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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86화 (86/203)

86화 변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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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와 피닉스의 경기는 시리즈 시작 전부터 여러 의미로 주목받는 경기였다.

1등 경쟁하듯 꼴찌를 다투던 팀들이라 수준 낮은 경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너네는 이기지라는 생각으로 보는 팬들도 많았다.

그 정점은 바로 첫 경기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을 때.

ㄴ ㅋㅋㅋㅋ 이거지~

두 팀의 팬이 아닌 대다수 사람이 이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거기에 워낙 큰 사건이 있던 터라 두 번째 경기에서도 일종의 신경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웬걸.

사건의 당사자였던 선수들이 단 한 명도 경기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도 경기에 집중할 뿐, 딱히 전날의 영향은 없어 보였다.

나름 팽팽했지만 기대보다 싱거웠던 2경기가 끝나자 3경기에 대한 기대는 사라졌다.

하지만 정작 대미는 3경기였다.

장군 멍군하듯 김수호와 황인재가 번갈아 가면서 홈런을 쳤다.

한쪽이 도망가면 한쪽이 따라가고, 또 그게 반복되는 상황.

심지어 그게 20살의 어린 선수들이라는 게 관전 포인트였다.

[오늘 경기 왜 이렇게 재밌냐?]

ㄴ 그냥 김수호랑 황인재 둘이 미쳤는데?

ㄴ 걍 앞으로 이 둘이 리그 씹어 먹을 듯

ㄴ 이미 씹히고 있는데요?

ㄴ 그 와중에 둘 개성이 다른 게 재밌음 ㅋㅋㅋㅋ 김수호는 게스 히턴라 타이밍 ㅈㄴ 잘 맞춰서 넘기는 거고, 황인재는 배드볼 히턴데 걍 힘이 존나ㅏㅏ 쌔서 넘기는 느낌?

ㄴ 김수호 진짜 20홈런 최소 기록 걍 깨겠는데?

ㄴ ㅋㅋㅋㅋ 이미 오늘 19호 홈런 쳤는데요?

ㄴ 그니까 ㅋㅋㅋㅋ

그리고 이 경기의 대미는 역시 9회 말 2아웃 만루, 황인재의 타석이었다.

[시밬ㅋㅋㅋ 마지막까지 존나 재밌넼ㅋㅋㅋㅋ]

ㄴ 여기서 황인재 홈런 치면 오늘 드라마 한 편 뚝딱 아니냐?

ㄴ 제발 제발 인재야 제발!

ㄴ 와앀ㅋㅋㅋ 두 팀 팬도 아닌데 존나 떨리네.

ㄴ 미친 김수호 반속 보소 ㄷㄷ 완전히 빠지는 걸 잡아내네.

ㄴ 오케이 2스트 먼저 잡았다 굿굿 이대로 끝내자!

ㄴ 포크 굿. 잘 골라냈고.

ㄴ 또 포크?

ㄴ 시발 포크 좀 그만 던져 내 심장 떨어진다고 ㅠㅠㅠㅠ

ㄴ 와 ㅋㅋㅋㅋㅋ 김수호 진짜 개또라인 듯? 저기서 4포크로 삼진? 하.

ㄴ ㅋㅋㅋㅋ 수준 낮은 경기 잘 보고 갑니다~

ㄴ 오늘 수준 지렸는데? 먼 소리?

ㄴ 꼴꼴대전이 그렇지 머 ㅋㅋ

이 경기를 본 타 팀 팬들이 애써 재미없다고 자위했지만,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다.

‘존나 부럽다!’

이제 막 20살이 된, 슬래시 라인이라 불리는 3할 타율, 4할 출루율, 5할 장타율을 훌쩍 넘고, 30홈런도 거뜬하게 치는 내야수와 포수.

이런 두 선수를 부러워하지 않을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와중에 수훈 선수 인터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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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수호 선수. 오늘 승리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며칠 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잖아요? 그건 어떻게 잘 해결하셨습니까?

“아, 예. 몸에도 문제없고, 당사자와 원만한 합의도 끝났습니다.”

-알겠습니다. 이제 오늘 경기로 가볼까요? 무려 세 타석 연속 홈런을 치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어떤 노림수가 있었나요?

“제 뒤에 강주호 선배님이 계셔서 저와 적극적으로 승부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군요. 피닉스의 황인재 선수도 연속 홈런을 쳤는데, 의식되지 않았나요?

“피닉스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됐습니다.”

-하하. 저희가 듣고 싶은 대답은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9회 말, 황인재 선수한테 연속으로 포크볼을 던졌어요. 이 볼 배합에 관한 얘기 좀 해주실 수 있나요?

“음···. 간단합니다.”

-뭐죠?

“피닉스에는 강주호 선배님이 없으니까 굳이 황인재한테 좋은 공을 던질 필요가 없었죠.”

