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06화 (106/203)

106화 팬서비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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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 홈에서 펼쳐진 스타즈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

브릭 웰링턴이 포스트시즌 전 짧은 등판을 하며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그에 반해 스타즈는 반드시 이겨야 했기에 많은 투수를 쓰며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결과는 마린스의 승리.

마린스에겐 승패가 상관없는 경기였지만 스타즈에겐 치명적인 패배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32년 10월 17일.

시즌 마지막 경기가 시작됐다.

아직도 5위의 주인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

챌린저스가 스타즈를 0.5경기 차이로 앞서는 상황이라 끝날 때까지 결과를 모른다.

어쩌면 마린스와 호올스의 홈 경기보다 챌린저스와 스타즈의 경기가 더 중요할 수도 있지만, 마린스 팬들은 그것과 상관없이 사직 구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마린스 역시 전원 주전 선수들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라인업]

1. 박은성 (CF)

2. 최치호 (2B)

3. 오준혁 (3B)

4. 김수호 (C)

5. 강주호 (DH)

6. 잭 미켈 (RF)

7. 채지훈 (1B)

8. 이준 (LF)

9. 이주학 (SS)

SP. 요그 하스

이미 꼴등이 확정된 호올스 역시 멀고 먼 부산까지 찾아와준 소수의 팬을 위해 베스트 라인업으로 구성한 상태.

경기는 빠르게 진행됐다.

[요그 하스! 삼진 아웃! 이번 경기 다섯 번째 삼진입니다!]

[강신이! 넘어갑니다! 시즌 24호 홈런! 오늘 경기 전에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했거든요! 자신의 말을 지키는 멋진 홈런입니다!]

[스트라이크 아웃! 토머스 주니어, 6이닝 동안 마린스의 타선을 단단히 틀어막습니다!]

“아오! 답답하네. 타자놈들아! 좀 쳐봐!”

오늘만큼은 승패와 상관없이 야구 자체를 즐기기 위해 왔다고 생각한 마린스 팬들이지만, 막상 경기에서 지기 시작하니 슬슬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베스트 라인업이 나왔는데 6이닝 동안 무득점.

물론 포스트시즌에서 3선발로 활약할 요그 하스가 피홈런 하나를 제외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준 건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야구는 점수를 내야 이기는 스포츠.

그리고 곧 기회가 찾아왔다.

-딱!

8회 말, 마린스의 공격.

선두타자로 나온 박은성의 기술적인 안타에 사직 구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현재 점수 차는 2점차.

[볼! 볼입니다! 최치호, 이 공을 골라냅니다!]

이어진 최치호가 풀카운트에서 절묘하게 걸친 공을 골라내면서 볼넷으로 출루.

-탁!

[세잎! 세잎입니다! 아, 이 상황에서 실책이 나왔어요!]

거기에 오준혁의 번트 타구를 3루수가 한 번에 잡지 못하면서 호올스의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사직 구장을 가득 채운 팬들처럼 이제 루상도 가득 찬 상황.

이제 팬들은 이번 시즌 그들을 기쁨과 환호에 젖게 만든 한 선수의 이름을 목놓아 외치기 시작했다.

“4번 타자! 김수호!”

오늘 3타수 1안타로 평소에 비하면 부진하지만, 김수호는 언제나 그들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김수호가 타석에 나오자 호올스에서 투수가 교체됐다.

[호올스의 수호신, 김영태가 올라옵니다!]

아무리 호올스가 꼴찌라지만 그들에게도 당당히 자랑할 수 있는 선수가 있었다.

타자 중에서 강신이가 있다면, 투수는 국가대표까지 다녀온 마무리 김영태.

현재 리그 최고의 타자와 수준급 투수의 대결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경기의 하이라이트답게 사직 구장이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초구는 151km의 포심.

바깥쪽 보더라인보다 약간 안쪽이었지만, 김영태다운 좋은 공이었다.

-따아악!

하지만 군더더기 없는 김수호의 스윙에 강타당한 공은 그대로 높게, 그리고 멀리 날았다.

그리고 공은 자신을 이렇게 날린 타자에게 복수하듯 전광판에 떠 있는 김수호의 얼굴을 강타하고 떨어졌다.

“와아아아!”

“수호야! 미쳤다! 사랑한다!”

“이거지! 와아아아! 김수호!”

고작 20살, 만으로 18살의 타자는 언제나 팬들이 원하는 결과를 보여줬다.

그리고 이제 본 게임이었다.

앞으로 팬들이 원하는 결과는, 단 하나.

그의 손에 우승 트로피가 들리는 거였다.

그렇게 짜릿했던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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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4 : 2 서울 호올스]

[김수호, 8회 말에 터진 역전 만루포! 가을 예열 완료!]

[패배한 챌린저스, 만루를 막아낸 스타즈. 마지막 가을의 자리가 정해졌다!]

