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봄린스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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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은 단연코 마린스였다.
전력 누수 없이 국가대표 선수 둘을 영입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그만큼 전력이 약해진 옆 동네에선 매일같이 구단에 항의하는 트럭 시위가 이어졌지만 마린스 팬들은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탑) 소신 발언한다. 이번 스토브리그 아쉽다.]
-아, 쉽다고 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 갓민찬과 함께라면 스토브리그도 개꿀이지~
ㄴ 진짜 꼴린스 새끼들 나대는 거 너무 보기 싫다.
ㄴ 응~ 꼴보기 싫으면 어쩔 건데~ 부러워서 그러는 거 다 알아 ㅎㅎ
ㄴ 야구 언제 시작하냐? 슬슬 할 때 됐는데....
ㄴ 미친놈들아 이제 1월이야 ㅋㅋㅋㅋ
[마린스로 3행시 해봄]
-마 : 강주호
린 : 허하준
스 : 김수호
어떰?
ㄴ ㅋㅋㅋㅋ 이 새끼들 이제 진짜 미쳤네
ㄴ 이딴 게 삼행시?
ㄴ 만점 ㅇㅇ
ㄴ 캬, 이게 바로 현대 예술? ㄷㄷ 지렸다
ㄴ 애들아, 아프면 병원에 가 제발....
이렇게 일명 탑린스 뽕에 취해 가끔 나오는 야구 소식에 귀를 기울이며 야구가 잠시 멈춘 1월을 보내느라 바빴다.
그나마 간간이 들려오는 선수들 소식이 팬들의 낙이었다.
[오늘 김수호 봤다 ㄷㄷ]
(사진)
-오늘 운동 끝났는지 닭가슴살 먹으면서 걷는 거 우연히 만남.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인데 원래 이렇게 덩치가 좋았냐?
ㄴ 개부럽다 ㄷㄷ 어디냐?
ㄴ 오늘부터 거기서 텐트 치고 기다린다.
ㄴ 근데 어깨 지리긴 한다. 등빨도 오지는데?
ㄴ 어? 작년보다 확실히 벌크업한 듯?
ㄴ 그러게? 와 존나 기대된다 ㄷㄷ
ㄴ 아 근데 갑자기 키운 거라 밸런스 무너지는 거 아님? 이번에 2년 찬데 너무 무리한 거 아니냐?
ㄴ 아주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그래도 생각이 있으니까 했겠지.
ㄴ 솔직히 2년 차 징크스 불안하면 개추
ㄴ ㄱㅊ
ㄴ ㄱㅊ
ㄴ 하. 잘하겠지. 너무 걱정 마셈.
그렇게 걱정 반 기대 반으로 1월을 보낸 팬들에게 드디어 야구다운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 마린스, 36일간 2033 스프링캠프 실시! 오는 2월 1일부터 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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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스프링캠프는 괌에서 시작한다.
“스프링캠프는 처음이지? 떨지 마. 이 선배님이 다 알려줄게. 내가 또 작년에 스프링캠프에 갔던 신인 중 한 명이잖아.”
“선배님. 헛소리하지 마시고 저도 좀 알려주시죠?”
김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내 어깨에 손부터 올린 이주학이 오랜만에 만나는 담당 일진의 목소리에 삐걱거리면서 목이 돌아갔다.
“최치호 선배님. 오랜만에 뵙겠습니다!”
“오랜만은 무슨. 일주일 전에 봤으면서. 야. 수호는 좀 냅두고 짐 좀 나르자.”
“넵!”
“저도 가겠습니다.”
“너 뒤를 봐. 인터뷰 따려고 기다린다.”
뒤를 보니 구단 리포터와 눈이 마주쳤다.
손을 흔들면서 인사하는 리포터에 어쩔 수 없이 다가갔다.
“김수호 선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여기 카메라 보고 팬 여러분께 인사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 반갑습니다. 마린스 포수 김수호입니다.”
