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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41화 (141/203)

141화 인연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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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훈련이 끝나고 잘 넘어가지 않는 단백질 덩어리를 질겅질겅 삼키고 있을 때 핸드폰에 반가운 이름이 떠올랐다.

“여보세요?”

-나야 브로.

“웰! 미국엔 잘 도착했어요? 연락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엘리는 어때요? 비행기에서 울진 않았어요?”

반가운 마음에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뭐지? 통화 상태가 안 좋나?

“웰?”

-아, 미안. 엘리는 잘 있지. 걱정해줘서 고마워. 브로.

“미안해요. 한국에서 좀 더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

시즌이 끝나고 웰링턴 패밀리가 미국에 가기 전까지 자주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나까지 같이 있으니 이목이 너무 쏠려서 결국 약속했던 일정을 전부 소화하지 못했다.

-아니야. 괜찮아. 마음만이라도 고마워. 브로는 잘 지내고 있어?

“저야 매일 훈련하면서 보내고 있죠. 내년에도 우승해야죠. 맨날 소고기, 닭고기만 먹고 있는데 지겨워 죽겠어요.”

-하하. 엠마가 소고기 요리 잘하는데.

“정말요? 한 번 먹었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그래서 매일 훈련만 하는 거야?

“예. 영어 공부도 하고 있어요. 어때요? 발음이 좀 더 좋아진 것 같지 않아요?”

-...브로의 발음은 항상 좋지.

거, 말하기 전에 잠깐 머뭇거리는 거 다 들립니다.

“그래서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음. 아무것도 아냐. 그냥 브로가 잘 지내는가 해서.

“저야 잘 지내죠. 웰도 이번에 메이저리그에서 꽤 인기 많다면서요?”

정보의 출처는 김호기였다.

이미 다수의 구단이 웰링턴에게 접근했고 마린스 구단에선 다른 대체 선수를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쉽지만 웰링턴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메이저리그 구단의 눈을 사로잡기엔 충분했다.

애초에 웰링턴은 무려 메이저리그 1라운더 출신이었고, 그 말인즉 재능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라는 거였으니까.

물론 정이 든 만큼 아쉽기도 했다.

다음 외국인 선수가 웰링턴만큼 실력도, 성격도 좋을 확률은 극히 낮으니까.

-브로.

“네?”

-내가 메이저리그에 갔으면 좋겠어?

“당연하죠. 웰이라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보증하죠.”

-하지만 미국엔 내 공을 받아줄 네가 없잖아.

“미국엔 저보다 좋은 포수가 많을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웰, 처음 공을 받았을 때 제가 말했었죠? 제가 공을 받아본 투수 중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자신을 믿어요.”

-....

잠시 웰링턴이 다시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브로.

“네.”

-고마워.

“뭘요. 그리고 웰, 저도 고맙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다음을 기약했다.

다음 날, 웰링턴의 소식이 들려왔다.

[마린스, 외국인 3인방과 전원 재계약! 브릭 웰링턴 최대 200만 불 재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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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와의 전화를 끊은 웰링턴이 곧장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다.

“하아.”

고민을 덜고자 했던 전화였지만, 되려 고민만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

첫인사부터 김수호의 말에 따뜻함이 묻어나와 울컥했던 웰링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의 자신감을 북돋아 주던 김수호의 말.

그런 웰링턴을 발견한 엠마가 웰링턴에게 다가왔다.

“브릭. 괜찮아?”

“엠마.”

말없이 자신에게 안기는 웰링턴을 안아준 엠마는 자기 남편이 진정될 때까지 등을 토닥이며 기다려줬다.

이내 괜찮아진 웰링턴이 엠마에게 키스하고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미안해.”

“뭐가?”

“나, 일 년만 더 한국에서 뛰고 싶어.”

머뭇거리면서 얘기를 꺼낸 웰링턴의 말에 엠마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브릭. 엘리랑 내가 처음 한국에 갔을 때 기억나? 처음엔 무서웠어. 낯선 땅에서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 이제 세상에 나온 지 1년도 안 된 엘리를 데리고 가는 게 맞는 걸까 많이 고민했지.”

“당연히 알고 있지.”

엠마가 웰링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우리 한국 생활이 어땠는 지 벌써 까먹은 거야? 킴과 같은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냈잖아. 엘리도 항상 웃었고. 당신은 어땠어?”

“...처음엔 힘들었지.”

안 풀리는 경기, 자기 성적도, 팀 성적도 곤두박질치는 상황에 가족과 멀리 떨어진 웰링턴이었다.

돈만 아니었다면 당장 미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만큼 한국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금은?”

“너무 행복해.”

