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98화 (98/203)

98화 가을 향기가 난다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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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루홈런엔 만루홈런으로! 짜릿한 역전승, 마린스 9연승 달성!]

[치명적인 블론세이브를 잊게 만드는 완벽한 스윙. 김수호 시즌 25호 홈런포!]

[마린스를 찾아온 두 번의 위기, 20살 루키 듀오가 승리로 이끌다.]

[이게 국가대표 1번 타자다! 이규영, 4타수 3안타 3득점 맹활약 펼치며 챌린저스에 4대1 승리!]

ㄴ 꼴)ㅅㅅㅅㅅㅅㅅ 형님들 감사합니다~

ㄴ 우리 기사에 왜 꼴린스가 와서 좋아함?

ㄴ 쟤네 오늘 이겨서 5위 됨 ㅋㅋㅋㅋ 와, 꼴린스 기어이 5위까지 왔네.

ㄴ 챌린저스는 이러다 가을 못 가는 거 아니냐?

ㄴ 지금 기세론 스타즈, 마린스가 정배긴 함.

ㄴ 울) ㅠㅠㅠㅠ 우리도 있어....

ㄴ 울프즈도 못하는 건 아닌데 마린스가 넘 잘한다 ㄷㄷ

ㄴ 진짜 가냐? 진짜로???

[이정훈 감독, 이번 경기 수훈 선수로 김수호와 이호민 꼽아, ‘마린스의 미래는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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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아직도 끈적이네.

씻긴 했지만, 아직도 끈적임이 남아있는 듯했다.

오랜만에 친 끝내기 홈런.

그 대가로 더그아웃에 있는 모든 음료수를 뒤집어썼다.

특히 홈에 도착하기 직전 맘고생 하던 이용기가 양손에 음료수를 장전한 걸 봤다.

그래, 스트레스도 풀고 좋았지 뭐.

아무튼 경기가 끝났을 때 우리는 두 가지 좋은 소식을 받았다.

하나는 웰링턴의 부상이 매우 가볍다는 것.

다음 경기에 무리 없이 출장할 수 있다는 소견을 받았다.

최근 기세가 좋았던 웰링턴인 만큼 로테이션에 이탈하면 그 빈자리를 채우긴 쉽지 않았다.

오늘은 이호민이 그 자리를 채웠지만, 다음 경기에서도 그게 가능할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또 다른 좋은 소식은 바로 돌핀스가 챌린저스를 잡아줬다는 소식이다.

돌고래 : ㅋ 봤냐?

경기가 끝나고 핸드폰을 켜자 이런 문자가 와 있었다.

내가 보낸 문자가 효과가 있었던 걸까.

기사를 보니까 이규영이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며 승리했다는 게 보였다.

어제 경기가 없던 스타즈가 오늘 이기고 챌린저스가 지면서 4위 스타즈, 5위 우리, 6위 챌린저스가 됐다.

각 0.5경기밖에 차이가 안 날 만큼 안심할 순 없지만, 5위는 5위다.

드디어 가을 야구의 시작점에 도달한 거였다.

팀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9연승과 동시에 5위가 된 거니 안 좋을 수가 없지.

베테랑이든 신인이든 가릴 것 없이 기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올해도 꼴등이냐, 9등이냐를 다투던 상황에서 5위까지 올라왔으니 말 다 했지.

하지만 벌써 만족하기엔 부족했다.

당장 순위가 확정된 것도 아닐뿐더러 만약 우리가 가을에 간다면 지금 다투고 있는 스타즈와 챌린저스가 그 상대가 될 거다.

4위에게 강력한 어드벤티지가 있는 이상, 기왕 욕심낸 김에 4위까지 노려볼 생각이다.

그 이후는 딱히 생각할 것도 없는 게, 일정이 정해져 있으니까.

나이츠, 프렌즈를 이기고 창원으로 가면 된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이규영에게 답장하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잠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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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호올스는 올 시즌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다.

호올스 팬들에게 10위란 너무 어색하고, 들어본 적 없는 등수였다.

10위보단 5위, 5위보단 1위가 어울렸던 팀이 바로 호올스였으니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성적에 충격받은 호올스의 모기업에서 올 시즌이 끝나고 대대적인 영입에 들어간다고 했는데 그건 뭐, 시즌 끝나고 얘기고.

아무튼, 호올스는 전반기가 끝날 당시 상대 전적과 등수가 좋았던 유일한 팀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만만한 팀은 아니다.

이 팀의 가장 큰 강점은 유망주가 끊임없이 튀어나온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지금 타석에 들어선 이 선수처럼.

주호성.

9월 확장 엔트리로 올라온 타자인데 성적이 예사롭지 않다.

넓은 잠실 구장을 쓰면서 홈런도 5개를 쳤고, 2할 후반의 타율, 그리고 타율과 1할 넘게 차이나는 출루율로 최근 호올스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선수로 알고 있다.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다.

