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93화 (93/203)

93화 가을 향기가 난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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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호의 1타점 적시타를 맞긴 했지만 이민수는 6회까지 책임지고 내려갔다.

‘어렵네.’

“민수야, 고생했다.”

더그아웃에 들어오자 투수코치가 말했다.

이민수의 역할은 여기까지.

6이닝 4실점은 괜찮은 성적이었지만, 고질적인 문제인 5회 이후 흔들리는 건 또 고치지 못했다.

잠깐 앉아서 마린스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장비를 챙겨입고 나오던 김수호와 눈이 마주쳤다.

김수호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이민수도 놀라서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김수호가 웰링턴의 공을 받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냥 필주 선배 말대로 할 걸 그랬나.’

김수호 뒤에 강주호라는 산이 버티고 있지만, 오늘 강주호와의 상대 전적은 2타수 무안타.

최필주는 김수호를 거르자고 말했다.

‘어차피 두 명한테 다 안타 맞아서 의미 없나?’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피칭 이후에 후회하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후유증이 짙었다.

“이거 좀 마셔라. 아이싱은 안 하냐?”

“아, 이제 하려고요.”

그런 이민수한테 최필주가 다가왔다.

“민수야. 너 쟤 마음에 안 들지?”

“예?”

“솔직히 말해봐. 그래서 노려본 거 아냐?”

“아니에요. 그런 거.”

“그래? 흐음, 눈빛이 애틋한 눈빛은 아니었는데.”

최필주가 건넨 음료수를 마시면서 물었다.

“선배님은요?”

“나? 어후, 존나 싫지. 준이 형 은퇴하면 내 세상일 줄 알았는데 더 한 놈이 나왔어. 저 새끼 나중에 메이저 가면 20억 뜯어내야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최필주는 웃고 있었다.

최필주 입장에서도 국가대표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백업이면 어떻나.

결국 국가대표는 각자의 역할이 뭐든 우승만 하면 된다.

메달이 모든 걸 증명하는 거니까.

“메이저요?”

하지만 이민수가 놀란 건 다른 부분이었다.

“수호가 메이저 간다고 했어요?”

“어? 아니? 뭘 그렇게 놀래?”

“아....”

“근데 봐봐. 쟤 데뷔한 지 일 년도 안 됐어. 근데 지금 성적이 미쳤지? 내가 봤을 때 내년엔 더 잘해. 그러다가 5년 뒤쯤 되면 이제 다른 팀 팬들이 제발 메이저로 가달라고 할걸? 그럼 이제 우리 수호 되는 거고. 원래 꼴 보기 싫은 선수라도 해외 가면 우리 선수 되는 거지 뭐.”

최필주의 말에 이민수의 머리가 절로 끄덕였다.

하긴, 김수호한테 한국 무대는 너무 작았다.

차라리 시작부터 메이저로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아무튼 1년만 늦게 나오지. 생일도 10월이던데. 아오. 내 돈은 누가 책임져주냐.”

“선배님.”

“어. 왜?”

“저도 메이저 갈 수 있을까요?”

“갑자기?”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흠. 글쎄? 불펜으론 갈만하지 않을까? 올림픽 때 도미니카 애들 선풍기 돌리는 거 보면 가능성 있지. 왜? 너도 메이저 가게?”

“...아뇨, 아직은 별 생각 없어요.”

“아직? 와, 우리 민수, 남자네? 가슴에 존나 뜨거운 걸 숨겨놨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 그런 거 아니에요.”

“흐, 알았어 인마. 무서워서 장난도 못 치겠네.”

이런 이민수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처음이었지만, 최필주는 기꺼웠다.

‘프로란 놈이 이런 모습도 있어야지.’

데뷔 때부터 소극적이던 이민수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럼 우리 민수 복수나 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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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 말, 스타즈의 공격.

2사 주자 없는 상황에 최필주가 타석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최필주를 평가할 때 프렌즈의 박희준과 함께 수비형 포수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반쯤 틀렸다.

매 시즌 홈런을 10개 이상 칠 수 있는 타자였고, ops도 0.7 이상 되는 나름 한 방이 있는 선수다.

문제는 그 홈런 대부분이 여기, 인천 구장에서 나왔다는 거였다.

이걸 보고 사람들이 구장빨이라고 하긴 하지만 그것도 실력이다.

홈에서만 잘 쳐도 1년에 72경기를 잘한다는 건데 그것만 해도 충분했다.

아무튼 홈의 최필주는 경계할 만한 선수였다.

“흠흠흠~ 연안부두 떠나는 배야~”

“예?”

“수호야. 인천에서 미국 가는 배가 빠를까, 아니면 부산에서 미국 가는 비행기가 빠를까?”

“... 당연히 비행기 아니에요?”

“그치? 근데 난 배가 좋아.”

뭐 어쩌라는 거지?

“느려도 목적지에만 도착하면 되는 거 아니겠냐?”

무슨 말인진 모르겠지만, 괜히 최필주 페이스에 휘말리기 전에 집중했다.

이전 두 타석 모두 높은 공을 쳐 뜬공으로 물러난 만큼 노림수가 확실했다.

