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71화 (171/203)

171화 가장 빛나는 별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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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 선수단이 한창 올스타 때문에 소란일 때 딱히 신경 쓰지 않는 선수들도 있었다.

바로 투수들.

올스타전 특성상 투표로는 타자는 9명, 투수는 3명밖에 나가지 못한다.

그중에서도 선발투수들은 리스트 발표 전부터 포기상태였다.

경쟁 상대가 무려 허하준이다.

투표에 나가기 전 내부 경쟁에서 이미 패배한 것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덕에 선발투수들은 각자 휴식일을 어떻게 보낼지 미리 게획을 세웠다.

웰링턴은 이미 가족 여행을 예약했고, 하스 역시 수련을 위해 남해의 섬으로 떠날 예정이었다.

김호기는 오랜만에 데이트할 생각에 들떴다.

이렇게 선발투수들이 각자 계획을 짤 때 남은 선수가 한 명 있었다.

“리. 너는 뭐 할 거야?”

웰링턴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이호민한테 물었다.

“저요? 글쎄요.”

휴식일까지 포함하면 무려 7일이나 되는 시간이다.

명절에도 쉬지 못하는 야구선수에겐 말 그대로 꿀맛 같은 휴식일이다.

거기에 성적이 안 좋으면 모를까, 현재 마린스 선발진은 리그 최상위권이다.

며칠 쉰다 해도 뭐라 할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이때 쉬는 걸 더 좋아할 수도 있다.

“딱히 계획 없으면 우리랑 같이 놀러 갈래? 큰 펜션을 잡았거든.”

“아뇨. 오랜만에 가족 여행하는 거잖아요. 전 괜찮아요.”

“그럼 나랑 같이 수련 가겠나? 레타쿠는 건장한 사내를 환영한다네.”

“아뇨. 그건 좀.”

“난 안돼.”

“넵.”

아무튼 그렇게 이호민은 갑자기 찾아온 휴식일에 뭘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때까지 시간이 남긴 했지만 딱히 땡기는 게 없었다.

김수호는 100% 올스타전에 갈 거고 이주학도 매일 불안하다고 옆에 와서 벌벌 떠는 것과 별개로 올스타전에 무난하게 갈 것 같다.

감독 추천이라는 변수가 있긴 했지만 팬 투표에 줄을 세운 마린스 선수가 뽑힐 확률은 거의 없고.

“나 혼자네.”

고등학교 친구들, 2군에 있는 다른 동기들도 있지만 어쩐지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솔직한 마음으론 올스타전이 부러웠다.

그렇다고 올스타전을 보러 갈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 괜히 두 친구가 부러울 것 같아서.

“뭐 하지.”

그냥 집안일이나 도와드릴까.

그러던 와중 허하준의 노히트노런을 봤다.

작년에 허하준이 노히트와 퍼펙트를 기록했을 때도 봤지만 이번엔 이호민에게 와닿는 느낌이 달랐다.

작년엔 그냥 대단하다, 멋있다 정도라면 이번에는 되레 이호민의 손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노히트노런보다 힘든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던 이호민이지만 그때 기억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가장 제정신으로 던졌던 마지막 이닝도 김수호가 아니었다면 기록 달성에 실패했을 거다.

반면 허하준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처음으로 오기택한테 출루를 허용했을 때도, 투구 수 110개가 넘은 채로 공을 던졌을 때도 항상 일정하게 공을 던졌다.

‘저게 진짜 투수.’

허하준을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좋아하고 언젠가 따라잡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호민이었지만 되려 아는 게 많아질수록 허하준에게 점점 멀어져간다고 느껴진다.

아무것도 모를 땐 그냥 공이 더 빨라지고, 성적이 좋아지면 허하준에 가까워지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보이는 것 이상으로 허하준과 이호민의 격차는 너무 컸다.

이대로라면 허하준이 미국으로 떠나고 혹시 1선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해도 말 그대로 첫 번째 선발일 뿐, 진정한 1선발이 아니었다.

이호민이 되고 싶은 건 허하준.

