치사하게 할 거면 미리 말 좀 해주지. 나도 뭐 하나 준비할 걸 그랬나?”

채지훈의 감탄과 이주학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강주호를 찾았다.

가장 반응이 격했던 건 역시 강주호였다.

“설마 우셨어요?”

강주호의 눈동자는 잔뜩 충혈돼있었다.

“크흠. 누가? 내가?”

강주호는 부정했지만, 뒤에 있던 양준이 크게 원을 그려서 대답을 해줬다.

아무튼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준비 잘했네. 아이디어는 어디서 낸 거야? 기호?”

“아뇨. 그때 선배님이 이벤트 하나 하라고 해서 작게 준비한 거예요.”

“그래도 이런 거 할 거면 미리 언급 좀 해주지 그랬냐.”

“원래 이벤트랑 서프라이즈는 한 몸인 거 모르세요?”

“새끼.”

그리고 아직 강주호에게 말하지 않은 한가지 이벤트가 더 남아있었다.

이건 오민찬도 모르고 오직 나만 알고 있는 거였다.

아무튼 그렇게 장비를 벗고 타격을 준비했다.

이벤트전인 만큼 평소의 라인업이 아니다.

내가 1번에 들어가고 강주호가 2번, 이규영이 4번에 들어가는 등 약간의 변화를 줬다.

“선배님. 죄송한데 저 방망이 한 번 빌릴 수 있을까요?”

“방망이? 왜?”

“보시면 알아요.”

강주호가 선뜻 자신의 방망이를 건넸고, 그걸 들고 타석으로 향했다.

이제 다음으로 준비했던 걸 보여줄 차례다.

타석에 들어서자 마운드엔 프렌즈의 최지용이 보였다.

“누가 슈퍼스타 아니랄까 봐 준비도 많이 해왔네. 너 잘 어울리더라?”

투표 1위에 뽑힌 돌핀스 배터리, 그중 최필주가 미트로 내 종아리를 툭툭 쳤다.

“그래요?”

“어. 나 진짜 기호 형 온 줄 알았잖아. 하, 이러면 우리 둘이 너무 비교되는데? 다른 거 추가로 준비해온 건 없지?”

“아뇨? 있는데요?”

“뭐? 뭔데?”

“선배님. 이것도 비슷한지 봐주실래요?”

강주호의 방망이를 빌려온 이유가 있었다.

평소보다 다리를 좁게, 그리고 최지용이 준비하기 전까지 방망이를 어깨에 기댄 채 가만히 있었다.

“너, 그거?”

최필주의 반응을 보니 비슷하긴 한가 보다.

“전 준비 됐습니다.”

마운드를 쳐다보니 최지용도 꽤 놀란 눈치였다.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를 준비하자, 나도 준비해 온 걸 시작했다.

평소와 완전히 다른 타격자세, 리듬이었지만 나한텐 강주호의 타격폼을 완성시킨 최현우의 도움이 있었다.

그 최현우조차 똑같다고 할 정도였으니 이번 건 꽤 자신있었다.

최지용의 다리가 올라가고, 곧 공이 날아왔다.

원래 계획은 첫 타석, 첫 번째 스윙만 따라 할 계획이었는데.

-따아악!

잘 맞은 공이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이건 이것대로 곤란한데···?

#

프로 야구 해설위원 중 가장 해설을 잘하기로 소문난 오연석은 오늘 하루만큼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 제가 마린스에 있었을 때 강기호 코치가 처음 1군에 올라왔었거든요. 지금 김수호 선수의 모습이 그때 그 모습을 기억나게 하네요.”

옆에서 해설이 아닌 추억 얘기를 하자 경기를 중계해야 할 이명준은 땀이 삐질삐질 날 정도였다.

다행인 건 PD가 딱히 멈추라는 사인은 주지 않은 상황.

그렇게 1회 초가 끝났다.

드디어 오연석이 잠잠해지나 싶은 순간, 원인 제공을 했던 김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김수호 선수가 타격에서도 뭔가 준비해 온 게 있을까요?”

이명준이 장난삼아 뱉은 멘트였지만, 이번 건 그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명확했다.

“어, 지금 저 타격폼은....”

“강주호! 누가 봐도 강주호 선수의 타격폼입니다! 이야, 완벽하네요.”

이명준의 당황한 멘트는 흥분한 오연석의 말에 그대로 묻혔다.

아무튼 좋은 일이었다.

프로 야구 캐스터 일을 한 지 어언 10년이 넘었다.

지금껏 프로 야구엔 많은 등락이 있었지만, 등 보다는 낙이 많았다.

