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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68화 (68/203)

68화 승리보다 중요한 건 없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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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호의 플레이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줬다.

가장 먼저 그 경기를 직관한 팬들.

마린스, 돌핀스 가릴 것 없이 그 경기를 본 모든 팬의 뇌리에 김수호가 어떤 선수인지 각인됐다.

그리고 그 경기를 보지 않았던 타팀 팬들 역시 소문을 듣고 영상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김수호, 사이클링 히트를 포기한 과감한 주루플레이! 10시간 전 조회수 991,927]

ㄴ 거짓말 안 하고 이 경기는 교보재로 모든 선수한테 보여줘야 함. 지고 있다고 대충 치고, 스찌질 하는 새끼들이 한 둘임?

ㄴ ㅇㅈ합니다.

ㄴ 김수호는 사이클링 히트도 포기하면서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데 울프즈 새끼들은 1루에 뛰는 척도 안 하네. 아 개빡쳐.

ㄴ 진짜 살만 뒤룩뒤룩 쪄선 이게 운동선순지 아닌지 구별도 안 됨. 걍 대구 에이스가 아니라 대구 씨름단임 ㅋㅋㅋㅋ

ㄴ 걍 야구 접자 호올스 개놈들아.

ㄴ 심지어 저런 플레이 하는 김수호는 사인도 잘해줌 ㅅㅂ. 선수들 보고 좀 배워라!

이타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있다는 부러움.

본인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와 비교되는 팬서비스.

그동안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선수들에게 쌓인 불만 등이 폭발하면서 후폭풍이 일어났다.

아직 잔잔한 바람이지만, 언제 거세게 불어닥칠지 모르는 상황.

자연히 다른 팀에서도 이러한 여론을 알게 됐고, 각 팀 선수단에 긴급 공지가 내려왔다.

“자, 다들 들었지? 이럴 때일수록 말조심하고, 다들 열심히 하자.”

피닉스 수석코치의 말에 선수단이 대답하고 흩어졌다.

“시발, 이게 뭔 일이래.”

“아니, 선수도 사람인데 매 타석 어떻게 최선을 다해서 뛰냐고.”

“야, 네 동기 아니냐? 동기 관리 똑바로 안 하냐?”

“맞네. 네가 김수호 저 새끼한테 전화해서 말해. 적당히 하라고.”

공지를 들은 황인재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돌아갔다.

“아오, 시발. 저 싸가지 없는 새끼.”

“참으세요. 지금 쟤 잘못 건들면 진짜 좆돼요.”

“저 개새끼 내가 언제 한 번 족친다.”

이렇게 분노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오히려 불태우는 사람도 있었다.

“야! 언제까지 할 거야?”

“선배님. 먼저 가세요. 제 자존심에 스크레치 나서 오늘 못 잡니다.”

김수호의 허를 찌르는 플레이에 조연이 되어버린 이규영은 복수를 위해 늦은 밤 칼을 갈고 있었다.

‘내가 내일 제대로 보여준다.’

그 외에도 올림픽에서 김수호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아직 계약할 급은 아니라고 생각한 에이전트들도 급하게 움직였다.

사실 에이전트에게 김수호는 계륵이었다.

이제 20살의 KBO 신인.

에이전시로선 메이저리그에 직행이 가능한 한국 고등학생 유망주가 당장 더 상품성이 있었지, FA까지 7년이나 남은 김수호는 당장 급한 선수가 아니었다.

거기에 표본이 너무 적었다.

올림픽을 포함해도 고작 30경기 남짓.

국내의 몇몇 에이전트들은 이미 김수호에게 접근한 적 있었지만, 쟁쟁한 에이전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경기를 기점으로 김수호에 대한 평가가 훨씬 좋아졌다.

스포츠 선수의 몸값은 실력과 나이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추가로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요소가 있다.

바로 인성과 스타성.

실력도 좋으면서 나이가 어리고 이런 스타성, 화제 요소까지 갖춘 선수는 거의 없다.

이러한 점이 세계에서 손꼽는 에이전트들을 움직이게 했다.

화제의 경기가 있던 다음 날 점심.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김수호에게 한 백인 남자가 접근했다.

“반갑습니다. 전 리암 에이전시 소속 제이슨이라고 합니다. 어제 경기 너무 인상 깊게 잘 봤습니다.”

“리암 에이전시요?”

김수호가 제이슨이 건네준 명함을 받았다.

메이저리그에 별 관심이 없었던 김수호였지만, 리암 에이전시는 잘 알고 있었다.

‘악명이 자자한 곳 아닌가?’

