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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70화 (70/203)

70화 승리보다 중요한 건 없다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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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경기에서 드러났듯, 마린스의 약점은 명확했다.

선발이 일찍 내려가면 그 뒤를 이을 투수가 마땅히 없다.

좌완 원 포인트 박상훈, 셋업맨 정태석, 마무리 이용기 정도를 제외하면 마땅한 불펜이 없었다.

그나마 이호민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팀과 본인의 미래를 위하여 5선발로 간 상황.

마린스가 노력을 안 한 건 아니었다.

“김수민이랑 김수호? 에라이, 양아치 새끼들. 꺼지라 그래.”

프렌즈의 김수민이 안 좋은 불펜은 아니었지만, 곧 서른 중반.

올림픽 당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김수호와 바꾸자는 건 애초에 거래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사실 올림픽 이전 마린스의 기세가 매서웠고 뻔히 투수를 원한다는 걸 아는 다른 팀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할 리 만무했다.

결국 마린스의 수뇌부는 뉴페이스를 찾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발굴한 자원이 바로 김동준.

김동준은 특이한 케이스였다.

현역 입대 선수는 흔하지만, 현역 전역 직후 곧바로 선수단에 복귀하는 일은 흔치 않았다.

일단 군대에서 야구를 접하기 힘들어 실전 감각이 없다.

거기에 스토브 리그에서 FA를 영입하면 선수 명단에 없어도 될 선수를 추가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곧바로 1군에 합류할만한 전력이 아니라면 굳이 복귀시키지 않는 것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마린스는 휴식기 동안 김동준을 평가하고 충분히 전력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렇게 전역 이후 꾸준히 2군에서 실전을 겪으면서 결국 1군까지 오게 된 거였다.

그런 김동준이 호텔 복도를 지나가다가 김수호를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그렇게 반가워 할 줄은 몰랐는데.’

고등학교 때 같이 있던 시간은 고작 몇 개월뿐.

프로에 와서 거의 바로 군대에 갔으니 2년이라는 시간을 서로 연락도 안 한 채 보냈다.

거기에 김동준이 전역할 당시 김수호는 이미 두말할 것 없는 주전 포수.

2군에서 경기를 뛰는 김동준과 김수호가 만나는 건 요원한 일이었다.

아무튼 선후배가 1군에서 재회한 이상 호흡을 맞출 게 분명했다.

그래서 김동준은 경기가 끝나고 공을 받아 달라 부탁하기 위해 김수호를 찾았다.

멀리서 얘기하는 세 명의 동기를 보고 눈치 없이 끼는 건가 싶었지만, 김수호가 먼저 김동준을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어, 동준이 형.”

“형?”

“동준 선배님이랑 아는 사이였어?”

“어. 고등학교 선배.”

김수호가 선수 중 누군가에게 형이라 하는걸 처음 본 이주학과 이호민이 놀랐다.

“다 씻으셨어요?”

“어. 이제 버스로 가려고. 너넨 여기서 뭐 해?”

“저희도 이제 가야죠. 같이 가요.”

얼떨결에 합류한 김동준과 같이 버스로 향했다.

“그, 수호야.”

“네?”

“내일 혹시 공 한 번 받아줄 수 있니?”

“아, 당연하죠. 편하실 때 말하세요.”

나름대로 긴장하고 말한 거였는데 김수호는 너무 편하게 대답했다.

“고마워.”

“에이, 이런 걸로 뭘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김동준이 남들 몰래 나이스를 외칠 즈음, 버스로 나가는 통로가 보였다.

거기에 도착하자 김수호가 자연스럽게 따로 나갔다.

“어? 왜 수호만 따로 가?”

“선배님은 저희랑 가시면 되요.”

“왜?”

“보면 알아요.”

김동준이 의아한 눈으로 김수호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버스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했다.

“어....?”

김수호가 나오자 늦은 시간까지 기다린 팬들이 환호했지만, 인사만 하면서 버스에 들어갔다.

순간 김동준은 저래도 되나 싶었지만, 이호민과 이주학은 익숙한 일이라는 듯 그대로 나갔다.

솔직히 오늘 막 1군에 올라온 자신의 얼굴도 모를 텐데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이 많았다.

‘이렇게 좋은 팬들인데, 그냥 버스로 가다니.’

사인을 해주면서 김수호에 대한 실망이 이어졌다.

‘많이 변했네.’

인기를 얻으면 저렇게 변하는 걸까?

“사인 좀 해주세요.”

“아, 예. 감사합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사인을 하는 사이, 갑자기 다시 환호성이 들렸다.

‘강주호 선배님이나 허하준 선배님이 나오셨나?’

그러면서 입구를 봤지만 아무도 없었다.

의아해하면서 반대쪽을 보니, 어느새 김수호가 버스에서 나와 열심히 사인하고 있었다.

“아....”

그 모습을 보더니 이주학이 웃으면서 말했다.

