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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71화 (71/203)

71화 조언의 결과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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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투수코치님을 모셔 와서 그 공을 확인하고 간략한 조언이 추가됐다.

“몸에 힘을 뺐다고 했지? 자세히 좀 설명해줄래?”

“수호가 제 고등학교 때 투구폼이랑 지금 투구폼이 다르다고 했거든요.”

“흐음. 동준이 너 고등학교 때 변화구는 꽤 괜찮았지?”

“예. 그걸로 재미 좀 봤었죠.”

투수코치님이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필요 이상으로 근육이 붙다 보니까 힘을 줘야 할 부분을 제대로 모르는 거 같네. 몸에 힘을 뺀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마지막에 임팩트를 준 게 커터처럼 휘는 거고.”

커터, 그래.

딱 궤적이 커터 같았다.

“그래도 아직 좀 더 연구가 필요해.”

“그런가요?”

코치님의 말에 김동준이 아쉬워했다.

하긴, 아쉬워할 만큼 공이 좋았으니 이해는 됐다.

“형, 뭘 걱정해요. 그거 제일 잘하시는 분이 우리 팀 감독으로 계신대.”

“그렇지. 감독님이 그거 하나로 먹고사시는 분인데, 걱정하지 마. 아무튼 수호야, 너 눈썰미가 진짜 좋은데? 잘했다.”

아쉽게도 감독님은 오늘 바쁘셔서 당장은 어려웠다.

하지만 계속된 코치님의 조언과 던질수록 좋아지는 공에 결국 실전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른 변화구가 못 쓸 정도라 그런 것도 있지만, 변형 포심엔 확실한 강점이 있었다.

바로 포심과 다른 궤적으로 휘면서, 구속 차이는 거의 없다는 것.

포심이 최고 145km까지 나온다면, 변형 포심, 좌타자 몸쪽으로 휘는 커터 같은 궤적의 이 공은 142km가 나왔다.

몸에 힘을 빼보는 게 어떠냐는 간단한 조언에 구종 하나가 생기다니.

솔직히 나도 많이 놀랐다.

“수호야, 정말 고마워.”

김동준이 거의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다.

“아니, 제가 뭘 했다고요. 결국 던진 건 형이잖아요.”

“아니야. 전부 네 덕이야.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부담 없이 말해. 내가 다 들어줄게.”

뭐, 이렇게까지 말한다면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오늘 등판하면 삼진 3개 잡죠?”

“오늘 등판한다고? 내가?”

“아까 투수코치님 눈 못 봤어요? 당장이라도 마운드에 올리고 싶어 하시던데.”

“에이. 설마.”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대하는 눈치였다.

아무튼 이런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나온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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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질 준비됐냐?”

“저희 갈 길 바쁜데 양보 좀 해주시죠? 이제 프렌즈랑 2경기 차이잖아요.”

“우리도 바빠 임마. 너네도 피닉스랑 두 경기 차이면서 뭘 그러냐?”

“근데 스타즈랑 벌어졌잖아요. 이미 재낀 팀은 신경 안 써요. 위가 중요하지.”

그리고 언젠가 돌핀스를 목표로 삼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다.

아무튼 돌고래와 이야기하다 보니까 심판이 그만 얘기하고 시작하라는 언질을 줬다.

돌핀스와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에 이규영을 상대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근데 어제 이규영이 이를 악문 걸 보니 계획대로 갔다간 큰일 날 것 같았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약간 틀었다.

“스트라이크!”

초구부터 153km의 빠른 공이 들어오자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워우, 터프한데?”

“괜찮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정 가운데로 들어오는 공이라 좀 위험했다.

아무튼 돌고래 포획 작전은 간단하다.

차라리 1루에 내보내는 한이 있더라도 공을 많이 던지기 전에 정면 승부를 한다.

물론 이 작전을 들은 이호민이 난감해 했다.

‘그러다 1루에 나가면?’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이호민한테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1루에 내보내지 않는 게 상책.

“볼!” “파울!”

3구 연속 빠른 공을 던지자 이규영의 표정도 사뭇 진지해졌다.

거기에 잠깐 타석에서 빠졌다 들어올 때 방망이를 잡은 손의 위치가 약간 짧아졌다.

빠른 공을 정확하게 치기 어려우니 차라리 파울로 만들어 공 개수를 늘리겠다는 의미였다.

이 타이밍에 오프스피드 피치를 섞어주기로 했다.

이규영이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첫 만남 때 던져서 꽤 재미를 봤던 체인지업.

-딱!

체인지업 치곤 밋밋하게 들어왔지만, 이미 빠른 볼 타이밍에 나간 방망이를 속이기엔 충분했다.