에이전트란 자고로 선수의 권익을 위하여(혹은 본인들의 수수료를 위하여) 구단에게 최대한 높은 금액의 계약을 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그런 수많은 스포츠 에이전트 중 선수들에겐 천사, 구단에겐 악마라 불리는 에이전트, 리암.

그 리암이 만든 에이전시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악명이 높은 곳이었다.

“저희 에이전시를 모르시나요?”

제이슨의 얼굴에 설마 하는 표정이 깃들었다.

“아뇨, 알고 있습니다.”

‘역시.’

제이슨은 리암 에이전시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 사람이다.

김수호의 대답을 듣자 다시 표정이 편해졌다.

“그렇다면 얘기가 쉽겠군요. 저희와 계약하시죠. 김수호 선수.”

“싫은데요?”

“... 예?”

“싫다고요. 수고하세요.”

메이저리그? 에이전트?

당장 올 시즌 가을 야구를 하냐 마냐에 복잡한 김수호의 머리엔 메이저리그가 들어갈 공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에이전시 역시 마찬가지.

에이전시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

근데 어차피 자신은 신인.

나중에 필요할 때 구하면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었다.

당장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없었고.

“더 할 얘기 없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훈련해야 해서요.”

그렇게 굳은 제이슨을 지나쳐 호텔로 들어갔다.

제이슨은 단호한 김수호의 말에 당황했다.

‘조건도 들어보지 않고 거절?’

제이슨은 자신의 상식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 잠시 멍하니 서서 고민했다.

하지만 곧 본인 스스로 이 상황을 그럴듯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확신이 가득하다.’

분명 신인인 지금보다 1년 뒤, 2년 뒤에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확실했다.

그게 아니라면 리암 에이전트의 제안을 듣지도 않고 거절하는 게 말이 안 됐다.

‘보통 저런 경우는 둘 중 하나지.’

다시 꼬리를 말고 찾아오거나.

아니면 누구도 쉽게 말을 걸지 못하는 선수로 성장하거나.

‘뭐가 됐든 좋다.’

오랜만에 승부욕을 자극하는 선수를 만났다.

제이슨이 김수호가 사라진 곳을 보고 살짝 웃은 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다시 호텔에 들어온 김수호를 보고 이주학이 다가왔다.

“아까 그 외국인 누구야? 팬이래?”

“그새 봤냐? 별건 아니고, 에이전트래.”

“에이전트?”

이주학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그러더니 갑자기 주변을 살피고 낮게 말했다.

“야, 너만 알고 있어라.”

“뭔데 갑자기 그래?”

“그, 나도 얼마 전에 에이전트 제안 왔거든.”

“근데?”

의외긴 했지만 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반대로 이렇게 분위기 잡는 이주학이 이해가 안 됐다.

에이전트 계약을 한다고 실력이 올라가는 게 아니다.

그냥 그건 부수적인 요소일 뿐.

“어. 그래서 지금 계약할까 말까 고민 중이거든. 넌 어때? 계약했어?”

“그 시간에 훈련이나 하자. 따라와.”

“어, 어? 야!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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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학도 열심히 하는 선수였다.

그래서 이런 이른 시간에 나와서 준비를 했던 거고.

하지만 그런 이주학도 혀를 내두를 만큼 김수호의 훈련은 빡셌다.

몸은 괜찮았지만, 머리가.

“다 외웠지?”

“... 그걸 어떻게 다 외워!”

“9명만 외우면 되는 데 뭐가 힘들어.”

김수호가 이주학에게 알려준 건 돌핀스 타자들의 타구 방향 분포도였다.

가령 이규영의 경우 당겨치기보단 밀어서 유격수와 3루수 사이로 보내는 타구가 많았다.

그만큼 상대 팀 유격수의 수비가 중요했다.

‘미친 새끼.’

분명 자신과 똑같은 24시간을 사는 데 이런 건 언제 공부 한 건지.

새삼 김수호의 포수 능력이 재능만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때쯤.

“이쯤이면 되겠다.”

겨우 김수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잽싸게 방에서 도망친 이주학을 보면서 김수호가 실실 웃었다.

훈련이 끝나고 구장으로 출발하기 전 잠깐 생긴 공백 시간.

호텔 주변에서 산책이나 할까 싶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어?”

“어...?”

낯설지만 익숙한 얼굴.

그리고 마린스의 유니폼을 입은 까무잡잡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수호야, 오랜만이다. 잘 지냈어? 아니, 이미 잘 지내고 있지?”

나를 보자 반갑게 반겨주는 모습에 순식간에 기억이 났다.

“동준이 형?”

“뭘 그렇게 놀래. 나 왔다는 소리 못 들었어?”

김동준.

내 고등학교 2년 선배이자, 피닉스에서 만났던 김태민을 이어 2선발로 활약했던 선배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유일하게 형이라고 불렀던 선수.

