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01화 (101/203)

101화 기록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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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라이벌은 붙이기 나름이다.

성적, 지역, 모기업의 업종, 심지어 구단명으로도 만들어지는 게 라이벌이다.

예를 들면 유이하게 남은 원년 구단인 마린스와 에이스의 클래식 시리즈, 한 지붕 두 가족이라 불리는 프렌즈와 호올스의 잠실 시리즈 등이 있다.

이러한 요소는 야구에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지, 그 자체만 놓고 봤을 때 재밌다고 하긴 힘들었다.

하지만 순수하게 재미 하나만으로 만들어진 라이벌전이 있으니, 바로 꼴찌 시리즈라 불리는 마린스와 피닉스의 경기였다.

역대 꼴등 순위를 따지면 1, 2등을 다투는 두 팀답게 엉성한 실력으로 타 팀 팬들까지 공감하면서 만들어진 관계.

명실상부 라이벌인 두 팀의 올 시즌 상대 전적은 마린스의 8승 7패.

이제 이번 시즌 맞대결을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불어 두 팀 사이에 올해부터 추가된 라이벌전이 있었으니, 바로 김수호와 황인재의 관계였다.

두 꼴찌팀에서 등장한 두 신인 선수.

자연히 양 팀 팬들은 두 선수를 치켜세우기 바빴다.

ㄴ 김수호가 황인재보다 낫다는 놈들은 전형적인 야알못이지 ㅋㅋㅋ 시즌 초부터 나왔으면 지금쯤 2할따리 치고 있을 듯?

ㄴ 시즌 후반에 투수들 체력 다 떨어질 때 나와서 스탯 쌓는 거 좀 졸렬하긴 해.

ㄴ 그래서 김수호보다 80경기나 많이 나온 황인재는 홈런 40개는 쳤나요?

ㄴ 어후 ㅉㅉ. 야구를 홈런으로만 보냐?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비까지 끼면 닥치고 김수호 승인데?

그리고 어제, 두 선수 모두 홈런을 쳤지만, 상대적으로 둘에 비하면 실력이 부족한 선수에게 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때마침 두 팀 간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 양 팀 선발이 에이스라 부를 수 있는 외국인 선수들이 등판했으니 팬들의 이목이 쏠렸다.

마린스 팬들은 이미 안중에도 없는 피닉스 팬들의 입을 조용하게 만들고 싶었다.

반대로 피닉스 팬들은 마린스가 4위인 것도 화나는데 마지막 경기에 져서 상대 전적까지 뒤지면 내년 개막 전까지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처지라 무조건 승리를 원했다.

특히 자팀의 신인 선수는 잘하고, 상대 팀의 신인 선수는 못 하길 바랐고, 1회 황인재가 삼진당했을 때 피닉스 커뮤니티는 불타올랐다.

ㄴ 룩삼 ㅋㅋㅋㅋㅋ 수준 ㅋㅋㅋㅋㅋ

ㄴ 증명됐죠? 걍 못하는 선수 두드려서 쌓은 스탯이죠?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점령한 마린스 팬들을 보면서 피닉스 팬들이 신음을 흘렸다.

이제 피닉스 팬들이 기댈 수 있는 건 에릭 니콜라스가 김수호를 똑같이 삼진으로 잡아내는 것뿐.

때마침 2회 말의 선두타자인 김수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 스트라이크

ㄴ ㅅㅅㅅㅅㅅ 이거지!!

2구, 김수호가 헛스윙하면서 2스트라이크.

ㄴ 역시 ㅋㅋㅋㅋㅋ 바로 삽질하죠?

그리고 3구.

‘어?’

야구를 보다 보면 투수가 공을 놓는 직후 불길한 예감이 들 때가 있다.

바로, 지금 같은.

-쳤습니다! 우중간, 우중간! 떨어집니다! 우익수 공을 따라갑니다! 그 사이 김수호는 여유롭게 2루까···.

TV를 끈 피닉스 팬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한동안 커뮤니티는 끊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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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주자 2루는 1점을 뽑기에 완벽한 찬스다.

이론상 번트 2번을 대도 득점할 수 있는 상황.

아니면 최소한으로 보장된 세 번의 타격 기회에서 단 하나의 안타만 치면 된다.

특히 선취점이 중요한 이 상황에서 득점을 할 수 있는가를 두고 강팀과 약팀으로 분류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상황을 전문용어로 고오급야구라고 한다.

-따악!

강주호가 친 우익수 쪽으로 높이 뜬 타구에 태그업, 3루에 들어갔다.

-따아악!

잭 미켈의 다시 한번 외야로 날아간 타구에 홈으로 들어오면서 득점.

무사 찬스에서 고작 1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번 득점이 마린스의 변화를 상징할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이런 상황에서 득점조차 못 하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이후 추가 득점은 없지만 선취점을 등에 업은 웰링턴이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뭐에 홀린 듯 휘두르는 피닉스 타자들의 방망이는 공에 닿지 못했다.