“파울!”

최필주가 몸쪽으로 들어온 포심을 걷어냈다.

“볼!” “볼!” “스트라이크!”

제구가 좀 흔들리는지 볼이 연달아 들어왔지만, 4구는 좋았다.

그리고 5구.

“스트라이크 아웃!”

몸쪽 커브에 꼼짝 못 하고 삼진.

“흐, 역시 미국이 좋긴 좋아.”

이런 말을 남기고 들어갔다.

“마지막 공 진짜 좋았는데요?”

“누구 덕분이지.”

“지금 타자들이 전부 다 한 방을 노리고 있어서 그거만 조심하면 7회도 문제없을 거 같아요.”

가능한 웰링턴이 긴 이닝을 끌고 가줘야 한다.

불펜들도 푹 쉬면서 컨디션이 괜찮았지만, 다들 스타즈 원정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라.

다행히 웰링턴은 실점 없이 8회까지 책임졌다.

8이닝 2실점 11k.

우리도 도망가지 못한 건 맞았지만, 최근의 이용기라면 2점 정도는 충분히 막을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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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죽의 5연승! 마린스, 스타즈에 한 점 차 승리하면서 공동 6위 등극!]

ㄴ 진짜 가냐?

ㄴ 진짜 가을에 야구 한다고? 전반기 꼴찌팀이었는데?

ㄴ 오늘 챌린저스도 져서 4, 5, 6위 다 패배임 ㄷㄷ. 낼도 이기면 진짜 모른다.

ㄴ ㅋㅋㅋ 어차피 포시 가도 광탈할 거면서 뭘 좋아함?

ㄴ 허하준 웰링턴 원 투 펀치가 만만함?

ㄴ 불펜은 왜 빼냐? 요즘 하는 거 보면 진짜 듬직한데?

ㄴ ㅋㅋㅋㅋㅋ 그래서 마무리가 9회에 홈런 맞음?

ㄴ 응~ 이기면 상관 없어~

ㄴ 마린스 가을가면 진짜 부산 난리 나긴 하겠다.

[또 너야!? 이민수의 천적 김수호, 2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 맹활약!]

[후반기 평균 자책점 3위 웰링턴, 바뀐 이유 묻자, ‘가족과 브로(김수호)가 내게 가장 큰 힘과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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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1승이지만 전반기 1승이랑 후반기 1승은 그 느낌이 달랐다.

내가 합류한 시점엔 애초에 성적 자체가 꼴찌였고, 그 성적에서 1승 더한다고 큰 의미가 있진 않았다.

하지만 그게 쌓이고 쌓였고, 지금에 와서 그 1승 1승이 엄청나게 큰 힘이 되고 있다.

거기에 어제 거둔 승리로 드디어 6위까지 올라왔다.

삐끗하면 뺏기는 자리였지만, 꼴찌에서 올라오는 동안 그런 위험은 많이 겪었다.

경기 시작 전, 감독님은 이런 부분에 대해서 말씀하셨고 다들 가슴에 새기고 경기장에 나섰다.

“그거 아냐?”

“뭐?”

“오늘 이기면 이번 시즌 최다 연승이래. 6연승.”

“진짜?”

좀 놀랐다.

하긴, 우리가 위닝은 많이 했어도 스윕은 거의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 기념적인 연승의 날, MVP가 누군지 아냐?”

“너라고?”

“당연하지. 오늘 무려 2번 타자로 출전한 이 몸!”

그러면서 손으로 브이자를 그리면서 앞으로 뻗는데 어이가 없었다.

“최치호 선배한테 햄스트링 올라와서 좋아했다고 전달해줄까?”

“말을 또 그렇게 하냐.”

선수 기용은 감독님의 권한이고,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었다.

다만 흥분한 이주학이 실수만 저지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객관적으로 보면 2번 자리에 꽤 어울리는 타자다.

좌타자에 발도 빠르고, 번트도 잘 대고.

뜬금없는 안타도 종종 뽑아내니까.

2번 타자 이주학이라는 파격적인 시도 말고도 2루수 자리엔 이민상이 들어갔다.

2루 수비가 가능하긴 하지만, 전문 2루수가 아닌 이민상과 흥분한 이주학의 키스톤 콤비.

벌써 불안한데.

다행히 경기 중반까지 별다른 일은 없었다.

이주학은 평소처럼 2타수 무안타였고, 실책은 하나 정도.

아, 이게 별일인가?

그래도 실점으로 연결된 건 아니니까.

5회가 시작됐을 때 점수는 3대3 동점.

아무래도 먼저 균형을 깨는 쪽이 유리하다.

선두 타자는 2번 이주학.

“후, 레타쿠님. 제발 한 번만 힘을 주세요. 홈런 한 번만요.”

“저런 식으로 기도해도 들어줘요?”

“글쎄. 저런 식으로 기도해 본 적은 없어서 모르겠군.”

-후.

심호흡을 하고 타석에 선 이주학이 초구부터 시원하게 돌렸다.

“스트라이크!”