첫 번째 선발이 아닌, 팀이 어떤 상황에서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에이스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김수호가 자신의 공을 받을 때 허하준의 공을 받는 것처럼 만들고 싶었다.

김수호 본인은 모르겠지만 허하준의 공을 받을 때 어린애 같다.

이게 좋을까, 이게 좋을까 딱히 걱정 없이 고민하는 어린애.

그러다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고민 없이 선택한다.

반면 자신의 공을 받을 땐 정반대였다.

고민하는 게 느껴진다.

마치 어른들이 물건을 살 때 여러 가지 비교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수호가 자신의 공을 받을 때 고민하는 게 아니라 망설임 없이 사인 냈으면 좋겠다.

그래야 진짜 마린스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훈련하자.’

그걸 위한 방법은 훈련밖에 없다.

목표가 생기니 망설임이 없어졌다.

그렇게 이호민의 휴식기 동안 일정이 정해졌다.

‘올스타는 그때 나가는 거야.’

올스타전에서 첫 번째 선발로 나서서 김수호를 향해 공을 던지는 걸 꿈꾸며 훈련을 시작했다.

이후 다음 등판일이 다가왔다.

프렌즈와 서로 한 경기씩 주고받은 이후 이호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144경기 중 중요하지 않은 경기가 없다지만 가장 가까이서 마린스를 위협하는 프렌즈인 만큼 오늘 경기는 이겨야 했다.

이런 경기에서 제 몫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까.

“볼!”

“후. 돌겠네.”

1회 말, 세 타자 연속 볼넷.

생각처럼 안 되는 제구에 애꿎은 로진백만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두 번째 볼넷에도 가만히 있던 김수호가 천천히 마운드로 걸어 나왔다.

“호민아.”

“어.”

약간 떨리는 마음으로 김수호의 말을 기다렸다.

“너 오늘 생각이 많다?”

단번에 들켰다.

“티나?”

“어. 왜 그러는데?”

그러면서 김수호가 이호민 뒤쪽을 쓱 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주학 때문이지?”

“어?”

“걔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올스타 올스타 그러잖아. 아주 세상 사람들 다 알겠어. 쯧. 저렇게 호들갑 떨다가 못 나가면 어떡하려고.”

김수호의 헛다리에 이호민이 웃었다.

“어떻게 알았냐? 나 영상 찍어놨잖아. 떨어지면 인스타에 올리려고.”

“그럼 쟤 진짜 너 안 볼 수도 있어. 나한테만 보내줘.”

“오케이.”

잡다한 얘기를 마치고 이호민이 진지하게 말했다.

“야. 내년 올스타전에 내 공 받을 준비 해라.”

“내년? 좋지. 근데 올스타전 나가려면 퍼포먼스가 제일 중요한 거 모르냐?”

“퍼포먼스···.”

때마침 무대는 마련됐다.

“좋네. 한 번 제대로 보여줄게.”

“오케이. 편하게 던져. 내가 다 받아줄게.”

김수호가 웃으면서 이호민을 툭 치고 내려갔다.

이호민 본인도 잘 안다.

자신은 생각 없이 던졌을 때 더 잘 던진다는 걸.

하지만 사람인 이상 생각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투구에만 집중하려고 해도 계속 잡생각이 떠오른다.

하지만 가끔, 김수호의 미트를 보고 있으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바로 지금처럼.

만루인 이상 도루는 걱정 없다.

상대 타자가 페드로 산체스라는 강타자지만 지금은 딱히 눈에 안 들어온다.

이호민의 눈이 김수호의 미트에 딱 고정되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어서 사인을 보고 자연스럽게 왼쪽 다리가 올라갔다.

-따악!

“파울!”

오늘 경기, 처음으로 김수호의 미트에 정확히 던졌다.

-퍼어억!

“스트라이크!”

두 번째 공 역시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이전 세 타자와 전혀 다른 공격적인 투구에 페드로 산체스가 약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한국 야구에서 무려 3년간 뛰면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

이호민을 잡아먹을 공을 생각하며 그 공을 기다렸다.

