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88화 (88/203)

88화 변화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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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석의 홈런이 기념비적인 홈런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 대가로 머리가 개판이 되었으니,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기쁨을 이어가기엔 프렌즈는 강팀이었다.

경기 초반 2대0으로 앞서가는 홈런.

하지만 그 점수는 곧바로 따라잡혔다.

8번, 하위타선부터 시작된 3회 초 공격에서 볼넷, 보내기 번트, 그리고 안타로 1실점.

이후 서도하는 잡았지만, 3번 오대현과 페드로 산체스의 연속 안타가 이어지면서 총 2실점을 했다.

“미안해. 기껏 홈런 쳤는데, 벌써 따라잡혔네.”

“저번보다 더 잘 던지기만 하면 괜찮다니까?”

오늘따라 소극적인 이호민이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이닝은 늘고, 실점은 줄었으니까.

그다지 위로되진 않았는지 이호민이 말없이 들어갔다.

‘많이 심란한가 보네.’

이럴 때 가장 좋은 약은 추가점인데.

프렌즈 타선이 점점 뜨거워지는 반면, 우리 타선은 사무엘 우즈에게 막혀 출루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자 점점 장타를 의식하게 되고, 결국 타자들의 스윙이 커졌다.

프렌즈 배터리는 이때다 싶어 빠른 공 위주의 볼배합에서 변화구 위주로 변경했고, 방망이는 헛돌아가기 일쑤였다.

타선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4회 서도하에게 투런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고생했다.”

5회,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자 결국 벤치에서 투수 교체를 했다.

이호민이 아쉬운지 꽉 쥔 야구공을 도저히 놓지 못했다.

다행히 다음에 올라온 박지호가 실점 없이 막아내면서 이호민의 최종 기록은 4이닝 4실점 1홈런.

“호민아. 어깨 펴라. 볼넷은 두 개밖에 없잖아.”

“...넵.”

투수코치님의 말에 그제야 굳은 얼굴이 조금은 펴졌다.

‘너무 단조로웠나?’

이제 슬슬 초반 전력투구 전략의 한계가 보이는 것 같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지만 구종은 포심과 슬라이더가 전부.

아무래도 변화를 줘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

이전부터 생각하던 게 있는데 경기가 끝나고 지금 백수인 사람과 상담해봐야겠다.

문제는 오늘 경기인데.

“스트라이크 아웃!”

사무엘 우즈가 도저히 내려올 생각을 안 한다.

5회까지 2실점에 투구 수 53개.

이대로면 오늘 잠도 마운드에서 잘 생각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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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 역대 최연소 20홈런, 신인 최소 경기 20홈런, 4연타석 홈런 등 대기록 작성!]

ㄴ 황인재도 20살 아님?

ㄴ 김수호가 생일이 느려서 한 달 빠르더라.

[김수호가 걸어온 2달, 한국 프로 야구 역사가 바뀌다]

[빛바랜 홈런, 김수호 소감 묻자 ‘팀이 승리하지 못한 홈런은 큰 의미가 없다.’]

ㄴ 오늘 경기도 영양가 지리는 홈런이었는데 하필 팀이 마린스라....

ㄴ 우즈 상대로 선제 투런이 의미가 없다니... 마린스라 미안해 ㅠㅠㅠㅠ

ㄴ 근데 웃긴 게 마린스라 김수호가 빛을 본 거긴 해.

ㄴ ㅇㅈ. 어떤 팀이 2군에 포수가 없고 1군 경기에 1루수 신인 땜빵 포수를 쓰겠음.

ㄴ 그래서 홈런 볼은 어케 댐? 회수했나?

ㄴ 그 공 주운 사람 옆에 있었는데 아까 끌려가던데?

ㄴ ㄷㄷ 부산항에 끌려간 거 아니냐?

ㄴ ㅋㅋㅋㅋ 이 새낀 뭔 소리 하냐?

[갈길 바쁜 마린스가 느끼는 허하준의 빈자리, 아직 한 경기 더 남았다.]

[마린스. 김수호 기록을 기념하는 유니폼 발매 예정, 허하준의 퍼펙트게임 유니폼과 동시 판매 예정. 추첨을 통해 사인회 참석 기회까지!]

ㄴ 속도 무엇? 이 정도면 김수호가 칠 줄 알고 미리 만들어 놓은 거 아니냐?

ㄴ 일은 잘하네. 굳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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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김수호는 직원과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단장실.

문을 열자 익숙한 두 사람과 처음 보는 한 사람이 앉아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아···. 그···. 박민수씨? 맞나요?”

김수호가 박민수의 이름을 기억해내자, 박민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예! 맞습니다!”