최치호가 가볍게 잡아서 1루로.

“아웃!”

깔끔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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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라인업에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상대 선발이 우완이라 이주학과 채지훈이 들어오는 건 이젠 익숙하다.

가끔 팬들이 우리 감독님을 좌우 놀이에 미친 감독이라 부르긴 하지만, 철저한 상대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하는 거라 선수단 내부에선 불만이 없었다.

다만, 원래 채지훈이 들어오면 빠졌던 김민석이 지명타자 자리에 그대로 들어가 있었다.

강주호가 없는 타선.

이유는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알았다.

아픈 게 아니라지만, 대놓고 무릎에 붕대를 칭칭 감아놨는데 모를 수가 있나.

물론 강주호는

“이거? 마,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는 말 모르나?”

라면서 별거 아닌 걸로 치부했지만.

아무튼 오늘 김민석이 지명타자로 들어갔지만, 4번 타자라는 뜻은 아니다.

4번 옆에는 김수호 세 글자가 적혀있었다.

라인업을 딱 봤을 때, 순간 가슴이 엄청나게 뛰었다.

언젠가 한 번은 4번으로 경기에 나설거라 생각했다.

내 생각에도 마린스에서 나보다 잘 치는 타자는 없었으니까.

다만 아직 강주호가 있었고, 포지션이 포수라 5번에 있었을 뿐이다.

“4번 타자 김수호! 홈런! 김수호!”

아무튼 설레는 건 나 뿐만이 아닌지 관중석에서 들리는 함성에 절로 소름 돋았다.

투수는 본인들의 홈에서 들리는 마린스의 응원 소리에 약간 기가 눌리는지 표정이 굳어있었다.

상대 선발 김민규는 140km 중반의 속구를 던지는 유망주.

이 상황이 부담되는지 돌핀스 배터리간의 사인이 길어졌다.

나도 그 시간 동안 미칠 듯이 뛰는 심장을 겨우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경기장을 바라봤다.

김민규 뒤로 2루에서 리드폭을 넓히고 있는 박은성이 보였다.

2아웃에 주자가 박은성이라 단타면 선취점을 뽑을 수 절호의 기회였다.

기나긴 사인 교환이 끝나고 투수가 드디어 투구에 들어갔다.

‘어, 잠깐만.’

“볼!”

“마! 뭐하나!”

“저 새끼! 미칬나!?”

1루가 비어있는 상황.

초구부터 존에 던질 거라곤 생각 안 했지만, 공이 완전히 빠져 머리 쪽으로 날아왔다.

눈이 똥그래진 투수의 눈을 보면 일부러 한 건 아닌 것 같아서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어차피 나 대신 화를 내줄 사람은 많았다.

“호로자슥아! 니가 프로가!? 동업자 정신 없나!?”

“저 저, 눈만 똥그래서! 마! 니 부산 올 때 각오해라!”

관중석이 얼마나 소란스러웠는지 심판이 중재하느라 경기를 잠깐 중단했다.

결국 투수가 사과하고 내가 받아주는 걸로 마무리됐다.

“미안하다. 고의 아닌 거 알지?”

“당연하죠.”

포수의 말에 쿨하게 대답했다.

어차피 고의인지 아닌지 투수의 표정을 보면 안다.

‘울겠는데?’

김민규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투수가 이런 경우, 둘 중 하나다.

제구가 완전히 틀어져 볼넷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딱 먹기 좋은 실투가 들어오거나.

-따악!

존 중앙 부분에 낮게 들어온 포심.

내야를 꿰뚫는 타구에 여유롭게 1루에 들어왔다.

박은성 역시 여유롭게 홈으로.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주호야! 은퇴해라!”

“그동안 욕봤다! 이제 고마 가라!”

아까 욕했던 아재 두 명의 소리가 2루에 있는 나까지 들릴 정도로 쩌렁쩌렁하게 들렸다.

목청 참 좋으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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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미켈과 김민석의 연속 안타에 홈에 들어왔다.

2아웃 이후 3점을 뽑아내면서 기분 좋은 출발.

근데 좀 찝찝했다.

‘어제부터 타이밍이 좀 안 맞네.’

어제 내 기록은 3타수 무안타.

첫 타석에 안타를 치긴 했지만, 타이밍이 어긋나 땅볼이 됐다.

‘뭐가 문제지?’

돌핀스와 첫 경기에 쳤던 4개의 장타.

그게 문제가 된 걸까.

“표정이 왜 썩어있어.”

“아, 별거 아니에요.”

강주호가 절뚝이는 무릎으로 옆에 와서 앉았다.

