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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48화 (148/203)

148화 봄린스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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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유격수 쪽으로 느리게 흐르는 타구에 이주학이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달렸다.

“아웃!”

하지만 접전 끝에 아웃 판정을 받고 아쉬워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길었던 1회 말이 끝났다.

1회에 타자가 일순하며 순식간에 5점 차.

큰 점수는 맞지만, 남은 8이닝 동안 충분히 역전할 수 있는 격차였다.

하지만 3회 초가 끝났을 무렵 호올스 팬들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희망을 놓기 시작했다.

-따악!

[중견수! 우익수! 아무도 잡지 못합니다! 2루 주자가 타구를 감상하며 홈으로 들어옵니다! 그 사이 김수호는 2루까지! 2회 만에 벌써 장타 2개, 김수호의 두 번째 시즌이 시작부터 뜨겁게 달아오릅니다!]

KBO 개막 1호이자 선취 3점 홈런을 치고도 모자란 지 이규영을 홈으로 불러들이는 1타점 2루타를 친 김수호를 보고 한 번.

“스트라이크 아웃!”

3회 초 2아웃, 9번 타자를 공 3개 만에 삼진을 잡아내고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는 허하준을 보고 두 번.

두 배터리의 활약에 호올스 팬들의 마음은 꺾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허하준의 공 개수는 고작 27개.

이닝당 고작 9개의 공으로 세 타자를 잡아낸 거였다.

호올스의 선발투수인 사무엘 로드리게스가 1회에만 30개 넘게 던진 것과 너무 극명하게 비교되는 공 개수였다.

“템포를 좀 더 빠르게 가져가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래? 좋지.”

김수호가 급한 호올스 타자들의 심리를 읽고 공격적인 사인을 내면 허하준은 망설임 없이 존에 꽂아 넣는다.

호올스 타자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존 안에 들어온다는 사실만 알고 배팅하기엔 허하준의 공이 너무 좋았다.

거기에 호올스 타자들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4회부터 스위퍼 섞을게요.”

공개되지 않은 신 구종.

안 그래도 지옥 같은 상황에 차라리 모르는 게 좋은 말이 김수호의 입에서 나왔다.

진정한 지옥의 시작이었다.

7번 타자부터 시작한 3회 말을 겨우 삼자범퇴로 처리한 사무엘 로드리게스가 채 숨을 돌리기 전에 4회 초가 끝났다.

이번에도 공 개수는 12개, 타석에 선 타자는 세 타자뿐이었다.

표정이 한껏 굳은 투수의 눈치를 살피며 타자들이 급하게 글러브를 챙겨서 그라운드로 도망갔다.

다만 사무엘 로드리게스의 표정이 굳은 건 타자들 때문이 아니었다.

‘또 저 거머리 같은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니.’

1회엔 2구 안타, 2회엔 7구 승부 끝에 볼넷, 그 이후 시작된 1루에서 신경을 거스르는 동작까지.

이규영은 존재만으로 투수를 열받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이번 타석도 예외는 없었다.

타석에 서서 방망이로 발 골이 있는 곳을 툭툭 건드린다.

그리고 ‘이번에도 괴롭힘당할 준비 됐냐?’는 느낌을 한껏 담아 투수를 향해 방망이를 치켜든다.

-따악!

“마이!”

그나마 이번 타석엔 공 다섯 개 만에 투수 플라이 아웃으로 잡아냈다.

타석에서 받은 고통에 본인이 잡겠다고 큰소리로 콜을 하며 공을 받아낸 그가 만족스러운 결과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사무엘 로드리게스의 고난은 끝나지 않았다.

이어서 타석에 들어선 박은성 역시 이규영만큼은 아니지만 투수를 괴롭히는 데 일가견이 있는 타자.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이번엔 그가 이겨냈다.

주먹을 불끈 쥔 채 흥분된 마음을 가다듬은 사무엘 로드리게스였지만 이내 타석에 들어선 김수호를 보자 곧장 마음이 흔들렸다.

김수호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슈퍼 루키.’

