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64화 (164/203)

164화 가장 빛나는 별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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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시작 직전 마린스를 1위 후보로 꼽는 사람들은 꽤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압도적인 기세를 보일 거라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4월의 기세에도 4월 막바지 3연패에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를 노래 부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연패를 끊고 어린이날의 저주를 해결한 마린스는 5월에도 거침없었다.

5월의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33승 13패 승률 71.7%.

2위 서울 프렌즈가 26승 22패 승률 54.2%를 기록하며 8경기 차, 그 밑으로 촘촘하게 다른 팀들이 붙어있었다.

프렌즈도 5월 중순까진 경기 차를 5경기 안팎으로 유지했지만, 이후 마린스에 스윕패를 당한 것이 너무 뼈아팠다.

말 그대로 마린스의 독주체제.

전문가들은 마린스의 현재 성적에 대해 약점이 없는 전력이라 평가했다.

쉴 곳 없는 타선, 완벽한 선발진, 그나마 약점으로 꼽힌 불펜도 필승조 만큼은 다른 팀에 뒤지지 않는 평가를 받았다.

1위의 지분에 누구 하나 이름을 못 올린 선수가 없다지만 그중에서 가장 높은 지분을 차지하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김수호였다.

5월까지 타율(0.396), 홈런(19), 타점(52), 안타(86) 출루율(0.483), 장타율(0.739), OPS(1.221)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과거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타이틀을 차지한 강주호처럼, 아니 그보다 더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도루도 4개를 기록하며 나름 쏠쏠한 주루 실력도 뽐내고 있었다.

분명 상대하는 투수로선 볼넷을 내보낼지언정 절대 상대하고 싶지 않은 타자였다.

하지만 마린스 타선이 투수들에게 승부를 강제했다.

최근 마린스의 경기 양상은 이렇다.

이규영과 박은성의 테이블세터 중 한 명이 출루에 성공한다.

그럼 김수호가 타석에 들어서고 거의 두 번 중 한 번꼴로 출루에 성공한다.

김수호를 볼넷으로 내보내면 주자가 순식간에 득점권에 들어선다.

그렇다고 승부를 하면 장타를 밥 먹듯이 쳐낸다.

여기까지만 해도 머리가 아픈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수호의 뒤에 버티고 있는 타자, 강주호를 상대하는 부담감도 상당했다.

덩치 때문에 오해받지만, 강주호는 거포가 아니라 중장거리 타자다.

홈런은 어디까지나 정확한 타격의 부산물일 뿐 공을 맞히는 능력은 이규영도 한 수 접는 게 강주호였다.

다만 팀이 자신에게 요구하는 게 어떤 건지 알기 때문에 장타에 집중한 타격을 했을 뿐이다.

그런 강주호가 이번 시즌에 작정이라도 한 듯 타격 스타일을 바꿨다.

원래 강주호는 밀어치기, 당겨치기를 전부 잘 사용하는 스프레이 히터였다.

거기에 타격 기술, 심리전, 장타력까지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선수가 작정하고 안타를 만들어내기 위한 타격을 하니 득점권에 주자가 있다 싶으면 순식간에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규영과 박은성의 빠른 발은 날개를 달아줬고.

결국 김수호를 선택하면 장타, 강주호를 선택하면 적시타와 계속되는 위기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지선다 상황이 연출됐다.

거기에 후속 타자들 역시 만만한 선수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마린스는 강팀이다.

그리고 5월의 마지막 날.

그 강팀, 마린스를 상대해야 하는 챌린저스의 3선발 박민준은 인상을 찌푸린 채 첫 타자 이규영을 상대로 볼넷을 내줬다.

나갈 거면 곱게 나갈 것이지 공을 8개나 던지게 만든 이규영을 살짝 노려본 박민준이 타석에 들어오는 타자를 보고 입을 글러브로 가렸다.

“시발.”

박민준이 작게 내뱉은 욕은 그대로 신난 마린스 팬들의 응원 소리에 묻혀 사라졌다.

도저히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타선이다.

좌투수인 박민준의 눈에 이규영이 벌써 깔짝거리는 게 보인다.

그렇다고 박은성이 만만한 타자냐?

‘절대 아니지.’

컨택, 작전 수행 능력, 선구안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타자가 박은성이다.

심지어 발도 빨라서 타구가 완벽하게 가는 게 아니라면 병살타가 나올 확률은 지극히 낮다.

“차라리 번트 좀 대라.”

염원을 담아 작게 중얼거려봤지만, 박은성은 방망이를 눕힐 기색이 없었다.

그렇다고 승부를 피한다?

그건 여우 무섭다고 용을 선택하는 꼴이었다.

