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35화 (135/203)

135화 끝과 시작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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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10 : 0 창원 돌핀스]

[길었던 무관의 끝, 1999년 이후 첫 우승을 거머쥔 부산 마린스!]

[신의 한 수가 된 김수호의 포수 전향, 그 끝은 우승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적의 배터리! 4경기 0.615 5홈런 12타점 김수호와 2경기 18이닝 4피안타 무실점의 허하준의 합작으로 돌핀스에 대승!]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MVP 김수호, 와일드카드, 한국시리즈 MVP 허하준.]

[강주호도, 강기호도 이루지 못했던 우승, 그들의 이름을 물려받은 김수호가 이루다.]

[김수호, ‘강주호 선배님의 만루 홈런이 나왔을 때 우승을 직감했다.’]

[강주호, ‘야구 인생 말년에 김수호라는 복이 있나 봅니다.’]

[끝끝내 눈물을 보인 에이스, 언제나 웃었던 허하준의 눈물은 뜨거웠다.]

[허하준, ‘이유는 모르겠지만, 수호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 순간 눈물이 났다. 마린스에서 우승해서 행복하다.’]

[마린스 감독, ‘내가 한 거라곤 배터리를 믿은 것뿐,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무기력했던 돌핀스 타선, 전년도 KBO 최강팀도 허하준의 상대가 아니었다.]

[30년 만에 우승에 취한 부산! 부산 팬들은 아직 목이 마르다!]

[(속보), 부산시, 부산 마린스 구단에 카퍼레이드 제안. 이틀 뒤 토요일 부산역에서 시작, 2008년 이후 최초.]

[김수호의 마지막 말 부산 팬들을 설레게 하다. ‘내년 목표는 통합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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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야.”

“예.”

강주호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귀 기울였다.

우리를 제외한 선수들은 떠나갈 듯이 시끄러웠지만, 어쩐지 주변엔 누구도 다가오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강주호가 얘기할 때까지 기다렸다.

“수호야.”

“예.”

벌써 강주호한테 몇 잔째 술을 받는 건지 기억도 잘 안 난다.

다섯은 넘은 건 확실하고, 열 번 가까이 되는 것 같은데.

“수호....”

“아, 행님! 애한테 와 그러는교. 쫌!”

보다 못한 채지훈이 내 술잔을 뺏고 본인 입에 털어 넘겼다.

“크으, 쥑이네! 수호야! 내 커리어에 우승 한 줄 추가해줘서 고맙다! 자, 다음! 수호한테 한마디 할 놈들 퍼특 온나!”

“그럼 다음은 제가....”

곧바로 손을 든 이주학이 강주호와 눈이 마주치자 순식간에 손을 내렸다.

“선배님들! 제가 노래 하나 하겠습니다! 우리의 노래! 부산갈매기!”

이주학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다시 강주호가 입을 열었다.

“크흠, 수호야.”

“예.”

“나는 네가 리틀 강주호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게 싫었다.”

“예?”

길고 길었던 망설임 끝에 꺼낸 강주호의 얘기는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앞길 창창한 놈 이름 앞에 20년 동안 우승도 못 한 내 이름 붙이는 게 뭐가 좋겠냐.”

갖갖은 말이 떠올랐지만, 지금 강주호가 느끼는 감정은 감히 내가 짐작하기 어려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강주호의 얘기를 들으며 그저 비워진 술잔을 채워주는 것뿐.

“내가 미국에 간 건···. 그래, 좋게 말하면 도전이지. 근데 미국행을 선언하니까 솔직히 후련했다.”

다시 술잔을 비운 강주호가 잠깐의 침묵 이후 입을 열었다.

“경기에 지고 있어도 내가 타석에 서면 환호해주는 관중들, 우승을 못 해도 나 때문에 야구를 본다는 팬들, 결국 우승을 못 하고 은퇴한 선배들, 그리고 내가 경기하는 걸 보고 야구를 했다는 후배들까지. 이 모든 걸 드디어 두고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후련했다.”

우승 직후에도 보이지 않았던 강주호의 눈물이 조금씩 눈가에 고이는 게 보였다.

“그것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미국에서 돌아왔을 때 고맙게도 기호가 같이 한국으로 돌아왔지. 첫해부터 2등을 하니 정말 기쁘더라. 그리고 그게 끝이었어. 기호 그 미련한 놈이 무릎까지 버려가면서 이뤄냈던 2등, 그게 내 마지막일 줄 알았다.”

그리고 고였던 눈물이 결국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동생 무릎까지 잡아먹은 내 이름이 뭐가 좋다고 앞길이 창창한 네 앞에 붙이겠냐. 그래서, 그래서 너무 고맙다.”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술잔을 비웠다.

“크흠, 미안하다. 너무 내 얘기만 했지?”

