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화 가을 향기가 난다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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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퍼펙트게임, 삼중살 두 번, 올 시즌 최다 연승 마린스, 챌린저스만 만나면 기록이 쏟아진다!]
[이젠 정말 한 걸음!!, 마린스, 5년 만에 가을 야구 성공하나. 4위 스타즈와 한 경기 차 6위! 챌린저스는 0.5경기 차 5위로 떨어져.]
[칠 때마다 기록 김수호. 벌써 24호 홈런! 시즌 30홈런 가능할까.]
ㄴ 이론상 풀 경기 뛰면 60홈런 가능하다는 거 아니냐?
ㄴ 킹론상 그 이상도 가능하지. 지금 1.66경기당 1홈런인데 계산하면 86홈런임.
ㄴ 강주호 최다 홈런 기록이 몇이지? 45홈런인가?
ㄴ ㅇㅇ 미국 가기 직전에 친 거.
ㄴ 와, 그때 강주호 포스 지렸는데 김수호는 웰케 만만해 보이냐?
ㄴ 그게 문제지 ㅋㅋㅋㅋ 강주호는 딱 봐도 무서워서 승부 피했는데 얘는 만만해 보이는 놈이 홈런도 존나아아아 잘 침.
ㄴ 일단 주장님이랑 외모부터가···.
ㄴ 수호가 잘생기긴 함.
ㄴ 아무튼 황인재도 역대급이었는데 얘는 진짜 어디까지 성장할지 감도 안 잡힌다. 거기에 포수? 하.
[9회 치명적인 삼중살, 챌린저스 승리할 자격이 없었다. 박지명 결국 2군행.]
ㄴ 아오, 몇억씩 받는 놈들이 왜 1루까지 뛰는 걸 포기하고 안 뛰냐고 ㅡㅡ
ㄴ 김수호가 약은 거지. 어린놈이 잔머리만 굴리고.
ㄴ ㅋㅋㅋㅋ 박지명이 1루로 뛰었으면 걍 잡았을 텐데? 그리고 주자들도 뇌절해서 아웃당한 거지 ㅉㅉ
ㄴ 아무튼 잘 먹고 갑니다~ 꺼억~
ㄴ 챌린저스 맛집이네 ㅋㅋㅋㅋ 꼭 5위로 올라오세요 ^^ 위에서 기다릴게요 ^^
ㄴ 꼴린스 놈들한테 이딴 소리 듣게 만드네. 개빡친다. 잘 좀 하라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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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 전이 끝나고 이틀간 경기가 없었다.
따로 뭘 하진 않았고 웰링턴의 딸, 엘리의 생일이 있어 선수들이 짤막하게 축하를 해주러 왔다.
어쩌다 보니 가장 먼저 도착해 웰링턴에게 갔다.
“브로!”
“웰! 정말 축하해요. 엘리, 안녕?”
“브아!”
웰링턴의 품에 안긴 엘리가 버둥거리면서 말했다.
“하하. 엘리가 네 품으로 가고 싶다는데? 어때, 한번 안아볼래?”
“그래도 돼요?”
“당연하지. 자, 엉덩이를 받치고, 목이 꺾이지 않게 뒤를 받아줘. 오케이. 그렇지.”
이제 한국 나이로 2살, 태어난 지 이제 막 1년이 된 아이를 안은 소감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그리고 조심스러웠다.
“엘리는 편한 거 같은데 브로, 네가 불편해 보이는데?”
“그래 보여요?”
그냥 어떻게 자세를 취해야 할지 모르겠다.
쭈뼛거리면서 서 있는데 엘리가 버둥거리면서 내 얼굴을 만졌다.
“브라!”
“응? 엘리, 뭐라고?”
“브로!”
“방금 들었어? 맙소사, 엄마, 아빠 다음에 하는 말이 브로일 줄이야! 브로, 잠깐만 엘리랑 있어!”
웰링턴은 그대로 엄마 웰링턴을 찾으러 갔고, 졸지에 아기 웰링턴과 둘이 남았다.
“어, 김수호!”
이도 저도 못 하고 있을 때 뒤쪽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뭐야, 빨리 왔네? 웰링턴은 어딨어? 어, 얘가 엘리야?”
이주학이 품에 안긴 엘리를 보자 냉큼 달려왔다.
“와, 진짜 이쁘네? 웰링턴이 잘생기긴 했어.”
“가까이 오지 마. 애 운다.”
“너는 괜찮은데 난 안된다고? 내가 조카들한테 얼마나 인기가 많은데.”
하지만 이주학이 가까이 오자, 엘리가 울기 시작했다.
“엘리!”
그 소리를 듣고 순식간에 웰링턴 부부가 달려왔다.
아기가 우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지만 타이밍이 참.
“리! 와줘서 고마워.”
엄마 웰링턴이 엘리를 챙기고 아빠 웰링턴이 이주학을 환영했지만, 방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선수들이 왔을 때 더 심해졌다.
“안녕?”
“브아!”
이건 허하준.
