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30화 (130/203)

130화 끝과 시작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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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는 정규이닝만으로 결과를 낼 수 없습니다! 연장에서 뵙겠습니다!]

오상엽이 마린스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자 캐스터 이명준이 상기된 목소리로 상황을 정리했다.

예상치 못한 야근이 생긴 셈이었지만 오늘 경기 내용에 대단히 만족한 이명준이 같이 해설을 하는 오연석에게 물었다.

“형님, 두 팀 중 어디가 이길까요?”

중계 중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실상은 마린스 광팬인 오연석이기에 당연히 마린스가 이길 것 같다는 대답을 예상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생각한 오연석이 고민 끝에 대답했다.

“돌핀스 4.9 대 마린스 5.1.”

사실상 어떤 팀이 이길지 모르겠다는 말이었다.

이명준 역시 이런 대답은 예상 못 했는지 의아해 했지만, 곧 부연 설명을 듣자 저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 팀다 마무리까지 나왔고, 연장을 맡길 불펜이 마땅치 않아. 그래도 돌핀스는 이솔찬이 있고, 마린스는 이호민이 있어서 투수는 비슷하다고 본다.”

“그럼 타자는요?”

“간단하지. 다음 이닝, 김수호까지 가면 마린스가 할 만하고 그걸 알기 때문에 돌핀스는 10회 초에 무조건 점수를 내려고 할 거야.”

연장이 시작된 10회, 서로 타순이 좋았다.

3번 한상욱부터 시작하는 돌핀스와 1번 박은성부터 시작하는 마린스.

양 팀 모두 충분히 점수가 날 수 있는 타순이다.

그리고 중계진의 눈에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눈에 띄었다.

“예상대로 이호민이 올라왔네요.”

“그렇지. 남은 투수 중에 가장 구위가 좋은 투수니까.”

하지만 이런 무대에서 연장 첫 투수가 20살 투수라니.

거기에 공을 받는 포수 역시 20살.

시즌 첫 해에 한국시리즈라면 저 둘이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저 둘을 중계할 일이 많으면 좋겠네요.”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이명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곧 경기가 재개된다는 피디의 사인이 나왔다.

[자, 2032 한국시리즈의 첫 번째 연장전입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이호민입니다! 지난 2차전에 등판해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이호민 선수, 초구! 스트라이크! 156km의 빠른 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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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민이 다음 투수라는 소리를 듣고 걱정을 한 게 미안할 정도로 이호민은 전혀 기죽지 않고 좋은 공을 던졌다.

초구부터 과감한 몸쪽 승부로 헛스윙을 유도하고 바깥쪽에 공 두 개를 연달아 요구했다.

“볼!”

“스트라이크!”

초구도 그렇고 3구 역시 한상욱이라면 충분히 타격할 만한 코스였다.

하지만 두 개의 공이 전부 헛스윙이 나왔다는 건, 내 미트에서 느껴지는 힘이 거짓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타자가 공을 못 따라간다.

이것만으로 볼 배합은 간단해진다.

볼 카운트가 몰리고, 타자 본인도 공에 스윙이 못 따라가는 걸 아는 상황.

-딱!

제 스윙 대신 맞추기 급급한 스윙이 나오는 순간 결과는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아웃!”

외야에 높이 뜬 타구를 간단히 잡아내면서 원 아웃.

한상욱을 잘 처리했지만, 다음 타자 역시 만만치 않았다.

김효준과 스티븐 오웬.

한상욱과 비교하면 다른 건 몰라도 파워 하나는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타자들이다.

존에 몰리기라도 했다간 단번에 담장을 넘는 타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타자들.

하지만 그건 공이 방망이에 맞았을 때를 얘기하는 거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두 타자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공에 헛웃음이 나왔다.

“너 누구냐?”

“이번엔 뭔데?”

“내가 아는 이호민이 아닌데?”

“넌 내가 아는 김수호가 맞는데? 볼 배합 죽이더라.”

볼 배합이라.

“그건 네가 공을 제대로 던질 수 있어야 의미가 있는 거지. 마지막 공은 진짜 좋았다.”

“나 사인 보고 너 진짜 미친 줄 알았어.”

“그래서 더 좋지?”

“어. 그 공으로 삼진 잡으니까 진짜 소름 돋더라.”

더그아웃에 돌아와 이호민과 복기를 하고 있는데 이주학이 끼어들었다.

“뭐하냐, 너네? 나 또 소외감 느끼게 할래!?”

“너도 잘했어.”

“한 게 없는데?”

“뒤에서 응원했잖아.”

“어. 그것도 잘한 거지.”

“...나 놀리는 거 아니지? 진짜 잘한 거지?”