박민준이 박은성 뒤에 있는 김수호를 보자 순식간에 박은성이 편한 타자로 보이는 마법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건 착각에 불과했다.

-딱!

간결하게 밀어친 공이 그대로 내야를 뚫고 나갔다.

이규영이 가속을 살리며 3루까지 들어가면서 무사 주자 1, 3루.

그리고 김수호가 타석에 서자 김수호의 이름이 돔구장 전역에 울리기 시작했다.

김수호의 등장에 포수 추승우가 급하게 마운드로 올라왔다.

“선배님.”

“알아. 안다고. 쟤랑 승부해야 된다는 거.”

짜증 나는 현실에 괜히 툴툴거린 박민준이 추승우에게 물었다.

“그래도 그냥 만루 채우는 게 낫지 않겠냐? 그게 더 현실적일 거 같은데.”

무사 1, 3루에 김수호와 무사 만루에 강주호.

무엇도 선택하기 힘든 지옥의 이지선다가 시작됐다.

이 이지선다에서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박민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냥 조금이나마 답답한 현실을 탈피하고 싶은 박민준의 투정일 뿐이었다.

곤란한 질문에 추승우가 마음에 없는 소리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리드를 똑바로 해야 했는데.”

“후. 그래. 저 새끼가 무조건 다 치는 건 아니니까 한 번 해보자.”

그렇게 다음 공을 정하고 추승우가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배터리가 노리는 건 인플레이 타구였다.

삼진? 포수로서 김수호를 상대할 때 절망감을 느끼는 게 바로 볼삼비였다.

볼넷 44개를 얻는 동안 삼진은 고작 18개.

그렇다면 병살? 병살은 더 적다.

고작 한 개가 전부.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오직 바빕(BABIP)신 밖에 없다.

추승우가 속으로 바빕신에게 기도를 하며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사인은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얘기를 나눠서 확인용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게 약속한 초구가 날아왔다.

-따아악!

돔을 울리는 강렬한 타구음에 추승우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었다.

바빕신을 믿는다고? 아무리 용한 바빕신이라지만, 바빕에 계산되지 않는 타구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하나는 파울이고, 다른 하나는.

“와아아아아아! 김수호!”

홈런이다.

경기 시작부터 홈런, 그것도 3점.

어째 자신을 노려보는 박민준의 눈을 슬며시 피한 추승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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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9 : 4 서울 챌린저스]

[기선 제압 부산 마린스! 5월의 마지막 날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은 3연승 질주!]

[벌써 20홈런! 김수호 시즌 60홈런+페이스! 2위 황인재와의 격차 5개로 벌려.]

[별들의 전쟁! 올스타전 투표 내달 5일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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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뭐 좋은 거 먹었냐? 홈런을 어떻게 그리 쉽게 때리냐?”

“뭐?”

“뭘 그렇게 놀래? 진짜 몰래 장어라도 먹었냐?”

“뭔 장어야.”

“이거 봐라? 반응 보니까 진짠데? 호민아! 김수호 어제 우리 몰래 장어 먹고 왔대!”

이주학이 호들갑을 떨면서 방에서 나갔다.

쟤가 똥 촉이긴 한데 가끔 레타쿠가 강림하는지 기가 막히게 때려 맞출 때가 있다.

이럴 때 쓰지 말고 촉 좀 아껴놨다가 타석에서 좀 쓰지.

진짜 장어를 먹은 건 아니고, 허하율하고 맛있는 걸 먹긴 했다.

괜히 김호기가 추천해준 곳이 아니었다.

다만 허하율도 시험이 안 끝났고 나도 서울에 올라와야 해서 점심만 먹고 헤어졌다.

아쉽긴 한데 어쩔 수 없지 뭐.

침대에 누워 오늘 경기도 상기할 겸 머리도 식힐 겸 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범인은 당연히 이주학.

여전히 호들갑은 줄지 않았지만, 내용이 바뀌었다.

“야! 수호야! 이거 봐봐.”

“뭔데?”

“떴다고!”

“그니까 뭐가.”

“올스타 명단!”

“오 진짜?”

이주학이 건네준 종이를 보자 명단이 쭉 적혀있었다.

선발 투수 – 허하준

중간 투수 – 이용기

마무리 투수 - 오상엽

포수 - 김수호

1루수 – 채지훈

2루수 – 최치호

3루수 – 오준혁

유격수 – 이주학

좌익수 – 박은성

중견수 – 이규영

우익수 – 잭 미켈

구단에서 제출한 명단은 예상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우리만큼 주전이 확실한 구단도 없으니까.

이제 투표를 통해 올스타에 선정된다.

