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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47화 (147/203)

147화 봄린스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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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말도 없이 가면 어쩌라고!”

다음 날 훈련을 나가자 이주학이 흥분한 채로 달려들었다.

“미안.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내 반응이 예상과 달랐는지 이주학이 주춤거렸다.

“어제 얼마 나왔냐? 바로 보내줄게.”

“돈은 규영이 형이 냈고 내 말은 갑자기 가니까 걱정됐다는 거지. 간다고 한 뒤에 연락도 안 받고.”

“그럴 일이 있었어. 규영 선배는?”

“지금 훈련하고 있어. 그래서 뭔데? 갑자기 갈 만큼 급한 일이었어?”

이주학의 말에 어제 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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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주학의 전화를 끊고 허하율한테 데려다준다고 말한 다음이었다.

“진짜 괜찮아?”

허하율은 핸드폰에서 들린 목소리가 신경 쓰이는지 계속 물어봤다.

“응 괜찮아. 어차피 거의 다 먹었어.”

같이 주차장으로 가는데 그사이 몇몇 사람들이 나를 알아봤다.

차를 가져와서 다행이다.

천천히 차를 타고 출발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차 안은 적막만 감돌았다.

오랜만에 보기도 했고 갑자기 만난 거라 어색함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이대로 가긴 좀 그런데.

“그....”

“그때···.”

“어?”

“어, 먼저 말해!”

동시에 말하자 허하율이 당황했는지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아, 미안. 놀랬지?”

“괜찮아. 그래서 그때 뭐?”

“그때 오빠가 준 상품권 있잖아. 다음 주까지더라고···.”

“그래? 끝나기 전에 가야지. 언제 시간 돼?”

“나는 다 괜찮아. 근데 곧 개막인데 괜찮아? 괜히 시간 뺏는 거 아니야?”

“나도 쉴 땐 쉬어야지. 괜찮아.”

그렇게 다음 약속을 잡고 대화를 계속 이어갔다.

우리의 공통점이라고 하면 당연히 야구.

어릴 때부터 허하준의 영향인지 그게 아니면 그냥 야구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한 게 많았나 보다.

대답을 해주다 보니 어느새 집 근처에 도착했다.

“거의 다 왔네. 저기에 내려주면 돼?”

“응! 고마워.”

내릴 준비를 하던 허하율이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물어봤다.

“요즘 나오는 기사들 있잖아.”

“소포모어 징크스?”

“아, 응응. 그거 괜찮아?”

“걱정돼?”

“어? 어, 그치.”

“걱정되면 보러올래? 개막전.”

“어? 나 근데 예매 실패했는데···.”

“나 남는 표 있어. 괜찮으면 보러 와.”

“그래도 돼?”

사실 그 표의 주인은 부모님이었다.

때마침 개막전 전후로 결혼기념일이시기도 했고 이번에 오른 연봉으로 해외여행을 보내드리기로 해서 표가 남았다.

구단에 말해 취소할까 했지만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네.

“어 괜찮아. 내가 하준 선배 통해서 표 보내줄게. 꼭 보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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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끝인데?”

“뭐? 집까지 데려다줬는데 끝이라고!?”

“미친놈아. 목소리 좀 줄여.”

“후, 답답한 새끼.”

“뭐.”

이주학이 큰 소리치는 바람에 선수들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그때 훈련을 마친 이규영이 나와 눈이 마주쳤고 곧바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이 정 없는 새끼. 드디어 왔네. 어제 왜 먼저 간 거야?”

“데이트했대요.”

“데이트? 우린 그냥 버려놓고? 와 진짜 김수호 인성 쩌네.”

“아니에요. 그런 거. 얘 혼자 지금 오해한 거예요. 그냥 우연히 만나서 집에 데려다준 건데.”

“네네. 그걸 데이트라고 합니다. 김수호씨. 에프터까지 잡아놓고 혀가 기네요?”

“그 말투는 뭐냐?”

“말 걸지 말아주시죠? 불쾌합니다.”

“뭐? 수호 연애해? 누군데?”

순식간에 북적북적해진 주변을 겨우 빠져나왔다.

“다 아저씨들밖에 없어. 어후.”

“뭔데? 무슨 일인데?”

소란을 듣고 투수들도 관심을 보였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선배님, 공 받아 드릴까요?”

“좋지.”

일단 오상엽을 붙잡고 불펜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어째 불펜으로 가는 동안에도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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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을 이틀 앞두고 미디어데이 참석을 위해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왔다.

지난 플레이오프 이후로 처음이니까 거의 5개월 만이었다.

작년 이맘때에는 다른 거 없이 훈련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요즘 뭔가 하나씩 생기는 것 같다.

“수호야. 미디어데이는 처음이지?”

“작년에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는 했었죠.”

같이 온 사람은 강주호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만큼 강주호가 강한 참석 의지를 내비쳤다.

나는 강주호한테 선택받아서 끌려왔고.

