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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25화 (125/203)

125화 처음이라고요?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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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타격전.

전날 허하준과 존 그레이, 두 투수가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준 탓일까.

2차전 역시 타격전보단 투수전을 예상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1회부터 마린스가 대거 4점을 뽑으면서 시작하더니 돌핀스도 따라가는 점수를 뽑으면서 경기의 열기를 더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요인은 많았지만, 크게 뽑자면 3가지였다.

첫 번째로 선발 투수들의 평소보다 좋지 않은 컨디션.

돌핀스의 잭 랜들은 1회에 1아웃만 잡고 강판당했고, 마린스의 요그 하스 역시 평소 같지 않은 컨디션에 고전하는 중이다.

두 번째는 타자들의 집중력.

어제 단 1안타로 패배하면서 자존심을 구긴 돌핀스 타자들과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둔 마린스 타자들의 집중력이 남달랐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한 스푼 더한 것이 바로 오늘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이었다.

“볼!”

날카로운 공이 우오준의 몸쪽을 찔렀지만, 볼 판정을 받자 김수호가 속으로 한숨 쉬었다.

‘더럽게 좁네.’

존 자체가 좁긴 했지만, 그것보다 몸쪽에 대한 판정이 굉장히 짰다.

이렇게 되면 투수로서 던질 곳이 굉장히 한정된다.

강기호가 알려준 볼 배합의 기본은 바깥쪽을 던지려면 먼저 몸쪽을, 낮은 공을 던지려면 먼저 높은 공을 던지라는 거였다.

즉 승부 직전에 반대되는 곳에 공을 던져 타자의 눈을 교란하는 거다.

물론 볼 배합에 정답은 없고, 존이 평소 같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저런 걸 고수했다간 난타당하기 십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좀 더 과감한 볼 배합이 필요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오늘 선발이 하스라는 거였다.

‘만약 웰링턴이나 김호기, 이호민이 선발이었으면?’

최근 멘탈이 좋아진 투수들이었지만 쉽게 가긴 힘들었을 거다.

‘이런 볼 배합도 못 했겠지.’

생각을 정리한 김수호가 다음 사인을 냈다.

큰 고민 없이 하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공을 받을 준비를 했다.

“스트라이크!”

이전과 비슷한 몸쪽이었지만 이번엔 좀 더 존에 붙으면서 다행히 스트라이크를 받아냈다.

우오준도 다시 몸쪽으로 올 줄은 몰랐는지 지켜보기만 했다.

‘제구는 나쁘지 않은데.’

하지만 밋밋한 투심과 몸쪽 승부가 거의 봉인되다시피 한 이상 선택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몸쪽을 연속으로 세 번 던지는 건 너무 위험하다.

그렇다고 바깥쪽이 안전하다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지금은 안 맞겠다는 마음가짐 보단 무조건 맞춰 잡겠다는 생각이 중요했다.

‘다시 몸쪽, 괜찮아요?’

조심스럽게 보낸 사인에 하스가 끄덕였다.

-탁!

우타자인 우오준의 몸쪽에 꺾이면서 들어간 공이 방망이를 박살 내고 느리게 굴렀다.

우오준이 수비에서 날렵한 모습을 보여주는 만큼 느린 주자는 아니다.

오준혁과 이민상이 타구를 처리하기 위해 내려오고 있었다.

곧바로 1루에 공을 뿌려야 하는 만큼 유격수보단 3루수가 처리하는 게 맞는 타구였지만, 이민상이 잡고 러닝스로로 던졌다.

“세이프!”

결과는 아슬아슬한 내야 안타.

오준혁이 잡았다 해도 장담할 순 없었지만 약간 아쉬웠다.

“선배님, 좋았습니다.”

그래도 고생한 이민상에게 고생했다고 말을 하고 다시 홈으로 돌아왔다.

이어서 타석엔 7번 타자 최강민.

컨택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파워 하나는 좋아서 우익수와 매년 15홈런 이상을 치는 타자다.

다르게 말하면 적극적인 승부를 하는 하스와 나쁜 쪽으로 상성이 좋았다.

-따아아악!

3구, 바깥쪽으로 요구한 포심이 약간 몰리면서 타구가 빠르게 날아갔다.

펜스를 때린 공이 돌아오는 동안 2루와 3루에 들어간 주자들.

그나마 최민규를 2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맞바꿨다.

후, 이제 1사 주자 3루.

내야수들이 잔디 앞쪽까지 다가왔다.

3루 주자인 최강민의 주력을 생각했을 때 홈에서 아웃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그 수비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딱!

빗맞은 타구가 강주호에게 흘렀고 강주호가 곧바로 홈으로 던졌다.

“아웃!”

여유롭게 3루 주자는 아웃.

이대로 이닝이 끝나면 무사 2, 3루의 위기를 1실점으로 틀어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그다지 만만한 타자는 아니라는 거였다.

첫 타석에 안타를 친 이규영이 들어왔다.