결국 웰링턴이 8이닝 동안 세 번의 출루만을 허용한 채 9회가 시작됐다.

9회 초, 피닉스의 마지막 공격.

구장에 무언가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허하준이 워낙 많은 완봉승을 기록해서 덜 와닿긴 하지만, 커리어 동안 한 번의 완봉승이 없는 투수도 허다했다.

그건 웰링턴도 마찬가지.

마운드의 올라온 웰링턴의 공을 받으면서 상태를 점검했다.

151km, 152km, 150km.

삼 구 연속으로 150km 이상의 공이 들어올 만큼 구위엔 문제없다.

오늘 경기 8이닝 동안 피닉스 타선을 꼼짝 못 하게 만들었던 커브 역시 마찬가지.

오늘 웰링턴이 허용한 안타는 단 2개.

그중 하나의 주인인 황인재가 타석에 들어섰다.

가장 큰 고비이자,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

2만여 명의 관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웰링턴의 다리가 움직였다.

-퍼엉!

“스트라이크!”

웰링턴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바로 낮은 존을 공략하는 포심.

이번에도 역시 꽂히듯 들어왔고, 황인재가 노림수를 가진 듯 주저 없이 휘둘렀지만, 공은 미트 속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왔다.

오늘 웰링턴의 구위가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는 공이었다.

‘다시 포심이요.’

사인에 고개를 끄덕인 웰링턴의 2구.

“스트라이크!”

“와아아아-!!”

아웃이 된 것도 아니었지만, 함성의 이유가 있었다.

전광판에 찍힌 숫자, 154km.

자체 최고 구속마저 갱신한 웰링턴은 세 번째 공을 뿌렸다.

“볼!”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볼이 되긴 했지만, 날카로웠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다음 공을 생각해야 할 차례.

마무리는 역시 커브였다.

바깥쪽에 살짝 걸치듯 들어온 커브.

“스트라이크 아웃!!”

황인재가 방망이를 냈지만, 허망하게 헛돌고 말았다.

“Woooo!!!”

“스트라잌 아웃!!!”

그리고 이번 경기의 마지막 아웃마저 자신이 잡아내면서 프로 인생 첫 번째 완봉승을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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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1 : 0 대전 피닉스]

[웰링턴, 커리어 사상 첫 완봉승! 9이닝 11k 2피안타 1볼넷. ‘킴은 내 야구 인생의 은인이다. 반드시 그의 소원을 들어주고파’라며 김수호 언급.]

[패배가 뭐죠? 13연승 질주 마린스! 4위 굳히기 들어가나.]

[강주호, ‘팀 전원이 하나 되어 움직이는 느낌이다’라며 ‘프로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 반드시 우승으로 팬 여러분에게 보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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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0경기를 남은 시점에서 하루의 휴식을 즐기고 다시 경기가 시작했다.

시즌 종료를 앞둔 카운트가 시작됐고, 그 시작은 대구 에이스와 홈 2연전.

첫 경기, 지난번에 보지 못했던 제이든 스미스의 스플리터 위력을 제대로 맛봤다.

무릎이 괜찮아진 건지 양준이 선발등판 하면서 같은 투수가 맞나 싶은 정도로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후, 왜 우리 상대가 되면 죄다 1선발들이 등판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스도 잘 던졌지만, 결국 제이든 스미스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4대2 패배.

길었던 연승이 끝이 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스타즈는 이겼고, 챌린저스가 지면서 아직 4위를 유지한 상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었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다 해도 우린 언제나 상대의 1, 2선발과 싸워야 한다.

물론 벌써 생각하기엔 일렀지만, 우리 선수 중 누구도 가을 야구에 실패한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없다.

다음 날 이어진 에이스와 시즌 마지막 맞대결. 각 구단을 대표하는 땅볼 투수 두 명이 맞붙게 됐다.

김호기와 멧 위버.

선취점을 낸 건 우리였다.

최근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는 박은성이 첫 타석부터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어서 도루까지 성공시키고 최치호의 깔끔한 안타로 득점.

이어서 오준혁이 3루 땅볼로 아웃되긴 했지만, 그 사이 최치호가 2루에 들어갔다.

어제 패배를 설욕하라는 듯 점점 커지는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타석에 들어왔다.

오늘도 포수는 양준이었다.

“흐, 언제 들어도 무시무시하구먼.”

“저도 들으면서 놀라요.”

“복 받은 거지. 포수 하기 얼마나 좋은 환경이냐. 투수 멘탈 관리가 제일 힘든 건데 그걸 팬들이 해주니까 좋지?”

음, 가끔 원색적인 비난을 듣고 창백해진 투수 얼굴을 보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닌데.

물론 타석으로 한정시키면 이보다 더 좋은 환경이 없다.

투수가 견제하면 대신 혼내주니 그 이후 제구가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번 타석엔 1루 주자가 없어서 그건 어렵지만.