“그래서 공약 준비하신 거 있으세요?”

“있지. 넌 준비 했냐?”

미디어데이에선 팀별로 그 해 우승 공약을 거는 전통이 있다.

작년에 진행했던 1대1 드라이브도 걸었던 공약이었다.

물론 나도 그때가서 알았고, 선수들도 진짜 할 거라곤 생각 안해서 막 지른 거로 알고 있다.

원래 하위권은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지르는 게 재미기도 했고.

“전 하나 준비했습니다.”

“오, 그래? 뭔데?”

“비밀입니다.”

“야. 그거 같이 하는 거야. 너무 이상한 거 하면 안 된다.”

“걱정하지 마세요.”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우리를 우승권으로 꼽는 팀도, 사람들도 많아졌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만큼 나름 현실적인 공약으로 준비했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팬들을 위한 사인회가 끝나고 드디어 본 행사가 시작했다.

다른 팀들도 주전급 선수들이 나온 만큼 말에 거침이 없었다.

“다른 팀은 몰라도 규영이랑 상엽이가 있는 마린스는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저도 마린스에 진 빚이 있습니다.”

창원 돌핀스는 우오준과 최필주가.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최필주 선배를 꼭 삼진으로 잡아내고 싶습니다. 아, 수호도요.”

“강주호 선배님 은퇴 경기에 삼진을 꼭 잡고 싶습니다.”

인천 스타즈는 이민수와 불펜 강영우.

“원래 마린스랑 프렌즈는 저희랑 한 몸인데 저희 빼고 다 위에 있더라고요? 이번엔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광주 울프즈의 김규완, 우민준.

“목표는 우승입니다.”

“음... 예. 우승입니다.”

대전 피닉스는 황인재, 그리고 오기택.

“마린스가 어울리는 곳은 저희 위가 아니라 밑이죠.”

“목표요? 있죠. 수호 삼진 잡는 거.”

서울 프렌즈의 서도하와 김형주.

“준플레이오프에서 지고 치호 형한테 연락이 왔는데 너무 열받더라고요. 이번엔 제가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저는 건우만 믿습니다.”

수원 나이트의 최건우와 강우진.

“저희 선배님도 마지막인데 꼭 우승시켜드려야죠. 자신 있습니다.”

“주호야. 이번엔 양보하자?”

대구 에이스의 최정윤과 양준.

“마린스에 꼭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다른 팀은 몰라도 마린스는 꼭 이기겠습니다!”

허하준의 퍼펙트게임 이후 4위에서 6위로 추락했던 서울 챌런저스의 김민주와 박민국.

“다시 위로 올라가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시즌 꼴찌를 한 서울 호올스의 강신이와 김영태까지 말을 하고 우리한테 순서가 돌아왔다.

“김수호 선수, 강주호 선수. 이번 시즌에 임하는 각오 한 마디만 부탁드려요.”

아나운서의 말에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주변을 쭉 훑어봤다.

나열한 선수들만 해도 전부 만만치 않은 선수들이지만 이번 시즌의 목표는 통합 우승.

모두 이겨야 하는 선수들에 불과하다.

“저희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만큼 저희 팀이 강해졌다고 생각합니다. 딱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도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항상 도전자의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도전받는 입장이 됐다.

후폭풍은 걱정하지 않는다.

바로 옆에 든든한 버팀목이 있으니까.

강주호도 내가 이런 말을 할지 몰랐지만 이내 진정하고 마이크를 잡았다.

“다 덤벼.”

이어서 공약을 말할 시간이 됐다.

공약은 여러 가지였다.

같이 고기를 먹겠다, 공연을 하겠다, 세차를 시켜주겠다 등등 다양한 공약이 이어지고 우리 차례가 됐다.

“우승하면 팬 여러분께 시원한 막걸리 한잔 대접해드리겠습니다. 아, 제가 직접 만든 파전도요.”

지극히 현실적인 강주호의 공약이 웃음을 자아냈다.

“김수호 선수도 공약이 있으신가요?”

“예. 있습니다.”

이미 선수단에 모두 동의를 받아놨다.

“이번 시즌 저희가 우승하면 만원 관중이 보는 앞에서 선수단이 돌아가면서 강주호 선수를 업고 사직 구장 한 바퀴를 돌겠습니다.”

황당해하는 강주호의 시선은 애써 무시하고 카메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뒤에서 나지막하게 들리는 우오준의 목소리에 겨우 웃음을 참았다.

“야. 너 그러다가 허리 나가. 강주호 선배 무게가 얼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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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얼마 만에 하는 홈 개막전이고!”

시즌 개막전은 직전 시즌 1~5위 팀까지의 홈에서 진행된다.

지난 몇 년간 포스트시즌에 진출을 못 한 마린스는 항상 개막전을 원정에서 보내곤 했다.

거의 매진이 되는 개막전 특성상 매년 마린스 팬들은 아쉬워했다.