“선배님.”

“어.”

“저한테 고마우세요?”

“말해서 뭐 하겠냐.”

“그러면 내년, 같이 우승하시죠.”

강주호의 잔을 채우고 내 잔도 마저 채웠다.

“아직 못해보신 거 있잖아요. 통합 우승.”

아직 강주호가 은퇴하려면 1년이 남았다.

그리고 원년 팀인 마린스가 지금까지 기록하지 못했던 정규시즌 우승도 남았다.

“같이 하셔야죠.”

잠시 망설이던 강주호가 이내 술잔을 들었다.

“후회하지 마라. 내년에 다시 4번 자리 뺏을 수 있다.”

“얼마든지요.”

그렇게 잔을 맞대고 가득 찼던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강주호는 그대로 눈을 감은 채 뒤로 누웠다.

“와, 나 주호 선배님 취한 건 처음 보는데?”

“호민아, 혹시 여기 좀 넓은 곳 있냐?”

“넵. 제 방으로 가면 됩니다.”

오늘 회식 장소는 이호민네 식당.

이호민과 최치호가 급하게 강주호를 챙기는 걸 보고 그제야 등을 기댔다.

우승에 잊고 있었던 피로가 몰려온 탓일까, 아니면 술을 마신 것 때문일까.

잠시 눈을 감고 있는데 주변에서 소리가 들렸다.

“깼어?”

“잔 거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피곤해서.”

“어후, 형이랑 술 마신 애들 중에 멀쩡한 놈은 네가 처음이다.”

눈을 뜨자 강기호와 허하준이 앉아있었다.

“늙어서 그래. 네가 이해 좀 해줘라.”

“전 괜찮습니다.”

“그래. 여기 물 좀 마시고.”

강기호가 건네준 물을 마시자 이제야 정신이 좀 드는 듯했다.

많이 마시긴 했나 보네.

하지만 다시 덮쳐오는 취기에 가까스로 정신을 붙잡고 있는데 갑자기 웃음소리가 들렸다.

“복귀하자마자 2군에 재밌는 포수가 있다고 말했던 거 기억나냐?”

“재밌다고 했어요? 전 분명 잘하는 포수라고 한 것 같은데요?”

“아냐. 정확하게 재밌다고 했어. 그래서 찾아봤더니 1루수더라. 난 그때 하준이 네가 진짜 미친 줄 알았어.”

이 사람들이 당사자를 앞에 두고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젠 어떻게 생각하는데요?”

“깼냐? 결과가 우승인데 어떻게 뭐라 하겠냐. 고생 많았다.”

강기호가 내게 술을 따르려다 멈칫했다.

“괜찮습니다.”

“시끄러. 눈도 풀려서 해롱해롱하는구먼. 물이나 마셔라.”

“으, 이거 술 아니에요?”

“물 맞아. 아오, 그 양반은 도대체 얼마나 먹인 거야.”

“별로 안 마셨어요.”

“시끄럽고 고기나 먹어라.”

그래도 물도 마시고 이것 저것 먹으니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다.

“코치님.”

“어.”

“우승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선배도 축하해요.”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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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이호민의 방에서 눈을 뜨고 부모님께 인사를 드린 후 반쯤 몽롱한 정신으로 가게를 나왔다.

이주학과 이호민이 사이좋게 코를 골면서 자는 걸 제외하면 이미 선수들은 집에 돌아간 지 오래였다.

치우는 걸 도와드리려 했지만 한사코 거부하시는 부모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오랜만이다. 김수호.”

“반갑습니다. 김수호 선수.”

그리고 가게 밖에서 의외의 인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혀 예상도 안 하고 있었던 터라 많이 놀랐다.

“제이슨씨?”

“아, 제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군요. 다행입니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온 거에요?”

“아, 저희 에이전트에 소속된 선수 중 한 분이 말씀해주셨습니다.”

그게 누구지?

일단 그건 나중에 알아보기로 하고.

“그래서 어쩐 일로···?”

“어이, 김수호! 나와의 약속은 잊지 않았겠지!?”

누군지는 안다.

일본의 에이스 나카무라 준.

근데 옆에서 못 알아듣는 일본어로 계속 뭐라 하는데 가뜩이나 숙취에 아픈 머리가 더 울렸다.

“아, 제가 통역해드리겠습니다.”

서양인이 해주는 일본어 통역이라.

이런 경험도 해보네.

제이슨이 통역을 해주자 처음 듣는 소리를 들었다.

“약속? 무슨 약속?”

“하. 메이저리그에서 보기로 했던 기억을 벌써 잊은 거냐!?”

아오, 시끄러워.

분명 올림픽에서 메이저리그 어쩌구 한 건 알고 있다.

근데 내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제대로 대화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아하하. 그렇군요. 서로 간에 오해가 일어나 봅니다.”

