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11화 (111/203)

111화 필승공식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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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불펜 ㅈㄴ 좋지 않냐?]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끝난 이후 마린스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주제가 있다.

선발 요그 하스가 책임진 6이닝 이후 남은 세 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불펜에 관한 얘기였다.

- 일 차전에서 이용기 깔끔했고, 어제 김동준 – 김호기 – 이호민 지리던데?

ㄴ 김호기랑 이호민은 원래 선발이자낰ㅋㅋㅋㅋ

ㄴ 포스트 시즌 한정 불펜이긴 한데 그래도 공보면 지림. 나이츠 타자들 방망이 돌리는 거 보면 답 나오지 않냐?

ㄴ 기존에 없던 사이드암 불펜에 153 포심이랑 140 슬라이더 던지는 우완 불펜? 이거 못 막습니다.

ㄴ 거기에 묵직한 포심이랑 커터 던지는 투수랑 마무리는 날카로운 포크볼까지. 이 정도면 프렌즈랑 불펜 싸움해도 해볼 만한데?

ㄴ 그냥 웃고 갑니다 ^^

ㄴ 아오 꼴린스 놈들 하루 잘했다고 저러는 거 하루 이틀 보냐? 걍 병먹금하셈.

ㄴ 거기에 선발은 우리가 더 낫고, 불펜은 프렌즈, 타선은 우리. 걍 한국 시리즈 갔는데?

이미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것처럼 프렌즈와 전력 비교를 하는 마린스 팬들이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원정에서 거둔 2승을 안고 돌아온 홈.

ㄴ ㅉㅉ 너네 5년 전에 홈 전패해서 떨어진 건 생각 안 나지?

이런 댓글도 나왔지만 마린스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ㄴ 응~ 3차전 선발 허하준~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에이스.

지난 와일드카드가 있었던 화요일 이후 5일간 푹 쉬면서 체력을 보충했을 에이스는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였다.

그리그 그 에이스는 지금 난생처음 겪는 일에 굉장한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오빠, 제발 표 한 장만!”

부산 전역이 축제로 들썩이는 지금, 모두가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바로 티켓팅에 실패한 사람들.

허하율은 4차전 예매에 성공했지만, 나머지 경기는 전부 실패하고 말았다.

심지어 2승을 거둔 마린스가 3차전 선발로 자신의 오빠를 올리겠다고 말한 상황.

평소엔 자신을 괴롭히기 좋아하는 열 받는 오빠지만, 야구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든든한 에이스였다.

그 말은 즉 자신이 예매한 4차전 표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거였다.

그렇다고 마린스가 져서 4차전을 하게 해달라고 빌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결국 허하율은 난생처음으로 혈육의 정에 기대기로 했다.

“표? 나도 못 구해.”

“아니, 구단에서 오빠한테 한 장도 안 준다고? 말도 안 되잖아!”

“받았지. 부모님 표.”

“나는?”

“넌 친구들이랑 간다며.”

그건 맞다.

하지만 친구들마저 전부 실패한 이상 희망은 이제 허하준뿐이었다.

“한 장만 더 못 구해? 어? 내가 들어달라는 거 다 들어줄게!”

“그래? 알겠어.”

“어?”

허하율이 너무나 쉽게 허락한 허하준의 말에 당황해하는 동안 허하준이 싱긋 웃었다.

“분명 다 들어준다고 했다?”

순간 인터넷에서 본 괴담, 원숭이 손에 관한 얘기가 떠올랐지만, 도저히 저 제안을 거절할 수 없었다.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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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웃고 있어요?”

“아니, 재밌는 일이 생겨서.”

“뭔데요?”

“있어, 내 삶의 활력소 같은 게.”

“야구요?”

“그건 내 삶이고.”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모르겠다.

물론 저런 일이 없다고 해도 허하준이 긴장할 리는 없지만, 그래도 좋은 일이겠지 하고 넘겼다.

“나중에 꼭 알려줘요.”

“어. 꼭.”

그러면서 또 웃는데, 평소에 안 그러던 사람이 그러니까 더 궁금해진다.

아무튼 원정에서 2승을 거두고 돌아왔다.

이제 1승만 거두면 프렌즈가 기다리고 있는 서울로 간다.

거기에 꿀맛 같은 4일 휴식도 있다.

지금까지 전승을 거두기도 했고, 선발 투수들이 워낙 잘 던져준 덕분에 피로감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휴식은 좋다.

아직 시리즈에 여유가 있지만, 오늘 경기를 무조건 잡기 위해 웰링턴과 하스를 제외한 모든 투수가 대기 중이다.