아직 정보도 적은데 한 방도 있고 선구안도 좋아서 뭘 던져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2회 말 2아웃, 주자 2루 상황.

정보도 그다지 없고, 안타 하나면 실점 하는 상황.

우선 하스에게 바깥쪽 포심을 요구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발은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었다.

만약 발까지 빨랐다면?

이 성적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이규영보다 까다로운 타자가 나오는 거였다.

“볼!”

충분히 방망이를 끌어낼 만한 코스였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역시 타격과 출루율의 갭이 1할 이상 차이나는 선수는 까다롭다.

‘몸쪽에 포심 하나 주세요.’

이럴 땐 역시 빠른 승부를 하는 게 맞았다.

특히 이런 타자를 상대로 볼 카운트가 몰릴수록 불리한 건 우리였다.

-퍽!

“스트라이크!”

후, 다행이다.

이것마저 볼이 됐으면 1루로 보내는 게 나을뻔했다.

아슬아슬했지만 포구하면서 공을 살짝 존에 집어넣으면서 만든 스트라이크.

이걸 허투루 쓸 생각은 없다.

1-1에서 바깥쪽 낮게 요구한 투심.

“파울!”

예상보다 높게 들어왔지만, 처음으로 방망이를 끌어냈다.

이제 세팅이 끝났다.

‘몸쪽 커터, 깊게요.’

하스가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투구 동작을 시작했다.

내 리드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던져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고맙기도 하고, 부담되기도 한다.

모든 볼 배합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세이버메트리션들은 볼 배합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말하니까.

뭐, 허구든 뭐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결과다.

-퍽!

“스트라이크 아웃!”

우타자 몸쪽으로 휘어 들어가는 터무니 없는 공에 방망이가 끌려 나왔다.

“나이스! 하스!”

위기에서 가장 좋은 결과.

선구안이 좋다는 타자치곤 허무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나름 고심한 볼 배합이 좋게 이뤄졌다.

“마지막 공, 좋았는데?”

“그쵸?”

더그아웃에 들어가자 강기호가 웃으면서 반겨줬다.

2구에 던졌던 몸쪽 포심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게 주효했다.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그것과 비슷하게 날아오는 커터에 선구안이 좋은 타자라면 무조건 휘두를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설명을 들은 강기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타석에서도 잘 써봐. 쟤, 오늘 꽤 고생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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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호의 말처럼 주호성은 경기 내내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야구가 좀 묘한 게, 이런 날 유독 그 선수에게 기회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

2회 2루, 5회 1, 2루, 그리고 방금 7회 1, 3루까지.

세 번의 찬스를 전부 살리지 못하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답답하겠지.

저 마음 이해가 된다.

왜냐면 나도 오늘 득점권에서 잔뜩 죽 쑤고 있거든.

하지만 경기는 우리의 성적과 상관없이 팽팽하게 진행됐다.

양 팀의 선발 투수들이 사이좋게 6이닝 3실점씩 하고 내려간 상황.

이어진 불펜 싸움에서도 어찌어찌 막아내면서 8회까지 흘러왔다.

마치 해안가에서 모래성 쌓기를 하는 기분이다.

평소보다 아주 약간 강한 파도가 와도 순식간에 모래성이 휩쓸릴 것 같은 위태위태한 기분.

그리고 오늘, 세 번의 기회를 날려 먹은 내 앞에 또다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선두타자 오준혁의 2루타로 단번에 득점권 찬스 상황.

마운드엔 한치성.

김영태와 같이 호올스의 불펜을 지탱하는 투수다.

문제는 부상 때문에 올 시즌 등판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초구가 날카롭게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전광판을 슬쩍 보니 147km가 찍혀있다.

그리고 이어진 2구는 볼.

‘타이밍 잡기가 쉽지 않네.’

이전 세 타석의 영향일까, 아니면 오늘이 특히 집중이 안 되는 날인 걸까.

하긴, 매일 매일 공이 잘 보일 순 없는 법.

그때 외야 쪽으로 빠져있는 3루수가 눈에 들어왔다.

‘흐음, 한 번 해봐?’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투수가 3구를 던졌을 때, 방망이를 눕힌 채 공에 갖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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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트! 기습번트입니다! 투수 급하게 잡아서 1루로! 아, 공이 뒤로 빠집니다! 3루 주자 홈으로, 타자 주자는 2루까지! 김수호, 재치있는 플레이로 앞서가는 점수를 만들어냅니다!]

[하하, 누가 생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오늘 3타수 무안타지만 현재 리그 최고의 타자인 김수호가 기습 번트라뇨!]

[생각해보면 올림픽 때 엄청난 번트 실력을 선보인 적 있죠?]