하지만 입단하고 본 적은 없었다.

피닉스의 김태민처럼 입단하자마자 군대에 갔다고 들었는데.

“1군에 올라온 거예요?”

“뉴스도 안 보고 사냐? 아니면 관심도 없는 거야?”

“요즘 워낙 정신이 없어서요. 전역은 언제 했어요?”

“너 올림픽 간 사이에 했다. 너 장난 아니더라?”

“제가 좀 잘하긴 했죠.”

“이야, 1군이 좋긴 한가보다? 네 얼굴이 이렇게 밝은 건 또 처음 봤네?”

“좋죠. 형도 얼굴 진짜 좋아 보이는데요?”

김동준은 고등학교 때 그렇게 특출난 선수는 아니었다.

근데 당시엔 그래서 오히려 더 눈길이 갔다.

김태민에 가려진 김동준에 내 모습이 이입됐을지도 모르고.

“아무튼 반갑다.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서 뻘쭘했는데, 아는 척해도 되지?”

“당연하죠. 밥은 먹었어요?”

“어. 잠깐 몸 풀러 가려고 했는데 어떻게 딱 만났네.”

“저 산책 좀 하려고 했는데, 같이 갈까요?”

“좋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아, 맞다. 다음 주에 대전 갈 때 태민이 만나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갈래? 물론 내가 그때까지 남아있어야겠지만.”

“김태민 선배님이요?”

딱히 친하지도 않고 갈 생각도 없었지만,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좋아요.”

가서 황인재에 관해 좀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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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준을 포함해 이번 확장 엔트리에 올라온 선수는 총 네 명.

한 자리는 만약을 위해 남겨뒀고, 2군으로 갔던 포수 주동훈, 유격수 이준호, 그리고 투수 한 명이 올라왔다고 한다.

반가운 얼굴들이 합류한 이번 원정.

그렇게 구장에 도착해 모두와 인사를 한 뒤, 몸을 풀고 경기가 시작됐다.

오늘 마린스의 선발은 김호기, 그리고 돌핀스의 선발은 오대영이었다.

1회 초는 무득점.

김호기의 연습 투구를 받으면서 컨디션을 점검하고 있는데 싸늘한 얼굴의 이규영이 타석에 들어섰다.

“잠 못 주무셨어요?”

“야.”

“네?”

“어제 멋있더라?”

“고맙습니다.”

“근데 너, 실수했어.”

“제가요?”

“어. 돌고래도 육식 동물인 거, 몰라?”

이규영이 숨을 후하고 내쉬곤 김호기를 바라봤다.

“돌고래가 고래는 못 잡지만, 작은 물고기 정도야 밥이지.”

이해 못 할 말이었지만, 곧 무슨 뜻인지 알 게 됐다.

“볼!” “볼!”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두 번의 연속 볼 이후에 노스윙으로 2-2 카운트가 됐다.

‘무슨 생각이지?’

3구는 몰라도 4구에 들어간 공은 충분히 칠만한 공이었다.

하지만 굳이 흘려보낸 건 무언가 꿍꿍이가 있다는 뜻.

5구부터 이규영의 전매특허가 펼쳐졌다.

“파울!” “파울!” “파울!” “파울!”

“볼!” “파울!” “파울!” “볼!”

총 12개의 공을 던지게 하고 볼넷으로 나가는 뒷모습이 너무 얄미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이규영을 도루로 잡아냈을 땐 빠른 공을 던지는 이호민이라 가능했다.

하지만 오늘 선발은 사이드암 투수 김호기.

셋 포지션도 불가능하고, 공도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

견제해도 줄어들지 않는 리드폭에 김호기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김호기가 이번 이닝을 무사히 마칠지는 이제 온전히 내 손에 달렸다.

이규영은 달릴 거다.

이 구장에 있는 모든 선수가 알고 있다.

문제는 언제 뛰냐는 건데.

2번 타자 박광민이 타석에 들어오고 김호기가 초구를 던졌다.

“볼!”

이규영이 어지간히 신경 쓰이는지 완전히 제구가 안 된 공이 들어왔다.

“스트라이크!”

다행히 2구는 스트라이크.

중간 중간 견제를 섞어가며 세 번째 공을 던졌을 때.

“뛰었다!”

“볼!”

투구 템포가 느린 김호기였지만, 코스가 워낙 좋았다.

타자 어깨보다 살짝 위.

공을 받자마자 꺼낼 수 있는 위치.

거기에 공을 빼내는 순간, 실밥에 손가락이 제대로 걸렸다.

2루에 송구를 하자 반동에 포수 마스크가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시선은 계속 공을 향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듣기 좋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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