“당연하지.”

그러자 기분이 좋아진 이주학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마린스 출루머신 박은성 파이팅!”

박은성이 타석에 섰고, 돌핀스의 투수는 이미 2이닝을 던진 오상엽이 다시 나왔다.

마무리 투수의 3이닝 투구.

돌핀스가 마치 이번 경기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이번 이닝 역시 세 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하면서 삼자범퇴.

“스트라이크 아웃!”

-딱!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이호민 역시 2이닝 4K를 기록하면서 11회 초를 삼자범퇴로 마무리, 연장의 주인공이 자리를 놓고 오상엽과 다퉜다.

이호민에겐 미안하지만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는 게 아니라면 연장의 주인공은 대부분 타자였다.

이제 11회 말 공격.

타석엔 내가, 마운드엔 아직 오상엽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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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가 마운드에 서 있는 오상엽을 보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진짜 터프하시네.’

김수호도 아예 생각 안 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올라올 줄은 몰랐다.

이솔찬을 예상한 해설진 역시 다시 마운드에 올라온 오상엽을 보자 감탄했다.

[돌핀스의 마무리, 오상엽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오릅니다!]

돌핀스 역시 이번 이닝부터 오상엽을 대신해 이솔찬을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김수호에게 싹쓸이 3루타를 맞았던 이솔찬과 직전 타석에 범타로 처리한 오상엽을 저울질 한 결과가 바로 이거였다.

거기에 오상엽 본인도 등판하길 원했고 김수호가 타석에 서자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공을 던졌다.

“볼!”

“볼!”

김수호가 초구, 2구 연속으로 바깥쪽으로 빠지는 공을 지켜봤다.

볼로 카운트를 시작하는 건 이젠 익숙했지만, 이런 상황을 원해서 오상엽이 올라온 건 아닐 거다.

기껏 마무리 투수가 4이닝 째 등판을 했는데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다?

그럴바엔 고의사구 하는 게 낫다.

“스트라이크!”

그리고 3구, 포싱을 예상하고 돌려봤지만, 공은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거 안 휘둘렀으면 3볼인데?’

아쉬움보단 볼 배합에 대한 감탄이었다.

1점만 나오면 끝나는 상황.

선두타자의 출루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인데 3볼에 몰리면 투수 입장에선 던질 곳이 없어진다.

그걸 감수하고 던진 볼이었으니 김수호도 순순히 인정하고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2-1의 카운트.

투수도, 타자도 여유카운트가 있었다.

헛스윙을 기대하고 다시 변화구를 던질 수도, 장타를 기대하고 제 스윙을 노려볼 수도 있는 상황.

투수와 포수, 그리고 타자의 수싸움이 진행됐고.

“볼!”

그 승자는 김수호였다.

오상엽의 잘못은 아니었다.

오상엽은 1위팀의 마무리 투수로서 이런 상황은 숱하게 겪어왔다.

직전 김수호의 날카로운 스윙에도 바깥쪽 보더라인 근처에 형성되는 공을 잘 던졌다.

문제는 투수가 아니라 포수였다.

최민규가 긴장한 나머지 공을 되려 바깥으로 밀고 말았다.

공 반개로 스트라이크와 볼이 오가는 가운데 저지른 큰 실수.

오상엽도, 김수호도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크게 내색하지 않았다.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유리한 카운트를 점한 김수호가 자신의 존을 설정하고 그 안에 들어오는 공을 치기 위해 집중했다.

그걸 오상엽이 모를리 없었다.

하지만 유인구를 던지자니 부담이 컸다.

‘결국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저 괴물 같은 타자와 승부를 해야 했다.

최민규와 사인을 교환한 오상엽이 잠시 숨을 내쉬고 집중했다.

돌핀스의 강점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비력.

그걸 등에 엎고 타자와의 승부를 피하는 건 마무리로서 자격 미달이다.

그렇게 5구.

-따악!

공이 존에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벼락같은 스윙이 뒤따랐다.

김수호의 예상보다 더 몸쪽이었고, 날카로운 타구가 3루수를 뚫고 3루 베이스 위를 지나 파울 라인 근처에 떨어졌고 좌선심이 곧바로 확인하고 자세를 취했다.

“파울!”

화면에 아쉬워하는 김수호의 표정과 담담한 오상엽의 모습이 잡혔다.

결과가 어찌됐든 이걸로 풀카운트가 됐다.

김수호도 설정해뒀던 존을 살짝 넓히고 라인 근처로 들어오는 공을 생각해야 했다.

그 사실을 돌핀스 배터리도 잘 알고 있었지만 쉽게 공을 정하지 못했다.

변화구를 던졌다가 반응하지 않으면?