“놀라셨죠? 쟤 원래 저래요. 워낙 사인해달라는 사람이 많은데, 짐 들고 하니까 힘들다고 버스에 짐만 놓고 종일 사인만 해요. 특히 진 날에는 들어올 생각을 안 해요.”

그래서일까, 김수호의 사인은 희소성이 없었다.

직관을 와서 김수호가 나오는 타이밍에 사인을 요구하면 100에 90은 받을 수 있으니까.

10은 그냥 운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도 다음 경기에 요구하면 대부분 사인을 받아 갔다.

‘... 그럼 그렇지.’

김동준이 안도하면서 자신이 알던 김수호가 그대로라는 것에 웃었다.

“김동준 선수! 사인 좀 해주세요!”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은 별로 없었지만, 열심히 사인을 해주고 버스로 들어왔다.

그리고 김수호는 어김없이 버스에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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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눈이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 별일 없었습니다.”

다음 날.

김동준이 죽은 눈을 한 이주학과 이호민을 보고 먼저 말을 걸었다.

그 뒤로 멀쩡해 보이는 김수호가 보였다.

‘뭔 일이래?’

너무 상반된 둘과 김수호의 모습.

하지만 어째 더 이상 관심을 두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그래. 낮잠이라도 조금 자지 그래? 너 오늘 선발이잖아.”

“감사합니다.”

하지만 김수호가 둘을 향해 말했다.

“일어나. 아직 안 끝났어.”

“아니! 새벽까지 해놓고 뭘 더 하자고!?”

“선수도 사람이다! 김수호는 각성하라!”

“각성하라!”

그 모습을 본 김수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네가 같이 하자며?”

“그건 그런데....”

이렇게 힘들 줄 몰랐지.

뒤에 따라오는 말을 삼킨 이호민이 마저 말했다.

“아, 몰라! 더 하면 컨디션만 안 좋아질 것 같아. 나 좀 자고 올게!”

그러면서 이호민이 먼저 도망갔다.

이주학도 뒤따라가려고 했지만, 김수호에게 뒷목을 잡혔다.

“넌 어딜 가려고?”

이호민이야 어차피 경기에 들어가면 리드대로 따라온다.

그래서 지식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알려준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주학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선발로 예정된 몸.

아직 알려주지 못한 게 많았다.

“살려....!”

이호민은 도망치다 뒤에서 들린 짧은 단말마를 애써 무시한 채 눈을 질끈 감고 가던 길을 향했다.

하지만 이주학에겐 아직 희망이 있었다.

“수호야, 공 좀 받아줄 수 있을까?”

그 장면을 보고 있던 김동준이 포구를 부탁했다.

“아, 그럼요. 지금 할까요?”

“그럼 고맙지.”

“선배님! 감사합니다!”

그 말에 가장 격한 반응을 보인 건 이주학이었다.

그대로 90도 인사를 하고 다시 붙잡히기 전에 도망갔다.

“아오, 내가 뭘 했다고.”

“하하....”

‘부탁한 거 잘한 거겠지?’

반응을 보니 살짝 두려웠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불펜으로 가는 길에 김수호가 구종에 관해 물었다.

“뭐 뭐 던지세요?”

“나 던질 줄 아는 건 좀 많아.”

“아, 맞다. 그랬죠.”

고등학교 시절 학교의 에이스였던 김태민은 150km를 넘게 던지는 강속구 투수.

고등학교 레벨에선 150km만 던져도 칠 타자가 거의 없었다.

반면 김동준은 최고 구속이 고작 145km인 포심만 고집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여러가지 변화구를 배우기 시작했고, 나쁘지 않았다.

고등학교 레벨에선.

미숙한 변화구는 2군에서조차 통하지 않았고, 그래서 군대를 선택했다.

군대에선 코치님의 조언 대로 공을 놓고 살았다.

공을 다시 잡은 건 이제 고작 6개월 남짓.

그 외 시간엔 운동만 하면서 보냈다.

그게 효과가 있었는지 2군에서 통할 정도로 좋아진 건 사실이었다.

‘근데 과연 내 공이 1군에서 통할까?’

그 김태민조차 난타를 맞는 곳이 이곳인데 말이다.

“수호야, 내 공이 어떤지 솔직하게 말해줘.”

“걱정하지 마세요. 저 그런 거짓말 못해요.”

김동준이 먼저 얘기했지만, 오히려 알겠다는 말을 들으니 더 긴장됐다.

아무튼 불펜에 도착해 김수호가 장비를 차고앉았다.

‘후. 침착하자.’

김수호는 허하준을 비롯한 난다 긴다 하는 선수들의 공을 받아본 포수.

솔직히 자신의 공이 성에 찰까 싶다.

연습 투구 몇 번 던지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긴장하지 마시고 준비되시면 포심부터 던져주세요!”

“오케이!”

긴장이 풀리긴커녕 손에 땀이 날 정도였지만, 천천히 투구를 시작했다.

-퍼어억!

“어....?”

방금 내가 던진 공 맞지?

순간 멍해질 정도로 들리는 소리에 김동준이 깜짝 놀랐다.