[스타즈가 부산으로 간다! 마린스 허하준 vs 스타즈 이민수, 국가대표 맞대결 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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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야알못’으로 만든 팀, KBO 가을 특집 4탄, 부산 마린스 편]

기자에게 시간을 돌려 7월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팀을 묻는다면 다섯 팀 중 마린스의 이름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기자는 야알못이었다.

한 선수의 합류 전, 꼴찌였던 팀이 시즌이 끝날 때 14경기 차이가 났던 4위 챌린저스를 떨어트리고 그 순위를 차지할 거라곤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

시간을 더 돌려 개막 전으로 돌아가 보면 마린스 팬들에게 최악의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마린스의 에이스, 허하준이 부상으로 장기간 이탈한다는 소식.

가뜩이나 투수진이 얇은 팀에서 매번 6이닝 이상 소화가 가능한 에이스의 이탈은 치명적이었다.

그나마 강주호를 중심으로 한 타선의 힘으로 버티곤 있었지만, 결국 허하준의 복귀 전에 투수진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이미 투수진이 무너진 상태에서 허하준의 합류는 큰 의미가 없었다.

그렇게 한 선수의 합류 전까지 마린스의 성적은 29승 1무 53패.

설상가상으로 터진 강주호의 부상에 이때까지만 해도 마린스의 올 시즌은 이미 끝난 줄 알았다.

하지만 강주호의 부상으로 임시방편으로 올린 한 선수가 한국야구 자체를 뒤흔들 줄 누가 알았을까.

팀에 있어 마이너스와 다름없던 포수 포지션을 그야말로 천지개벽 시켜버린 김수호는 김목근 감독의 눈에 띄며 국가대표까지 출전해 당당히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시작된 후반기, 마린스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에이스 허하준이 완봉승(후반기 5회)을 밥 먹듯이 하며 투수진의 체력을 아껴줬고, 심지어 한국 프로야구 최초 퍼펙트게임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거기에 큰 기대감을 갖고 영입했던 브릭 웰링턴이 각성하면서 후반기 또 다른 마린스의 에이스로서 활약했다.

요그 하스, 김호기, 이호민 등의 나머지 선발진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불펜 역시 루키 김동준의 발견, 마무리 이용기의 안정화, 정태석과 박상훈이 쏠쏠하게 제 역할을 하며 후반기 약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투수진의 안정화에는 김수호의 공이 컸다.

김수호가 합류한 이후 팀 평균자책점이 무려 2.89로 리그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에이스 허하준과 호흡을 맞추면서 86이닝 2실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은 물론, 수비율 1.000이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기록했다.

도루저지율 역시 72.5%(40시도 도루 저지 29회)를 기록했다.

그리고 타선 역시 김수호의 덕을 톡톡히 봤다.

타/출/장 : 0.364/0.437/0.890

241타석 209타수 76안타 31홈런 71타점

56경기 동안 OPS가 무려 1.3가 넘었을 정도로 말 그대로 리그를 씹어 먹은 기록을 보여줬다.

흔히 볼삼비라고 얘기하는 BB/K도 1.35로(27볼넷 20삼진) 매우 좋다.

거기에 괴물 같은 장타율은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말 그대로 야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격언을 깨부수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위의 기록이 풀타임을 치렀을 때 이어질 거라는 보장은 없다.

시즌 전반기까지 리그를 폭격한 황인재(대전 피닉스) 역시 후반기에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 기자가 하고 싶은 말은 위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김수호는 현재 마린스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라는 것이다.

그리고 고작 두 달 전, 모든 야구팬은 단기전에서 한 선수가 미치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경험한 적이 있었다.

바로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

아마 마린스 팬들은 벌써 그때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야구 전문 기자로서 더 이상 야알못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예상해보자면,

2032년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팀으로 부산 마린스를 뽑겠다.

서상길 기자.

ㄴ 딱 보니까 기자 주식하면 삼전이랑 카카오에 넣겠네

ㄴ 뭔 개소리냐?

ㄴ 안전빵에 정배충이라는 거잖아 ㅋㅋㅋ

ㄴ 꼴린스 팬들 단체로 미쳤냐? 마린스가 정배?

ㄴ 단기전의 김수호, 허하준을 어케 막을껀데 ㅋㅋㅋㅋ

ㄴ 야구 전문 백수로서 조심스럽게 예상해보자면 사상 처음으로 와일드카드에서 업셋 당할 팀으로 부산 마린스를 뽑겠습니다.

ㄴ 캬~ 야.전.백 ㄷㄷ 정말 믿음이 갑니다.

ㄴ ㅋㅋㅋ 선발이 허하준인데 업셋? 그건 너희 희망 사항이고.

ㄴ 제발 꼴린스 놈들 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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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와일드카드 상대는 시즌 마지막까지 가서야 정해졌다.

스타즈와 이민수.

여유가 있는 우리와 달리 1패만 해도 탈락하는 스타즈가 첫 경기 선발로 3선발인 이민수를 내보냈다는 것 자체가 여기까지 오는 길이 꽤 험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고 이민수가 만만한 투수라는 건 아니다.