하지만 작년 황인재라는 슈퍼 루키의 등장, 올림픽 금메달, 마린스의 기적, 그리고 김수호의 등장은 프로 야구 관계자들의 얼굴에 미소를 문신처럼 각인시켰다.

거기에 스포츠에서 가장 큰 화제는 역시 새로운 슈퍼스타의 존재였다.

그런 슈퍼스타가 한 명도 아니고 둘이나 나왔다.

황인재는 팬서비스에 약간 아쉽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지만 김수호는 달랐다.

마린스 팬 중 김수호의 사인이 없는 팬은 없다는 얘기가 나오고 각종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가한다.

거기에 이런 깜짝 이벤트까지.

물론 공과 사는 구분해야 했다.

이명준과 오연석은 지금 해설하기 위해 이 곳에 나온 것이었지, 시청자들과 같이 감탄하기 위해 나온 게 아니었다.

옆에서 잔뜩 흥분한 오연석을 말리기 위해 말을 꺼냈다.

“김수호 선수가 과연 강주호 선수의 타격폼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그 말에 오연석이 드디어 진정하나 싶었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은 폼이니까 이벤트성으로···.”

그때 김수호의 방망이가 그대로 공을 강타했다.

“쭉 뻗습니다! 계속 갑니다! 김수호! 강주호의 타격폼으로 초구부터 벼락같은 홈런을 만들어냅니다!”

“아 정말 대단합니다! 저렇게 익숙하지 않은 폼으로 홈런을 만들어낸다는 건 역시 기본기가 완벽하다는 뜻이거든요?”

이명준은 흥분한 오연석을 말리는 걸 포기했다.

아니, 말릴 수 없다는 게 맞는 말이다.

이미 이명준 자신도 누군가 말려줘야 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두 사람이 흥분을 감추지 않고 해설하는 동안 어느새 김수호가 베이스를 전부 돌고 대기타석에 다시 멍하니 서 있던 강주호한테 다가갔다.

아무 말 없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강주호에게 김수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선배님 타격폼이 좋네요?”

그냥 플라이만 치고 끝내려는 게 홈런이 돼버렸다.

멋쩍은 웃음에도 강주호는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고맙다. 멋지더라.”

덤덤하게 말한 강주호였지만, 딱히 말을 하지 않아도 무슨 심정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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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선수를 뭐라 불러야 할까요? 리틀 강주호? 리틀 강기호? 오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수호 선수가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섭니다!]

현재까지 올스타전의 주인공을 따지면 단언컨대 김수호였다.

어제 홈런 더비에서 1위로 결승에 진출하더니 오늘 첫 타석, 초구에 홈런을 쳐냈다.

심지어 본인의 폼도 아닌, 강주호의 폼으로.

다른 선수들도 나름대로 준비해온 게 있었지만, 김수호의 임펙트가 너무 강렬했다.

그래서일까, 이번 타석에서도 사람들은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쉽게도 기대와 다르게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김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운드에는 여전히 최지용이 서 있었다.

보통 올스타전 선발투수에게 주어진 아웃카운트는 9개.

즉, 3이닝이었다.

그리고 김수호를 제외한 나머지 8명의 타자들을 처리한 최지용이 김수호를 끝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신중하게 사인을 정했다.

어째 올스타전이 아니라 마린스전을 치르는 기분이 들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좀 더 집중됐다.

이전 타석, 강주호처럼 휘둘렀고, 강주호같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번 타석은 강주호가 아닌, 김수호로 타석에 섰다.

어제 홈런을 살벌하게 때린 걸 보면 타격감은 어떤 때보다 좋아 보였다.

만약 리그였다면 최지용이 먼저 조심스럽게 가자는 사인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올스타전.

여기서 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최필주가 보낸 사인을 거절하고 자신이 던지고 싶었던 공을 골랐다.

공이 손을 떠났을 때 썩 나쁘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게 결과가 좋았다는 뜻은 아니었다.

-따아악!

김수호를 제외하고 8명의 타자가 전부 고전한 것에 비해 너무 쉽게 날아가는 타구.

“후. 다 해 먹어라.”

최지용이 툴툴거렸지만 베이스를 돌고 있는 김수호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이후 강주호를 삼진으로 잡아낸 최지용이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3회 만에 연타석 홈런으로 2점.

아무리 올스타전이지만 연타석 홈런 기록이 유지되는 동안은 김수호가 타석을 지킬 거다.

하지만 김수호의 세 번째 타석보다 먼저 김수호의 홈런을 볼 기회가 찾아왔다.

[잠시 후 김수호 대 황인재, 황인재 대 김수호의 홈런 더비 결승전이 있겠습니다!]

진짜 홈런왕을 가리는 대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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