“와! 짝짝짝짝! 오, 근데 안 보신 사이에 몸이 더 좋아지셨어요!”
“훈련을 좀 열심히 했습니다.”
“우와. 보기만 해도 열심히 하셨다는 게 느껴집니다! 바쁘실 텐데 빠르게 질문드릴게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이루고 싶은 게 있으실까요?”
“아무래도 풀시즌은 처음이라 스프링캠프 때 준비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팬 여러분께 정규시즌에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는 게 목표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
이내 다음 먹잇감을 찾던 리포터는 김호기를 발견하곤 순식간에 달려갔다.
이런 공개된 장소에서 둘이 얘기해도 되나? 뭐 알아서 하겠지.
짐을 챙기고 공항에 새벽부터 찾아온 팬들에게 사인까지 해주고 나니 드디어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매일 같이 반복 훈련만 하느라 하루하루가 단조로웠는데 드디어 변화가 생겨서 설렜다.
절대 최현우의 훈련량이 많아서 그런 건 아니다.
“야. 옆으로 좀 가봐. 좁잖아.”
“최대한 간 건데?”
“아 씨. 너무 좁은 거 아니냐?”
이주학의 불만과 함께 비행기가 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하자 선발대로 도착한 선수들이 반겨줬다.
“따라와라.”
그 중 이미 선수단과 인사를 끝낸 이규영이 내가 머물 곳을 알려줬다.
짐까지 다 풀고 이제 좀 쉬려고 하는 데 맞은 편에서 이규영이 계속 있었다.
“왜 안 나가세요?”
“나도 여긴데?”
“예? 한 달 내내 붙어있었는데 또요?”
“나도 싫어 인마.”
그렇게 룸메이트까지 정해지고 다음 날.
“다들 얼굴이 훤해서 보기 좋네. 새롭게 보는 얼굴도 있고 다들 반갑군.”
박수를 치면서 시선을 모은 감독님이 선수단을 둘러봤다.
“스프링캠프가 처음인 선수도 있을 거고 이젠 지겨울 만한 선수도 있다는 거 다 안다. 주호, 아직 할 만하지?”
“어우, 여긴 올 때마다 더워지는 것 같습니다.”
“수호는 어때.”
“전 미국은 처음이라 좋습니다.”
“그래. 다들 밝아 보이니 좋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열심히 하라는 말은 안 할 생각이다. 대신 딱 한 가지만 기억해둬라. 우리는 이미 정상에 올랐다. 팬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건 유일한 건 여기서 더 떨어지지 않는 거다. 알겠나.”
“예!”
원래 1등에 오르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그 순위를 유지하는 거라고 한다.
작년에 부동의 4위였던 챌런저스가 막판에 고꾸라지면서 6위를 할 거라곤 누구도 생각 못 했고, 심지어 돌핀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리에게 질 거라는 생각도 못 했을 거다.
이처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게 야구인 만큼 연속 우승은 더더욱 어려웠다.
특히 마린스라는 팀이 작년에 보여준 기세와 성적은 놀라웠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작은 파도에도 쓸려나갈 모래성과 같았다.
1루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 백업이 없었고 대타와 대수비 역시 마땅한 선수 없이 시즌을 보냈다.
그나마 김민석과 채지훈이 번갈아 가면서 대타로 활약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불펜 역시 위험 요소인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규영과 오상엽의 합류가 큰 힘이 됐다.
가장 좋은 건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굴하는 건데.
“안녕하십니까. 박우주라고 합니다!”
“크, 목청 좋네. 마. 마운드에서도 그렇게 던질 수 있제?”
“예! 타석에 강주호 선배님이 계셔도 던질 수 있습니다!”
“좋다 좋아. 행님, 요즘 아들이 자신감이 쥑입니다.”
이번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위로 픽 된 박우주와.
“벌써 전역했냐? 시간 빠르다.”
“하하. 코치님한테 배우고 싶어서 얼른 전역했습니다.”
후반기 상무 주전 포수로 활약하다 전역한 김성준이 유력한 후보였다.