물론 나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만큼 경기 전에 받아본 허하준의 공은 항상 그렇듯 날카로웠다.

근데 어떻게 매 경기 컨디션 관리를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볼 때 이건 사람의 힘으로 가능한 게 아니다.

“솔직히 말해봐요. 선배도 레타쿠 믿죠?”

“갑자기 또 이상한 소리야.”

“어떻게 사람이 등판할 때마다 그렇게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어요?”

“받아주는 사람이 좋은데 당연히 컨디션이 좋을 수밖에 없지.”

이번엔 이걸로 안 넘어간다.

“금칠은 됐고요. 그래서 진짜 비결이 뭔데요?”

“궁금해?”

“예.”

“그럼 너도 나중에 내가 원하는 거 하나만 들어줄래?”

“뭐, 좋아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허하준이 이상한 부탁을 할 리도 없고, 궁금한 게 더 컸다.

근데 너도? 나 말고 누가 있나?

“간단해. 매일 매일 상상해. 내가 한국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 등판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내 손으로 잡는 상상. 그리고 가장 처음으로 우승컵을 드는 그 순간까지. 매일.”

허하준과 우승을 얘기할 때마다 눈에서 느껴지는 열기, 오늘은 그 어느 순간보다 뜨거웠다.

평소였다면 의외의 모습인데 하고 넘어갔겠지만, 어쩐지 오늘은 나도 그 열기를 같이 느끼고 싶었다.

“와일드카드에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으니까 준플레이오프에서도 한 번 잡아볼까요? 기록을 세우는 거죠.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 시리즈에서 모든 아웃카운트를 잡은 투수. 어때요?”

“오, 좋은데? 그럼 너는 그 아웃카운트를 전부 잡은 포수가 되는 거네?”

“좋죠. 완벽하네요.”

한국 시리즈 4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웠던 마린스의 전설적인 투수처럼, 또 하나의 기록을 세우기로 했다.

“그럼 오늘 내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려면 우리의 필승공식을 할 땐가?”

“무슨 필승공식이요?”

“나 완봉, 너 홈런.”

아, 그거.

“쉽네요.”

“쉽지.”

그리고 어김없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후, 저, 저, 저.”

“저놈들 때문에 우리만 욕먹지. 누군 완봉 안 하고 싶나.”

“저도 가을에 홈런 치고 싶습니다.”

거참, 둘이 장난삼아 하는 얘기를 듣고 뭐라 하시네.

불만이 있으시면 경기에서 보여주시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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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팬들에게 가을 야구란 계륵 같았다.

시즌 중에 목이 터지라 응원해도 5위는커녕 피닉스와 꼴찌를 다투기 바빴고, 심지어 가장 최근에 2위로 가을에 갔던 5년 전에는 패패승승패로 홈에서 전패를 당하면서 탈락했다.

그 때문일까.

가을을 가길 바라지만, 막상 가더라도 광탈을 해버릴 것 같은 느낌.

그래서 올 시즌 기적과도 같은 후반기를 겪으면서도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와일드카드를 가볍게 통과하고, 원정에서 2승을 따낸 선수들을 기다리는 팬들의 마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마린스 팬들이 사랑하는 두 배터리가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허하준하고 김수호? 무조건 이겼지!’

‘제발 하준아, 평소처럼만 던지자!’

이런 팬들의 소망을 담고 경기가 슬슬 시작할 준비를 했다.

마운드에서 허하준이 몸을 풀기 위해 공을 던질 때마다 순수한 감탄이 섞인 말들이 튀어나왔다.

“와, 공 미쳤네.”

“저걸 타자들이 어떻게 치냐?”

자기 팀이 아니었다면 제발 메이저리그로 가달라고 빌 정도의 압도적인 구위.

그리고 그런 허하준의 공을 순간 밋밋한 공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선수가 있었다.

“포구 지린다.”

“저게 진짜 쉬워 보이는데 말이 안 되는 거야. 스플리터 빠트리는 걸 본 적이 없어.”

너무도 편안하게 공을 받는 김수호의 모습에 괴리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에 다른 효과도 있었다.

-퍼어어엉!

‘미친, 소리 봐.’

연습 투구를 지켜보던 나이츠의 1번 타자 최재우가 함성을 뚫고 들리는 포구음에 침을 삼켰다.

하지만 소리만 듣고 지레 겁을 먹기엔 이미 절벽 끝에 서 있었다.

뒤에 더 무서운 게 기다리고 있는데 고작 저런 소리 따위에 겁을 먹을까.

‘어차피 뒤는 없어.’

