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52화 (152/203)

152화 팬서비스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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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드래프트 역사를 바꿔놨다고 평가 받는 2032 신인 드래프트.

드래프트 전체 첫 지명자 황인재는 역대 최고의 타격 재능이라 불리며 프로에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황인재가 활약할 때만 해도 많은 사람이 피닉스가 드래프트의 승리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야구에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유명한 명언이 있다.

정규시즌 5선발과 포스트시즌 불펜으로 맹활약한 이호민.

공격에선 약간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타고난 수비 실력과 주력으로 쏠쏠한 활약을 한 이주학.

그리고 등장부터 마무리까지 완벽했던 김수호까지.

주전 한 명을 건지면 대박이라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우기 어려운 선발투수와 유격수, 포수까지 모두 챙기며 우승까지 이룬 마린스가 최종 승자로 뽑혔다.

다른 팀들도 나쁘지 않은 선수들이 합류했지만, 마린스와 비교해보면 초라해 보였다.

전년도에 이런 선수들이 나온 만큼 2033 신인 드래프트 역시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 드래프트의 최대어가 타자 황인재 투수 이호민이었다면 이번 드래프트의 최대어는 타자 홍민우와 투수 박우주였다.

“부산 마린스 지명하겠습니다. 경기고등학교 투수 박우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형 신인들을 데려온 만큼 마린스 팬들의 기대치는 높아졌다.

특히 좌완으로 150km 이상이 나오는 박우주의 활약을 기대했다.

그 기대치에 걸맞게 그렇게 스프링캠프, 시범경기를 거쳐 1군 엔트리에 합류한 박우주는 현재 사직 불펜에서 놀란 눈으로 이호민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렇게 잘 던졌었나?’

이호민의 실력은 고등학교 때 종종 만나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호민은 그가 알던 그 투수가 아니었다.

구속은 고등학교 때보다 빨라졌는데 제구는 안정을 찾았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타자의 타이밍을 완전히 뺏는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좋았다.

프로에 고작 1년 먼저 왔을 뿐인데 이 정도 변화라니.

새삼 프로의 벽을 실감할 무렵 불펜코치가 박우주에게 다가왔다.

“우주야. 몸 풀어라.”

“넵.”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등판 기회에 박우주가 런닝을 시작으로 몸풀기에 들어갔다.

6회 말 스코어는 7대1.

신인 투수를 시험해보기 딱 좋은 점수 차였다.

“우주야.”

한창 공을 던지면서 몸을 풀고 있는데 김수호가 그를 찾았다.

“넵. 선배님.”

처음엔 김수호를 어려워 했던 박우주였다.

황인재 – 김수호로 이어지는 고교 최강 타선은 투수들에겐 끔찍했고 그건 박우주도 다르지 않았다.

그때 기억 때문인지 쉽게 다가가지 못했지만, 김수호가 스프링캠프에서 먼저 다가오면서 이젠 어느 정도 편해졌다.

하지만 프로 데뷔 등판 직전의 부담감 때문일까, 아니면 그때 그 타선의 기억이 남아있어서일까.

김수호의 부름에 박우주가 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했어? 왜 이렇게 굳었어.”

반면 김수호는 박우주와 다르게 생기가 넘쳤다.

6점 차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 긴장하기엔 김수호가 거쳐온 경기들은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지금과 너무 달랐다.

박우주의 경직된 모습에 어쩐지 자신의 데뷔 경기가 생각난 김수호가 웃었다.

‘그때 호민이도 이랬는데.’

박우주에게 좋은 소식은 이호민의 그 날보다 훨씬 편안한 상황이라는 거였고 안 좋은 소식은 상대하는 타선이 그다지 친절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거였다.

그래도 얼어있는 모습을 보니 미리 찾아와서 다행이다.

아이스 브레이킹도 할 겸 가볍게 얘기를 꺼냈다.

“호민이 잘 던지지?”

“아, 예. 엄청 자신 있게 던지시더라고요.”

“그래 보여?”

“예?”

김수호가 갑자기 주변을 살피곤 작게 말했다.

“아까 5회에 마운드 올라갔을 때 호민이가 뭐랬는지 알아?”

오늘 처음으로 실점 위기에 몰렸던 5회 1사 1, 3루 상황을 말하는 거였다.

“글쎄요?”

“이러다 심장 터져 죽으면 보험 되냐는데?”

“....예?”

“아마 6회에도 비슷했을걸? 쟤 긴장하면 괜히 모자 만지는 습관 있거든. 다음에 던질 때 봐봐. 몇 번 만지는지.”

부담을 갖고, 긴장하는 게 마냥 나쁜 건 아니다.

김수호는 그걸 말하고 싶었다.

물론 받아드리는 입장에선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덕분에 박우주는 한 가지 깨달았다.

‘마운드에서 헛소리하지 말아야지.’

아무튼 김수호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건 사실이었다.

그 사이 타선이 추가점을 뽑아내면서 점수는 7점 차.

“가자.”