-아, 그런가요? 하하하. 어떤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오늘 승리 정말 축하하고, 인터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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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재한테 포크만 연달아 던진 이유는 간단했다.

일단 내가 빠트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고, 황인재가 급한 게 보였다.

첫 타석에 볼넷으로 나갈 때 했던 말.

자신이 아니면 해결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게 보여서 한 볼 배합이었다.

아무튼 오늘 경기를 마지막으로 3연전 일정이 모두 끝났다.

내가 1군에 없을 때 취소됐던 프렌즈와의 3연전이 있긴 한데, 그건 나중 일이니까.

이제 집으로 가서 하루 쉬고 나머지 일정이 진행된다.

남은 경기는 25경기, 5위와의 격차는 3경기.

아직 역전할 수 있는 승차였다.

이번 시리즈에 사건이 많아서 그런가?

어쩐지 오랜만에 집으로 가는 기분이다.

“다녀왔습니다.”

아직 부모님이 주무시진 않으신 건지 TV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수호.”

“예···?”

음.

내가 뭐 멀리 갔다 온 것도 아니고, 집에 들어오자 보글보글하는 소리와 따뜻한 된장찌개 냄새가 입맛을 자극하는 그런 상상을 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저렇게 표정이 굳으실 줄은 몰랐는데.

“이리 와라.”

“넵!”

엄마의 말에 짐을 버리듯 내려놓고 달려갔다.

저번에 강주호가 불렀을 때보다 더 무서웠다.

-짝!

“스읍.”

“가만히 있어! 내가! 아들 소식을! TV로 봐야겠나!”

“....”

등에 여러 차례 손자국이 찍히고 나서야 풀려났다.

“니 알아서 밥 묵으라!”

“죄송합니다.”

“경상도 남자들은 죄다 와이라노. 하이고.”

평소 사투리를 잘 안 쓰시는 분인데 화가 많이 나셨나 보다.

결국 그 말씀만 남기시고 방으로 들어가셨다.

“밥 먹었니?”

“아뇨. 이제 먹어야죠.”

“네 엄마가 많이 걱정했는데, 집에 전화 한 통을 안 하냐.”

“죄송합니다.”

“몸 괜찮으니 됐다. 엄마는 아빠가 말 할 테니까 밥부터 먹어라.”

변명하자면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뭔 소용일까.

아버지는 안방으로, 난 부엌에 가서 간단하게 밥을 차렸다.

근데 안방이 소란스러워지더니 결국 아버지마저 쫓겨나셨다.

“...밥 묵자.”

“...예.”

뭐, 찌개는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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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오랜만에 푹 잤는데 밖이 소란스러웠다.

‘손님인가?’

근데 월요일 아침에 찾아올 손님이 있던가?

문을 여니 거대한 덩치가 식탁에 앉아 있었다.

“선배님?”

“마, 후딱 온나.”

저 정도로 거대한 덩치는 강주호밖에 없었다.

식탁에 가자 강주호에 가려진 엄마가 보였다.

이게 뭔 상황이지?

“빨리 사과드려라! 새끼가 그런 일이 있었으면 후딱후딱 집에 전화부터 할 것이지!”

강주호의 말에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셨다.

“어머님이 얼마나 걱정하셨으면 나한테 이렇게 하소연하실까! 응?”

“죄송합니다.”

“나한테 말고 임마!”

“엄마, 죄송해요.”

“후, 어머님. 저도 사과드립니다. 다음부턴 제가 교육 시켜서 꼬박꼬박 연락하게 만들어 놓겠습니다.”

“아이고, 강주호 선수가 왜 미안해요. 다 못난 아들 때문이지.”

“아닙니다. 그래도 죄송합니다.”

뭐지 이 상황은?

아무튼 강주호가 왔으니 얼른 씻고 나왔다.

“다녀오겠습니다.”

“제가 늦지 않게 데려다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아휴, 강주호 선순데요 뭐. 다음에 또 오세요.”

대충 옷을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로 오셨어요?”

“나랑 어디 좀 가자.”

그러더니 차에 날 태웠다.

마린스 모그룹에서 나온 세단 차량.

생긴 것과 다르게 부드러운 운전실력으로 차가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집엔 어떻게 오셨어요?”

“네가 전화를 안 받아서 데리러 왔지.”

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하니 부재중이 찍혀있었다.

“그냥 너만 데리고 가려 했는데 어머님이 들어오라고 하시더라. 후, 너 임마. 부모님께 그러면 안 돼.”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저희 지금 어디 가요?”

말을 돌리려는 걸 알았는지 강주호가 혀를 한 번 차고 말했다.

“호주에서 내가 한국 가면 어디 좀 같이 가자는 거 기억나냐?”

“아! 기억납니다.”

“그래 거기 가는 거야.”

그렇게 도착한 곳은 평범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내려.”

하지만 건물에 들어가자, 겉과 완전히 다른 곳이 펼쳐졌다.

땀내가 잔뜩 나는 이곳.

