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73화 (73/203)

73화 조언의 결과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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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주, 가장 뜨거운 경기를 알아보는 시간, 위클리 베이스볼의 이정현입니다.”

“안녕하세요. 서기현입니다.”

“서기현 위원님, 위클리 빅매치로 대구 에이스와 부산 마린스의 경기를 꼽으신 이유가 어떻게 되시나요?”

“올림픽 이후 완전히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는 두 팀입니다. 마린스는 올림픽에서 활약했던 세 선수, 강주호, 허하준, 김수호의 활약에 힘입어 꾸준히 기세를 이어가고 있죠. 반대로 에이스는 양준의 부상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0.5경기 차의 두 팀이 맞붙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그렇군요. 에이스의 양준 선수의 복귀는 아직인가요?”

“예.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복귀에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린스 역시 강주호의 무릎 부상이 다시 도져서 선발에서 제외됐죠. 이렇게만 보면 양 팀이 비슷한 거 같습니다만.”

“마린스에는 김수호 선수가 있죠.”

“예. 돌핀스 경기에서 장타를 무려 5개를 몰아친 김수호 선수가 작은 대구 구장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정말 기대됩니다.”

“그렇군요. 이번 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부산 마린스와 대구 에이스의 경기는 이 방송이 끝나고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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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도착해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김수호에게 푸른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두 선수가 다가갔다.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야? 피곤할 텐데 쉬엄쉬엄해.”

“어후, 전 이래야 피곤이 풀리더라고요.”

최정윤을 발견한 김수호가 환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사람을 쳐다보자 최정윤이 소개해줬다.

“여긴 알까 모르겠는데 우리 포수 이석훈.”

“안녕하세요.”

“아, 반갑습니다.”

“저보다 나이 많으신데 말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될까?”

김수호보다 한 살 많은 포수로 양준의 백업으로 활약 중인 이석훈.

김수호도 이석훈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내색은 안 했지만 하도 언론에서 비교하니 모를 수가 없었다.

마린스와 에이스는 공통점이 꽤 많았다.

프로야구 원년 팀이었고, 둘 다 국가대표급 포수를 보유했지만, 그 후계자를 키우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올해, 마린스는 김수호가, 에이스는 이석훈이 튀어나왔다.

그 때문일까, 언론에서는 과거 강기호 – 양준 구도처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이런 기사들도 빈번하게 나왔다.

[에이스의 이석훈, 마린스의 김수호. 포수 2세대의 라이벌 관계.]

이제 막 김수호가 활약했을 무렵, 처음 이 기사가 나왔을 때, 에이스 팬들이 화를 냈다.

ㄴ 이석훈이 지금 몇 경기를 뛰었는데 고작 5경기밖에 안 나온 김수호와 비교하는 건 좀 양심 없지 않냐?

ㄴ 으, 이래서 꼴린스 놈들이 싫어. 걍 신인이 몇 경기 잘하면 지네가 최고인 줄 알아 ㅋㅋㅋ

ㄴ ㅇㅈ. 어차피 한 달 뒤면 김수호 2군에 있을 듯 ㅋㅋㅋㅋ

하지만 이런 여론은 올림픽이 가까워질수록 점점 반전되기 시작했고, 올림픽을 기점으로 양 팀 팬들의 반응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 반응의 정점이 바로 어제 올라왔던 기사였다.

[김수호의 마린스 vs 이석훈의 에이스, 많은 것이 달린 안방마님 라이벌전!]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석훈? 양준도 아니고 이석훈?

ㄴ 기자가 에이스 팬인 듯 ㅋㅋㅋㅋㅋ

ㄴ 이미 리그 씹어먹은 포수랑 백업 따리랑 비교하냐?

ㄴ ㅉㅉ 부러우면 말로 해.

아무튼 이런 반응을 이석훈도 잘 알고 있었다.

‘얘가 김수호.’

양준이 공식 석상에서 차기 국가대표 포수라고 공언할 정도로 뛰어난 포수.

2할 3푼도 겨우 치고 있는 자신과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포수였다.

하지만 포수는 공격이 전부가 아니다.

‘내가 보여주겠어.’

에이스의 홈은 투수만 힘든 구장이 아니다.

포수 역시 홈런을 피하고자 매일 같이 노력해야 했고,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김수호는 아래를 보기엔 너무 높이 올라와 있었다.

그 까닭에 열의를 불태우는 건 이석훈뿐이었다.

“오늘 경기 잘 부탁해.”

“예. 저도 잘 부탁드릴게요.”

‘단 한 번의 출루도 시키지 않겠어.’

‘손을 왜 이리 꽉 잡냐.’

같은 상황, 다른 생각.

아무튼 그렇게 둘의 만남 이후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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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작네.’

에이스 구장을 처음 본 소감이었다.

펜스도 낮고, 길이도 짧다.