“형, 포심 진짜 좋은데요? 다시 한번요!”

던져주는 공을 받고 다시 던졌다.

-퍼억!

“나이스 볼!”

절로 신이 나는 포구음에 손에 자꾸 힘이 들어가 제구가 흐트러졌다.

하지만 김수호는 내색조차 하지 않고 편안하게 날아오는 공을 전부 받아냈다.

그것도 일정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완벽하게.

“좋아요! 마지막!”

-퍼억!

마지막 공이 미트에 꽂히자 김동준은 저도 모르게 제 손을 바라봤다.

‘그새 실력이 늘었나?’

하지만 김동준도 알고 있었다.

이건 전부 김수호의 실력이라는 걸.

김수호가 공을 들고 김동준에게 걸어왔다.

“공이 진짜 묵직한데요? 깜짝 놀랐어요.”

“그래? 고마워.”

“잠깐 쉬었다가 변화구 던질까요? 아니면 바로?”

“바로 해도 돼?”

“저야 뭐, 상관없어요.”

고작 공 몇 개를 던지는데 흥분한 자신과 달리 평온하고 여유로운 김수호.

‘괜히 국대가 아니네.’

“그럼 부탁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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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의 공을 받았을 때, 솔직히 많이 놀랐다.

투구폼은 평범한 우완 오버스로.

‘이 정도였나?’

제구는 좋은 말로 좋다고 하기 힘들었지만, 포심이 보기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거기에 미트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마음에 들었다.

잠깐 얘기를 하러 김동준한테 가서 몸을 살펴보니 이해가 됐다.

‘벌크업 제대로 했네.’

어제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몰랐지만, 몸이 딱 봐도 단단했다.

힘이 넘쳐나서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 걸까 싶은 정도.

저 근육들을 비시즌에 알맞게 가공하면 어떤 투수가 나올까.

내심 기대가 됐다.

아무튼 그건 미래의 일이니까 차치하고, 변화구를 한 번 받아봤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등.

‘전부 못 쓰겠는데?’

포심은 제구가 어느 정도 됐지만, 변화구는 아예 못 쓸 정도였다.

내 기준이 높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건 좀 그랬다.

“다음 공이요!”

김동준 역시 이 사실을 아는지 포심을 던질 때보단 표정이 안 좋았다.

“포크 던질게.”

“넵!”

그리고 던진 포크볼은, 좀 많이 놀랐다.

“괜찮아?”

“아, 네. 좀 당황해서 그랬어요.”

실전에서 던졌으면 99% 장타가 나올법한 밋밋한 공이 들어왔다.

아무튼 포크도 별로였다.

‘아쉽네.’

그래도 이렇게 끝내면 뭔가 마무리가 허전했다.

김동준의 표정도 그리 좋지 않아 보였고.

하지만 제구가 한순간에 느는 것도 아니었고, 어쩔 수 없다.

“이제 그만할까요?”

김동준이 잠깐 고민하더니 말했다.

“아직 안 던진 공이 하나 있는데···.”

“그래요? 어떤 공인데요?”

“음, 그게 배운지 얼마 안 됐어.”

“괜찮아요. 뭔데요?”

“싱커.”

“오, 싱커 좋죠. 그거까지 던지고 끝내죠.”

사실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다.

다른 변화구들은 배운 지 꽤 됐을 텐데 제구가 안 됐다.

싱커라곤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준비되면 던지세요!”

그 말에 김동준이 심호흡 한 번 하고 투구를 시작했다.

-퍼억!

“좋은데요?”

“그래?”

하지만 이번에도 제구가 문제였다.

그래도 마지막에 가라앉는 게 나쁘지 않았다.

실전에 쓰기엔 아직 부족했지만.

몇 번 더 받아보고 가까이 가니 김동준이 씁쓸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음. 이런 상황에서 이걸 말해도 되나?

“형.”

“어?”

“그, 한번 힘 좀 빼고 던져볼래요?”

“힘을 빼라고?”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던질 때 좀 불편해 보여요.”

“그래?”

“예. 고등학교 때 봤던 형 폼이랑 좀 달라졌어요.”

사실 그냥 내 착각일 수도 있다.

고등학교 때 김동준이 던지는 걸 많이 본 것도 아니고, 직접 받아본 건 오늘이 처음.

기분 나쁜 말일 수도 있지만 김동준은 내 말에 생각에 잠겼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뒤.

“그럼 몇 번만 더 받아줄래?”

“얼마든지 가능하죠.”

-퍼억!

-퍼억!

조금 무리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공을 던졌다.

하지만 군말 없이 받아줬다.

내가 한 말인데 책임져야지.

몇 개의 공을 받았을까.

-퍼어억!

‘오, 이건 진짠데?’

아까 포심도 좋았지만, 이번 공은 좀 달랐다.

급하게 김동준에게 갔다.

“방금 뭐에요?”

“어, 글쎄?”

본인도 느꼈는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이거, 살짝 옆으로 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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