올스타전까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이주학이 저런 반응을 보인 건 그냥 본인이 유격수 명단에 없을까 봐 불안해서 그런 거였다.

이주학한테 명단을 돌려주면서 말했다.

“축하한다.”

“그게 끝이야?”

“그럼 뭐. 어차피 투표 끝나려면 한 달이나 남았는데.”

“그건 그래도···.”

나야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떨어지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

양준이 같은 리그에 있긴 하지만 글쎄.

이주학도 같은 드림 올스타에 속한 인천 스타즈, 수원 나이츠, 대구 에이스, 서울 호올스의 유격수들보다 못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돌핀스의 우오준을 제외하면 이주학이 할 말은 있지 않나 생각한다.

물론 이 얘기를 입 밖으로 꺼낸 적은 없다.

내가 미쳤냐, 이주학한테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이주학이 내 말을 듣고 어깨가 한껏 올라갈 걸 상상하면 말하고 싶다가도 쏙 들어갔다.

아무튼 애초에 올스타 투표는 성적순이 아니다.

그 말은 뭐냐.

“너 무조건 갈걸?”

“어? 네가 어떻게 알아?”

“너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열두 명 다 간다에 내 전 재산 건다.”

긴가민가한 표정의 이주학이었지만, 며칠 뒤 그 표정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와···. 미친.”

“내 말 맞지?”

이주학이 뭐에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주학이 보고 있는 화면에는 열두 명의 마린스 선수가 전부 포지션별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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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가 그렇게 확신할 수 있었던 건 바로 6년 전 올스타전 때문이었다.

강주호와 강기호가 복귀한 후 처음 맞이한 올스타전.

전반기에 팽팽한 순위 경쟁을 하던 부산 마린스에 팬들은 일명 줄 세우기로 보답했다.

투표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으로 가득 채우는 문화에 거의 모든 마린스 선수가 포지션별 득표수 1위를 기록했다.

물론 올스타전은 팬 투표뿐만 아니라 각 선수단에서 뽑는 것도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선수 전원이 나가진 못했다.

그래도 총 열 명의 선수가 올스타전에 출전했고, 그때 김수호도 그 열기에 동참했었다.

그리고 올해, 아직 투표가 열리기 전인데도 사람들은 이미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다.

팬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많은 구단은 울프즈, 피닉스, 마린스, 프렌즈 등 사람마다 말이 갈리지만 행동력이 가장 좋은 팀은 마린스로 꼽는다.

성적이 안 좋으면 텅 빈 야구장이, 성적이 좋으면 가득 채운 야구장이 그 증거였다.

올 시즌은 초반부터 구단 역사를 새로 써가는 중인만큼 투표 첫날부터 그 열정을 증명했다.

[줄 세우기 성공 ㅅㅅㅅㅅㅅ]

-2033 시즌 올스타전은 부산 마린스 vs 나눔 올스타로 진행됩니다. 관람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ㄴ 근데 나눔도 지금 프렌즈로 줄 세우기 하는 중 아니냐?

ㄴ ㄴㄴ 거긴 황인재 있어서 절대 못 함.

ㄴ ㅇㅇ 황인재는 무조건 가야지. 김규완도 있고 우오준도 있어서 줄 세우기 절대 못함 ㅋㅋㅋㅋ

ㄴ 드림도 최정윤, 양준 있잖아.

ㄴ 상대가 허하준, 김수혼데 어딜 비빔 ㅋㅋㅋㅋㅋㅋ

ㄴ 양준 전성기 때로 돌아가도 절대 못 비빈다.

ㄴ 지금 첫날만 보면 김수호랑 허하준 둘 다 역대 최다 투표 뚫을 기센데 무슨.

ㄴ ㄹㅇ? 진짜 미치긴 했네.

ㄴ 역대 최다 득표가 얼마임?

ㄴ 대구 에이스 150만인가 그럴걸?

ㄴ 첫날 투표수 10만은 너무한 거 아니냨ㅋㅋㅋ

ㄴ 그래도 양줌마 은퇴하는데. 아 제발.

양준 역시 준수한 성적과 은퇴가 붙긴 했지만, 김수호를 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마린스 팬들은 팀을 우승까지 이끌고 이번 시즌에도 미친 활약을 펼치는 김수호를 안 찍을 이유가 없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까지 영업하며 투표를 격려하는 중이었다.

거기에 지난 올림픽에서 하드캐리한 기억이 아직 다른 팬들에게 남아있었다.

훈훈한 외모도 한몫했고.

그렇게 최다 득표자를 두고 허하준과 김수호, 그리고 나눔 올스타의 황인재까지 3파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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