하지만 김수호가 오고, 가족이 한국에 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너무나도 만족스럽고 행복했던 생활.

그가 야구를 하면서 이보다 더 큰 행복을 느낀 적은 손가락으로 꼽기 힘들었다.

“그런데 왜 물어봐. 이미 답은 정해져 있잖아.”

“...고마워.”

다시 입을 맞춘 두 사람은 이내 눈이 마주치자 자연스럽게 서로를 끌어안았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두 사람은 쿡 하고 웃고 말았다.

“엘리! 엄마가 갈게. 뚝! 자기는 오늘 끝내버리고 와. 알겠지?”

그렇게 엠마가 엘리에게 향하고 웰링턴은 오민찬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른 투수를 물색하던 오민찬은 그저 행복해하며 계약서를 보내줬다.

옵션을 포함한 200만 불 계약.

옵션을 달성하려면 2032시즌 후반기에 가까운 기록을 세워야 했지만, 웰링턴은 자신 있었다.

정확히는 김수호를 믿었다.

‘브로. 너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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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영입도 끝났고, 웰링턴을 포함한 세 외국인 선수도 전부 잔류하게 됐다.

전력의 누수 없이 플러스가 된 이상 우리의 내년 시즌 목표는 간단해졌다.

우승.

마린스 최초의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자 통합우승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걸 위해서 누구보다 내가 잘해야 한다는 건 잘 알고 있다.

아무래도 풀시즌, 그것도 포수로 하는 건 처음이라 나도, 주변 사람들도 많은 걱정을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체력이 중요한 만큼 내 이번 비시즌 동안의 목표는 간단했다.

스프링캠프가 시작하기 전까지 80kg 중반을 오가던 몸무게를 90kg까지 끌어올리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다.

거기에 최현우가 타격폼 수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근력이 끌어올린 만큼 체형이 변하니까 수정은 불가피한 일이었다.

그렇게 12월에 골든글러브 시상도 끝이 나고 슬슬 다가오는 연말에 마음이 약간 심란해졌다.

올 한해를 뒤돌아보면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프로로서 1년 차.

포수 전향, 올림픽 금메달, 노히트노런과 퍼펙트게임 등 대기록도 세웠고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다음에도 하고 싶다는 마음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번갈아 가면서 떠오를 때쯤 허하준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 가면 언제 온다고요?”

“스프링캠프 때까진 계속 있을 거야.”

리암 에이전트에서 개최하는 훈련 트레이닝에 간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길게 갈 줄은 몰랐다.

“훈련도 훈련인데, 메인은 아무래도 트라이아웃 같은 느낌이지.”

“아···.”

내년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 자격을 얻는 허하준은 큰 문제가 없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실시됐다.

얼마 전, 마린스 구단에서 허하준의 포스팅을 무조건 허락하겠다는 기사도 나온 이상 본인 의지만 있다면 100% 진출할 수 있다.

“이번 트레이닝에 스카우트들도 많이 오거든. 너도 가면 좋았을 텐데.”

“저야 제가 거절한 거니까요.”

이번 리암 에이전트 트레이닝에 참석하는 선수 중 가장 관심을 받는 선수는 두 명.

바로 나카무라 준과 허하준이었다.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이미 나카무라 준은 포스팅 이후 계약 마무리 단계라고 하니 허하준이 가장 큰 주목을 받을 거다.

개인적으로 투심을 배우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허하준은 나카무라 준보다 훨씬 뛰어난 투수라고 생각한다.

“잘 다녀오세요.”

“그래. 스프링캠프 때 보자. 아 맞다. 그 봉사 말인데.”

아쉬워하던 허하준이 다시 평소의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일정이 조금 늦어져서 크리스마스 때 해야 할 거 같은데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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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하율이 긴장한 얼굴로 전신 거울 앞에 섰다.

‘이 정도면 괜찮나?’

자신의 오빠, 허하준이 미국에 가기 전 한 말 때문에 옷을 사려고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웠는지 모른다.

‘봉사 크리스마스 때다. 알아둬.’

크리스마스에 허하준도 없고 김수호와 단둘이 봉사활동.

봉사라는 말만 떼고 보면 크리스마스 데이트랑 다를 게 없었다.

그렇다고 너무 꾸밀 순 없으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김수호를 기다렸다.

곧 처음 보는 차가 허하율 앞에 멈췄고 창문이 내려갔다.

“오래 기다렸지? 미안. 빨리 타.”

차를 타고 올 줄은 몰랐던 허하율이 약간 당황해하면서 조수석에 올라탔다.

“안녕?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응. 너는?”

“나도 잘 지냈지. 아, 벨트 매. 출발할게.”