이규영답지 않게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해서 만들었던 첫 타석 안타.

그리고 이번 타석도 초구부터 방망이가 나왔다.

-딱!

“파울!”

오늘 주심의 존이 바깥쪽으로 넓은 게 우타자를 상대할 때 최악이었다면, 좌타자를 상대할 땐 장점으로 바뀌었다.

노골적으로 바깥쪽에 슬라이더와 커터를 던지면서 스윙을 유도했다.

-딱!

“파울!”

-탁!

“파울!”

“파울!”

“파울!”

“볼!”

하지만 상대는 투수들에게 최악의 타자 2위로 꼽히는 이규영, 계속 파울로 만들어내면서 끈질긴 승부를 이어갔다.

“계속 이럴 거예요?”

“원하면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는데? 그게 싫으면 가운데 하나 꽂아봐.”

어째 허세로 들리지 않았다.

정말 이규영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

이 승부를 끝내려면 아예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가야된다.

하스에게 사인을 보내고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도 바깥쪽으로 오는 공, 하지만 평소보다 낙폭이 컸다.

방망이가 허공을 돌면서 공을 못 맞히는 것까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건 공을 빠트리지 않고 잡아내는 거였다.

-퍽!

“낫아웃!”

프로텍트에 맞은 공이 약간 흐르긴 했지만, 그리 멀리 가진 않았다.

빠르게 공을 잡고 1루로 강하게 쐈다.

눈치를 보던 3루 주자가 공을 던지자 홈으로 들어왔지만, 지금은 2사 상황.

“아웃!”

1루에서 아웃되면 상황은 끝이다.

“하, 빡시다.”

이제 고작 2회 말이 끝났다.

넉넉한 줄 알았던 4점의 리드는 이제 2점으로 줄어들었다.

이제 우리가 다시 도망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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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영 상대로 7구! 헛스윙! 볼이 옆으로 흘렀지만, 포수가 침착하게 잡아서 1루로 보냅니다! 아웃! 김수호가 안정된 블로킹을 보여주면서 이닝을 끝냅니다!”

고양된 목소리로 외친 캐스터 이명준이 마이크가 꺼졌다는 사인을 보자 곧바로 오연석에게 물었다.

“실투였을까요?”

그 말에 오연석은 고민도 없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김수호가 자리를 잡는 걸 보면 분명 약속된 플레이였어.”

침착하게 말한 듯 보이는 오연석이었지만, 그 역시 이명준과 마찬가지로 심장이 쿵쿵거렸다.

‘저기서 저런 공을 요구한다고?’

평범한 경기도 아니고 한국시리즈다.

물론 시리즈 전적도 앞서고, 스코어도 앞서는 상황이지만 빠트리면 1점 차였다.

더군다나 하스가 던진 공은 포심.

스플리터,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변화구보다 더욱 까다로운 게 패스트볼 바운드다.

일단 떨어진다는 걸 알고 있는 변화구는 그래도 예측이 되지만, 패스트볼 바운드는 예측조차 힘들다.

‘자신이 있는 건지, 아니면 겁이 없는 건지.’

하지만 이것만큼 김수호 합류 후 변화된 마린스를 설명하기 좋은 장면이 없었다.

투수들은 주자가 어디에 있든 떨어지는 공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그걸 받아주는 김수호는 그 믿음에 보답한다.

‘뭐가 됐든 마린스가 기세를 잡았어.’

무사 2, 3루의 기회를 단 1실점으로 막은 마린스가 기세가 더 좋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3회 초 공격은 방금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김수호부터 시작한다.

“준비해주세요.”

곧 시작한다는 사인에 오연석이 해설위원보다는 한 명의 야구팬으로서 떨리는 가슴을 안고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이게 야구지.’

“자, 방금 2회 말 마지막 장면···.”

이명준의 멘트와 함께 3회가 시작됐다.

오연석의 기대처럼 김수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따악!

잭 랜들이 무너지자 빠르게 올라온 한명훈이 2회를 삼자범퇴로 처리했지만, 3회 첫 타자인 김수호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지는 마린스 타선이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강주호의 짧은 안타로 무사 1, 3루.

그리고 잭 미켈의 사직 구장 가운데 펜스 앞까지 보낸 타구에 김수호가 홈으로 들어왔다.

1사 1루 상황, 김민석이 2루타를 치면서 2, 3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거기에 이준까지 볼넷을 골라내면서 맞이한 두 번째 만루 찬스.

[돌핀스의 투수 교체입니다! 한명훈이 내려가고 최진하가 올라옵니다!]

[벌써 필승조를 꺼낸다는 건 여기서 추가점을 허용하면 힘들다는 얘기거든요? 최진하 선수는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타석엔 첫 번째 만루 기회에서 병살타를 쳤던 이민상이었다.

-따악!

[쳤습니다! 1루수, 잡자마자 홈으로! 아웃! 다시 1루···는 던지지 못합니다!]