정말 홈런을 치게 해달라는 게 진심이었는지, 폼이 커졌다.

저러면 공도 제대로 안 줄 거 같은데.

최필주의 생각도 비슷했는지 2구엔 벗어나는 변화구.

“스트라이크!”

하지만 급해진 이주학이 방망이를 헛돌리면서 순식간에 몰렸다.

심판에게 손짓하고 타석에서 빠져나온 이주학을 보자 좀 안쓰럽긴 했다.

처음으로 9번이 아닌 타석에 선발이라 뭐라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일 텐데 이전까지 결과가 별로 안 좋았으니까.

“오?”

하지만 증명하겠다는 말이 사실인 듯 3구는 골라내고 4구에 정확히 맞은 타구가 담장을 때렸다.

순식간에 2루에 들어간 이주학이 환한 미소를 보이면서 세레모니를 했다.

“기도 효과가 좋긴 한데요?”

“아니, 저건 리의 힘으로 이뤄낸 거다.”

하스가 단호하게 잘라냈지만, 어쩐지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럼 주학이 홈으로 불러올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래. 레타쿠께서 함께하실 거다.”

오준혁의 타석, 대기타석에서 타이밍을 점검했다.

아직 마운드에는 선발투수가 버티고 있었다.

최고 구속 148km의 포심을 던지지만, 제구가 그다지 좋지 않은 박하민.

-따악!

우측으로 높이 뜬 공에 우익수가 담장 앞에서 공을 잡았다.

이주학이 태그업하면서 1사 3루.

3루를 보자 이주학과 눈이 마주쳤다.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고 방망이를 휘두르는 모션을 하더니 양손을 번갈아 가면서 위아래로 흔들었다.

대충 내가 치면 열심히 뛴다는 말 같은데.

“저게 요즘 나온 사인이냐? 되게 직관적이네? 저 정도면 그냥 말로 해.”

최필주의 말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왜 민망한 건 내 몫일까.

예전에 김민주 상대로 이호민이 목을 긋는 사인을 보냈던 것도 그렇고.

“예. 비슷해요. 제가 홈런 치면 열심히 뛰겠다는 거거든요.”

“홈런? 오늘 하민이 공 좋은데? 너무 단언하는 거 아냐?”

그 말을 증명하듯 초구가 날카롭게 날아왔다.

“파울!”

“어때? 좀 세지?”

이번이 세 타석째였지만 손에 느껴지는 공의 힘이 묵직했다.

“예. 좋네요.”

말이 홈런이었지만, 사실 이번 타석의 목표는 별거 없다.

앞서가는 점수.

그게 1점이 됐건, 2점이 됐건 그게 목표였다.

그리고 2구는 그 목적에 아주 걸맞은 코스로 들어왔다.

바깥쪽 높은 포심.

가만히 놔두면 볼이었지만, 카운트와 점수를 바꿀 수 있으면 손해는 아니었다.

손이 약간 찌르르한 게 그다지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타구를 보면서 1루로 뛰어갔다.

어, 근데 저거 어디까지 가냐?

공이 떨어지고, 공을 보던 1루심이 손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저게 넘어가네?”

아주 살짝 담장을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홈런은 홈런이었다.

인천 좋은데?

홈에서 최필주를 향해 살짝 웃고 날 기다리는 이주학한테 갔다.

“오, 내 사인 정확하게 봤네?”

“진짜였어?”

“뭐가?”

“그런 게 있어.”

우리의 머리를 노리는 더그아웃을 지나 마지막에 살짝 미소 짓고 있는 하스에게 다가갔다.

“하스! 어땠어요? 우리 둘이 합작해서 만든 점수!”

그러면서 슬쩍 내 옆구리를 찔렀다.

“주학이가 어땠냬요.”

“레타쿠께서 기뻐하는 중이다. 오늘 기운이 좋군.”

“야, 뭐래? 레타쿠 뭐?”

흠. 그러니까 영어 공부 좀 하라니까.

“아무래도 우리, 진짜 가을 가려나 보다.”

레타쿠가 기운이 좋다고 하면 맞는 말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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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그 하스 5 2/3이닝 4실점! 팀 내 최다승 굳혀···. 김수호 홈런 포함 화끈한 타격전 끝에 8대7 승리!]

[2위, 6위, 4위를 상대로 거둔 6연승! 마지막 가을 티켓의 주인공은 아무도 모른다!]

[이정훈 감독, ‘팀이 하나가 되어 목표를 향해 가는 중이다. 그 중심엔 김수호가 있다.’]

[이틀 연속 1점 차 신승! 마린스의 불펜도 진화 중!]

ㄴ 어제 마무리가 홈런 맞고 오늘도 불펜이 3실점 했는데?

ㄴ 가을 가봤자 불펜이랑 수비 보면 찍먹만 하고 돌아올 듯?

ㄴ 그래도 허하준 나오면 1승은 하지.

ㄴ 하. 그래도 가을이 어디냐.

ㄴ 최치호 부상이 진짜 큰데, 어떡하냐?

ㄴ 그나마 김수호가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ㄴ 후. 제발 수호야 다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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