겨울 동안 야구를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남의 구장에서 경기가 열리고, 그나마 기대하고 볼 만한 허하준 등판 경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무려 5년 만에 열리는 홈에서의 개막전.

거기에 직전 시즌 우승과 전력 보강으로 안 그래도 뜨거웠던 관심이 이제는 화산 폭발 급으로 상승해버렸다.

당연히 개막전 표를 구하기란 강주호가 도루하는 급이었다.

티켓팅에 성공한 자의 기쁨과 와 실패한 자의 암표상에 대한 욕설이 인터넷에 도배될 때 운 좋게 표를 구한 사람들이 속속들이 나타났다.

허하율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 정도면 괜찮지?”

떨리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걱정되면 보러오라니, 그 말을 들었을 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김수호가 줬던 유니폼을 챙기고 사직 구장으로 출발했다.

이미 그녀의 부모님은 허하준이 챙겨준 표를 들고 구장으로 미리 출발했다.

부모님에겐 말하지 않았다.

표를 못 구했다고 난리 난리를 쳤는데 갑자기 표를 구했다고 하면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아직 뭐라 할 사이는 아니니까···.’

그렇게 사직 구장에 도착한 허하율이 오랜만에 느끼는 응원 열기에 침을 꿀꺽 삼켰다.

한 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한참 늘어진 줄에 겨우 시간 맞춰 입장한 허하율이 자리를 찾아 앉았다.

‘포수 뒤쪽이네.’

경기가 제일 잘 보인다는 자리에 앉은 그녀가 홈팀 더그아웃쪽을 바라봤다.

마린스 선수들이 웃으면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확실히 예전보다 여유로워진 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수호가 있었다.

그때 김수호가 그녀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못 봤나?’

혹시 눈이 마주칠까 했지만, 김수호는 그녀를 보지 못했는지 다시 고개를 돌렸다.

아쉽지만 그렇다고 여기 있다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는 노릇.

선수들이 몸을 푸는 걸 지켜보니 시간도 잘 갔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렸던 순간이 왔다.

마린스 특유의 음악 소리와 함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김수호도 허하준과 함께 무언가 얘기를 하면서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상대 팀은 서울 호올스.

전년도 꼴찌의 책임을 묻고 감독, 코치진을 전부 교체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정작 FA 영입은 1명뿐이었다.

그것도 FA 등급 C급 선수.

즉, 오늘 경기는 무난하게 마린스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오늘은 새로 온 용병 투수, 그중 사무엘 로드리게스가 선발 등판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10승을 했던 기록이 있는 선수인 만큼 기대가 큰 선수였다.

투수전을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먼저 허하준이 공을 뿌렸다.

“스트라이크!”

“와아아아!”

초구부터 155km의 빠른 공에 사직 구장이 벌써 달아올랐다.

이후 세 타자를 완벽하게 제압한 허하준이 당당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역시 야구는 잘해.’

그녀의 오빠만 아니었어도 열렬히 응원했을 텐데.

아무튼 이제 마린스의 공격할 시간이 됐다.

“오늘의 선발 라인업과 함께 시작하겠습니다! 1번 타자 이규영!”

“2번 타자! 박은성!”

“3번 타자! 김수호!!”

“4번 타자! 강주호!”

“5번 타자! 오준혁!”

“와아아아!”

열심히 라인업을 외치고 있는데 이규영이 안타를 치며 출루했다.

“이 맛에 현질하지!”

“잘 사 왔다!”

“6번 타자! 잭 미켈!”

“7번 타자! 채지훈!”

“8번 타자! 최치호!”

“9번 타자! 이주학!”

“선발 투수! 허하준!”

-따악!

이규영의 리드에 여러 번의 견제, 그 이후 던진 초구에 박은성이 기술적인 타격을 하며 추가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규영은 무리하지 않고 2루에 서서 도착.

이로써 무사 1, 2루 그리고 타석엔.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파이팅!”

“홈런 쌔리자! 수호야! 가즈아!”

등장만으로 사직 구장에 온 관중을 열광에 빠지게 만든 타자, 김수호가 들어섰다.

오늘 구장에 온 사람들은 김수호가 겨울부터 온갖 부정적인 기사에 시달린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어제도 그런 기사가 올라왔으니 쌓인 울분이 어마어마했다.

작년, 마린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그 스윙이 올해도, 아니 지금부터 다시 승리로 이끌어주길 바라면서 김수호의 이름을 외쳤다.

무사 1, 2루.

데뷔전부터 부담스러운 상황에 최악의 타자와 만났다.

사무엘 로드리게스가 포수의 사인에 여러 번 고개를 돌린 끝에 공을 던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던진 초구.

-따아아악!

“꺄아아악! 수호야!”

방망이에 공이 맞자마자 허하율은 자기 입에서 나온 소리의 볼륨을 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주변에, 아니 사직 구장 전부가 그녀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스윙.

김수호는 한 번의 스윙으로 지난겨울 동안 쏟아졌던 물음에 대한 답을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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