내 말을 들은 제이슨은 뭔가 알겠다는 듯 표정이 편해졌다.

그리고 나카무라 준한테 통역을 해줬는데.

“나···. 나니!?”

만화에서나 보던 리액션을 실제로 볼 줄은 몰랐다.

“아무튼 저는 메이저리그에 가려면 한참 남았는데요?”

“아, 그거 때문에 온 건 아닙니다.”

“이봐! 김수호!”

후, 버겁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나카무라가 입을 열 때마다 머리가 웅웅거린다.

“아, 이거 드시겠습니까. 숙취해소제입니다.”

“감사합니다.”

쓴맛이 혀를 스치고 지나가자 머리가 더 아픈 기분이다.

“계속 여기서 얘기하긴 곤란하니 차에 타시죠. 댁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뇨. 따로 갈게요.”

나카무라의 목소리만 들어도 머리 아픈데 같은 차를 탄다?

그건 좀.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왜 그러세요?”

“음. 그 상태로 집에 가시면 분명 무언가 일이 생길 것 같은데 말이죠.”

내 상태가 어때서?

어?

생각해보면 모자도 없고 누가 봐도 난데 이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간···.

순간 웰링턴 가족과 함께 광안리를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타시죠.”

음, 호의를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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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지만 우승 정말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이슨의 운전은 정말 부드러웠다.

사납기 유명한 부산 시내에서 이런 운전실력이라니.

“근데 나카무라...씨는 시합이 없었나요?”

뭐라 불러야 할지 고민 좀 했다.

나카무라 씨? 나카무라 군?

“아, 나카무라 상의 소속팀은 아쉽게도 파이널 스테이지, 그러니까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습니다. 때마침 한국시리즈가 열린다기에 한국에 와서 관람했고요.”

아, 나카무라 상이구나.

근데 굳이 한국으로 야구를 보러 온다고?

“예? 굳이요?”

“김수호 선수를 보러 온 겁니다. 뭐, 새로운 동기를 얻었으니 에이전트 입장으론 굉장히 만족스럽군요.”

동기?

“아무튼 어제 시합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허하준 선수와 호흡이 정말 좋더군요.”

“감사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혹시 겨울에 개인 훈련 계획이 따로 있으신가요?”

“글쎄요. 트레이너가 있긴 합니다.”

이제 막 시즌이 끝났는데 한동안 그동안 못 쉬었던 만큼 푹 쉴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저희와 함께 미국으로 가서 같이 훈련을 해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미국이요?”

“예. 이번에 저희 에이전트 소속이 아닌 몇몇 선수들을 초청했습니다. 그중에 김수호 선수도 있고요. 거기에 꽤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김수호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요? 저를요?”

“예. 관심을 안 두는 게 이상한 일이죠.”

흥미가 도는 건 사실이었다.

“참고로 허하준 선수는 이미 수락했습니다. 한번 경험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어이, 김수호! 나와 함께 가자! 우리가 함께라면 미국도 제패할 수 있다!”

나카무라의 말은 무시했다.

애초에 알아듣지도 못했고 통역도 따로 안 해주는 걸 보면 중요한 말도 아닌 것 같고.

“아, 슬슬 다 와 가는군요. 그럼 답장은 천천히···.”

“아뇨. 지금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그런가요?”

“고맙지만, 괜찮습니다.”

내 말에 제이슨은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제가 아직 미국을 바라보기엔 조금 남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굳이 에이전트와 계약하지 않는 것도, 이런 계약을 거절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제 고작 리그에서 6개월 뛴 내가 굳이 메이저리그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어제 강주호와 약속했던 것처럼 내년 통합 우승도 이뤄야 했고, 황인재와의 내기도 있다.

이런 기회가 흔한 건 아니겠지만, 딱히 아쉽진 않았다.

내가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주면 나중에 저절로 따라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전문적인 훈련법은 관심이 가긴 하지만, 그래도 최현우가 있으니 괜찮았다.

내 얘기를 들은 제이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군요. 제가 에이전트만 아니었다면 김수호 선수의 선택을 듣고 좋아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명함을 건네줬다.

“언제든지 제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주세요.”

“음, 연락할 일이 있을까요.”

“그럼요.”

집 앞에 도착한 차가 멈추고, 제이슨이 나를 뒤돌아봤다.

“예를 들면, 곧 연봉 협상이 기다리고 있죠?”

그렇게 폭풍처럼 찾아왔던 제이슨과 나카무라가 탄 차에서 내렸다.

“태워다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다시 한번 우승 정말 축하드립니다.”

“김수호! 나와 같이 미국에 가자! 메이저리그다!”

그렇게 소란스러웠던 둘이 떠나고, 겨우 집에 들어왔다.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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