“어, 근데 어쩐일로....?”

“이분이 홈런볼을 잡았거든요.”

“정말요?”

김수호가 놀란 눈으로 박민수를 쳐다봤다.

많은 팬을 만났지만, 박민수만큼 기억에 남는 팬은 없었다.

거기에 심지어 이번 홈런볼까지 줍다니?

이 정도면 저 사람이랑 전생에 무슨 인연이 있었든 게 확실했다.

“두 분 사이, 들어보니까 엄청 재밌던데요?”

“어우, 서기자 표정 봐. 벌써 근질근질한가 보네?”

“저 정도 스토리면 대박 못 내는 것도 힘들죠. 저만 믿으십시오. 그럼 두 분, 짧게 인터뷰 가능할까요?”

인터뷰가 진행되고, 다음 날 포털 사이트에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걸렸다.

[김수호와 함께한 팬심, 결국 빛을 보다]

-첫 번째는 우연, 두 번째는 인연, 세 번째는 운명이라는 말이 있다.

설마 선수와 팬의 관계에서 이런 말을 쓸 줄 몰랐다.

바로 마린스 팬, 박민수씨와 마린스 김수호 선수에 관한 얘기다.

...

이처럼 회사에서 몰래 봤던 경기에서 처음 포수 마스크를 낀 선수와 이렇게 이어질 줄은 아무도 몰랐을 거다.

이런 인연 덕분일까, 박민수씨는 아무런 조건 없이 홈런볼을 전달하길 원했다.

하지만 선수가 거절했고, 결국 김수호의 미트와 방망이, 그리고 실착 유니폼 및 저녁을 함께 먹으면서 마무리했다.

그리고 마지막 깜짝 선물이 있었다.

바로 구단에서 준비한 ‘한국시리즈 전 경기 입장권’이 그것.

만약 마린스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박민수씨는 시구 및 구단에서 제공해준 자리에서 관람을 할 수 있게 된다.

과연 박민수씨는 언제 이 선물을 받을 수 있을까?

서수길 기자

ㄴ 한ㅋㅋㅋ궄ㅋㅋㅋㅋㅋ 시리즈? 구단이 팬을 상대로 사기를 치네?

ㄴ 와, 저 사람 꼴린스 팬 맞음? 저걸 수락한다고?

ㄴ 참고, 마린스의 마지막 한국시리즈는 20세기다.

ㄴ ㄹㅇ? 와... 그건 좀...

ㄴ 구단 레전드부터 한국시리즈 맛 좀 보게 해줘라 ㅡㅡ 강주호 통산 한국시리즈 0경기 출전임 ㅋㅋㅋㅋ

ㄴ ㄹㅇ? 와, 말이 꼴린스, 꼴린스 그런 줄 알았는데 존나 심각하긴 하네.

ㄴ 나 변호산데 이 정도면 허위 계약으로 신고 가능함 ㅇㅇ.

ㄴ 그럼 나 야구장에 강제로 끌고 가서 강제로 꼴린스 팬 만든 우리 형도 신고할 수 있냐?

ㄴ 되겠냨ㅋㅋㅋㅋㅋ

반응은 당장 장난스러웠지만, 둘의 인연은 생각보다 많은 호응을 불러왔다.

먼저 마린스를 포함한 구단의 2군 선수의 유니폼 판매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특히 작년에 지명을 받았던 선수들이 주를 이뤘는데, 포수가 특히 많았다.

일단 어린 선수들은 방출당하기 전까지 구단에 장기간 있을 테니 유니폼을 버릴 일이 없었고, 김수호와 박민수의 일화가 주된 구매 포인트였다.

‘혹시 나도?’

이런 생각을 하고 구매를 할 정도로 박민수와 김수호의 일화는 팬들의 구매욕을 자극했다.

물론 대다수의 선수가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지겠지만, 단 한 명의 선수라도 이걸로 인해 힘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 의미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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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와 두 번째 경기.

아쉽게 3대2로 졌다.

스코어만 보면 비등비등해 보였지만, 실상은 조금 달랐다.

웰링턴은 7이닝 동안 5안타 1실점을 하면서 호투했다.

문제는 타선과 불펜이었다.

타선은 안타 8개와 볼넷 4개를 치고도 2점밖에 뽑지 못했다.

거기에 2대1로 앞서던 8회와 9회, 정태석과 이용기가 각각 1실점씩 하면서 그대로 경기를 내줬다.

이랬던 날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치고 나가야 할 시점에 이번 패배는 너무 치명적이었다.