“와, 아가 아빠 닮아서 눈 엄청 크네.”
“으아아아앙!”
이건 강주호.
“내가···. 강주호 선배님이랑 동급....?”
믿기지 않는지 손까지 떨면서 바라봤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하긴, 나 같아도 지금 이주학을 보면 좀 무섭긴 하겠다.
“힘내라.”
“...꺼져.”
그렇게 짧은 휴식을 즐기고 다시 경기 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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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팬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반타작만 해도 가을 야구를 할 수 있는데 그것도 못 하냐고.
맞는 말이다.
10개 구단이 각각 144경기를 치르니까 5등, 그리고 72승, 즉 5할만 거두면 된다.
근데 이 조건에 충족하는 팀은 얼마 없다.
말이 5할이지 5할을 지키던 챌린저스가 무너진 이후 승률이 50% 이상인 팀은 상위 세 팀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가 5할을 기록하려면 남은 경기에서 10승 1무 5패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뭐 봐?”
“아, 그냥 이것저것 계산해 보고 있었어요.”
오늘 선발투수인 허하준이 다가왔다.
“5할?”
“네. 그냥 계산해봤는데 잘하면 될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요.”
“그래? 한 번 봐봐.”
쭉 훑어보던 허하준이 펜을 뺏어갔다.
그러더니 10승이라 적힌 곳에 쭉쭉 선을 긋더니 6으로 바꿨다.
“왜 6승이에요?”
“음, 앞으로 내가 4번 정도 나오니까?”
허하준의 자신감에 익숙해진 나였지만 그래도 이건 좀···.
“뭐야, 그 표정은?”
“아뇨. 그냥 대단해서요.”
이왕 이런 말이 나온 김에 6을 다시 그었다.
“어제 보니까 웰링턴 분유 버프가 엄청나던데요?”
다시 쓰인 숫자는 3.
최근 기세를 생각하면 3승은 충분히 가능했다.
그리고 또 그었다.
“하스 운이면 2승 정도는 하지 않을까요? 명색에 우리 팀 최다승 투순데.”
이제 남은 숫자는 1.
다시 한번 숫자를 긋자 이제 남은 수는 하나밖에 없다.
“김호기 선배도 1승은 하죠.”
그렇게 0.
“어때요?”
“좋은데?”
1선발이 4승, 2선발이 3승, 3선발이 2승, 4선발이 1승, 합이 10승.
참 공평하지 않나?
“근데 무승부는?”
“아, 맞네요. 음···. 이건 어때요?”
-이호민 구원승.
“좋지.”
“이대로 하려면 오늘 무조건 이겨야 하는 거 알죠? 컨디션 어때요?”
“푹 쉬어서 좋아. 공 한번 받아볼래?”
“좋죠. 빨리 가요.”
허하준의 공은 자신감대로 완벽했다.
이제 계획대로만 되면 되는데.
어떠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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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이름이 로스터에 추가됐다.
일단 최치호가 다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쟤 표정 왜 저러냐? 2번이 그렇게 좋았나?”
“그런 거 아닐걸요?”
“그럼 왜?”
이주학의 프라이드를 위해 비밀로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외적으로 강주호랑 비슷한 평가를 받은 거니까.
그것도 가장 객관적이라는 애한테 말이다.
“그 기분 나쁜 눈빛은 뭐냐?”
“아냐 아냐. 잘 쉬었냐?”
“아니.”
뭐 아무튼 최치호는 2번에 복귀했고, 이주학은 다시 9번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호민이 다시 로스터에 돌아왔다.
최근 잦은 등판으로 고생 중인 불펜진에 큰 힘이 될 거 같다.
오랜만에 가동되는 풀 전력.
상대는 수원 나이츠였다.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한 팀이었지만, 오히려 다른 팀을 만날 때보다 가벼운 마음이었다.
이미 3위라는 성적을 확정지은 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러 시험을 하면서 포스트시즌에 대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저번 주 경기에서 여러 라인업을 내면서 실험적인 모습을 보였으니까.
하지만 오늘 라인업을 보니 전부 주전뿐이었다.
“이야, 라인업 봐라. 이 악물었네?”
심지어 선발도 1선발인 이든 하크였다.
경기가 시작하고 1번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최건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국대 이후 오랜만에 보는 거였다.
“저희한테 왜 그러세요.”
“맞춰봐.”
짐작 가는 게 없진 않았다.
근데 이건 너무 얼굴에 금칠하는 건데?
“저희랑 준플에서 만날 거 같아서요?”
“오, 아네?”
진짜였어?
“특히 쟤. 이번에 구종 하나 추가했다며? 하나 던져봐.”
우리를 고평가해주는 건 고마웠지만, 지금부터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근데 이런 말 해도 되는 거예요?”
“뭐 어때. 우리가 급하냐? 그래서 그거 안 던질 거야?”
맞는 말이다.
급한 건 우리니까.
힘을 빼고 상대하기엔 나이츠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공을 지켜볼 생각인지 초구는 그냥 흘려보냈다.
2구 역시 바깥쪽 스트라이크.