투수들이 왜 대구 원정을 가기 전에 죽는소리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 때문에 대구 에이스 팀 자체가 구장 친화적인 구성으로 되어있다.

타자들은 전부 한 방이 있는 선수들이고, 투수들은 뜬공보다 땅볼을 유도해내는 데에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기세가 안 좋은 것도 사실.

‘양준 선배가 없으니까.’

아까 만난 이석훈은 양준의 빈자리를 메우기엔 부족하다.

그리고 그건 1회부터 드러났다.

박은성부터 시작된 1회 초 공격.

“스트라이크 아웃!”

날카롭게 떨어지는 변화구에 박은성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지만, 이석훈이 포구를 못 하면서 1루에 출루.

“남 일 같지 않네.”

김호기가 그 모습을 보더니 중얼거렸다.

“지금도요?”

“쯧. 그래. 너 잘났다.”

아무튼 그 이후 2스트라이크에 변화구를 쓰는 게 부담스러운지 빈도가 줄었고, 결국 연속 안타와 실점으로 이어졌다.

1회, 박은성이 홈으로 들어오고 무사 1, 3루에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도 4번 타자로 출전한 경기.

들어오면서 이석훈을 힐끔 바라봤다.

주자가 3루인 상황에서 상대 외국인 투수, 제이든 스미스의 주 구종인 스플리터를 받아낼 자신이 있을까?

내 생각은 no였다.

“볼!”

초구는 볼이 됐고, 이후 카운트를 잡기 위해 들어온 포심을 노렸다.

하지만 방망이는 공에 닿지 않았고, 그대로 헛스윙.

‘오, 스플리터.’

불안하긴 했지만, 이석훈은 어찌저찌 막아냈다.

스플리터를 던질 수 있다는 걸 안 순간, 장타 욕심을 버렸다.

어차피 무사에 주자가 있는 상황.

인플레이 타구만 만들어내도 1점이었다.

-따악!

욕심내지 않고 3구를 가볍게 밀어 치면서 우익수 앞에 안타.

“깔끔했다. 나이스.”

1루 코치님의 칭찬과 함께 짧게 작전을 전달받았다.

이후 김민석의 진루타와 잭 미켈의 희생플라이, 채지훈의 추가 안타를 섞어 총 4득점.

우리 마운드에 올라온 사람의 얼굴을 본다면, 사실상 경기는 끝난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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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하준에게 4점이란 솔직히 말해서 아주 여유 있는 점수였다.

과장 조금 보태서 무작정 존에 넣는 볼 배합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점수.

물론 그 정도로 과감한 볼 배합을 하진 않았다.

다만 적극적으로 카운트를 잡고, 그걸 기반으로 스플리터로 방망이를 끌어냈다.

그 결과 6회까지 1실점 했지만 이미 점수 차이는 아득하게 벌어져 있었다.

7대1의 스코어.

이번 이닝에 타석이 돌아올 것 같진 않아서 느긋하게 다음 이닝 볼 배합을 생각하던 중이었다.

“뭐 해?”

“아, 볼 배합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래?”

허하준이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어떻게 하려고?”

“다른 변화구를 섞을까 생각 중이에요. 지금은 커브 정도?”

지금까지 주로 쓴 공은 포심과 스플리터, 그리고 슬라이더.

거기에 느린 변화구 하나를 추가하면 아마 방망이가 헛도는 걸 계속 볼 수 있을 거다.

“그래? 괜찮네.”

“원하는 구종 있으세요?”

“흠, 하나 있는데.”

“어, 정말요?”

그냥 예의상 물어본 거였는데.

볼 배합을 구성할 때 허하준이 먼저 얘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어. 근데 나도 실전에서 던져본 적 없어.”

“네?”

“이번에 처음 던지는 공인데, 어때. 받을 수 있겠어?”

이건 대체 무슨 소리지?

“갑자기 와서 구종을 추가했다고요? 그리고 그걸 받아달라고요?”

“어. 한번 써보고 싶은데, 어때?”

아무리 허하준이라지만, 이런 말을 하니 너무 당황스러웠다.

“일단 한 번 받아볼게요.”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이게 말이 되나?

혼란은 직접 허하준의 공을 받아볼 때까지 계속됐다.

7회 초 공격이 끝나고 연습 투구 시간.

‘궤적은 포심처럼 가다 살짝 가라앉을 거야.’

그 말은 곧 투심이나 싱커라는 말.

허하준이 포심 몇 번 던지고 새 구종을 던지겠다는 사인을 보냈다.

날아오는 건 포심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살짝 휘면서 아래로 떨어졌다.

구속은 150km.

완성도만 따지자면 사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 상태로 경기가 시작됐고, 나도 처음 보는 공에 에이스 선수들이 대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세 타자 전부 땅볼 처리.

“뭐야 이거.”

타자가 물었지만, 나도 궁금했다.