“볼!”

하나는 흘려보내고 다음 공.

‘왔다!’

2스트라이크에도 자신이 노리던 공이 온다는 확신에 방망이를 크게 휘둘렀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그의 예상보다 더 빠르고 날카롭게 들어온 공은 그대로 방망이를 피해 미트 속으로 사라졌다.

“그거지! 잘 던지네!”

“스트라이크만 던져라! 어차피 못 친다!”

[스윙 삼진 아웃! 이호민 무사 만루의 위기 속에서 페드로 산체스를 삼진으로 잡아냅니다!]

[구속이 무려 159km가 찍혔습니다. 방금 저 공은 대담하면서 21살의 패기가 느껴지는 공이었습니다. 산체스 선수가 저 코스만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경기를 보고 있던 팬들도, 캐스터와 해설위원도 이호민을 칭찬했다.

하지만 이호민의 귀에는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이닝을 끝내기까지 남은 아웃카운트는 2개.

거기에만 집중하고 다음 타자를 쳐다봤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최상현.

프렌즈 팬들은 최상현이 잘할 땐 최고상현, 못할 땐 최저상현이라 부른다.

그리고 최근 최상현의 별명은 최고상현이었다.

그만큼 쾌조의 타격감을 자랑하는 최상현이었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이호민의 공을 쳐 내지 못했다.

잠실 구장의 분위기가 묘해지기 시작했다.

1회 초를 삼자범퇴로 처리한 뒤 맞이한 무사 만루 찬스.

하지만 벌써 두 명의 타자가, 그것도 페드로 산체스와 최상현이라는 강타자가 모두 삼진 아웃 됐다.

“설마 1점도 못 내진 않겠지?”

프렌즈 응원석에서 누군가 중얼거리자 주변에 있던 팬들이 더 큰 소리로 응원하기 시작했다.

“6번 타자! 주상혁! 홈런! 주상혁!”

“볼!”

“볼!”

응원이 보람이 있었는지 이호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만루에서 투 볼로 시작한 카운트.

‘치지마 제발.’

‘제발 밀어내기!’

투수가 스스로 흔들리는 데 굳이 쳐줄 필요가 없었다.

그런 팬들의 바람대로 주상혁은 세 번째 공도 그대로 흘려보냈다.

“스트라이크!”

하지만 이번 공은 존을 뚫고 들어왔다.

이제 타자도, 투수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카운트 2-1.

“볼!”

“파울!”

“아오! 3볼에서 저걸 왜 치냐!”

3볼 1스트라이크에서 주상혁이 떨어지는 공을 치자 팬들의 분노 서린 목소리가 들렸다.

‘시발. 이건 무조건 쳐야지.’

3볼도 아니고 3볼 1스트라이크에서 한 가운데로 오는 공을 내버려 둔다?

그 순간부터 그 타자는 투수의 먹이가 되는 거다.

이를 악문 주상혁이 다음 공을 기다렸다.

2사 만루 풀카운트.

주자들은 투수가 공을 던지는 즉시 스타트를 끊는다.

짧은 안타라도 최소 2타점은 기록할 수 있는 상황.

그리고 이호민의 공이 날아왔다.

-퍼어억!

공이 미트에 박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우렁찬 소리가 이어졌다.

“스트라이크! 아웃!”

‘시발. 저걸 어떻게 쳐.’

주상혁이 전광판을 확인하고 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바깥쪽 낮은 코스로 완벽하게 제구된 160km의 포심.

이호민 인생 최고의 공이자 주상혁에겐 최악의 공이었다.

도저히 방망이를 낼 수 없었다.

[스크라이크 아웃! 이호민! 엄청난 공입니다! 무사 만루의 위기를 KKK로 탈출하는 이호민! 엄청난 공이 들어왔습니다!]

프렌즈 팬들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마지막 공.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선사한 이호민은 주상혁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당당하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나이스! 이호민 뭐야!”

“미쳤다! 마지막 공 지렸는데?”

