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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10화 (110/203)

110화 필승공식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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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놀아나고 있군.’

나이츠 감독이 인상을 찌푸렸다.

점수만 놓고 보면 경기는 팽팽했다.

김수호의 솔로 홈런을 제외하면 양 팀 모두 득점이 없는 상황.

계속되는 타자들의 헛스윙에 기세를 탄 양 팀 외국인 선발은 이닝이 지날수록 더더욱 날카로운 공을 뿌리며 경기를 지배해갔다.

요그 하스는 적극적인 승부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긴 했지만, 점수를 내주지 않았고 휴고 버터필드는 김수호를 상대로 흔들렸지만, 이후 구위로 마린스 타자들을 압도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점수와 다르게 경기를 조금이라도 볼 줄 아는 사람이 본다면 점수 이상으로 마린스가 좀 더 유리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유는 바로 저놈.

‘김수호.’

여유로워도 너무 여유롭다.

이제 고작 20살인 선수가 베테랑들도 무너지는 가을 무대에서 나이츠 타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심지어 김수호는 이번이 가을 첫 경험이고, 나이츠 선수들은 근 몇 년간 꾸준히 가을에 출석한 타자들이다.

결코 가을 야구라는 부담감에 짓눌릴 선수들이 아니란 말이다.

물론 단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투수다.

특히 선발 투수는 한 경기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브릭 웰링턴에게 크게 당한 나이츠로서는 호투하고 있는 요그 하스를 빠르게 내려야 하는 상황.

그런 나이츠를 가로막은 건 빠른 승부를 시도하면 도망가고, 반대로 기다리면 다시 승부를 이어가는 귀신같은 볼 배합이었다.

타이밍을 완전히 뺏긴 타자들은 순식간에 카운트가 몰려버렸고, 결국 급하게 방망이를 돌리게 됐다.

그 볼 배합의 주인공이 바로 김수호였고.

거기에 항상 빈틈을 보였던 마린스의 내야도 안정된 수비력을 보여줬다.

최치호야 자기 밑에 있던 선수라 실력을 잘 알고 있었지만, 유격수는 상정 외였다.

‘이대로 가면 계속 끌려가기만 한다.’

마린스와 김수호의 예상보다 빠른 5회, 나이츠의 벤치가 움직였다.

“선우 내보내.”

“예? 벌써요?”

수석 코치가 반문했지만, 감독은 단호했다.

“벌써가 아니야.”

감독의 시야에 평온하게 장비를 차고 그라운드로 나오는 김수호가 보였다.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부디 자신의 예감이 틀리기를 기도하며 다음 작전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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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 유선우!”

‘생각보다 빠르네?’

오늘 나이츠가 총력전을 할 거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던 일이다.

하지만 타순이 2번 돌기 전에 대타라니.

‘아쉽네.’

원래 타자는 8번 성민환.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아예 공을 건들지도 못할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아 보였으니까.

그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온 유선우는 정확도는 낮지만 확실한 한 방이 있는 타자다.

일단 처음엔 정석적으로 가기로 했다.

‘바깥쪽 낮은 코스, 투심.’

-딱!

공이 빠르게 바닥에 박히더니 내 쪽으로 튀었다.

‘어우, 힘 장난 아닌데?’

다행히 몸에 맞는 대신 뒤쪽으로 흘렀고, 벤치에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주저 없이 휘두르는 걸 보면 역시 큰 걸 노리는 것 맞는 것 같은데.

카운트에 여유도 있으니 한 번 더 빼기로 했다.

하스에게 바깥쪽 빠지는 포심 사인을 보내자 고개를 끄덕이곤 곧 투구를 시작했다.

문제는 공이 원하는 곳이 아닌, 딱 치기 좋은 바깥쪽 높은 곳에 형성돼버렸다.

-따아악!

투수가 기계도 아니고 사인을 보내는 곳에 일정하게 던질 순 없다.

문제는 실투가 나왔을 때, 그걸 어떻게 극복하는냐였다.

허하준이나 웰링턴의 경우, 구속의 빠르기와 구위로 타자의 힘을 누르는 경우가 많았다.

하스가 하는 건 오직 하나, 바로 레타쿠에게 맡기는 것.

하지만 천하의 레타쿠라도 경기장 밖에 떨어지는 타구를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타자가 베이스를 도는 동안 잠깐 마운드에 올라가려고 하자 하스가 괜찮다는 제스쳐를 보였다.

‘그래, 이제 동점인데.’

하스의 가장 큰 강점, 바로 흔들리지 않는 멘탈.

늘 말했지만 하스는 홈런을 맞아도 다음 공을 존 한복판에 던질 수 있는 멘탈을 지녔고, 그걸 이번 경기에서 확실하게 보여줬다.