여기까지가 새로운 얼굴이었다면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도 있었다.
“킴, 기운이 더 좋아졌군. 아주 정갈해졌어.”
“제가 훈련을 많이 하긴 했죠. 하스는 어떻게 지냈어요?”
“나는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갔다. 가서 레타쿠와 만났지.”
“정말요? 뭐라는데요?”
“온통 너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잘 지냈다니 좋군.”
하스는 여전했다.
“브로! 잘 지냈어?”
“저야 저번에 전화할 때랑 똑같이 지냈죠. 웰은 어때요?”
“나도 아주 좋아. 아 참, 엘리가 이번에 혼자 걷는 영상이 있는데 보여줄까?”
웰링턴도 여전했다.
잭 미켈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미리 미국에 갔던 허하준과 오랜만에 만났다.
“부탁한 건?”
“가져왔죠. 여기요.”
“고마워. 봉사는 잘 다녀왔어?”
“네. 좋더라고요.”
어제 허하율을 통해 받은 허하준 부모님 표 김치를 전해줬다.
거의 12월 중순부터 갔으니 집밥이 그리울 만했다.
“이 정도면 미국 가면 안 되겠는데요? 시즌 시작하면 이거 못 먹어서 한국 오는 거 아니에요?”
“그러게. 미국 가지 말까?”
“그러기엔 선배 실력이 아쉽죠.”
그렇게 인사를 하고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곡소리 나는 러닝을 시작으로 오전은 체력 훈련 위주로 진행됐다.
“그만! 아이고, 선수님들. 겨울에 뭘 하셨길래 벌써 뻗으셨습니까! 응!? 가장 마지막까지 버틴 게 막내인 게 맞냐!?”
“막내는 우주인데요. 수호 이제 막내 아닙니다.”
“시끄럽고 좀만 쉬고 이동한다.”
이번 시즌부터 1군 수비 코치로 오신 전 2군 수비 코치님의 지도하에 시작된 훈련은 처음부터 만만찮았다.
다행히(?) 겨우내 고생한 게 헛된 건 아니었는지 체력이 부족한 일은 없었다.
“수호는 준비 많이 했나 보다? 근데 주학아 넌 왜 그러냐?”
“저도, 헉, 괜찮, 스읍. 니다···.”
“숨부터 쉬고 말해.”
이어서 시작된 수비 훈련에선 박은성이 새로운 위치에 섰다.
이규영의 합류로 박은성은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타의로 인한 변경이지만, 박은성은 웃으면서 훈련을 소화했다.
“난 저렇게 못 해.”
박은성도 좁은 수비 범위는 아니었지만, 이규영의 수비 범위는 규격 외였다.
“나이스 캐치!”
보통은 코너 외야수가 잡을 법한 타구를 중견수가 잡는다.
거기에 유격수의 수비 범위까지 일부분 커버하니 외야를 혼자 쓰는 느낌이 들었다.
“봤냐?”
“선배님 수비 실력이야 제가 잘 알죠. 제 안타를 몇 개 훔치셨는데요.”
이규영의 수비 실력에 자극받은 건 외야수뿐만이 아니었다.
내야 역시 질 수 없다는 듯 훈련에 임했고, 가장 눈에 띄는 건 이주학이었다.
겨우내 수비 코치님과 훈련했다는 게 거짓은 아니었는지 특유의 어려운 수비를 척척 해내며 눈길을 끌었다.
“잘하네?”
까다로운 수비 코치님마저 흡족해하고 있을 때 평범한 타구를 흘렸다.
“하이고, 주학아! 어려운 거 다 잡아놓고 그게 뭐냐!”
마지막은 우리 포수조였다.
런지 자세에서 굽힌 무릎을 땅에 대고 포구 후 송구 자세까지 취하는 기본적인 훈련.
“자, 시작한다.”
이번에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포수는 모두 넷.
나와 이재익, 주동훈, 그리고 김성준.