허하준 없이 둘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허하율은 밀려오는 어색함에 겨우 할 말을 찾았다.

“이 차, 누구 차야?”

“아, 이거 CF 찍을 때 편하게 타라고 빌려줬어.”

광고 모델로서 가치가 날이 갈수록 상승하는 김수호에게 편승하기 위한 모기업의 생각이자 김수호에게도 득이 되는 제안이었다.

“운전 잘한다. 운전 오래 했어?”

“진짜? 면허 딴 지 일주일 됐거든.”

그 말을 듣자 허하율이 움찔하면서 차량 손잡이를 꽉 잡았지만, 운전에 집중 중인 김수호는 보지 못했다.

“오늘 무슨 봉사하는지 알아?”

“아니. 모르겠어. 오빠가 안 알려주고 가던데?”

네비에 찍힌 주소는 어떤 동네였지 정확한 주소가 아니었다.

그렇게 계속 달려 도착한 곳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둘만 하는 거 아니었어?’

김수호와 허하율 모두 당황해하며 서로를 바라볼 때 누군가가 차에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오늘 봉사하러 오신···. 어, 김수호 선수?”

“아, 안녕하세요.”

그렇게 둘은 찾아온 남자에게 오늘 봉사에 대해 처음으로 듣게 됐다.

봉사의 정체는 허하준이 매년 연말에 자신의 팬클럽과 함께하는 행사였고 오늘은 연탄 나눔 봉사였다.

‘팬클럽이랑 같이? 괜찮은데? 나도 해볼까?’

‘둘이 한다곤 안 했지. 그래···.’

서로 다른 생각을 하던 두 사람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바라봤다.

그래도 가는 동안 약간 어색함이 풀어진 둘이었지만, 갑자기 눈이 마주치자 다시 어색해졌다.

그 어색함을 깬 건 아까 찾아온 남자였다.

“그, 옆에 계신 분은 허하준 선수 동생이시죠? 말씀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아, 안녕하세요.”

“저희 시작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김수호 선수 얘기는 못 들어서요. 사람들한테 말하고 올 테니까 잠시 차에 계시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둘만 남자 대뜸 김수호가 물었다.

“괜찮겠어?”

“어? 뭐가?”

“그 옷, 흰옷이잖아.”

“아....”

나름 챙겨입는다고 입었는데 그게 최악의 선택이 됐다.

“어쩔 수 없지....”

이게 다 말도 안 해준 허하준 때문이라며 속으로 중얼거릴 때 갑자기 김수호가 겉에 입은 옷을 벗었다.

“이거 입어.”

“아니야! 나 진짜 괜찮아!”

허하율이 너무 당황해서 목소리가 커졌지만, 완강한 김수호의 행동에 거절하지 못했다.

“고마워....”

그렇게 다시 봉사자가 찾아오고 시작된 봉사활동.

추운 겨울에도 땀이 날 정도였지만 허하율은 김수호가 준 옷을 벗지 않았다.

중간중간 김수호와 허하율을 본 사람들이 생각했다.

‘보기 좋네.’

그렇게 시작한 봉사는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와아아아!”

마지막 연탄을 건네받은 봉사자가 큰 소리로 외치자 모두 환호하며 봉사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다친 사람 없으시고,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오늘 저녁은 허하준 선수가 참여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쏘신다고 하셨습니다! 다 같이 식당으로 가실게요!”

봉사자들에게 말을 전달한 남자가 김수호와 허하율에게 다가갔다.

“두 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 이거 허하준 선수가 동생분한테 드리라고 했거든요.”

“저요?”

남자가 그걸 전달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예. 오늘 정말 고생하셨고 다음에 기회 되면 꼭 다시 봬요. 감사합니다!”

“예? 저희 뒤풀....”

하지만 남자는 허하율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먼저 허하준이 줬다는 걸 열어본 허하율과 김수호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구하기 힘든 거야. 맛있게 먹어.’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의 식사권이었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

예약도 안 하고 갈 수 있을 리 없었다.

“진짜 야구만 하면서 산 티를 낸다니까.”

완벽(?)했던 허하준의 계획은 마지막에 허탕을 쳤지만 그렇다고 오늘 하루가 끝난 건 아니었다.

“뭐 좋아해?”

“분식?”

“좋네. 가자.”

“그래!”

간단하게 메뉴를 정한 두 사람이 차에 타려고 할 때 허하율의 볼에 무언가 차가운 게 떨어졌다.

“어?”

그리고 이내 눈이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다. 나 크리스마스에 눈 온 거 처음 봐!”

마치 마린스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한 걸 축하하듯 부산에도 2002년 이후 처음으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찾아왔다.

겨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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