“스트라이크!”

도박수에 가까웠던 대타 작전이 대성공함으로써 당장 분위기가 나이츠 쪽으로 간 것 같아도, 아직 완전히 넘어간 건 아니다.

“스트라이크!”

연이어 잡아낸 스트라이크.

-딱!

그리고 좌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커터에 방망이가 나왔다.

오준혁이 가볍게 잡아서 1루로.

“아웃!”

이어서 들어온 최재우마저 맞춰 잡으면서 순식간에 2아웃.

이제 이 사람만 잡으면 된다.

-2번 타자 2루수 최건우.

오늘 두 타석 모두 땅볼로 물러난 최건우였지만, 타석에 들어서자 나이츠 팬들이 구장이 떠나가라 그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게 최건우에게 나이츠 팬들이 거는 기대였다.

이게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면 좋겠지만.

‘얼굴만 봐도 아니네.’

누가 봐도 즐기는 표정이다.

오늘 최건우와 상대했던 두 타석을 가볍게 복기했다.

‘첫 타석엔 몸쪽 커터, 두 번째 타석은 바깥쪽 투심.’

이번 타석엔 뭘 던져야 잡아낼 수 있을까.

고민이 길어봤자 좋을 게 없다.

최건우에게 집중하기보다는 오늘 하스의 공을 받으면서 가장 좋다고 생각했던 공을 믿기로 했다.

방금 전 홈런을 맞았던 포심을 제외한 세 가지 구종이 전부 구위가 좋았다.

초구는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들어 오는 슬라이더.

“볼!”

‘이게?’

충분히 스트라이크를 받을 만한 공이었는데 볼이 됐다.

초구가 가장 중요한 매치업이었는데, 처음부터 꼬여버렸다.

더이상 카운트가 몰리면 곤란하다.

완벽한 히팅 타이밍에 최건우를 상대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건 위험 부담이 컸다.

2구는 바깥쪽 투심.

-딱!

“파울!”

기다렸다는 듯이 나온 최건우의 방망이었지만, 빗맞으면서 파울.

이어진 3구, 바깥쪽 포심도 절묘하게 걸치면서 스트라이크를 받아냈다.

이제 마무리만 잘하면 되는데.

근데 뭐, 이제 던질 수 있는 곳은 다 던진 느낌이다.

이럴 땐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바로 레타쿠를 믿는 것.

마지막 공은 첫 타석 최건우를 잡아냈던 커터.

-따악!

강한 타구가 유격수 방향으로 날아갔다.

‘오, 미친?’

그리고 어려운 바운드에 이주학이 다이빙과 동시에 기가 막히게 글러브를 가져다 대면서 잡았다.

그리고 곧장 일어나서 1루로.

“아웃!”

본인이 잡아놓고 어리둥절한 이주학에게 선수들이 다가갔고, 이내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내가 리를 믿으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하스와 함께 이닝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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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은 만들었지만, 역전엔 실패한 나이츠의 마운드에 다시 휴고 버터필드가 올라왔다.

[6회 초 마린스의 공격, 9번 타자 이주학 선수부터 시작합니다. 직전 이닝에서 환상적인 수비를 보여준 이주학 선수인데, 과연 공격에서도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이전 두 타석에선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휴고 버터필드 선수를 공략하려면 일단 저 포심에 타이밍을 맞춰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주학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그걸 실천에 옮길수 있는 것은 다른 개념의 문제.

“스트라이크!”

한복판에 들어온 포심에 휘둘러봤지만, 방망이에 스치지도 못했다.

‘저놈은 저걸 어떻게 친 거야.’

오늘 휴고 버터필드를 상대로 출루에 성공한 선수는 단 2명, 김수호와 채지훈뿐.

이주학은 클리닝타임 때 최치호에게 들었던 걸 떠올렸다.

‘3류간 수비가 약하다고 했지?’

5회에 썼던 대타 때문에 나이츠의 수비가 바뀌었다.

대타로 경기에서 빠진 유격수 성민환을 대신해 3루수가 유격수로, 대타로 나온 유선우가 3루에 들어갔다.

타선에 힘은 더 강해졌지만, 수비는 훨씬 허술해졌다.

특히 3루에 들어간 유선우의 수비는 평균 이하라고 들었다.

문제는 휴고 버터필드의 공을 밀어칠 수 있느냐는 건데.

‘안 될 것 같은데.’

초구에 헛스윙만 봐도 알 수 있다.

한 가운데 오는 공에 타이밍도 못 맞췄는데 칠 수 있을 리가.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딱!

투구와 동시에 밀어서 번트를 대고 무작정 1루로 달렸다.

“파울!”

하지만 라인에 벗어난 타구에 망연자실하면서 타석에 돌아왔다.