[예. 그렇다 하더라도 이건 굉장히 의외의 선택입니다. 저희도 이렇게 놀랐는데 선수들은 어떨까요. 항상 저희를 놀라게 하는 선수입니다.]

[김수호에 이어서 5번 타자 강주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정말 살벌한 타선입니다. 호올스 입장에선 반드시 여기서 막아야 합니다!]

강주호가 2루에 서 있는 김수호를 바라봤다.

‘영악한 놈.’

오늘 컨디션이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번트를 댈 줄이야.

‘흐음, 나도 대봐?’

김수호의 번트에 이미 놀란 사람들이 아예 기절하지 않을까?

물론 강주호는 번트를 잘 대는 선수도 아니고, 발도 느렸다.

굳이 그런 선택을 할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재미.

하지만 재미보단 팀의 승리가 급했고, 한치성의 공을 가볍게 밀어치면서 우익수 앞에 안타를 만들어냈다.

그 사이 김수호가 전력으로 홈에 들어오면서 득점.

이후 대주자로 교체되고 김수호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무슨 생각으로 댔냐?”

“3루에 보내면 선배님이 점수 내주실 줄 알고 댄 거죠.”

“그건 맞는데 너무 자주 대진 마라. 저것도 가끔 해야 효과가 좋은 거야.”

“옙!”

넉살스럽게 대답하는 김수호를 보고 웃고 넘겼다.

강주호의 타점 이후 추가 득점은 없었지만, 2점은 최근 마린스의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넉넉한 점수였다.

8회에 올라온 정태석이 안타를 맞긴 했지만 무실점.

9회 마린스 공격은 삼자범퇴로 끝나고 9회 말, 이용기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마린스의 마무리, 이용기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시즌 20세이브까지 단 하나만 남은 상황이죠?]

[예. 그렇습니다. 최근 나이츠 전에서 만루 홈런, 그 이전 경기인 챌린저스 전에서도 무사 1, 2루를 허용하는 등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이용기 선수인데요. 오늘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군요.]

[말씀하셨던 두 경기 모두 김수호 선수가 활약하면서 마린스의 승리로 끝났죠?]

[예. 오늘도 김수호 선수가 재치있는 플레이로 앞서가는 점수를 냈는데 과연 9회 말은 어떻게 될까요.]

[타석엔 4번 타자, 강신이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오늘 두 개의 안타와 타점이 있습니다.]

해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이용기가 투구를 시작했고, 곧 청량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강신이는 자신의 이번 경기 세 번째 안타를 2루타로 장식했다.

2점의 여유가 있긴 하지만 선두타자 2루타는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

[쳤습니다! 2루수가 잡아서 곧바로 1루로, 아웃입니다! 그사이 주자는 3루에 들어갑니다.]

[스트라이크 아웃! 역시 김수호, 3루에 주자가 있어도 포크볼을 던지는 데 주저함을 없게 만드는 완벽한 블로킹입니다!]

그나마 이어지는 타자 둘을 땅볼, 삼진으로 처리하면서 2사 주자 3루.

그리고 오늘 최악의 컨디션이었던 주호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이 상황에서 한 방이 있는 타자라.’

9월에 친 다섯 개의 홈런 중 4개가 홈에서 친 홈런이다.

그 말은 실투가 나오면 순식간에 동점이 될 수 있다는 뜻.

‘일단 바깥쪽 슬라이더로 간 좀 볼까?’

이용기가 사인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

“스트라이크!”

‘오?’

생각보다 쉽게 방망이를 끌어냈다.

‘왜 이러지?’

나쁠 건 없는 상황이니 이어서 포크볼.

하지만 너무 일찍 떨어진 포크볼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바운드가 됐다.

겨우 막아내긴 했는데.

“스트라이크!”

‘엥?’

주호성의 방망이가 엉거주춤하게 나가다 멈췄다.

하지만 주심은 이미 돌았다고 판단, 스트라이크가 선언됐다.

‘뭐, 나야 좋지.’

아무래도 오늘 컨디션이 최악인 거 같은데.

“스트라이크 아웃!”

그런 상황에 하이패스트볼은 그야말로 완벽한 공이였다.

걱정했던 것보단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후, 내 심장이야. 수호야 미안하다. 포크가 손에서 빠졌네.”

“괜찮습니다. 근데 선배님, 미안하다는 말보단 고맙다는 말이 좋은 거 같습니다.”

“그래? 고맙다 수호야.”

화기애애한 배터리의 주변에 곧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이걸로 10연승, 구단 최다 연승까지 단 1승 남았다.

그나저나 망연자실한 표정의 주호성이 신경 쓰이긴 했다.

‘기대했는데, 아쉽네.’

김수호는 그 이유가 자신인 건 몰랐다.

아무튼 마린스의 9월은 완벽했고, 주호성의 9월은 최악의 마무리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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