마린스 선수들의 축하를 받으며 돌아온 이호민이 자리에 앉아 방금 던진 공을 떠올렸다.

‘다시 던질 수 있을까.’

자신이 던졌지만, 믿기지 않은 공이었다.

“퍼포먼스 지렸다.”

어느새 김수호가 주변에 다가와 장비를 풀고 있었다.

“그래? 무사 만루 챌린지 어땠어?”

“그거 한 번만 더 하면 나 정신 나갈 거 같은데?”

김수호의 엄살에 이호민이 웃었다.

“수호야.”

“어.”

“마지막 공 진짜 어땠냐?”

“저기 봐봐.”

김수호의 시선을 따라 반대편 프렌즈 더그아웃을 쳐다봤다.

“저 선배 아직도 너 쳐다본다.”

김수호의 시선 끝에는 주상혁이 있었다.

눈이 마주친 이호민이 급하게 인사하면서 시선 교환은 끝이 났다.

“프로 생활 10년 한 선배도 여운이 남게 만든 공이었어.”

“한 마디로 지렸다는 거네?”

“어. 진짜 지렸지.”

이호민이 공을 만지면서 조금 전 그 감각을 떠올리려고 했지만 어떻게 던졌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딱히 미련을 갖진 않았다.

“다음 이닝에도 무사 만루 챌린지 갈까?”

“그건 좀.”

언젠가 그 공을 다시 던지는 날, 그날이 이호민이 마린스에서 첫 번째 투수로서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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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3 : 0 서울 프렌즈]

[볼넷 볼넷 볼넷 이후 KKK. 이호민, 잠실 구장을 뜨겁게 달군 1회. 이후 6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 호투!]

ㄴ 진짜 슈퍼 스탘ㅋㅋㅋㅋ 진짜 볼넷 3개 줄 때 오늘 경기 끝난 줄 알았다.

ㄴ 타자 새끼들 투수 흔들리는데 방망이 좀 휘두르지 말지 ㅡㅡ

ㄴ ㅋㅋㅋㅋ 그래서 마지막에 안 휘둘렀잖아.

ㄴ 마지막 공은 못 휘두른 거지. 그걸 어케 침 ㅋㅋㅋㅋ

ㄴ 근데 마지막 공 레전드긴 했음.

ㄴ 호민아 믿고 있었다 ㅎㅎ

ㄴ 윗 댓 내가 기억하는데 볼넷 3개 줄때 욕 존나 하던데?

ㄴ 그거 나 아님.

ㄴ 이미 캡쳐 땄음 ㅅㄱ

ㄴ 근데 마린스 진짜 개부럽다. 저 정도면 황인재보다 윗급 아니냐?

ㄴ 그 정돈 아니짘ㅋㅋㅋ 지금 리그 2위 타자가 황인재고 이호민은 이제 선발 정착한 건데. 최소 허하준 급 아니면 황인재한테 못 비빔. 황인재 작년 war이 9.51임

ㄴ 그래도 대박이긴 하지. 21살 투수가 160km ㅋㅋㅋㅋㅋ

ㄴ 애초에 이호민 고딩 때까지 저 정도 실링이 아니었음. 마린스에서 잘 키운 거지.

ㄴ 캬. 살다보니까 마린스가 이런 소리 듣는 날이 오네.

[또다시 벌어진 격차. 마린스의 독주를 막을 팀은 없다!]

[혼돈의 중위권, 2위 프렌즈부터 7위 피닉스까지 단 5경기 차!]

[돌핀스, 8위 추락에 다시 들려오는 감독 경질설.]

[논란의 올스타전 마린스 줄세우기. 어떻게 봐야 하나.]

ㄴ ㅋㅋㅋㅋ 성적으로 따지나 인기로 따지나 마린스가 제일 좋은데 뭔 논란?

ㄴ 맞는 말이지. 마린스가 젤 잘하니까 마린스 선수들만 나가는 건 별로 이상한 게 아닌데?

ㄴ 반박 불가넼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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