김수호가 등을 두드리는 걸 신호 삼아 그라운드에 첫발을 내디뎠다.

사직 마운드에 오른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신인 대표로 시구를 한 적도 있었고 시범경기, 연습할 때도 이곳에서 공을 던졌다.

하지만 정규시즌의 열기를 그대로 간직한 사직 마운드는 처음이었다.

사직을 찾은 마린스 팬들은 오늘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루키를 향해 아낌없는 응원을 해줬다.

“안타 맞아도 좋으니까 볼질만 하지 마라!”

“신인이면 신인답게 씩씩하게 던지라!”

...들리는 소리가 마냥 응원처럼 들리진 않았지만, 이호민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가 되는 듯했다.

타석에 조지 애서튼이 들어오자 심장이 더 심하게 뛰었다.

넉넉한 점수 차지만 조지 애서튼은 팀을 대표하는 강타자.

절대 만만히 볼 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건 개의치 않다는 듯 김수호는 박우주의 프로 첫 번째 공으로 포심을 요구했다.

바뀐 투수의 초구, 그것도 처음 보는 투수인 만큼 카운트를 잡으려고 들어오는 빠른 공을 노리는 건 기본 중의 기본.

고개를 젓고 싶은 걸 겨우 참고 글러브 안에서 포심 그립을 쥐었다.

기념적인 프로 데뷔 첫 번째 공.

그 첫 번째 공은 손을 떠나자마자 타자를 향해 날아갔다.

미트가 아닌 타자를 향해 말이다.

-퍼억!

다행히 조지 애서튼이 피해서 망정이지 150km가 넘는 공이 타자의 몸에 박힐뻔했다.

순간 굳은 박우주의 시야에 조지 애서튼이 김수호를 향해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대화 내용이 들리진 않았지만 대충 예상은 됐다.

적당한 선에서 항의를 마친 조지 애서튼이 표정이 잔뜩 굳은 박우주를 힐끔 쳐다봤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표정을 짓는군.’

몸쪽 공을 던지는 것도, 타자가 몸에 공을 맞는 것도 전부 경기의 일부다.

애초에 그가 타석에 바짝 붙지 않았다면 크게 문제 될 거 없는 공이었다.

물론 150km의 포심은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되려 좋은 명분이 됐다.

심지어 공에 맞지 않았지만, 조지 애서튼은 오늘 데뷔한 박우주를 흔들려고 일부러 화가 난척한 것이 좋은 효과를 봤다.

“볼!”

“볼!”

연속해서 들어온 볼 2개.

데뷔 첫 상대를 볼넷으로 내줄 위기에 처한 박우주에게 김수호가 다가왔다.

아까와 다른 의미로 긴장한 채로 김수호가 다가오는 걸 보던 박우주가 예상치 못한 말에 약간 당황했다.

“초구 좋던데?”

“예?”

“그래. 저렇게 타석에 바짝 붙는 애들한텐 저런 공 하나씩 던져줘야 정신을 차린다니까? 잘했어. 다음에 요구해도 잘 던질 수 있지?”

“아, 예. 할 수 있습니다. 근데 아까 타자가 뭐라고 한 건가요?”

“그거? 별거 아니야. 호구 잡으려고 그러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호구.

그 단어를 들은 박우주가 새삼 저 타자와 김수호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깨달았다.

김수호와 황인재가 떠난 고등리그에선 더 이상 박우주를 막을 상대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자신은 고졸 신인이었고 앞에 있는 김수호는 KBO는 물론 내로라하는 투수들의 공을 쳐 낸 타자였다.

조지 애서튼 역시 20-20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타자다.

그들의 눈에 보기에 박우주는 아무리 고등학교 때 잘 던졌다곤 하지만 이제 막 첫 등판을 하게 된 투수에 불과했다.

김수호의 말대로 호구 잡힐 뻔했다는 걸 깨달은 박우주가 김수호에게 물었다.

“선배님. 저 다음 공 한가운데로 던져도 되겠습니까?”

“응? 그럼 좋지. 괜찮겠어?”

박우주가 먼저 자신이 원하는 걸 말해주자 김수호가 되물었다.

울프즈가 이 경기에서 이기려면 한방보다 주자 모으는 게 시급했다.

그걸 생각하면 흔들리는 투수의 공을 굳이 치는 것보단 지켜볼 확률이 높았다.

“네. 이대로 호구 잡힐 순 없죠.”

“오케이. 홈런 맞아도 좋으니까 가운데 제대로 꽂아보자.”

김수호가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박우주의 귀에 관중들의 응원(?)이 들렸다.

“마! 쫄지말고 그냥 던지라!”

“6점 차가 뭐가 무섭다고 볼질을 하냐! 아까 호민이 던지는 거 못 봤냐! 그냥 던져!”

야구가 마냥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되는 단순한 스포츠는 아니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 말을 따르기로 했다.

미세한 제구는 무리지만 한 가운데에 꽂아 넣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김수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곧바로 공을 뿌렸다.

“스트라이크!”

“그거지! 잘 던지네!”

“좋다! 좋다! 나이스!”

