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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70화 (170/203)

170화 가장 빛나는 별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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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이번 시즌 마린스는 정말 우주가 나서서 우승하라고 등 떠미는 게 아닐까.

허하준이 없는 이번 주, 3승 3패만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수호야. 나 공 좀 받아줘.”

“안 돼요. 감독님이 절대 받아주지 말랬어요.”

나도 받아주고 싶지만, 감독님이 허하준의 공을 받아주는 포수는 당장 1군에서 치워버리겠다는 단호한 말에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번 기회에 쉬면 좋죠.”

물론 나도 얼마 전 비슷한 경험이 있던 만큼 허하준이 어떤 마음일지는 안다.

근데 그때를 겪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우리 팀, 생각보다 엄청 잘하더라고요.”

이번 주에 웰링턴이 화, 일 2회 등판하더라도 토요일이 빈다.

이 자리는 박지호가 채우긴 하겠지만 다른 투수들에 비하면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우리에겐 나도 모르던 또 다른 선발 투수가 있었다.

“비 오네?”

“진짜요?”

선발 투수의 이름은 외자였다.

비.

태양을 싫어할 것 같은 이름의 선발 투수는 무려 이틀 내내 완봉승을 거뒀다.

그 결과 스타즈와의 두 경기가 모두 우천 취소됐다.

3차전은 비가 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경기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점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아직 스코어는 0대0.

언제 중단, 취소될지 모르는 만큼 1점이라도 앞서나갈 점수가 필요했다.

오늘 스타즈의 선발 투수는 이민수.

시즌 초반 최악의 스타트를 했던 이민수였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모습을 찾고 있었다.

직전 경기에서 7이닝 2실점, 오늘 경기도 4이닝 무실점 호투 중이다.

우리도 역시 이민수를 흔들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다.

이규영을 필두로 발이 빠른 타자들이 이민수를 흔들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지만 그건 출루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들이었다.

이규영, 박은성, 이주학 전부 무안타.

결국 5회 초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이제 슬슬 빗줄기가 굵어진다.

“웰. 로진 잘 챙겼어요?”

“어. 완벽해.”

비가 많이 오면 타자보다 투수들이 고생할 거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정 반대다.

체온이 식는 건 한 번 몸을 제대로 풀어두면 문제없다.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는 것도 로진을 충분히 묻히는 걸로 대체할 수 있다.

문제는 타자들이다.

“후. 공이 아예 안 보이는데?”

비를 흠뻑 맞은 이주학이 툴툴거렸다.

가뜩이나 이민수는 리그에 보기 힘든 언더투수다.

그런 투수를 상대로 비까지 많이 오니 공을 분간하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물론 비가 마냥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웰링턴도 리그에서 보기 힘든 유형의 선수다.

스타즈 타자들도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였다.

특히 커브는 공을 던질 때 약간 붕 뜨는 궤적으로 구분하는 선수가 많은데 내리는 비가 그걸 가려줬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 결과가 삼진 퍼레이드였고.

거기에 선수들이 슬슬 느끼는 게 있는지 스윙이 커졌다.

지금 내리는 비, 그칠 것 같지 않다.

거기에 방금 삼진으로 5회가 끝났다.

그 말은 먼저 점수를 내는 팀이 언제든 승리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뜻.

“브로, 리드 너무 좋았어.”

“오늘 그냥 커브만 던질까요? 너무 좋은데요?”

“좋지. 근데 다음 기회가 있을까?”

웰링턴의 말에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빗줄기가 좀 더 굵어졌다.

만약 여기서 더 굵어지기라도 한다면 그 순간 경기는 끝날 것이다.

그 말은 이번 이닝 반드시 점수를 내야 한다는 거고.

타선은 좋았다.

이규영, 박은성, 그리고 나.

하지만 내 앞에 주자가 나가는 일은 없었다.

박은성이 삼진을 당하고 터덜터덜 내 쪽으로 걸어왔다.

“공이 더 안 보여. 보고 치는 건 어렵겠는데?”

그 말은 초구를 보자 실감이 됐다.

“볼!”

볼이 된 게 다행일 정도로 구분이 전혀 안 된 공이었다.

박은성의 말 대로 공을 보고 치는 건 어렵다.

지난 이닝 스타즈 타자들이 왜 그렇게 큰 스윙을 했는지 이해가 됐다.

내가 안타를 치고 나가더라도 후속타가 나올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1점이 꼭 필요한 상황.

남은 건 홈런밖에 없다.