“이걸 다 보라고?”

하루 동안 주어진 휴식 시간.

그 시간을 허투루 쓸 수 없었다.

우리 팀은 좌타자가 두 명 밖에 없다.

우완 언더핸드 투수인 이민수를 효과적으로 공략하려면 좌타자에 발도 빠른 이주학의 활약이 필요했다.

“너만 잘하면 와일드카드 MVP 받을 수도 있는데?”

그럴 가능성은 0%에 수렴하지만, 꽤 반응이 좋았다.

“난 준비됐어. 시작하자.”

몸 푸는 건 어제 홈런 친 걸로 대신하고 온종일 스타즈의 타자들을 분석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워낙 자주 만난 덕분에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단기전이라 예상치 못한 작전이나 선수가 나올 확률이 높았다.

이미 올림픽 무대를 밟아봐서 그런가, 생각보다 많이 떨리진 않았다.

문제는 얜데.

“나 토할 거 같아. 사람이 너무 많아.”

“엊그저께도 만원 관중이었어.”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 그땐 져도 괜찮았잖아.”

포수라는 포지션이 언제부터 유격수의 멘탈도 관리해줘야 했는지 모르겠다.

“져도 괜찮은 경기가 어딨냐. 그리고 어제 MVP 따겠다고 큰소리쳤으면서.”

“오늘 선발이 허하준 선밴데 어떻게 내가 MVP를 받겠냐.”

오, 그걸 하루 만에 깨달았네.

“너 말 잘했다. 오늘 우리 선발이 허하준 선배인데 네가 왜 떠는 거야. 난 그 생각만 하면 이미 이긴 기분인데.”

“아이씨. 몰라. 네가 이상한 거 아냐? 너 솔직히 말해. 인생 2회차지?”

“올림픽 모르냐? 난 이미 거기서 실컷 경험하고 왔어. 그래서 오늘 수행은 했어?”

“아, 맞다. 고맙다. 수행해야지. 하스 어딨지?”

설마 했는데 진짜 안 했네.

마음 진정시키는 데 레타쿠만한 것도 없지.

이주학의 엄살이 하루 이틀 된 일도 아니고, 딱히 심정이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나도 올림픽 결승전 때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으니까.

이해는 하지만 긴장되는 일이 있을 때마다 내가 항상 오냐오냐해줄 수 없다.

“선배님, 주학이가 너무 긴장해서 토할 것 같답니다.”

“그래? 걔 어딨냐?”

그래서 이주학 우쭈쭈 담당 최치호에게 소식을 전해줬다.

나랑 방식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마 정신이 번쩍 들 거다.

사실 이주학만 그런 건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어수선해 보이는 게 역시 긴장한 듯 보였다.

5년 만에 첫 포스트시즌, 심지어 지금 선수단 중에 가을야구 경험이 있는 선수는 반 정도 됐다.

타자는 좀 많은데 투수는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이용기 그리고 허하준 정도.

“왔어?”

오늘도 어김없이 경기 시작 전 팬들이 들어오는 걸 구경하는 허하준에게 다가갔다.

“왜 웃어?”

“그냥요.”

그냥 그 모습을 보니까 웃음이 났다.

참 한결같은 사람이다.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저번 가을 땐 어땠어요?”

“뭐가?”

“그냥 선수들 분위기 같은 거요.”

“음, 좋았어.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면 첫 경기에서 진 거?”

지금은 없지만, 그때 외국인 용병이었던 선수가 꽤 호투했는데 당시 불펜이 날려 먹은 거로 기억한다.

하필 첫 경기부터 블론세이브라니.

“그래도 나쁘지 않았어. 강주호 선배나 강기호 선배 두 명이 워낙 잘했으니까.”

“뭐냐, 내 얘기가 왜 나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강기호가 서 있었다.

“내 뒷담 까는거야?”

“에이, 설마요.”

“쯧, 재미없는 놈들. 혹시 쫄아있을까 봐 왔는데 괜히 왔네. 누가 배터리 아니랄까 봐 아주 똑같아 똑같어.”

혀를 찬 강기호가 우리 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하준아, 수호야.”

“예?”

“왜 그러세요. 안 어울리게.”

“스읍, 조용히 좀 있어 봐. 나도 우승하면 썰 풀 게 하나쯤은 있어야지. 크흠. 지금까지 정말 고생 많았다. 코치는 너네 믿는다. 져도 괜찮으니까 씩씩하게 던지자.”

“진짜 져도 돼요?”

“내가 된다고 해도 저 팬들이 허락해주겠냐?”

“하긴 그렇죠.”

“아무튼 감독님한텐 완벽하다고 전해드릴 테니까 편하게 있어라.”

강기호가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고 갔다.

슬슬 경기 시간이 다가왔다.

어느새 해가 지고 가을이 됐다고 알리는 쌀쌀한 바람이 불어올 때쯤.

“갈까요?”

“좋지.”

드디어 가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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