“진짜 안 던지게?”
“어떤 포수가 구종을 말하고 던져요.”
“볼!”
3구 슬라이더가 그대로 바깥쪽으로 흘러나갔다.
뭐, 우리가 급한 건 맞지만 그래도 선발이 허하준인데.
“스트라이크 아웃!”
아직은 스플리터로 충분했다.
“제가 맛있는 건 아껴먹는 타입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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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선발투수인 이든 하크는 최대 구속 153km의 포심과 스플리터를 활용하는 투수다.
저번에도 허하준과 맞붙었는데 허하준은 완봉, 이든 하크는 7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하면서 1대0으로 겨우 이겼던 기억이 난다.
상대 전적은 3타수 1안타.
“내가 그때 말했지?”
“예?”
“포수는 혹시 모른다고.”
“아···. 그러게요.”
지난번 수원 원정.
나이츠의 포수 이기찬이 내게 포수는 갑자기 국대에 뽑힐 수도 있다는 늬앙스의 말을 하긴 했다.
그 말처럼 고작 프로 데뷔 한 달 된 내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포지션의 영향이 가장 컸다.
근데 그때 말했던 건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날 흔들려고 그랬던 거 같은데?
“은혜 갚을 거지?”
“그럼요.”
무슨 은혜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자까지 쳐서 갚아 줄 예정이다.
초구는 몸쪽에 바짝 붙어 들어왔다.
“볼!”
“아, 미안. 하크가 경기 전부터 너랑 만난다고 흥분했었는데 그거 때문인가? 제구가 좀 흔들리네?”
“괜찮습니다.”
2구, 잘 떨어진 스플리터가 들어왔다.
골라내면서 2볼.
“오늘 제구가 안 좋긴 한 가봐요?”
“....”
2구는 꽤 좋은 공이었다.
하지만 속이지 못한 변화구는 그냥 볼과 다를 바가 없다.
본인이 한 말 때문일까, 이기찬은 딱히 말이 없었다.
애초에 대답을 기대한 말도 아니었고.
“볼!”
3구마저 볼이 되자 급해진 건 나이츠 배터리였다.
아니, 말을 잘 못 했네.
나는 단 한 번도 급한 적이 없었다.
볼넷도 나쁘지 않았지만, 내 다음 타자는 강주호.
지난번에 이든 하크를 상대로 2병살을 쳤던 만큼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따악!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온 공을 그대로 밀어 때렸다.
우익수가 공을 잡았을 땐 이미 2루 근처에 도착해있었다.
깔끔한 2루타.
곧이어 강주호의 안타로 홈에 들어왔다.
“세이프!”
망연자실한 이기찬의 표정을 보면서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추가점은 뽑지 못했지만, 에이스 대결에서 가장 중요한 선취점을 만들어냈다.
“3볼에서 치냐.”
“제가 타격을 배운 사람이 워낙 그 카운트를 좋아해서요.”
강주호의 3볼에서 타율은 4할이 넘는다.
“잘했다고. 아오, 한 마디를 안 지냐.”
“행님, 진짜 행님 아들 아닙니까? 완전 판박인데.”
“시끄러. 저번에 부모님 만나 뵙고 왔어. 내 아들은 아니더라.”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재미없냐?”
“아하하. 마! 웃어라!”
“하하하! 역시 강주호 선배님. 더그아웃을 뒤집어 놓으셨다.”
“아.하.하.하.”
“.... 후. 이주학 이리 와라.”
“예? 왜 저만···.”
“네 웃음소리가 제일 열 받았어. 빨리 안 와!?”
마지막으로 웃었던 이주학을 제물로 아무튼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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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든 하크는 좋은 투수다.
최근 기세를 올린 우리 타선을 상대로 8이닝 동안 단 1실점.
아까 내 2루타와 강주호의 안타를 제외하면 정타도 별로 안 나왔다.
다만 허하준이 더 좋은 투수일 뿐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9회 초 나이츠의 공격.
오늘 경기, 벌써 12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시작했다.
휴식일이 길어지더니 공이 더 날카롭게 들어왔다.
거기에 오늘 처음 보는 투심에 나이츠 타자들이 정신을 못차리고 있었다.
-딱!
빗맞은 타구에 허하준이 직접 잡아 1루로.
“아웃!”
2아웃 상황에서 7번 타자 이기찬이 타석에 들어섰다.
지금 타자의 심리를 짧게나마 생각해보면.
‘한방.’
옆에서 이든 하크가 몸을 푸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9회 말에도 나오겠다는 뜻인거 같은데.
“스트라이크!”
초구, 포심에 휘둘렀지만 타이밍을 못 맞추면서 스트라이크.
구속은 154km가 나왔다.
2구,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에 속아 2스트라이크.
그리고 마지막은.
“스트라이크 아웃!”
한 가운데 들어오는 120km의 느린 커브.
오늘 경기, 처음 던진 커브는 생각도 못 했는지 그대로 얼어붙었다.
안타깝지만 이든 하크에게 9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