최대한 타구를 높고, 멀리 보내야 한다.

“잠시만요.”

잠시 타석에서 벗어나 방망이를 휘둘러봤다.

스타즈 역시 큰 타구는 피하려고 할 거다.

그렇다면 스타즈 배터리가 선택할 가장 유력한 공은 역시 낮은 투심.

그것도 존보다 더 낮게 말이다.

‘할 수 있을까.’

존보다 낮게 오는 공을 넘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무작정 올려 친다고 해도 타구가 멀리 가는 게 아니다.

하지만 오늘 스타즈의 홈 구장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홈런이 나오는 게 강점인 곳.

도전해볼 가치는 있었다.

타석에 들어서서 이민수를 바라봤다.

사전에 사인 교환이 됐는지 이민수가 곧바로 투구를 시작했다.

“스트라이크!”

역시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어디쯤 오겠거니 예상은 되는데 정확한 위치를 예상하는 건 불가능했다.

후.

숨을 한 번 내쉬고 투구를 기다렸다.

지난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박민수가 공을 던지는 걸 수백, 수천 번을 돌려봤다.

비 때문에 공이 안 보이는 건 맞다.

그래도 노리는 코스에 공이 온다면 한 번쯤 기회가 있지 않을까.

바로 지금처럼.

-따아악!

빗소리를 뚫고 타구음이 들린다.

공이 뜬 건 알겠는데 비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일단 방망이를 곧바로 던지고 달리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1루를 밟고 2루를 향하려던 찰나, 2루심의 사인이 눈에 들어왔다.

“와아아아!”

그제야 달리던 속도를 줄일 수 있었다.

“브로!”

웰링턴이 가장 앞에서 나를 반겨줬고 차례로 내 머리를 때리면서 목소리들이 들렸다.

“나이스!”

“역시 김수호!”

“지렸다 진짜! 저 공을 어떻게 쳤냐?”

“그냥 찍었는데 맞았어요.”

온몸이 흠뻑 젖었다.

아쉽게도 강주호가 곧바로 아웃당하면서 몸을 말릴 시간은 부족했지만 상관없었다.

숙소 가서 말리지 뭐.

“야. 이제 중단되면 우리가 이기냐? 아니지?”

“어. 6회 말 막아야지.”

“그치?”

이주학의 말 대로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만약 지금 중단 후 경기가 끝나면 서스펜디드 게임이다.

내일 다른 팀과의 경기가 있으니 이번 경기는 한참 뒤에 재개될 상황.

“실책하면 죽는다.”

“절대 안 하지.”

6회 말까지는 경기를 진행할 생각인지 조금 더 굵어진 빗줄기에도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나왔다.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무조건 빠르게 끝내야 한다.

“웰. 공격적으로 할 거예요. 시간 끄는 것보단 안타 하나 맞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오케이. 브로 걱정하지마. 네가 심판 머리 위로 던지라 해도 정확히 던져줄 테니까.”

“그런 사인은 안 내요.”

농담을 하면서 그라운드로 나왔다.

스타즈 타자들의 노림수는 둘 중 하나였다.

큰 거 한 방을 노려서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거나, 어떻게든 경기를 중단시킬 때까지 시간을 끌어서 나중 일로 미루거나.

둘 중 어느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스트라이크!”

초구는 한 가운데 오는 포심.

이건 우리가 스타즈 타자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우리는 시간을 끌 생각이 없다.

그러니까 치든지, 아니면 그냥 물러나는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라.

“파울!”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다음 공에 곧바로 방망이가 나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다음 공은 생각 못했는지 타자가 그대로 꼼짝 못 하고 물러났다.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둘.

-따악!

“천천히!”

이주학 쪽으로 굴러간 공에 크게 소리쳤다.

내 말이 들릴진 모르겠지만, 안 하는 것보단 낫다.

속도가 느린 타자에 빠른 타구.

전혀 급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웃!”

이주학도 부드럽게 송구하면서 2아웃.

이제 하나.

“집중하자!”

최치호의 목소리가 빗소리를 뚫었다.

그리고 다시 초구.

-따아악!

높게 뜬 타구.

내 홈런 타구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번 타구는 정말 잘 보였다.

이규영이 타구를 보고 열심히 뛰고 있다.

그리고 구장의 가장 깊은 담장 바로 앞에서 이규영의 글러브가 닫혔다.

“아웃!”

“나이스!”

어려운 공이었지만 이규영의 수비 실력은 역시나 대단했다.

이걸로 6회는 끝.