가장 먼저 미트를 낀 건 주동훈이었다.
“공 받을 때 상체가 젖혀진다. 자, 봐봐. 상체는 딱 고정하고 손만 가야지. 그래야 바로 다음 동작으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잖아. 오케이? 다시!”
어떤 포지션이든 훈련은 다 힘들지만 그래도 가장 힘든 건 포수였다.
거의 모든 훈련이 쪼그려 앉는 건 기본이었고 신경 쓸 게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포수들의 움직임을 본 강기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다 잘했다. 마지막으로 수호! 야. 넌 겨울 동안 뭘 먹고 다닌 거냐.”
“소 다섯 마리는 먹었을걸요?”
“무릎은? 괜찮고?”
“예. 문제없습니다.”
아무래도 포수다 보니 체중을 늘릴 때 하체, 특히 관절을 조심해야 했다.
그래도 워낙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한 터라 괜찮았다.
자세를 잡고 공 받을 준비를 했다.
-퍼억!
“굿!”
-퍼억!
“오케이. 다시!”
-퍼억!
“나이스!”
마지막 공까지 받아내고 송구 자세를 취하자 강기호가 박수를 치면서 다가왔다.
“여전하네. 다들 고생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투수들의 공을 받으러 가기 전 마지막 타격 훈련이 남았다.
“후. 훈련의 성과를 보여줄 땐가?”
가장 처음에 나선 선수는 이주학.
자신만만하게 섰지만 타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을 때렸다.
“이주학! 힘 빼고 쳐라!”
결국 한 소리 듣고 나서야 괜찮은 타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네가 무슨 김수호냐? 힘 그렇게 줘서 어쩌겠다고. 우리 같은 놈들은 말이야···.”
이규영이 이주학을 붙잡고 타격 강의를 하는 사이 타자들 사이에서 경쟁이 붙었다.
“행님. 꼴찌가 1등한테 밥 사기 어떻습니까. 단타 1점, 2루타 2점, 홈런 4점. 기회는 열 번.”
“판단은 누가 하고?”
“아, 여기 다 공평하게 할 겁니다. 걱정 마이소.”
“오케이 콜. 야. 할 사람들 다 모여.”
참가자는 강주호와 채지훈, 최치호, 오준혁, 김민석, 잭 미켈, 그리고 나였다.
“자, 잘 먹겠습니다!”
호기롭게 첫 번째 선수로 나선 채지훈이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고 곧 홈런 표시를 해둔 곳을 넘겼다.
“캬. 이거지!”
하지만 이후 홈런은커녕 단타 두 번, 2루타 한 번으로 총 8점으로 마무리했다.
최치호는 2루타 3번, 단타 4번으로 홈런 없이 채지훈을 이겼다.
김민석은 9점, 오준혁은 13점, 그리고 잭 미켈이 홈런을 4번과 2루타 두 번을 때리면서 단번에 1등으로 올라섰다.
“오랜만에 지훈이가 사주는 밥 한 끼 먹어야지.”
다음 타자는 강주호.
몸을 푼 강주호가 친 첫 번째 타구는.
-딱!
“아웃!”
판정하자면 포수 플라이 아웃이었다.
“크흠. 다음!”
-따악!
“홈런이요!”
-따악!
“2루타!”
이후 순식간에 몰아 때리더니 9번의 기회에서 17점을 쌓은 강주호가 마지막 공을 기다렸다.
-따아악!
“오케이! 21점!”
막판 홈런으로 잭 미켈의 점수를 넘겼다.
만족스러워하는 강주호가 나한테 다가오더니 어깨를 두드렸다.
“살살해. 살살. 알겠지?”
“어허! 그거 부정행윕니다! 수호야, 그냥 휘둘러라.”
“옙.”
차분하게 타석에 들어서고 숨을 들이마셨다.
“시작하겠습니다.”
공이 배팅 머신에서 나오자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따아아악!
음, 좋은데?
딱히 타구를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선배님. 혹시 장외 홈런은 몇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