“그 공 뭐예요?”

“경기 끝나고 말해줄게.”

그러면서 웃는데, 너무 얄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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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스와 에이스의 맞대결은 여러 의미에서 주목한 경기였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경기는 단연 1선발의 맞대결.

둘 다 우완 투수에 주 구종이 비슷했다.

그런 투수들이 친 타자 구장인 대구에서 맞붙으니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두가 궁금해했다.

하지만 경기는 투수가 아닌, 포수에서 결정이 났다.

[와, 포수 차이 지리네]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까지 차이 나냐? 우리 포수는 결정구 봉인시키는데, 김수호는 존나 스플리터만 던져도 되네 ㅋㅋㅋㅋ

ㄴ 거기에 허하준 스플리터가 더 날카로움.

ㄴ 오늘 경기는 걍 포수 차이다.

ㄴ 라이벌은 무슨, 타격이든 수비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민망한데?

ㄴ ㅋㅋㅋㅋ 김수호 초반에 에이스 놈들이 이석훈이랑 비교하지 말라고 했던 거 생각나네.

ㄴ ㄹㅇ? 그 새끼들 오늘 이불킥 존나 할 듯.

ㄴ 꺼억~ 7등 잘 먹겠습니다~

에이스의 배터리가 스플리터를 던지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

1회 4실점, 2회 1실점, 5회 2실점을 한 에이스의 제이든 스미스와 다르게 홈런이 자주 나오는 구장에서 7회까지 1실점한 허하준.

치명적인 포일 2개를 기록한 이석훈과 허하준의 공을 단 한 개도 빠짐없이 잡아낸 김수호.

심지어 도루저지에서도 차이가 났으니, 대구 에이스 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뜨거운 주제는 하나 더 있었다.

[허하준 방금 공 뭐임? 투심?]

-저런 궤적을 가진 공이 있었나?

ㄴ 그러게? 처음 보는데?

ㄴ 와, 테일링 도랐네 ㅋㅋㅋㅋ 저걸 어케 침?

ㄴ 구속 봐. 150 넘음. 말이 되냐?

ㄴ 투심? 싱커? 아니 무슨 게임임? 갑자기 저딴 공이 추가되냐고.

ㄴ 와, 타자들 그냥 대처를 못 하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허하준의 새 구종.

그 이슈의 대미는 인터뷰였다.

“오늘 새로운 구종을 선보이셨는데요. 어떤 공이죠?”

“예전부터 연습 중이던 공인데, 수호의 말에 힌트를 얻어서 완성했습니다.”

ㄴ 또수호 ㄷㄷ

ㄴ 캬, 이번에도 김수호냐?

ㄴ 걍 김수호를 투코 겸직하게 하자.

물론 김수호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다시 한번 김수호란 이름이 야구팬들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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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 뭐였어요?”

“뭐가.”

“아니, 7회에 던졌던 공이요. 그래도 말은 해줬어야죠.”

“말 해줬잖아.”

“오늘 새로운 공 던져볼 게라는 말이 그렇게 쉽게 할 말은 아니지 않아요?”

“그럼 뭐가 더 필요한데?”

“후. 아닙니다.”

포기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허하준이 그제야 웃으면서 말해줬다.

“네가 동준이한테 했던 말, 그거 듣고 아이디어를 얻어서 한 번 던져봤어.”

“... 그게 돼요?”

“되던데? 너도 하잖아. 동준이도 했고.”

“전 경우가 좀 다르죠.”

대체 김동준한테 한 조언이 어디까지 퍼지는 걸까.

그리고 그런 구종을 추가해놓고 평범한 공 하나 추가한 것처럼 말하는 게 어이가 없다.

“그래서 그거, 뭔 공인데요.”

“투심.”

“투심이요? 싱커가 아니라?”

“어. 투심 맞아.”

150km의 그딴 궤적을 갖은 투심이라.

“진짜 괴물이네.”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 앞에서 괴물이 뭐냐.”

“그 공을 어떻게 쳐요.”

포심과 스플리터.

이 두 가지만 해도 허하준을 상대하는 타자의 머리가 터져나갈 텐데 거기에 포심과 비슷한 구속으로 오다 떨어지는 투심?

이건 그냥 치지 말라는 소리였다.

“우승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하지만 허하준의 말에 반박은 하지 못했다.

“그건 맞죠.”

“아직 완성된 구종은 아냐. 고쳐야 할 부분도 있고. 나름 꽤 오랫동안 고민하던 거라고. 그래서 7회에 말했잖아.”

“그래도 어느 정도 완성했으니까 던진 거 아니에요?”

“그렇지? 자, 아무튼 열심히 담금질해 보자고.”

“좋죠.”

솔직히, 대구 에이스는 운이 좋은 거였다.

다음 허하준의 등판은 아마 타자들의 지옥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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