등장과 함께 KBO 리그를 초토화시키며 팀을 우승으로 이끈 말 그대로 미친 타자.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서도 첫 타석에서 초구 가운데 포심이라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한창 5선발로 활약하던 시절,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그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쳤던 기억이 김수호 뒤에 있는 타자를 보자 되살아났다.

늙었어도 자신에게 연타석 홈런을 쳤던 강주호보다 김수호를 선택한 게 최악의 결과가 돼버렸다.

두 번째 타석에선 전혀 방심하지 않고 보더라인에 걸치는 절묘한 변화구를 던졌다.

하지만 결과는 알다시피 2루타.

‘이번 타석에선 반드시 잡는다.’

벤치에선 배터리에게 승부를 걸라는 사인이 나왔다.

개막 첫 경기부터 불펜의 빠른 출근을 반길 감독은 이 세상에 없었다.

이미 투구 수가 80개가 넘긴 상황.

비록 허하준이 투구하는 걸 보면 승리하는 건 요원해 보였지만 최소한 5이닝까지는 사무엘 로드리게스에게 맡기겠다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있어 가장 큰 고비가 바로 김수호였다.

배터리가 사인을 교환하고 투구를 시작했다.

코스는 바깥쪽, 구종은 카운트를 잡기 위한 커브.

‘좋다.’

손끝에서 느껴진 감각은 꽤 나쁘지 않게 던졌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그리고 김수호 역시 그에 화답했다.

-따아아악!

공이 떨어진 궤적 그대로 퍼 올린 타구가 끝을 모르고 날아간다.

그리고 종착지는 야수들이 잡을 수 없는 곳이었다.

“와아아아아!”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사무엘! 이츠 오케이. 저스트 해프닝. 아 씨. 저 새끼 존나 잘 치네.”

‘...어떻게 알고 친 거지?’

포수가 올라와서 어눌한 영어로 괜찮다고 말을 걸었지만, 그의 귀에는 사직 구장 전역에 울려 퍼지는 김수호의 이름만 들릴 뿐이었다.

거기에 김수호의 이름이 강주호처럼 들리는 환청에 메이저리그 시절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했다.

겨우 진정하자 이젠 강주호 본인을 상대할 차례가 됐다.

“볼!”

결국 연속으로 4개의 볼을 던지면서 결국 강판당했다.

3과 2/3이닝 동안 7실점.

그야말로 최악의 데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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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에 잘 쓰지 않는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 건 흔한 볼 배합이다.

흔하다는 건 다시 말해 꽤 효과가 좋다는 거다.

특히 경기 중반으로 갈수록 쓰지 않은 변화구는 타자의 머릿속에서 잊히는 게 정상이니까.

오늘 한 번도 던지지 않았던 투수의 커브를 노려 친 건 간단했다.

나였으면 한 번 커브를 섞을 만한 타이밍이었다.

커브를 던진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차피 주자도 없는 상황에 초구였고 시원하게 돌리자는 생각에 노림수를 갖고 타격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뿐이다.

“아무리 예상했어도 그렇지. 오늘 처음 본 공에 바로 타이밍 잡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다.”

내 설명을 들은 강주호가 웃으면서 칭찬해줬다.

“너는 듣지 마. 귀 배려. 저런 건 독이야 독.”

옆에서 이규영이 이주학의 귀를 감싸면서 장난치는 걸 무시하고 경기에 집중했다.

이제 5회 말 우리의 공격.

아까 쳤던 솔로 홈런으로 이제 점수 차는 7점까지 벌어졌다.

4번의 수비가 남았지만 더그아웃엔 여유로운 분위기가 흘렀다.

허하준은 5회 강신이에게 맞은 안타를 제외하면 단 한 명도 1루에 주자를 내보낸 적이 없었다.

퍼펙트가 깨진 건 아쉬웠지만, 그건 실력만으로 이룰 수 없는 거였다.

아무튼 타선은 폭발했고 투수는 완벽하게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그런 만큼 여유로울 수밖에 없다.

“수호야. 아까 전광판 봤어?”

“예? 언제요?”