끝내기 주자가 루상에 들어서는 거다.

특히 김수호 뒤에 버티고 있는 강주호를 생각하면 꽤 부담되는 상황.

그 상황을 정리하는 벤치의 사인이 전해졌다.

‘볼넷으로 내보내도 좋다. 절대 존 안에서 승부하지 말 것.’

사인을 확인한 배터리가 다음 공을 정했다.

그렇게 던진 여섯 번째 공.

이번 경기 열 명의 타자를 상대한 오상엽의 첫 번째 풀카운트에서 던진 공이자, 첫 번째 실투.

-따아악!

제대로 떨어지지 않은 변화구가 그대로 김수호의 방망이에 맞고 날아갔다.

[갑니다! 갑니다! 갑니다! 왼쪽! 담장 밖으로! 김수호! 경기를 끝내는 홈런! 결국 김수호가 해냅니다! 김수호! 정말 대단합니다!]

이번엔 김수호 마저 머리를 노리는 하이에나들에게 헬멧을 벗고 자신의 머리를 내줬다.

땀인지 음료인지 모르는 액체가 입으로 들어오고 김수호의 머리를 노리는 손들이 머리 대신 서로를 때려도 절로 웃음이 났다.

“이겼다!”

한국시리즈 3차전, 연장까지 가는 승부 끝에 마린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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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5 : 4 창원 돌핀스]

[3차전 마저 승리! 마린스의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말 없이 돌아간 돌핀스 감독과 4차전 선발을 예고한 마린스 감독, ‘세계에서 가장 잘 던지는 투수가 나온다.’]

[3이닝 완벽투에도 한 번의 스윙에 패전. 오상엽, 졌지만 빛났다.]

[김수호, ‘운이 좋았다. 오상엽 선배가 워낙 좋은 투수란 걸 잘 알고 있어서 내 스윙을 하려고 노력했다. 내일 경기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마린스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는가.]

ㄴ ㅉㅉ 돌핀스 구질구질하게 부두술 쓰네

ㄴ 응~ 그래봤자 4차전 선발 허하준이야~ 부두술이든 뭐든 다 써봐~

ㄴ 이거 꿈 아니지? 진짜 너무 행복한데 어떡하지? 우리 진짜 우승 하는거야?

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면 지금 마린스 홈페이지 들어가셈

ㄴ ㅇㅇ 들어감

ㄴ 그 다음에 유니폼 김수호로 구매 ㄱㄱ

ㄴ ? 매진인데?

ㄴ 응 내가 방금 다 샀거든 ㅋㅋㅋㅋ 넌 걍 구경이나 하라고

ㄴ 나 벌써 유니폼 5개 넘음 진짜 개미쳤다. 제발 수호야 평생 마린스길만 걷자 ㅠㅠ

ㄴ 선수 앞길 막지 마세요 ㅡㅡ 김수호는 걍 KBO차원에서 빠르게 메쟈 보내야댐

ㄴ 아무리 그래도 벌써 메쟈 언급은 좀 아니지 않냐?

ㄴ ㅋㅋㅋ 이미 메이저에서 관심 존나 보이고 있는데? 걍 언제 가느냐 문제지.

[메이저 복수 구단, 김수호의 활약에 ‘KBO는 포스팅 기간을 줄이길 바란다’며 관심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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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어왔지만 허하준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어.”

“내일 시구 진짜 내가 해?”

“어.”

“진짜? 진짜로?”

4차전 시구와 시타는 허하준의 가족, 그 중에서 부모님이 하기로 되어있었다.

하지만 허하준의 아버지가 오늘 경기를 보다 마지막 김수호의 홈런에 너무 좋아한 나머지 허리를 삐끗하고 말았다.

그래서 급하게 허하율로 변경이 됐다.

꼭 해보고 싶었던 만큼 좋아하는 것도 잠시, 평소와 다른 허하준의 반응에 허하율이 허하준의 눈치를 봤다.

평소라면 무언가 조건을 걸고 허하율의 시구를 허락했을 거였다.

하지만 오늘 허하준은 그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괜찮아....?”

“뭐가?”

“아니, 그냥 좀....”

“하율아.”

“어?”

“미안한데 이제 잘거라 나가줄래?”

“어, 어. 알았어. 미안해.”

급하게 허하율이 나가자 허하준이 공을 들고 침대에 누웠다.

잠시 무언가 생각하던 허하준이 핸드폰을 들고 누군가의 번호를 찾았다.

그리고 전화 버튼을 누르기 직전.

-지이이잉

“하.”

화면에 떠오른 이름에 특유의 미소가 번졌다.

-김수호

“진짜 뭐가 있긴 한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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