그렇게 마음가짐을 다잡고 타석에 들어섰다.

“잘 부탁드립니다.”

심판이 끄덕이는 걸 본 후 김수호에게도 속마음과 전혀 다른 말을 건넸다.

“너도 잘 부탁한다.”

‘제발 긴장도 좀 하고, 실수도 좀 해라.’

“예. 선배님. 이번 경기도 잘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그런 최재우의 바램과 완벽히 다른 1구가 꽂혔다.

“스트라이크!”

“저게 스트라이크라고요?”

멀다. 멀어도 너무 멀었다.

가뜩이나 한 가운데 온다는 걸 알아도 100% 칠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없는 허하준의 공인데 저런 코스가 스트라이크가 돼버리면 타자로선 약간만 바깥쪽에 오는 것 같아도 휘두를 수밖에 없었다.

“스트라이크!”

그리고 마린스 배터리는 그 점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순식간에 몰린 카운트, 그리고 3구 떨어지는 공.

“스트라이크 아웃!”

급하게 방망이를 멈춰봤지만, 이미 돌아가 버린 후였다.

최재우가 급하게 최건우에게 존에 관한 얘기를 전달했다.

“오늘 바깥쪽 답도 없어요. 너무 넓어요.”

“그 정도야?”

“예. 계속 바깥쪽 던질 것 같긴 한데, 그걸 알아도 칠 수 있을지···.”

최건우가 알겠다는 듯 최재우의 어깨를 두드리고 타석에 들어섰다.

그리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됐다.

“스트라이크!”

“미쳤네.”

“미쳤죠?”

최건우와 김수호 모두 주어를 말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뜻이 통했다.

‘주심 미친 새끼.’

최건우가 할 수 있는 건 속으로 주심 욕을 하는 것과 최대한 타석에 바짝 붙는 것.

하지만 이걸로도 한계가 있었다.

이 영악한 배터리는 오히려 좋다면서 몸쪽 공을 던질 테니까.

최건우가 노리는 건 단 하나.

몸쪽을 노리다 나오는 실투.

“스트라이크!”

하지만 순간 움찔할 정도로 깊숙이 들어온 몸쪽 공에 주심이 콜을 하자 최건우도 급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어.’

타석에 완전히 붙기로 한 이상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3구.

‘무조건 친다!’

가운데로 오는 공.

이것마저 놓치면 이 배터리를 공략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공은 최건우의 생각을 알고 있었다는 듯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스트라이크 아웃!”

“하.”

순간 튀어나올 뻔한 욕을 참은 게 다행일 정도로 그냥 농락당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마린스의 공격에도 같은 존이 적용될 테니 마린스 타자들도 꽤 고전할 거라는 건데.

‘우리가 허하준을 상대로 점수를 내는 게 빠를까, 아니면 마린스가 빠를까.’

순간 암울한 생각이 최건우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음 타자에게 이번 타석에서 얻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

하지만 그가 한 말은 ‘평소보다 바깥 존이 넓다’와 ‘허하준의 공이 좋다’ 뿐이었다.

다음 타자는 처음부터 타석에 붙어서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김수호가 남몰래 웃었다.

‘피드백이 안 됐나?’

허하준은 타자가 타석에 붙으면 몸쪽을 못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오히려 바깥쪽과 몸쪽 중 고르라면 몸쪽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럼 인사부터 해볼까.’

몸쪽 깊숙이 요구한 공.

“스트라이크!”

타자가 꼼짝 못 하고 그대로 카운트를 내줬다.

‘오늘 제구 장난 아닌데?’

존이 상대적으로 넓긴 했지만, 그보다 허하준의 제구가 날카로운 게 더 컸다.

던지는 공마다 보더라인 곳곳을 찌르는데, 김수호가 타자 입장이라도 혀를 내두를 법한 공들 뿐이었다.

물론 공을 받는 입장인 김수호로선 이보다 신나는 일이 없었다.

‘이제 바깥쪽 하나.’

“스트라이크!”

우타자 바깥으로 휘는 슬라이더에 헛스윙.

‘바로 갈까? 아니면 하나 빼고?’

하지만 허하준과 눈이 마주치자 다음 코스는 곧바로 정해졌다.

사인을 보내고 허하준이 고개를 끄덕인다.

-퍼어어억!

그리고 정확히 미트가 있는 곳에 공이 꽂혔다.

155km의 바깥쪽 꽉 찬 공.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아!”

“허하준! 허하준! 허하준!”

1이닝 9구 3삼진, 무결점 이닝.

그 마지막을 장식하는 완벽한 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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