‘최악인데?’

투 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

그런 이주학에게 사인이 전달됐다.

‘다음 공에 무조건 휘두르라고?’

차라리 이게 마음이 편했다.

그렇게 다음 공에 집중하고, 바깥쪽에 빠지는 공에 방망이를 던지듯 가져다 댔다.

-탁!

타구는 마치 번트를 댄 것 마냥 3루를 향해 굴러갔고, 이주학은 미친듯이 달려갔다.

그리고 1루에 슬라이딩.

“2루가! 2루!”

그 말을 듣자마자 몸을 일으키고 곧장 2루로 달렸다.

다시 한번 둔탁한 충격과 함께 몸이 바닥과 부딪혔고, 손이 베이스에 닿았다.

뒤늦게 엉덩이 쪽에 태그가 이뤄졌다.

“세이프!”

“나이스! 으아!”

이주학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세레모니를 했고, 그에 팬들과 선수들 모두 난리가 났다.

그리고 연결된 상위타선.

슬금슬금 리드폭을 넓히면서 사인을 기다렸다.

‘히트 앤 런?’

이번 타석에 최소 3루까지 보내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박은성이 곧바로 타격했다.

공은 큰 바운드를 이루면서 3루로 향했고, 3루수가 잡아서 강하게 1루로 던지면서 아웃.

그리고 다음 타자는 최치호였다.

그를 보자 나이츠 팬들은 안심했다.

‘우리호! 믿고 있습니다!’

최치호가 뛰어난 선수인 건 누구보다 나이츠 팬들이 잘 알지만, 이적 이후 나이츠전에서 처참하리만큼 끔찍한 기록을 이어갔다.

하지만 나이츠 팬들은 잊고 있는 게 하나 있었다.

나이츠에서 최치호가 가장 빛났던 순간은 바로 가을이었다.

[쳤습니다! 우중간, 우중간! 완전히 가릅니다! 3루 주자 이미 홈으로, 타자주자 2루까지! 역전! 최치호의 적시 2루타가 터집니다!]

최치호가 2루에 들어오자 최건우가 다가왔다.

“조금만 살살 하시지.”

“여기까지 오는 데 벌써 4년이나 걸렸다. 우리도 갈 길 바빠.”

그렇게 짧은 재회가 끝나고.

[볼넷! 볼넷입니다!]

오준혁이 타석에 들어와 볼넷을 얻어냈다.

[김수호를 상대하기 전 반드시 오준혁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흔들린 것 같은데요. 최악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후 벤치에서 투수코치가 올라왔고 투수가 교체됐다.

1사 1, 2루 상황에 맞이한 김수호.

모두가 이 순간이 승부처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김수호였다.

바뀐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와 던진 초구.

-따아악!

[쳤습니다! 좌중간, 좌중간! 완벽하게 가릅니다!]

‘저 개새끼!’

‘수호야! 사랑한다!’

양 팀 팬들의 엇갈린 반응과 함께 경기가 마린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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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의 역할은 6회까지였다.

6회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1점으로 막아냈다.

이미 6회 초에 5점을 낸 우리로선 1점은 괜찮았다.

현재 스코어 6대2.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호기.

“아웃!”

“아웃!”

“아웃!”

물오른 내야 수비와 함께 세 타자를 땅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

이어서 김동준이 묵직한 포심과 커터로 8회까지 마무리 지었다.

그 사이 타선이 추가점을 내면서 8대2.

경기를 마무리 짓기 위해 이호민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경험이 적은 김동준과 이호민을 넉넉한 상황에 올려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감독님의 생각이었다.

“수호야. 나도 언젠가 선발로 뛸 수 있을까?”

세 경기 모두 선발진의 호투로 경기가 쉽게 풀렸다.

이호민 역시 그 모습을 보면서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야.”

“어?”

“허하준 선배 다음이 너야.”

진심 반, 농담 반으로 한 말이었지만 효과는 끝내줬다.

“스트라이크 아웃!”

한동안 출전할 일이 없었던 만큼 묵직한 구위와 구속을 자랑하며 나이츠 타자들을 몰아세웠다.

-딱!

거기에 좋은 수비까지 더해지니 야구 할 맛이 났다.

그리고 이제 오늘 경기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타자가 타석에 섰다.

대타로 나와 동점 홈런을 쳤던 유선우.

‘시원하게 가운데 꽂자.’

사인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 이호민이 공을 뿌렸다.

-따아악!

초구부터 시원하게 돌렸지만, 아까와는 결과가 달랐다.

중견수가 약간 뒤로 이동하더니 가볍게 잡아냈다.

경기 종료.

“집에 가자!”

원정에서 거둔 귀한 2승을 안고 이제 부산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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