그러자 곧장 쏟아지는 응원.

조지 애서튼의 표정이 오묘해졌지만, 박우주는 보지 못했다.

그저 사인만 확인하고 던진 다섯 번째 공.

“스트라이크!”

이번엔 조지 애서튼의 방망이가 나왔지만, 공을 맞히지 못했다.

구속 152km.

6회까지 우완 투수의 150km 중후반 포심을 보다 좌완 150km를 보니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던졌던 다섯 개의 공은 전부 포심.

보지 못했던 변화구보다 포심에 타이밍을 맞춘 채 다음 공을 기다렸다.

‘느리다.’

변화구를 눈치챈 조지 애서튼이 공을 기다렸지만.

“스트라이크 아웃!”

들리는 건 심판의 삼진콜이었다.

그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을 때 마린스 팬들은 함성을 질렀다.

“나이스! 좋았다!”

“다음 타자도 삼진 잡자!”

“꼭 스트라이크 던질 수 있으면서 3볼에서 던진단 말이야?”

선두타자 출루를 눈앞에 두고 물러난 조지 애서튼 다음으로 쟁쟁한 타자들이 박우주를 상대하기 위해 나왔지만, 결과는 조지 애서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웃!”

“아웃!”

자신의 첫 번째 경기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박우주가 팬들과 선수들의 환호를 받으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김수호에게 다가갔다.

박우주를 발견한 김수호도 싱긋 웃었다.

“호민이보다 잘 던지네.”

“다 선배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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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8 : 3 광주 울프즈]

[최대 구속 160km!!! 마린스의 새로운 광속구 투수가 등장했다!]

[발로 만든 3득점. 마린스에 스며든 작전 야구.]

[파죽지세 마린스, 울프즈 3연전 스윕하며 개막 5연승!]

[프로 데뷔 박우주, ‘김수호 선배님이 마운드에서 해진 말 덕분에 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감사하다.]

ㄴ 갓수호!!!

ㄴ 진짜 수호 없었으면 어떡했냐 ㅠㅠㅠㅠ

ㄴ 어떻긴 지금도 저 밑에 처박혀있겠지.

ㄴ ㅋㅋ 포수가 당연히 해야 할 일 가지고 오버하네 ㅉㅉ

ㄴ 그 당연한 일을 못 하는 포수가 산더미였다는 건 까먹음?

ㄴ 먹이 주지 마셈. 부러워서 저러는 거니까 그냥 6연승 즐겨~

ㄴ ? 5연승 아님?

ㄴ 낼 허하준이자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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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발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마린스 팬들은 연일 우승을 노래 불렀다.

그럴 만도 한 게 울프즈를 스윕하며 개막 5연승을 달린 마린스는 대구로 향했다.

마린스의 선발투수가 허하준이긴 했지만, 대구 에이스는 지난 시즌 허하준의 무실점 경기 기록을 깼던 팀이었다.

홈런이라는 대형 변수가 있는 팀답게 공격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러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제대로 된 안타 한 번 기록하지 못한 채 허하준은 8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사이 자신들의 강점이었던 작은 구장은 마린스 타자들의 무대가 돼버렸다.

-따아악!

[김수호! 쳤습니다! 좌측 담장, 그대로 넘어갑니다! 선취 투런 홈런! 시즌 3호포!]

-따아악!

[오준혁, 오준혁, 오준혁! 점수차를 한 점 더 벌리는 오준혁의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 터집니다!]

-따아악!

[왼쪽! 좌측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 그 사이 2루 주자는 홈으로! 강주호의 도망가는 적시타가 터집니다!]

1차전 4대0 완승을 시작으로 2차전 웰링턴의 호투에 힘입어 7연승을 기록했다.

8연승과 시리즈 스윕을 앞둔 3차전에 마린스는 한 가지 선택을 했다.

[김수호 선발 제외! 김성준, 요그 하스와 호흡 맞춰.]

김수호에게 휴식을 주는 판단을 내렸다.

김수호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하스와 괜찮은 호흡을 맞추며 경기를 이끌어갔지만, 공격 쪽에서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8회 초, 5대3으로 마린스가 지고 있는 상황.

[볼! 볼입니다! 이주학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주자 만루!]

강주호와 채지훈, 그리고 오늘 8번 타자로 출전한 이주학이 볼넷을 얻어내면서 희망을 살렸다.

그리고 전광판에 9번 타자 김성준이 다른 이름으로 바뀌자 원정 응원을 온 마린스 팬들이 비명에 가까운 함성을 질렀다.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2사 만루 상황, 대타 김수호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따아악

양 팀 모두 숨 막히는 순간, 아름답게 돌아간 스윙에 모든 관중이 하늘을 바라봤다.

[날아갑니다! 계속 갑니다! 멈추지 않습니다! 그대로 담장! 넘어갑니다! 김수호! 대타 만루포! 결정적인 순간에 대타로 나온 김수호가 경기를 한 번의 스윙으로 뒤집습니다!]

마린스의 연승은 꺾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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