3루 주자가 워낙 느린 강주호라 홈에서 잡히면서 아웃카운트만 늘어났다.

이어진 박은성이 날카로운 타구를 외야로 날리면서 기회를 살리나 싶었지만.

[이규여어엉! 좋은 수비가 또 나옵니다!]

돌핀스 외야를 지키는 괴물이 있었다.

위기와 호수비, 다시 위기와 호수비.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지는 낭떠러지를 걷는 기분을 느끼는 양 팀 타자들의 집중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날카로워졌다.

3회 말, 돌핀스가 결국 요그 하스를 공략하면서 2득점.

5대4.

곧바로 도망가는 4회 초 마린스의 1득점.

6대4.

다시 4회 말에 터진 홈런으로 돌핀스가 따라가는 1득점.

6대5의 아슬아슬한 마린스의 리드 속에 경기는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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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온 이상 이번 경기는 너무 중요해졌다.

하스는 4회가 마지막이었고, 다른 투수가 5회부터 올라갈 준비를 하고 있다.

돌핀스 역시 필승조를 3회부터 꺼내면서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어제 경기야 우리나 돌핀스나 투수를 최소한으로 쓰면서 타격이 덜 했지만, 오늘 경기는 투수 소모가 극심할 거다.

다음 경기까지 영향이 갈 게 분명했다.

“민석아, 하나 쌔리자!”

-따악!

채지훈의 응원에 힘입은 김민석이 오늘 좋은 감을 증명했다.

그즈음 감독님이 이주학을 불렀다.

다시 돌아온 이주학의 표정은 얼떨떨했다.

“나 대타래.”

“기다리고 있던 거 아니었어?”

“그래도 채지훈 선배님이 있는데···.”

“지훈 선배님은 후반에 강주호 선배님 출루하면 그때 들어가야 하잖아. 얼른 준비나 해.”

채지훈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이주학을 선택한 건 경기를 길게 본다는 뜻이었다.

곧 오늘 두 번 연속 볼넷을 얻어낸 이준이 희생번트로 주자를 2루까지 보냈다.

“주학이, 마. 한 번 보여주고 와라.”

두 번의 만루 찬스를 살리지 못한 이민상 대신 대타 이주학이 타석에 섰다.

지금 돌핀스 마운드는 5회 초 시작과 함께 기존 5선발이었던 투수가 올라와 있다.

아마 롱릴리프로 2이닝 정도 소화를 원하는 것 같은데 여기서 이주학이 한 건 해주면 그 계획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그토록 원하던 MVP에 한발 다가갈 기회.

“스트라이크!”

초구는 그대로 흘리면서 지켜봤다.

“이주학 화이팅!”

“침착해! 공 최대한 보고!”

타석에 들어가기 전부터 굳어있던 이주학에게 과연 목소리가 들릴지 의문이었지만, 더그아웃에서 열심히 응원했다.

그 덕분일까.

-따악!

약간 먹힌 타구가 코스 좋게 외야에 뚝 떨어졌다.

“나이스!”

“그거지! 잘했다!”

이주학의 세레머니에 모두가 화답했다.

외야수가 글러브를 들면서 잡는 척을 하는 센스있는 플레이로 김민석이 주춤거리는 바람에 홈에 들어오진 못했지만, 1사 1, 3루의 기회가 이어졌다.

그리고 박은성이 전 타석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딱!

날카로운 타구가 내야를 뚫어내면서 1득점.

이어서 최치호의 진루타가 나오고 투수가 교체됐다.

-구원투수 이! 솔! 찬!

돌핀스의 셋업맨이 벌써 등판했다는 건 정말 이번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오준혁이 볼넷을 골라내면서 만루.

“마! 가자!”

내 앞에 루상이 가득 찼다.

포수가 급하게 마운드로 올라가고 무언가 얘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3루엔 이주학, 2루엔 박은성, 1루엔 오준혁.

“볼!”

초구 볼로 시작한 카운트는 차곡 차곡 짐을 쌓듯 불빛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볼!”

“스트라이크!”

“파울!”

“볼!”

5구 볼을 골라내면서 이제 루상도, 카운트도 전부 가득 찼다.

-따아악!

바깥쪽 노리고 들어오는 공을 강하게 밀어 치자, 1루수가 몸을 날렸다.

“페어! 페어!”

하지만 잡지 못한 공이 그대로 빠져나가면서 구장 구석까지 굴러갔다.

이미 투수가 공을 던지자마자 스타트를 끊은 주자들이 홈을 향해 맹렬하게 달리고 있다.

최소 2루까지 갈 수 있는 타구, 2루를 밟기 전 바라본 3루 코치님은 손을 쉴새 없이 돌리고 있었다.

슬쩍 공을 확인하고 그대로 슬라이딩하면서 3루에 들어갔다.

“세이프!”

“와아아아아!”

“김수호! 김수호! 김! 수! 호!”

바로 앞에 있던 팬들에게 하는 세레머니는 정말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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