“임마, 애들이 네 눈치 보는 거 안보이냐?”

“제가 막낸데요?”

“원래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형이야.”

“그럼 제가 선배님 형인가요?”

“이 새끼가, 넌 아직 멀었어.”

“캬, 역시 제정신이 아니야.”

지나가던 채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억울한데.

“그래서 뭔데.”

“그냥 어제부터 타이밍이 좀 안 맞는 것 같아서요.”

“안타 쳐놓고?”

강주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진지하게 내 얘기를 들어줬다.

“쉽네.”

“예?”

“몸에 힘이 들어가서 그래. 힘 빼고 쳐.”

그 말을 듣자 머리에 뭐가 날아와서 쿵하고 부딪힌 기분이 들었다.

“그러게요. 쉽네요.”

내가 불과 몇 시간 전에 김동준한테 했던 조언을 강주호에게 그대로 들을 줄이야.

사람일 참.

사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감이 왔다.

그래도 강주호에게 물었다.

“그래서 힘은 어떻게 빼고 쳐요?”

“공 던질 때 레그킥 한 다리 내리고, 하체를 단단히 디딘 다음에 골반 돌리고, 상체는 그대로 부드럽게 돌리면 돼.”

누가 형제 아니랄까 봐 강기호와 강주호는 알려주는 방법도 비슷했다.

하지만 큰 도움이 됐다.

이거라면 충분하지.

“선배님은 진짜 코치하시면 명 코치 되실 거예요.”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채지훈이 나지막하게 한마디 뱉었다.

“지랄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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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호의 조언을 토대로 몇 번 휘둘러보니 감이 잡혔다.

확실히 몸에 딱 맞은 듯 편했다.

원래 내 스윙을 찾은 것 같은 기분.

조금이라도 빨리 테스트하고 싶었는데, 다행히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3회 초는 3번 오준혁부터 시작이었다.

“선배님. 죄송한데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뭔데?”

“그, 타석에서 공을 좀 봐주셨으면 해서요.”

“공? 몇 개나?”

“한, 5개?”

“그 정도면 가능하지.”

흔쾌히 수락한 오준혁은 내 부탁대로 정확하게 5번째 공에 삼진을 당하고 들어왔다.

“또 삼진이냐!”

“아, 이번엔 제가 수호 부탁 들어주느라 그런 겁니다.”

변명의 수단으로 이름이 팔렸지만, 이 정도면 남는 장사다.

아무튼 오준혁 덕분에 뒤에서 공을 보면서 타이밍을 잡았다.

이제 그 결과를 시험해 볼 차례.

주자가 없는 상황.

돌핀스 배터리 입장에서도 굳이 피할 이유가 없었다.

강주호의 조언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면서 공을 기다렸다.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난 게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인다.

‘다리 내리고. 하체를 단단히 디딘 다음에,’

공에서 손이 떠날 때 올렸던 다리를 내리면서 땅을 디뎠다.

‘골반 돌리고,’

그러자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골반

‘상체는 그대로 부드럽게 돌리면 돼.’

그 말 그대로 돌아가는 상체.

그리고 공이 방망이에 맞는 순간, 확신했다.

-따아아악!

그대로 방망이를 멀리 내던졌다.

“시발, 존나 멀리 가네. 야, 민규야! 괜찮아.”

포수의 말이 방망이에 대한 말인지, 공에 대한 말인지는 모르겠다.

공을 나지막이 바라보다 천천히 1루로 뛰었다.

그런데 1루로 뛰는 중 안 그래도 귀가 먹먹할 정도로 들리던 함성이 더 크게 들렸다.

‘뭐지?’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수호야! 이제 네가 4번이다!”

“구장을 넘겨버리네! 이쁜 새끼!”

그 이유는 홈을 밟고 들리는 관중석에서 들리는 소리를 유심히 듣자 알 수 있었다.

더그아웃 역시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손이 쏟아졌다.

“이따 인터뷰하면 내 덕분에 쳤다고 말하는 거지?”

“당연하죠.”

“얼씨구, 어딜 껴.”

“아, 형님. 제가 공 봐줘서 친거 아닙니까. 제 지분도 조금은 있습니다.”

“꺼져. 다 내 조언 때문이지.”

그것도 그렇고, 다른 사람의 도움도 컸다.

“나?”

“예. 고마워요.”

“내가 뭘 했는데?”

얼떨떨한 표정의 김동준이 쳐다봤지만, 이내 잭 미켈의 연타석 홈런이 나오자 더그아웃은 다시 흥분의 도가니가 됐다.

아무튼 아무도 몰랐던, 심지어 본인도 몰랐던 짧은 슬럼프는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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