“5회 초 끝났을 때. 하율이 왔던데?”

허하준이 몸을 풀다 말고 다가왔다.

아, 전광판에 나왔었구나.

그럴 만도 했다.

선수의 가족들이 오면 종종 잡아주는 건 흔한 일이었고 허하율은 한국시리즈에서 시구까지 했던 터라 팬들 사이에서 꽤 유명했다.

외모도 워낙 눈에 띄고.

선수 가족이 아니더라도 올 때마다 전광판에 잡힐 만한 외모였다.

“뭐야 그 반응은? 알고 있었어?”

“아, 네. 제가 표 줬어요.”

“네가?”

“부모님이 해외여행 가셔서 표가 남아서 줬어요. 근데 그 웃음은 뭐에요? 흑막처럼 웃는데?”

“있다. 그런 게.”

허하준이 생전 처음보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몸을 풀러 나갔다.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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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하준은 마운드에 올라가도 표정을 숨기지 않기로 유명했다.

특히 타자의 심경을 거스르는 미소는 타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더 유명했다.

가뜩이나 개같은(?) 공을 던지면서 웃기까지 하니 타자로선 복장이 뒤집힐 만했다.

오늘도 역시 숨기지 않는 미소에 호올스 타자들의 심경을 툭툭 건드렸다.

“저 새끼 또 웃네.”

6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허하준이 한층 짙어진 미소와 함께 공을 던지는 걸 보고 강신이가 중얼거렸다.

항상 따지고 싶지만, 명분이 없다.

오히려 따져봤자 팬들에게 꼬우면 니들이 잘 치든가라는 비아냥만 들을 게 뻔했다.

오늘 팀에서 유일하게 안타가 있는 강신이지만 다시 타석에 선다 해도 안타를 칠 거라는 자신이 없었다.

강신이를 위시한 호올스 타자들이 날카롭게 허하준을 쳐다봤지만, 허하준은 한 생각뿐이었다.

‘빨리 경기 끝내고 놀리러 가야지.’

허하율한테 김수호를 소개해준 건 처음엔 장난이었다.

‘수호 만나게 해줄까?’

‘...진짜? 거짓말 아니고?’

마린스 팬 치고 김수호를 안 좋아하는 팬이 없었지만, 허하준의 말에 허하율이 그렇게 반응한 건 처음이었다.

거기에 첫 만남부터 허하준의 마음에 꼭 드는 반응을 보여줬다.

그 이후로 진심 반 농담 반으로 둘을 엮기 시작했고 크리스마스 이후로 손을 뗐다.

바쁘기도 바빴고 이제 허하준이 끼어들기 애매하게 느껴졌으니까.

‘이걸 숨겼다는 거지?’

하지만 손을 뗀 건 뗀 거고 놀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 경기를 빨리 끝내야 했고, 한번 빼자는 김수호의 사인에 고개를 저었다.

‘뭐가 마음에 안 드나?’

허하준이 사인에 고개를 저었던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안 나는 김수호가 당황한 마음을 숨긴 채 다음 사인을 냈다.

몸쪽 투심.

그러자 곧장 투구 동작에 들어갔고, 타자의 방망이가 금방 나왔다.

-탁!

무언가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방망이가 공과 비슷한 속도로 허하준에게 굴러갔다.

가벼운 점프로 방망이를 피한 허하준이 1루에 공을 던지면서 아웃.

“괜찮아요?”

“어. 빨리 가서 앉아.”

“뭐 급한 일 있어요? 왜 그래요 갑자기.”

“응. 급한 일 생겼으니까 빨리.”

영문 모를 허하준의 말에 김수호가 포기하고 자리에 가서 앉았다.

사인을 거절한 것도 그렇고 얘기한 걸 보면 이 경기를 빨리 끝내고 싶은 것 같다.

‘그럼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

1회부터 적극적으로 존 안에 집어넣은 볼 배합을 바꿀 생각이었지만 허하준의 말에 생각을 바꿨다.

안타 한두 개는 더 허용하더라도 존 근처에 사인을 보냈다.