울프즈와 스타즈가 모두 승리하면서 겨우 따라잡았다고 생각한 5위가 더 멀어졌다.

프렌즈와 남은 두 경기에서 최소 한 경기라도 따내지 못한다면 사실상 가을야구는 힘들었다.

그런 만큼 세 번째 경기는 첫 두 경기보다 더 중요했다.

부담감이 큰 경기.

어쩌면 이 순간만큼은 허하준보다 더욱 어울리는 투수가 선발로 나선다.

팀 내 최다승 투수인 요그 하스.

우주가, 아니 레타쿠가 기운을 모아서 반드시 승리를 따내는 투수가 있으니 든든했다.

저번 경기는 승리를 추가하지 못했지만, 그땐 내가 없었으니까.

“하스, 혹시 레타쿠한테 이번 경기는 무조건 이기게 해달라고 할 수 있어요?”

“가능하다.”

“예?”

“가능하다고 했다.”

장난이겠지 싶었지만, 하스는 지금까지 거짓말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단 레타쿠에게 바칠 제물이 필요하다.”

“제물이요?”

“그래. 예를 들면 레타쿠를 믿는 건실한 청년의 머리카락 같은 것들.”

아, 하스의 머리가 그래서···.

“이건 아니다.”

“...저 아무 생각 안 했어요.”

휴 들킬 뻔했네.

아무튼, 레타쿠를 믿는 사람의 머리카락이라니.

하스는 머리가 없고, 혹시?

“주학이도 가능해요?”

“가능하다.”

“오....”

“단, 리는 아직 수행 기간이 너무 짧아 제물의 양이 많이 필요하다.”

“얼마나요?”

“이만큼.”

“...음 못 들은 거로 해야겠네요.”

승리 한 번에 대머리라, 수지가 안 맞네.

스읍, 근데 주학이 두상이 이뻐서 대머리도 잘 어울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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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머리 지켜준 거 고맙게 생각해라.”

“뭔 개소리야.”

“그런 게 있어.”

이틀간 답답한 타선에 결국 변화가 이루어졌다.

이민상 대신 이주학이 선발로 나섰고,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오준혁을 대신해 김민석이 3루, 채지훈이 1루, 그리고 강주호가 지명타자로 출전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선수는 이주학이었다.

김민석이 주로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이유가 있었다.

준수한 타격 대신 좁은 수비 범위와 약한 어깨.

그걸 이주학이 커버해야 한다.

특히 오늘 선발인 하스는 땅볼이 자주 나오는 투수.

그래도 1회엔 나름 괜찮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만약 오늘 내내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라인업의 변화를 줄 수 있으니 좋은 일이었다.

문제는 변화한 타선이 어떤 결과를 낳느냐였다.

오늘 프렌즈의 선발 투수는 엄기수.

시원시원한 투구로 프렌즈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 투수다.

이 선수는 고질적인 약점 하나가 있는데, 바로 홈에서의 자책점과 타 구장에서의 자책점이 무려 1점 이상 차이 난다는 거였다.

그 이유야 간단했다.

극단적인 뜬공 투수인 엄기수는 넓은 프렌즈의 홈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투수였다.

사실 땅볼 투수는 구종이나 투구 방식에 따라 그럴 수 있지만, 뜬공 투수는 딱히 엄기수와 어울리는 말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삼진을 잡기 위해 높은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

그래서 자연적으로 뜬공이 나오는 투수.

뭐, 이 말을 압축하면 뜬공투수긴 하지만.

“이쯤이면 올 시즌 첫 홈런 칠 때 됐지?”

타자들 역시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타격폼이 커지는 일이 왕왕 있었다.

물론 이게 좋은 결과로 연결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박은성도 말은 저렇게 했지만, 최대한 공을 지켜보면서 출루에 힘썼다.

-따악!

높이 뜬 타구가 잡히면서 아웃.

“스읍. 아쉽네.”

최치호까지 뜬공으로 잡히면서 벌써 2아웃.

이제 새로운 3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마, 햄이 치는 거 잘 봐라.”

높은 공 승부를 즐기는 투수와 낮은 공을 극단적으로 퍼 올리는 타격을 하는 타자의 대결.

엄기수와 채지훈의 대결은 흥미로웠다.

하지만 결국 승자는 한 명뿐인 대결에서 결국 채지훈이 이겼다.

노볼 2스트라이크에 몰린 상황에서 높은 공을 정확히 맞히면서 좌중간을 꿰뚫는 안타를 만들어냈다.

오늘 경기 양 팀 통틀어 첫 출루였다.

“4번 타자! 김수호! 홈런! 김수호!”

이제는 익숙한 소리를 들으면서 타석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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