“4번 타자! 김수호!”

“홈런! 김수호!”

“수호야! 한 방 쌔리자!”

저렇게 응원하는 것만으로도 압박을 느낄 거다.

“옛날 주호랑 기호 때보다 더 큰 것 같다?”

“에이. 그땐 구단이 완전 황금기였는데, 설마요.”

만약 정말 비슷하다면 지금 와 있는 팬들이 그때 그 시절, 혹은 그 이상을 기대한다는 건데.

그럼 그에 맞는 보답을 해줘야겠지?

멧 위버는 투심, 싱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으로 땅볼을 유도해내는 선수.

특히 싱커가 제일 위력적이다.

‘근데 오늘 싱커 제구가 별로 안 좋았지.’

박은성에게 볼넷을 준 것도 싱커였다고 들었다.

제구가 안 되는 공을 결정구로 사용하는 건 부담일 것이다.

아마 카운트를 잡는 용도로 쓰지 않을까 싶은데.

“볼!”

초구는 아예 빠져버렸다.

양준이 몸을 날리면서 공을 겨우 잡아냈다.

궤적을 보아하니 싱커 같은데, 아예 배제해도 될 듯했다.

이 정도로 제구가 안 되는 공은 안 던지느니만 못하다.

양준이 모를 리는 없고, 투수 스스로가 의식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멧 위버는 상당히 감정적인 투수다.

비교하자면 이재익과 배터리를 이룬 웰링턴 정도?

그러면 답은 쉽지.

땅볼 투수에게 땅볼을 유도할 결정구가 사라졌다.

즉, 다른 평범한 투수와 별 다를 바가 없다는 말.

-퍼억!

“볼!”

2구 역시 볼이 됐고, 압도적으로 유리한 카운트가 됐다.

-따악!

“파울!”

“스읍, 하아.”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는 공을 놓치고 아쉬움에 한숨이 나왔다.

뭐, 좋다.

아직 카운트에 여유가 있는 건 나였다.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 낮은 공은 아예 배제하고 다음 공을 기다렸다.

볼카운트 2-1.

-따아아악!

‘제대론데?’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공을 밀어 때렸다.

손을 울리는 진동에 1루로 뛰면서 타구를 바라봤다.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간 타구가 그대로 폴대 아래쪽에 맞고 경기장에 떨어진 순간.

-와아아아아!

경기장은 박수와 환호성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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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 위버 선수가 고개를 떨구고 마운드에서 내려갑니다.]

[아직 5회가 채 끝나지 않았는데, 아쉽네요.]

에이스는 결국 후반기 직후 양준의 공백을 버티지 못하고 5위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한 상황.

이미 패색이 짙은 경기를 끌고 가기보단 차라리 새로운 얼굴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에이스 벤치의 판단이었다.

선두타자 볼넷 이후 교체된 마운드.

그 상황을 김수호가 타석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윤재형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올 시즌 첫 등판이죠?]

[예. 2군에서 21경기 등판해 4.17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습니다.]

[승패와 관계없이 윤재형 선수에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아, 2군에서 김수호 선수와 상대한 적이 있군요. 올 시즌 3타수 무안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이야, 김수호 선수를 상대로 이런 기록이 있는 투수가 있었나요? 기대되는군요.]

[스코어 4대0, 무사 주자 1루. 타석엔 오늘 홈런이 있는 김수호입니다!]

신인 투수에게 너무 가혹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는 던져야 했으며, 단지 그게 윤재형이 됐을 뿐이다.

윤재형은 마운드에서 양준이 해준 말을 되새겼다.

‘그래. 예전에 내가 이긴 적도 있고, 잃을 것도 없지.’

벌써 반년이나 지난 기록이었지만 기록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

‘초구 포심.’

어차피 윤재형에게 선택권은 없다.

양준의 사인을 본 윤재형이 심호흡 한 번을 하고 투구를 시작했다.

‘나는 잃을 게 없다, 나는 잃을 게 없다.’

공에서 손이 떠나고, 마지막으로 되새겼다.

‘나는 잃을 게....’

-따아아악!

[중견수! 타구를 따라가길 포기합니다! 김수호! 시즌 29번째 홈런이 터집니다! 이제 30홈런까지 단 한 걸음 남습니다!]

[높이 들어온 공이 제대로 걸렸네요. 김수호 선수는 저런 공을 놓치는 선수가 아니죠.]

“...없다.”

윤재형은 환호하는 사람 중에 자신의 편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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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마린스 7 : 3 대구 에이스]

[마린스 가을 야구 매직넘버 7! 드디어 가을이 보인다!]

[하루 만에 끊은 패배, 이정훈 감독 ‘우리는 승리하는 법을 안다]

[김수호 시즌 28, 29호 홈런 작렬! 벌써 세 번째 멀티 홈런, 30호의 제물이 될 팀은 어디? 다음 상대는 1위 돌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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