호올스 타자들은 어쩐지 허하준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공을 치기 급급했다.

경기가 후반으로 흘러가도 존에서 공이 떨어질 생각을 안 한다.

-따악!

“파울!”

하지만 방망이에 갖다 맞추는 것도 버겁게 느껴졌다.

이닝이 흘러도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은 변함없었고, 오히려 너무 큰 점수 차와 허하준의 구위에 타자들이 의욕을 잃어갔다.

-따악!

그나마 강신이가 추가 안타를 쳐내고 대주자로 교체되면서 1점이라도 낼 환경을 만들었지만.

“아웃!”

주자를 신경조차 쓰지 않는 허하준에 감행한 도루가 김수호의 완벽한 송구에 잡히면서 기회는 허망하게 끝이 났다.

9회 초, 호올스의 마지막 공격 기회.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1점이라도 내고 싶어 한 타자들이 애를 쓰고 방망이를 휘둘렀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하지만 타자들의 그런 심리를 읽기라도 한 듯 마지막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처리하며 허망하게 경기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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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9 : 0 서울 호올스]

[타선 대폭발! 허하준 시작부터 2피안타 완봉승! 디펜딩 챔피언 부산 마린스, 만원 관중 앞에서 완벽한 시작!]

[소포모어 징크스는 없었다. 김수호 2홈런 3안타 5타점 맹활약!]

ㄴ ㅋㅋㅋㅋ 기레기들 싹 다 사라진 거 너무 보기 좋고 ^^

ㄴ 진짜 겨울 동안 역겨웠는데 수호 홈런에 기사 클린 해짐

ㄴ 이제 고작 한 경기 했다 ㅉㅉ 호올스 투수 공 보니까 똥볼이드만. 그런 타자한테 홈런 친 거 갖고 좋아하기는

ㄴ 쟤 아이피 돌핀스 팬임. 너넨 오늘 발렸던데? ㅋㅋㅋㅋㅋ

ㄴ 부럽냐? 규영이 이규영 써보니까 좋긴 하더라. 우리가 잘 쓸게 고맙다.

ㄴ ㅋㅋㅋㅋㅋ 진짠가본데? 답이 없네?

[부산 마린스의 영입생 이규영의 대활약! 오상엽의 사직 데뷔는 다음 기회로.]

[최악의 데뷔전, 사무엘 로드리게스. 너무 성급했던 김수호와의 승부.]

[사직 구장에서 잡힌 미모의 여인, 김수호의 유니폼을 입은 그녀의 정체는?]

ㄴ 기사 스타일이 무슨 쌍팔년돈데? ㅋㅋㅋㅋㅋㅋ

ㄴ 아 근데 진짜 김수호 개 열받는데? 오늘 홈런 2개 쳐서 봐준다 ㅡㅡ

ㄴ 역시 최악의 포수 ㄷㄷ

ㄴ 허하준 동생 아니냐? 캬 역시 남매는 남매네

ㄴ 유전자가 지리긴 해. 미모가....

ㄴ 아니 그거 말고 굳이 허하준 등판일에 김수호 유니폼 입은 거 말하는 건데 ㅋㅋㅋㅋ 남매끼리 사이가 좋을 리가

ㄴ 근데 님들 생각해보셈. 만약 둘이 잘 돼서 결혼해서 애 낳으면 김수호 유전자에 허하준 2세임. 걍 혼자 투타겸업 쌉가능.

ㄴ 맞네? 이건 대한민국 차원에서 연애 권장해야 한다.

ㄴ 그니까 마운드에서 공 던지고 달려서 지가 공을 받는다는 거지? 캬 지리긴 하겠네

ㄴ ㅋㅋㅋㅋㅋㅋㅋㅋ 미친 새끼야

ㄴ 근데 우리는 1등이라서 걔가 커봤자 지명 못함 ㅠㅠ

ㄴ 아 맞네. ㄱㅊ 메이저 가면 댐.

ㄴ 이젠 하다 하다 2세로 노네. ㅉㅉ.

ㄴ 선비님. 가던 길 가세요.

ㄴ ㄲ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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