“형, 왔어요?”

그리고 강주호와 날 반겨주는 한 남자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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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호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긴 했지만,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시즌이 지날수록 성적은 계속 우하향했다.

발목을 잡은 건 느린 주력.

그를 상대하는 팀은 1루로 내보내도 된다는 생각으로 시프트를 자주 사용했고, 그걸 뚫는다는 생각에 폼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자연히 성적이 내려가자 강주호도 변화를 꾀했다.

그 과정에서 만난 인연이 바로 김수호와 강주호를 반겨준 남자, 최현우였다.

“흐, 실제로 보니까 미쳤는데요?”

“왜? 어떤데.”

“일단 밸런스가 예술이에요. 여기 보시면···.”

“야. 쉽게.”

“아, 네네. 쉽게 말씀드릴게요.”

종이를 한참 동안 보던 최현우가 짧게 말했다.

“좋아요.”

“그래?”

“예. 상·하체 밸런스 좋고, 하체 튼실하고, 어깨 좋고, 만져보니까 몸에 피로가 좀 있긴 한데 이 정도야 뭐, 다들 안고 사는 거니까.”

“흐음.”

“이 정도면 무슨 운동 해도 잘했을걸요? 특히 반응속도가, 후. 무슨 괴물이에요. 괴물.”

“덩치가 좀 작은 거 같은데.”

“아뇨. 지금 딱 좋아요. 포수잖아요. 잘 못 하면 무릎 나갑니다.”

이곳에 온 목표와 전혀 다른 반응에 강주호가 혀를 찼다.

‘저 몸으로 포수하는 건 불안한데.’

“밸런스는 유지하는 방향으로 약간 중량을 더하는 쪽으로 잡으면 딱 좋아요. 문제는 타격폼이에요.”

“그래?”

“이건 김수호 선수 있을 때 얘기하죠.”

둘은 김수호가 쉬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힘들죠?”

“아뇨. 이 정돈 괜찮아요.”

최현우가 김수호에게도 몸에 대해 설명해줬다.

“잠도 충분히 자야 해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자요?”

“잠이요? 글쎄···.”

슬쩍 눈치를 보더니 말했다.

“한 6시간 정도···?”

“5시간이라고 해도 됩니다.”

정곡에 찔린 김수호가 멋쩍게 웃었다.

“아직은 젊으니까 괜찮은데, 그거 다 미래 꺼 땅겨서 쓰는 겁니다. 아무튼, 김수호 선수 타격폼에 대한 얘기에요.”

최현우가 김수호의 타격 장면을 화면에 띄웠다.

상대 투수는 나카무라 준.

바로 올림픽 4강전에서 나카무라 준의 160km의 공을 홈런 쳤던 그 장면이었다.

“이건 보면 볼수록 신기하네. 어떻게 친 거예요?”

그리고 얼마 전 3연타석 홈런을 쳤던 장면을 옆에 띄었다.

“두 장면을 비교해보면 폼이 달라요. 솔직히 얼굴만 지워놓으면 같은 선수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예요.”

‘진짜 다르네.’

“보면 알겠지만, 올림픽 때랑 지금이랑 보폭부터 달라요. 지금보다 보폭이 훨씬 좁죠?”

“그러네요?”

“손 위치도 좀 다르고. 이게 저희도 이해는 잘 안 되는데, 이해를 해보자면 집중 하다 몸이 자연스럽게 편한 자세를 찾아간 거라고 생각해요.”

최현우가 김수호를 바라봤다.

“정리하자면, 만약 김수호 선수가 한국에서만 야구 할 거라면 교정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래요?”

“예. 지금도 홈런 뻥뻥 치는데 굳이 바꿀 필요가 없죠. 근데 만약 한국이 아니라, 다른 곳에 갈 거라면.”

화면에 있는 올림픽 장면을 가리켰다.

“이 자세, 반드시 필요해요.”

확신에 찬 듯 말을 했지만, 사실 김수호로서도 쉽게 할 만한 결정은 아니었다.

타격폼을 바꾼다는 건 말이 쉽지, 좋던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걱정 되죠?”

“음···. 그렇죠.”

“이해해요. 저희가 뭐 여러 번 본 것도 아니고 초면에 이런 말 하면 그럴 수도 있죠. 근데 저희가 괜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우선 타격폼 수정은 시즌이 끝나고 진행할 거예요.”

그러더니 다른 장면을 띄었다.

“사실 김수호 선수는 이미 타격폼을 한 번 바꾼 적이 있어요. 이 장면. 기억나죠?”

돌핀스 상대로 장외 홈런을 쳤던 장면이었다.

“이거 진짜 주호 형 말 한마디만 듣고 한 거 맞아요?”

“네, 그렇죠.”

“진짜 괴물이네. 아, 미안해요. 이게 말이 되나 싶어서.”

큼큼.

“이게 저희가 제안하고 싶은 최적의 타격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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