이제 경기가 중단돼도 상관없어졌다.

아니, 오히려 중단을 바라야 할 상황이 왔다.

이규영이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어때?”

“쩔었죠.”

“나는? 나도 잘하지 않았냐?”

솔직히 이주학의 수비는 쉬웠지만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너도 잘 했어.”

“오케이. 굿.”

그렇게 7회 초, 선두타자로 나선 오준혁의 타석이 채 끝나기 전에.

“스탑! 경기 스탑!”

선수들이 전부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그리고 점점 더그아웃을 때리는 빗소리가 격해질 무렵.

“게임 셋! 비 많이 와서 경기 진행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경기가 그대로 끝났다.

“나이스! 퇴근이다!”

퇴근도 퇴근이지만, 경기에서 이겼다.

“웰. 완봉승 축하해요.”

오늘 웰링턴의 기록은 6이닝 완봉승.

“덕분이지. 땡큐, 브로.”

허무하게 짐을 싸는 스타즈 선수들을 보자 안타까웠지만 이런 날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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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원정 경기는 이어졌다.

이제 꾸준히 2위를 지키고 있는 프렌즈와의 경기가 있다.

현재 격차는 8경기.

우리가 42승 17패, 프렌즈가 35승 26패.

지난번과 비교했을 때 조금 줄긴 줄었다.

사실상 이 정도 격차만 유지해도 안정권이지만 이번에 여기서 더 격차를 벌린다면 그때부턴 정말 순위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첫 경기는 오랜만에 하스와 호흡을 맞췄다.

이번 주 벌써 두 경기가 취소되기도 했고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였으니까.

며칠 동안 인천에 비가 그렇게 쏟아졌는데 오늘 바로 옆인 서울은 해가 쨍쨍했다.

“흐, 날씨 좋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도 맑고 날도 덥지 않았다.

딱 야구 하기 좋은 날.

오랜만에 호흡을 맞춘 하스의 공 자체는 그리 좋지 않았다.

제구도, 구위도 나쁘지 않았지만, 전날 14득점을 한 프렌즈 타선은 하스의 공을 매섭게 때려냈다.

하지만 타구의 질에 비해 딱히 성과는 없었다.

“오늘 레타쿠가 웃어주시는군.”

하스 역시 그걸 느꼈는지 오히려 이닝이 지날수록 좀 더 적극적으로 공을 던졌다.

그 결과 6이닝 2실점 하면서 선방.

반면 프렌즈의 선발 투수인 다넬 제이스는 6회까지 무실점하며 좋은 공을 던졌지만, 7회 초에 고비를 맞이했다.

1루에 서서 강주호를 바라봤다.

2루에도 3루에도 전부 꽉 찬 주자.

2아웃 풀카운트.

적당한 리드를 유지한 채 투수가 공을 던지기만을 기다렸다.

투수의 다리가 들리자 곧장 뛰었다.

-따아악!

타구가 어디에 떨어진 줄은 모르지만 3루 코치님의 손은 계속해서 돌아갔다.

그대로 가속을 살리면서 3루마저 돌고 홈을 향해 뛰었다.

포수가 딱히 공을 받을 생각은 안하고 있지만 오준혁이 계속 슬라이딩 신호를 보냈다.

-촤아악!

“세이프!”

역시 포수의 페이크 동작이었다.

“사인 최고였습니다!”

“나이스! 뛰느라 고생했다.”

순식간에 역전 적시타를 친 강주호에게 세레모니를 하고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6회 동안 끌려가다 7회 단번에 역전.

그러자 불펜에서 김동준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지난주 금요일 이후 일주일만의 등판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등판이 없다 보니 걱정이 약간 되긴 했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볼넷 하나만 내줬을 뿐 프렌즈 타자들을 무난하게 잡아냈다.

“컨디션 관리 잘했는데요? 공 진짜 좋았어요.”

“그래? 용기 선배랑 상엽 선배랑 같이 준비했거든.”

이용기와 오상엽은 불펜으로 10년 이상 뛴 베테랑.

노하우를 아낌없이 김동준에게 전수해준 결과였다.

본인들도 몸 관리를 잘했는지 각자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렇게 3대2 신승.

“강주호! 강주호! 강주호!”

팬들이 오늘의 MVP를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날, 김호기가 생각보다 일찍 무너지면서 어려운 경기를 이어갔다.

초반부터 벌린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그대로 패배.

이로써 시리즈 스코어는 1대1.

위닝시리즈를 위해 이호민이 몸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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